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를 많이 구독하고 있어서 저는 늘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확인하는데,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네요.



<이달의 마이페이퍼>는 '좋아요'도 최소 수십 개는 받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이 글의 현재 '좋아요' 수가 11개인데도 선정된 걸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앞으로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을 열심히 할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됐어요. 마이페이퍼에 저의 서재글을 선정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래도 책 소개는 하고 넘어야겠죠? 아래에 보이는 책은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오늘만은 경어로 얘기할게요. 



『가녀장의 시대』는 어제부터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요. 리뷰는 이미 지난달 초에 올렸었죠. 책을 읽기도 전에 독후감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이미 뉴스레터 <일간 이슬아>를 통해 이메일로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가부장도, 가모장도 아닌 가녀장이라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작가 자신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소설이에요. 가부장을 중심으로 한' 정상 가족 신화'는 이제 사라지고 없지요. 가녀장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모두 온전한 가족 형태로 존중받는 시대가 오길 바랍니다. 



선거를 통해서 구성된 정부는, 민주정이 아니라 '과두정'이라고 인식되었다. 과두정은 '민중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소수에 의한 통치'를 뜻한다. 그 차이는 명백하면서도 기초적이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통치하고자 한다면, 그 일이 부담스러운 일일지언정 우리 자신이 통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발하여 그들로 하여금 통치하게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며, 곧 민주주의가 아니다. (14쪽)


머리말과 1장의 서두에서 저자 '이보 모슬리'는 단언합니다. 서구식 대의민주제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요. 1800년경 이전까지는 대의제가 민주주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해서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이견이 없었다고 해요. 민주주의 이념을 주창한 그 유명한 '몽테스키외'와 '루소'도 대의제를 민주주의라고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대의민주주의는 단지 과두정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귀족정보다야 민주적인 면이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민주정이라고 보지는 않았어요.


그들은 오직 민중이 직접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만이 '민주주의'라고 믿었습니다. 고대 아테네 시민들이 추첨으로 공직자를 뽑고 특정 사안에 직접 투표로 참여했던 것처럼요.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대의제는 민중의 손으로 선출된 대리인들이 민중의 이해를 배반하기에 너무나 쉬울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대의민주제를 고안한 사람들부터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요.(저자의 말에 따르면 워싱턴을 비롯한 이른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합니다.)


1800년경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선거가 민주주의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오늘날 대의제 아래에 살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하면 진짜 민주주의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갈 수 있을지 저자 모슬리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밝힙니다.


『민중의 이름으로』는 오늘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 1장밖에 못 읽었어요. 아무래도 속독할 만한 책은 아니니까요.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찬찬히 읽어가 볼 생각입니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대목은 (《녹색평론》에서 많이 접한 내용이라 제겐 새삼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처음 접하시는 분들께는 아마 상당히 놀랄 만한 이야기일듯합니다. 혹시 이 책이 감명 깊으셨다면 아래 책도 읽기를 권합니다. 표지만 보고 내용이 짐작 가능하니 구구절절 소개를 덧붙이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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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11-10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 드립니다. 상금이 올랐네요 제가 마지막으로 받았을땐 이만원이었는데. 지역에 따라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의 민주주의는 지역은 직접 연방은 과두정에 매우 가깝습니다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선거를 보면 다수 득표를 하고도 선거인단 시스템으로 인해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꾸준하게 2022-11-10 15:4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달의 마이페이퍼‘에 여러 번 선정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는 처음이라 기분이 좋네요. 알라딘에 담아둔 책은 많은데 뭘 살지 고민하고 있어요. ㅎㅎ

미국의 선거인단 시스템의 선거제도가 문제 많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전체 득표율에선 이기고도 선거인단에서 패배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더군요. 근데 그럴 때마다 매번 민주당 후보가 피해를 입는 것 같은데 그건 무슨 까닭인지 모를 일이지요. 어차피 남의 나라 얘기긴 합니다만.

근데 이 책에서는 미국의 선거제도만이 아니라 ‘대의제‘ 자체가 곧 ‘과두제‘라고 지적해요. 대의제를 실현시킨 인물들조차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민주주의를 오히려 싫어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죠.

그럼 대의제는 나쁘기만 하니까 없애고 무조건 직접 민주정으로 가야 한다고 저자가 주장하느냐 하면, 그렇진 않아요. 그 대신에 좀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방안과 이미 존재하는 여러 가지 실제 사례(직접 민주제 요소 도입이라든가)들을 이 책에서 이야기해요. 저도 전체 내용을 대강 살피긴 했는데, 제대로 읽은 부분은 초반부뿐이라 나머진 앞으로 천천히 읽어봐야 해요. 😁😁
 




"이봐, 형씨. 희망을 가져. 꿈과 동경을 잊어서는 안 돼. 일어서라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먹구름 속으로 걸어들어간들 어때. 경치가 달라지면 눈앞에 보이는 것도 달려져. 이리저리 헤맬지언정 환한 빛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거야. 그러면 언젠가 파도 너머로 육지가 보일 걸세." - P90

"츠키하라 씨, 당신은 지금 ‘어딘가‘로 가고 싶어하고 있어요. 지금 ‘이 곳‘에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이곳‘을 떠날 수 없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상처를 안고 사는 거죠. 다리가 아프면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 데도 안 보내려고, 안 가도 된다고, 뇌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 P167

"뇌와 마음은 별개예요. 머리가 그곳에서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마음이 어딘가 가고 싶다면 그곳을 떠나보는 것이 좋아요. 인간에게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 당신은 행복을 원하면서 살아도 괜찮아요. 가야 할 곳으로 향하면 다리의 통증은 사라질 거예요. 그게 답이에요." - P168

밤하늘을 날아 봄바람이 불어왔다. 앵무새 선장이 갑자기 뛰어올라 잇세이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베푼 인정은 새끼를 배어 돌아온다." - P251

‘호치노카케스는 앞으로도 여원히 너의 친구로 남을게.‘
하늘을 나는 새가 높은 하늘에서 멀리 지평선까지 이어진 땅을 내려다보듯, 홀로 꿋꿋이 걸어가는 잇세이를 곁에서 지켜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261

언제까지고 이런 식으로 격려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줄 모르는 츠키하라 잇세의 길을, 그가 걸어가는 길을 높은 하늘에서 지켜보는 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P261

순간 속에 영원이 있다는 사실.
만약에 세상에 마법이나 신이 존재하지 않고 육체의 죽음과 함꼐 영혼도 사라져버린다 해도, 기억이나 추억은 무無가 될 수 없다. 하나의 생명이 이 지상에 존재하면서 울고 웃는 날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죽음이라 할지라도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것이리라. - P263

"이 백화점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백화점 소속이든 입점 매장 소속이든 모두 한 식구입니다. 그분이 백화점을 감싸려 했다는 것을 안 이상, 적어도 그분이 마케팅하려 했던 책을 백화점 전체가 응원하는 것이 그분을 위한 아주 작은 예의일 거라고 저희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이후 저희 백화점 직원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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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에 읽은『오후도 서점 이야기』 후속편이 책으로 나와 있다고 해서 며칠 전에 같이 빌려왔다. 후속편을 읽기 전에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그런데 웬걸. 아예 처음 보는 내용이었다. 처음 읽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지는 않았을 텐데? 다른 책을 먼저 읽느라 독서가 밀려 책을 빌려 놓고도 읽어보질 못하고 그냥 반납해버릴 때가 가끔 있는데 이 책도 아마 그런 경우였나 보다. 책을 빌린 기억은 분명히 있는데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서점을 배경으로 한 다른 소설과 착각했나 보다.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서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책 제목만 봐서는 '오후도 서점'이 주 배경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긴가도 서점'과 '오후도 서점' 두 서점 둘 다 이야기의 주요한 배경이다. 오래된 백화점 내 긴가도 서점에서 일하는 문고본 담당 잇세이는 숨은 명작을 찾는 달인이다. 그의 눈에 띄지 않았더라면 소리소문없이 묻혀 결국은 절판되었을지도 모르는 좋은 책을 베스트셀러로 이끌 정도다.


물론 그가 고른 모든 책이 다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서점원과, (대형 서점도 아닌) 그가 속한 서점의 노력으로 단 몇 권이라도 그런 성과를 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는 단지 소설 속 판타지만은 아닌 게 실제로 일본에서는 유능한 서점원이 기획한 서점 발(發) 베스트셀러들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 사례는 아직 못 들어봤다. 물론 한국에도 있는데 내가 못 들어봤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잇세이의 눈에『4월의 물고기』라는 작품이 들어온다. 왕년에 유명했던 드라마 작가가 쓴 소설 데뷔작이었다.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 현재는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지만 작품의 성공을 확신한 잇세이가 마케팅을 기획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긴가도 서점을 떠나게 된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잇세이는 블로거 활동을 하면서 친해진 서점 사장이 운영하던 '오후도 서점'이라는 곳을 방문하면서 소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이후 이야기는 '오후도 서점'과 '긴가도 서점' 에서 진행된다. 후속편인 『별을 잇는 손』에서는 오후도 서점을 이끄는 잇세이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텐데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기대된다. 


2. 앞서 다른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내가 서점에 관한 책이라면 다 좋아하는데, 한때 서점원이었던 적도 있다 보니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나 싶다. 오래 일하지는 못했고 지역에 있는 중형서점에서 반년 정도 일했었다. 아쉽게도 『오후도 서점』에 나오는 것처럼 - 출판사와의 긴밀한 공조와 함께 - 특정한 책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해서 판매한다든가 하는 경험을 해보진 못했다. 


서점에서 내 주된 업무는 매입(새로 들어온 책을 서점의 도서관리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일)이었고 그외에는 도서 진열과 안 팔리는 책 반품과 다른 기관에 책을 납품하는 일이었다. 물론 그건 우리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서점에서 해야 할 필수 업무지만 난 그외에도 더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서점만의 독자적인 프로그램 기획이라든가, 특정한 테마로 책을 큐레이션한 서가를 만든다든가. 안타깝게도 내가 일하던 서점에서는 그런 시도가 전혀 없어서 경험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해보고 싶었는데 그만한 신뢰를 쌓기엔 서점원으로 머물렀던 기간이 너무 짧았다. 


사실 그런 경험을 해볼 기회가 한 번 있긴 했다. 내가 서점에서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은 페친이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에 지원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었다. 그가 운영하던 서점도 지역의 중형 서점이었지만 - 손님으로 직접 가본 적이 있는데 -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페친도 알고 있었지만) 거주지에서 너무 멀기도 하고 당시에 내가 대학원 합격을 받아놓은 상황이라서 감사한 마음으로 사양했다. 대학원이야 휴학하고 갈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내가 과연 좋은 서점원으로 자격이 있는지 자존감이 엄청 떨어져 있어서 굳이 위험부담을 하고 싶지 않았다. 서점원으로 서점과의 인연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때가 벌써 7년 전이다.)


그러다가 아마도 몇 달 전인가? 무심코 인스타그램에서 예전에 일했던 서점을 검색해봤는데, 계정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서점원의 계정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점 공식 계정이었다. 세월이 가니 여기도 변하는구나 싶었다. 반가운 마음에 내 전 직장의 서점원과 소통을 시도했다. 전직과 현직의 만남. 관심사가 같았기에 대화는 순조로웠고 당장 약속을 잡았다. 약속은 바로 다음 날이었다. 만나는 건 쉬웠다. 서점원은 서점에 가면 (쉬는 날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고, 나도 집에서 버스로 1시간만 있으면 갈 수 있었으니까. 


둘이 만나 우선 점심을 같이 먹으며 얘기를 들었는데, 그가 들려준 나의 전 직장 이야기가 반가웠다. 그는 자신을 포함하여 젊은 서점원 두 사람이 서점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내가 거기에서 일할 때 하고 싶었던 일도 일정 부분 그들이 하고 있었다. 그는 서점 일에 열정적이었고 자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도 그렇다고 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서점의 앞날이 밝다고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그는 지금도 SNS 계정에 서점 이야기를 부지런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2대에 걸쳐 운영되는) 내가 초딩 때부터 들락거렸던 그곳이 부디 오래 살아남아줬으면 좋겠다.



















여기서 서점을 다룬 책은 『전국 책방 여행기』 한 권 뿐이다. 그런데도 이 글에 책 네 권을 모아둔 까닭은 이 책들의 저자가 서점원 출신이어서다. 나는 그가 작가가 되기 전, 아직 진주문고에 있었(지금은 내가 페이스북을 하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 그를 알고 있었는데, 그가 진주문고에서 서점원으로 아직 일하고 있었을 때 문예지로 정식 등단한 것으로 기억한다. 석류 작가의 브런치에 방문하면 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은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이 책도 서점원이 썼다. 앞서 말했던 석류 작가처럼 진주문고 출신이다.(이 분도 페이스북으로 알게 됐다.) 퇴사 후 다른 지역에서 직접 서점을 차렸는데 지금도 그 서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암에 걸린 아내와 떠난 세계여행 이야기다. 진주문고와 책의 저자와 모두 페친이어서 출간 직후부터 책을 알고 있긴 했는데, 아직도 안 읽어봤다. 7년 전에 출간된 책인데 지금도 아내 분과 잘 살고 계시려나.






며칠 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찍은 사진이다. 잘 안 보이겠지만 확대해서 보면 '장유서점'에서 추천한 책이라고 되어있다. <10월 우리동네 북큐레이터>라는 이름으로 김해도서관에서 이번에 마련한 테마서가다. 책을 추천하는 서점이 달마다 바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무튼 지역 서점과 상생하려는 이런 노력은 훌륭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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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유명한 팟빵에서는 팟캐스트와는 별도로 '오디오 매거진'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팟캐스트가 1주일에 몇 번 혹은 비정기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전달한다면, 오디오 매거진은 한 달에 한 번 8편 이상의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발행한다. 말 그대로 오디오 잡지다. 매달 일정한 정기구독료를 내고 들을 수 있다. 아직 서비스 초창기라 그런지 오디오 매거진은 <월말 김어준>과 <조용한 생활>이 두 개밖에 없다. 두 매거진 모두 월간으로 나오는데 이 서비스가 정착이 되면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두 매거진 모두 무료 체험과 무료공개분으로 이용해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월말 김어준 part 1』은 팟빵 오디오 매거진 <월말 김어준>에서 방송했던 에피소드를 철학, 과학, 미술, 음악, 고전 다섯 개 장으로 구성해서 엮은 단행본이다. 칸트, 헤겔, 니체, 다빈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보이고, 뇌과학, 고딩 때 배운 고전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방송을 활자화한 거라서 김어준이 질문하고 해당 분야의 권위자 (보통 교수)가 이걸 설명하는 형식이다. 일단 재밌다. 깊게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지인한테 아는 척하고 싶어서 이 매거진을 만들었다는 김어준. 김어준 개인에 대한 호오의 감정을 떠나 일단 재밌다.


인문·과학 교양 지식을 얕지만 넓게 이해하고 싶다면, 괜찮은 책이라 생각한다. 방송은 더 재밌다. 방송에는 책에 나오지 않은 분야도 다루는데 그건 다음 단행본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죠. 그게 변증법이에요. 이 작은 물병 하나 속에도 제주도 바닷가에 흐르는 아름다움과 그 속에 땀 흘리는 노동자의 슬픔과 이런 것들이 함께 있다는 것을 깊이 있게 계속해서 볼 수 있는 힘, 그게 변증법이에요. - P57

그렇죠. 범주화가 잘되면 뇌가 정보를 집어넣을 서랍들이 딱 정리되어 있는 겁니다. 분류가 자동으로 되죠. 그래서 공부는 스스로 분류압을 느낄 때까지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방이 많아 어지러워지면 힘들잖아요. 그러면 청소를 하게 되죠. 그 모든 것이 지향하는 것은 ‘느낌‘이라는 세계입니다. - P118

대량 학살은 왜 일어나는가. 저는 그 사회를 담고 있는 느낌의 축이 바뀌어 버린 것으로 봅니다. 그 사회가 공유하는 느낌은 공기 같은 거예요. 누구나 들이마실 수밖에 없죠. 그러면 판단력이 바뀝니다. 문학이나 예술가들이 그 사회를 담고 있는 느낌을 맑고,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돼요. 그게 바로 판단력과 링크되기 때문에 그래요. - P125

그렇죠. 그래서 어떤 부모한테 태어난 것보다 어느 도시에 태어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파리에서 태어나는 것과 아프리카 어느 도시에서 태어나는지가 어느 부모로부터 태어나느냐보다 사람의 운명을 더 많이 바꿉니다. 느낌이 다른 곳에서 태어나면 판단이 달라져요.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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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은 눈으로 보아 가며 맞고 안 맞고를 조절하는 걸 일컫는 말이다. 가늠의 어원은 ‘간험‘看驗이고, 눈으로 보고 실험하여 알맞게 하는 걸 의미했다. 예컨대 화살을 쏠 때 과녁과의 거리를 재는 게 가늠이다. 총기의 가늠쇠, 가늠구멍, 가늠자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연유하여 ‘가늠‘은 목표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리는 표준, 어떤 표준이 될 만한 짐작을 뜻한다. - P22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술자리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작對酌을 즐겼다. ‘참작‘은 이러한 대작 문화 산물이다. ‘참작‘은 본래 술잔의 양을 헤아리는 것을 의미했다. 하여 ‘참량‘參量이라고도 했다. 전통적으로 상대방에게 술을 따를 때는 일정한 양이 있었으니,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따라야 했다. 그러자면 술을 얼마만큼 잔醆에 따랐는지 헤아려야參 했다. ‘참작‘이란 여기에서 유래한 말로, 오늘날 ‘참고하여 알맞게 헤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헤아림‘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수 있다. - P23

‘어림쳐서 헤아림‘ ‘겉가량으로 생각함‘이라는 뜻의 ‘짐작‘도 음주 문화의 산물이다. 짐작의 어원은 ‘참작‘參酌이고 술 따를 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걸 의미했다. 참작이 얼마만큼 따라야 할지 술잔을 보며 참고하는 것이라면, 짐작은 술 따를 시기를 마음으로 헤아리는 걸 뜻한다. ‘침량‘斟量이라고도 하지만 후에 침작과 침량은 쓰이지 않고 ‘짐작‘으로 바뀌었다. 현재 짐작은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림‘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 P23

‘녹초가 되다‘라는 말은 ‘아주 맥이 풀리어 늘어지다‘라는 뜻이다. 본래 ‘녹초‘는 ‘녹은 초‘라는 뜻이지만, 지쳐서 축 처진 사람 모습이 마치 녹아내린 초를 연상시키므로 몹시 지친 상태를 뜻하는 말로도 썼다. 다시 말해 녹초는 녹아 흘러내린 초처럼 물건이 낡고 헐어서 보잘것없이 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었다. 지금은 주로 사람이 맥이 풀어져 힘을 못 쓰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쓴다. - P83

그렇다면 지쳤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피곤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 ‘지치다‘는 원래 ‘배탈이 나서 묽은 똥을 싸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요컨대 설사하는 걸 이른 말인데, 설사를 하면 대부분 몸에 기운이 빠지고 피곤을 느끼게 된다. ‘지치다‘는 그런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그리하여 힘든 일을 하거나 병·괴로움 따위에 시달려 기운이 빠졌을 때 ‘지치다/지쳤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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