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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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목이 <메피스토>이거나 주요 등장인물이 메피스토펠레스인 책들을 읽다보니

진짜 '메피스토펠레스'가 등장하는 이 책이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에 읽고나서 오랜만에 손에 들며

수업이 가능한 책을 찾고싶어 '축약본'을 읽었지만

역시 '원전이 최고'라고 되내며 완역본을 읽게 된 것.

(물론 청소년은 축약본도 좋다고 생각한다.)

악마라도 신의 허락이 없이는 인간사에 개입할 수 없고,

인간의 허락 없이는 개입할 수 없는 제한적 존재.

'감각적 현세'와 '숭고한 세계' 사이에서 방황하는 파우스트.

파우스트의 영혼을 걸고 한 내기에서

메피스토와 파우스트 중 누가 이길 것인지 지켜보는 게 관전 포인트.

악마의 도움으로 마녀의 물약을 먹고 청년으로 돌아간 파우스트는

제일 먼저 하는게 '수작 부리기'다. 일명 픽업아트.

그레트헨을 꼬시고, 버리고.

그리스의 헬레네를 사랑하고 쟁취한다.

이 긴 이야기 속에는

파우스트가 버리고 간 제자이자 과학자 바그너의 '호문쿨루스'도 등장하여

과학 만능주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사적 개인으로 시작해

헬레네로 상징되는 아름다움 자체로 사랑의 대상을 넓히고

마지막에는 그 사랑과 헌신을 인류 전체로 확대한다.

그리하여 메피스토펠레스가 그토록 원하던 말을 뱉게 되지만

결국엔 신에게 구원받는다.

하지만 이건 비극.

파우스트가 방황하지 않았다면,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지 않았다면,

그의 구원은 없는 건가?

파우스트가 버리고 간 실험실에서 노력하는 바그너의 삶은 의미가 없는건가?

그레트헨은?

다시 읽은 <파우스트>는

어떻게든 다 누리려는 파우스트와

무슨 수를 써서든 계약의 말을 듣고 말겠다는 악마 때문에 재미있었고

어떤 이유로든 인간 영혼을 포기하지 않는 신 때문에 아리송해졌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떤 삶이 올바른 삶인가.

물어보면서.


구름고래 논술토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니라. - P20

내 가슴 속에는 아아! 두 개의 영혼이 살면서
서로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네.
하나는 감각으로 현세에 매달려
방탕한 사랑의 환락에 취하려 하고,
다른 하나는 이 티끌 같은 세계에서 과감히 벗어나
숭고한 선인들의 세계로 나아가려 하네.
오, 대기를 떠돌며
하늘과 땅 사이를 지배하는 정령들이 있다면,
황금빛 안개를 뚫고 내려와
나를 새롭고 현란한 삶으로 이끌어다오. - P56

순간이여,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자네는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네.
그러면 나는 기꺼이 파멸의 길을 걷겠네.
죽음의 종이 울려퍼지고,
자네는 임무를 다한 걸세.
시계가 멈추고 바늘이 떨어져 나가고,
내 시간은 그것으로 끝일세.

명심하시오. 우리는 이 말을 절대 잊지 않을 거요. - P79

아름다운 아가씨, 제 감히 아가씨를
댁까지 호위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
원 세상에, 저렇듯 아름다울 수 있다니!
……
이보게, 저 처자를 꼭 만나게 해주게! - P118

여기 육지에서는 낙원 같은 삶이 펼쳐질 걸세.
파도가 거세게 덮치며 삼키려 들면,
다함께 서둘러 달려가서 벌어진 틈을 막지 않겠는가.
그렇네. 나는 이 뜻을 위해 헌신하고
이것이야말로 지혜가 내리는 최후의 결론일세.
날마다 자유와 삶을 쟁취하려고 노력하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네.
어린아이,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이곳에서 위험에 둘려싸여
알찬 삶을 보내리라.
나는.사람들이 그리 모여 사는 것을 보며,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보내고 싶네.
그러면 순간을 향해 말할 수 있으리라.
<순간아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
이 지상에서 보낸 내 삶의 흔적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걸세.
그런 드높은 행복을 미리 맛보며,
나는 지금 최고의 순간을 즐기노라. - P545

언제나 노력하며 애쓰는 자는
우리가 구원할 수 있노라. - P530

모든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에 지나지 않느니라.
그 부족함이 여기서 완전해지리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것이
여기에서 이루어졌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노라. -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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