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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작가가 상상한 세계는 해수면이 높아지고 각지에 전쟁이 벌어지는 일이 일상인 세계.
그러다 결국 바닷물을 막기 위한 댐이 터지고
대한민국의 중심이 더 이상 서울이 아니라 강원도 어디쯤이 되는,
물건을 얻기 위해 잠수해서 도시를 뒤져야 하는, 그런 세계다.
많은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배경이 서울일 뿐.
세상이 물에 잠긴 지 15년,
물꾼 선율이는 물속에 잠자던 '수호'를 건져낸다.
시냅스 스캐닝 어쩌구가 장착된 안드로이드.
그냥 보아서는 사람과 다를 것 없고, 기억도 사람과 같은 로봇이다.
수호는 자신의 죽음과 서울이 물속에 잠긴 그 사이 4년의 시간 사이에서
사라진 그 기억을 찾으려 선율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간다.
환경 문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죽는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게.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의 작가 단요의 청소년 소설이다.
소녀는 아직 과거에 잠들어 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과거에. 망가지지도 않은 물건들을 버려대고 냉장고에 음식을 박아 둔 채 잊을 수 있었던 시절에. 물론 꿈이긴 했지만, 선율은 그런 꿈이라면 잠만 자다가 굶어 죽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 P21
눈을 반쯤 덮은 속눈썹이 물에 잠긴 나뭇잎의 그물맥처럼 섬세하게 보였다. 선율은 그 뒤편에 웅크려 있을 금속제 뇌를, 거기에 담긴 마음을 생각했다. 2038년 12월의 서울에서 출발해 2057년의 서울에 도착한 마음을. 자신의 죽음을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전기로 만들어진 마음도 피와 살로 만들어진 마음만큼이나 복잡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8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서. 그걸 알 때까지 살아 보려고. - P42
사람을 한 명으로 내버려두지 않는 낱말들 말이다. 부모님이 그랬고 남편이 그랬고 아들이 그랬다. 낱말들은 청소기와 자동차가 그랬던 것처럼 물에 잠겼으며 어느 물꾼도 서울 밑바닥에서 그것을 건져 오지 않았다.
억지로 끌려와서 삶에 내던져진 나는. 수호는 그렇게 물으면서 눈을 감았고, 떴고, 다시 감았다가, 떴다. - P153
지오는 끝내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건 아마도 마음의 힘일 것이다. 뾰족뾰족한 기억 위에 시간을 덧붙여서, 아픔마저도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고통을 지우는 게 아니라, 잊는 게 아니라, 피해 가는 게 아니라, 그저 마주 보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건 다시, 다른 시간의 발판이 된다는 것.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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