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은 눈으로 보아 가며 맞고 안 맞고를 조절하는 걸 일컫는 말이다. 가늠의 어원은 ‘간험‘看驗이고, 눈으로 보고 실험하여 알맞게 하는 걸 의미했다. 예컨대 화살을 쏠 때 과녁과의 거리를 재는 게 가늠이다. 총기의 가늠쇠, 가늠구멍, 가늠자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연유하여 ‘가늠‘은 목표에 맞고 안 맞음을 헤아리는 표준, 어떤 표준이 될 만한 짐작을 뜻한다. - P22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술자리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작對酌을 즐겼다. ‘참작‘은 이러한 대작 문화 산물이다. ‘참작‘은 본래 술잔의 양을 헤아리는 것을 의미했다. 하여 ‘참량‘參量이라고도 했다. 전통적으로 상대방에게 술을 따를 때는 일정한 양이 있었으니,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적당히 따라야 했다. 그러자면 술을 얼마만큼 잔醆에 따랐는지 헤아려야參 했다. ‘참작‘이란 여기에서 유래한 말로, 오늘날 ‘참고하여 알맞게 헤아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헤아림‘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수 있다. - P23

‘어림쳐서 헤아림‘ ‘겉가량으로 생각함‘이라는 뜻의 ‘짐작‘도 음주 문화의 산물이다. 짐작의 어원은 ‘참작‘參酌이고 술 따를 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걸 의미했다. 참작이 얼마만큼 따라야 할지 술잔을 보며 참고하는 것이라면, 짐작은 술 따를 시기를 마음으로 헤아리는 걸 뜻한다. ‘침량‘斟量이라고도 하지만 후에 침작과 침량은 쓰이지 않고 ‘짐작‘으로 바뀌었다. 현재 짐작은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어림잡아 헤아림‘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 P23

‘녹초가 되다‘라는 말은 ‘아주 맥이 풀리어 늘어지다‘라는 뜻이다. 본래 ‘녹초‘는 ‘녹은 초‘라는 뜻이지만, 지쳐서 축 처진 사람 모습이 마치 녹아내린 초를 연상시키므로 몹시 지친 상태를 뜻하는 말로도 썼다. 다시 말해 녹초는 녹아 흘러내린 초처럼 물건이 낡고 헐어서 보잘것없이 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었다. 지금은 주로 사람이 맥이 풀어져 힘을 못 쓰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나타낼 때 쓴다. - P83

그렇다면 지쳤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피곤한 상태를 나타내는 말 ‘지치다‘는 원래 ‘배탈이 나서 묽은 똥을 싸다‘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었다. 요컨대 설사하는 걸 이른 말인데, 설사를 하면 대부분 몸에 기운이 빠지고 피곤을 느끼게 된다. ‘지치다‘는 그런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그리하여 힘든 일을 하거나 병·괴로움 따위에 시달려 기운이 빠졌을 때 ‘지치다/지쳤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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