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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2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교수는 학부 레벨에서 거시나 국제경제학을 가르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써치보단 티칭에 주력하는 스타일로 사료된다, 하긴 연세가 이미 회갑을 넘었다. 좌파 성향이거나 정치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케인지언과 네오 리버럴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다. 하긴 강의 내용이나 유교수의 학문적 입장이 만화에 등장하는 것은 많지 않은 분량이라, 추측에 애로가 있다. 대미 무역에 관해선 역시나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일본적 특수성을 옹호하는 경향을 띈다. 기타 문제에 관해선 대체로 원론적인 시장-경제를 지지한다.
논문 심사에 상당히 까다로운 유교수의 일면은, 일본에서 석사 논문 쓰고 머리가 다 빠진 모 선배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의 인문사회 계열 대학원은 그렇게 몰인정하진 않다 ). 그러나 일본 학생들 역시 취업에 불안해 하고, 어렵고 딱딱한 수업은 가급적 제끼려 하는 모습에서 한일 양국 간의 유대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수십권에 걸쳐 '사람에 관한 학문' 이라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것이 흥미롭다. 실제로 귀납적인 관찰과 연구 끝에 자신의 세계관을 수정할 수 있는 경제학자란 현실 세계에선 그다지 흔한 존재가 아니다. 당대 세계에 관한 이해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 소명인 학자에게 바라는 덕목이 유교수의 입을 통하여 표현되는 듯. 청강생을 마다하지 않는 중소기업 사장을 그린 꼭지에서 특히 강력한 주문이 느껴진다. 대중에게 도그마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할 것. 하긴 만화니까 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