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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연금술사
이안 맥칼만 지음, 김흥숙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를 기다리며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 발견한 이 책은 오직 제목과 사람만으로 내 눈에 들어왔다. 마리 앙트와네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에 연루된 연금술사이며 1700년대 말에 전 유럽을 후린(그렇다. 그는 유럽 사람들을 속이는 정도를 훨씬 넘어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다.) 그의 일생에 관심이 갔다.
시칠리아 빈민가에서 태어난 주세페 발사모는 사기꾼이며 건달이고 얼치기 예비 수사에다 위조가로 세상에 나와 박애주의 넘치는 의사, 사회사업가, 강령술사, 연금술사에 비밀 결사 프리메이슨의 고위직인 알렉산드로 칼리오스트로 백작이 되어 스스로를 '위대한 곱트' 이며 '방랑하는 유대인'으로 불렀다. 사기도 이정도 되면 예술이다.
평생을 사랑했다던 아내 세라피나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활용하여 귀족들을 유혹하고 후원자 삼은 그는 반봉건주의의, 자유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아마도 그는 그런 역할을 의도적으로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전 생애가 사기와 속임수로 가득차 있었고 훌륭한 사기꾼이었던 그는 세상을 우습게 여기고 스스로의 성취에 도취되었던 듯 하다. 세상을 너무나 만만하게 여긴 나머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게다.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 추방당하고 떠돌다 결국에는 아내 세라피나에게 배신당해 교회에 의해 갇히게 된다. 불법적 이집트 프리메이슨 운동의 회원이었고 7개국의 민법을 위반했으며, 카톨릭 교회의 믿음을 부정하는 이교도라는 죄목으로….
그의 사기술이 이렇게 대단한데도 그가 교회의 감시하에 산 레오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뇌졸중 발작으로 사망했을 때에도 그를 믿고 따르며 그의 부활과 영생을 의심치 않던 추종자들이 있었던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잊을만 하면 뉴스에 오르내리는 사교 집단의 교주와 닮은꼴이다. 칼리오스트로의 스케일이 몇 배는 더 컸고, 실제로 그는 죽은 이후에 불멸의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일생에 관한 책들, 영화들이 나오고 있고, 무려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내가 그의 일대기를 읽고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의 흥미로운 일생을 따라가는 것은 그럭저럭 괜찮은 일었지만, 그의 일생을 시기별로 따라가다보니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사기가 산만하고 지겨운 느낌이었다. 중간은 그냥 건너 뛰고 싶을 정도로. 책의 문제인지 칼리오스트로의 문제인지, 늘 변화충만한 삶은 아니었다는 것. 평범, 그 자체를 살고 있는 내가 감히 평가한다면 그래서 별 세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