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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 Perfect Game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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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1/1228/pimg_798580195723451.jpg)
1. 실화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은 야구계의 전설이 된 최동원(2011.9.14 사망)과 선동열(현 기아 타이거즈 감독)의 맞대결 경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최동원과 선동열은 1987년 5월 16일 롯데와 해태의 선발투수로 나서서 연장 15회까지 4시간 56분간의 혈투를 치러 한국 야구사의 불멸의 명장면을 완성했다.
2. 영화
한마디로 멋진 작품이다. <퍼펙트 게임>은 당시의 야구와 관계된 분위기를 완벽에 가깝게 살려내고 있다. 롯데와 해태의 라이벌 관계, 프로야구단의 팀 분위기, 두 팀 팬들의 광기, 프로야구를 이용해 지역감정을 부추겨 보려는 정치권의 음모, 최동원과 선동열의 보이지 않는 경쟁, 벤치 멤버의 애환까지 챙기고 있다. 두 전설적인 투수가 벌이는 한 경기에 집중하면서 스포츠 영화가 그렇듯 웃음과 눈물이라는 감동도 빠지지 않고 곁들였다.
3. 전율 - 첫 장면, 1981년 대륙간컵 야구대회 결승전
최동원은 매사에 완벽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자기 경기에 대한 책임감은 말할 수 없이 높았고 그것은 때때로 독기로 비치기도 했다. 1981년 대륙간컵 이틀을 거푸 선발로 던지고도 최동원은 결승전 등판을 대비하고 있다. 찢어져버린 손가락의 벌어진 틈에 순간접착제를 부어 봉합하는 장면, 전율을 느끼게 하는 오프닝이었다.
4. 흠모 또는 트라우마 - 선배 최동원을 롤모델로 삼는 선동열
대륙간컵에서 선동열은 최동원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보며 자신도 최동원 선배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락커에 그 기사를 붙여두고 흠모한다. 하지만 선동열에게 최동원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 또는 돌아서 지나야 할 산이 된다. 그 시대는 둘의 맞대결 보길 원했다. 야구선수들도, 팬들도, 언론도, 정치권도 모두. 선동열이 모든 것에서 최동원을 앞서지만 '독기'가 없다던 감독도 선동열과 최동원의 맞대결을 허락한다. 선동열은 마침내 락커에 붙은 최동원 선배같은 선수가 되고싶다던 그 기사를 뜯어낸다.
5. 눈물, 감동 - 박만석(마동석 분), 벤치 멤버의 꿈
그 시절 프로야구는 있었지만 프.로.야.구.선.수.는 드물었다. 군사정권의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는 시작됐다. 대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일 수 밖에 없는 프로야구단을 창단했다. 몇몇 특급 선수를 제외하고는 생활마저 불가능한 프로야구선수. <퍼펙트 게임>에서 해태의 벤취 포수 박만석은 이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프로생활 시작하고도 한번도 경기 출장이 없는 선수, 연봉 300만원으로 가족 부양은 꿈도 꿀 수 없다. 치킨집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아내와 선동열의 사인볼을 원하는 아들. 아무리 깜깜해도 꿈의 스위치를 내릴 순 없다. 슈퍼스타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 경기, 감독은 교체포수로 박만석을 투입한다. 9회말 투아웃 1:2로 해태의 패색이 짙은 상황, 박만석의 타석. 해태의 모든 선수와 팬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순간 박만석은 헬맷이 벗겨질 만큼 크게 헛스윙을 한다. 떨어진 헬맷 속에 붙어 있는 가족 사진. 다시 헬맷을 고쳐 쓴 박만석은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에게 솔로 홈런을 날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공은 둥글고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6. 음모 - 스포츠를 이용하는 추잡스런 정치권
<퍼펙트 게임> 속 등장하는 정치인들. 그들이 당시 최동원과 선동열의 경기를 정치에 이용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정황상 프로야구를 통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국민들을 기만하려 했을 것이라는 심증은 간다. 1987년 5월이면 노태우의 6.29선언 발표되기 한 달 전이니까 말이다. 하여간 그들은 당시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난 것이 아쉬웠을 것이다. 한 쪽이 이겨 소요가 커지기를 내심 기대했을테니까. 대통령직선제를 요구하던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가십거리가 되기를 원했겠지만 전설의 두 스타만 만들어냈을 뿐이다.
7. 명언 - '일구일생, 일구일사'
최동원이 경남고 재학시절 그를 키워준 스승이자 감독이 남긴 가르침은 '공 하나에 살고 공 하나에 죽는다'라는 의미의 일구일생 일구일사였다. 최동원은 평생 이 말을 가슴에 새겨 지켜냈다. 야구든, 축구든, 노래든, 글쓰기든 생과 사를 거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감독은 최동원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데 훈련이 끝나고 라면을 함께 먹으며 이런 말도 한다. "다이아몬드는 처음부터 빛나지 않고 갈고 닦아야 우리가 보는 그렇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다시 태어난다"라고. 야구장의 내야를 다이아몬드라고 부른다. 최동원은 그 내야의 중심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이 되었다.
8. 거짓말 - 무쇠팔, 고무팔
언론과 팬들은 최동원을 향해 무쇠팔이라고 불렀고 선동열을 향해 고무팔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최동원은 선수시절 그 어느 누구보다 완투능력이 뛰어났다. 한 번 던진 경기는 끝까지 책임진다는 영화 속 대사가 말 그대로 진실이었다. 하지만 오른쪽 어깨에 흉하게 남은 선명한 수술 자국과 수시로 병원을 찾아 진통제를 맞으며 공을 던지는 최동원. 손가락이 찢어지고 야구공에 피를 묻혀가며 끝까지 공을 던지는 선동열. 누가 이들을 무쇠팔, 고무팔이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망신창이가 된 육신을 다 태운다면 혼신을 다했던 그들의 열정만 고스란히 남지 않을까?
9. 명장면과 사족
최동원과 선동열의 경기가 15회말로 종료된 순간, 최동원은 다시 홀로 당연하다는 듯 마운드에 올라 공을 잡는다. 그때 팀 동료 김용철(조진웅 분)이 한 마디 한다. "야, 너 뭐하냐? 경기 끝났어, 임마."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며 텅 빈 그라운드에 홀로 선 자신을 발견한다. 이 장면은 최동원이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극적 장치였다. 이렇게 끝났다면 좋았을 걸. 뱀다리들이 덕지덕지 붙기 시작한다. 팬들이 다른 편 투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경기장 안에서는 개와 원숭이 같았던 양팀의 선수들이 악수를 하고 화해하는 장면들이 꽤 오래 삽입되어 있다. 할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편집해내고 싶은 부분이다.
10. 배우들 - Goooood!
조승우와 양동근의 연기는 실제 인물들의 사투리와 투구폼, 습관을 어색하지 않게 잘 표현해내고 있다. 마동석, 조진웅, 현주니 등 조연급 연기자들- 의 맛깔나는 연기도 일품이다. 이들 때문에 엄청 웃었다.
11. 기대감
<퍼펙트 게임>의 성공은 <퍼펙트 게임2>, <퍼펙트 게임3>의 제작을 불러 올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최동원의 84년 한국시리즈 4승 신화,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도전과 성공, 이승엽의 56호 홈런 기록처럼 한국프로야구에는 영화화 소재가 여전히 많다. 국내 최대규모의 야구팬들이 그대로 극장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2011년 한국프로야구 누적관중수는 680만을 넘었다. 사상최대다.나는 영화를 보며 2012년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보다 더 흥행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박찬호, 이승엽의 국내 복귀는 구름관중을 모으며 사상 최초 700만 관중을 가볍게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했다. 영화와 야구의 선순환 시대가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