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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비파 레몬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에쿠니가오리란 작가를 좋아했었다. 읽고 있으면 딱 기분좋을만큼의 바람 부는 날씨에 거리를 걷는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드문드문 챙겨서 구입하곤 했었다. 그러던중, 어떨까 하며 고른 책이었다. 책표지도 이만하면 이쁘고 또 읽기도 편할것 같고.. 처음 느낌은 좋았다.
허나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에쿠니가오리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이 넘겨질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기 보다는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느낌이었다. 정말 결혼생활에 그저 만족해하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없는걸까? 라는 의문과 함께 조금씩 불편함을 느꼈다. 둘이 서로 사랑해서 결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은 저마다 말한다. 이제 더이상 배우자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이것이 결혼이라는 제도때문에 그런걸까? 아니면, 사람이란것이 원래 몇년 지나면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무뎌지는걸까?
집에 살림 잘하고, 직장도 다니면서 자기일도 있고, 요리도 잘하는 부인에게는 별 감정을 못느껴 애인을 한명도 아닌 두명씩이나 만나려 했던 츠치야부터 시작해서 주인공들의 반은 불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그 불륜이 나쁜것이라기 보다는 외롭고 적막한 결혼생활에서 하나의 활력소를 주는것처럼 묘사했다고 느낀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럴정도로 결혼생활이라는 것이 끔찍한 것이고, 현실이 그러하여 우리나라의 모텔에도(서울 뿐만아니라 반나절 드라이브를 즐길수 있는 외곽 모텔까지) 한낮에 방이 없을 정도인걸까? 읽으면서 참 우울해졌다.
어쩌면, 계속 같은 사람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정반대의 사람에게 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깔끔하고 단정하고, 여자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아는 남편과 사는 부인은 약간은 무던하고, 털털하며 여자에 대해선 무지한 타인에게 끌리는 것이 어쩜 당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을 했다면, 한 가정을 꾸리기로 마음 먹었다면 남편의 새로운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남편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그렇게 노력해 가며, 맞춰가며 살다 보면 결혼생활이라는 것도 그렇게 적막하거나 외롭진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은 주인공과 같이 휴식을 느끼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론 작가의 글들에 동의는 할수 없었다. 그것이 아무리 현실이라 하더라도 왠지 부정하고 싶은 생각이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읽는 에쿠니가오리의 마지막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