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유명한 팟빵에서는 팟캐스트와는 별도로 '오디오 매거진'이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팟캐스트가 1주일에 몇 번 혹은 비정기적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전달한다면, 오디오 매거진은 한 달에 한 번 8편 이상의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발행한다. 말 그대로 오디오 잡지다. 매달 일정한 정기구독료를 내고 들을 수 있다. 아직 서비스 초창기라 그런지 오디오 매거진은 <월말 김어준>과 <조용한 생활>이 두 개밖에 없다. 두 매거진 모두 월간으로 나오는데 이 서비스가 정착이 되면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나는 두 매거진 모두 무료 체험과 무료공개분으로 이용해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월말 김어준 part 1』은 팟빵 오디오 매거진 <월말 김어준>에서 방송했던 에피소드를 철학, 과학, 미술, 음악, 고전 다섯 개 장으로 구성해서 엮은 단행본이다. 칸트, 헤겔, 니체, 다빈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보이고, 뇌과학, 고딩 때 배운 고전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방송을 활자화한 거라서 김어준이 질문하고 해당 분야의 권위자 (보통 교수)가 이걸 설명하는 형식이다. 일단 재밌다. 깊게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지인한테 아는 척하고 싶어서 이 매거진을 만들었다는 김어준. 김어준 개인에 대한 호오의 감정을 떠나 일단 재밌다.


인문·과학 교양 지식을 얕지만 넓게 이해하고 싶다면, 괜찮은 책이라 생각한다. 방송은 더 재밌다. 방송에는 책에 나오지 않은 분야도 다루는데 그건 다음 단행본에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죠. 그게 변증법이에요. 이 작은 물병 하나 속에도 제주도 바닷가에 흐르는 아름다움과 그 속에 땀 흘리는 노동자의 슬픔과 이런 것들이 함께 있다는 것을 깊이 있게 계속해서 볼 수 있는 힘, 그게 변증법이에요. - P57

그렇죠. 범주화가 잘되면 뇌가 정보를 집어넣을 서랍들이 딱 정리되어 있는 겁니다. 분류가 자동으로 되죠. 그래서 공부는 스스로 분류압을 느낄 때까지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방이 많아 어지러워지면 힘들잖아요. 그러면 청소를 하게 되죠. 그 모든 것이 지향하는 것은 ‘느낌‘이라는 세계입니다. - P118

대량 학살은 왜 일어나는가. 저는 그 사회를 담고 있는 느낌의 축이 바뀌어 버린 것으로 봅니다. 그 사회가 공유하는 느낌은 공기 같은 거예요. 누구나 들이마실 수밖에 없죠. 그러면 판단력이 바뀝니다. 문학이나 예술가들이 그 사회를 담고 있는 느낌을 맑고, 다양하게 만들어줘야 돼요. 그게 바로 판단력과 링크되기 때문에 그래요. - P125

그렇죠. 그래서 어떤 부모한테 태어난 것보다 어느 도시에 태어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파리에서 태어나는 것과 아프리카 어느 도시에서 태어나는지가 어느 부모로부터 태어나느냐보다 사람의 운명을 더 많이 바꿉니다. 느낌이 다른 곳에서 태어나면 판단이 달라져요.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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