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전에 살았던 공자는 말했다. '통치자는 재화의 많고 적음보다는 고르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라고. 공자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간디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지구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하기엔 넉넉하지만, 욕망을 채우기엔 모자라다고 했던가? 그런데 하물며 인류의 생산력이 그때보다 상상할 수 없이 엄청나게 성장한 지금에야 더 말해 무엇할까. 전 세계의 식량이 남아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빈부 격차의 문제는 분배의 공정성이다.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기술보다는 분배를 잘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

썩어가는 오물 문제를 조금이라도 분석해보면 인간 배설물 외에 다른 쓰레기도 포함시켜 고려해야 함을 알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배설물에 더해 미국의 모든 가정과 학교, 회사, 병원에서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 등의 음식 찌꺼기, 정원의 가지치기에서 나오는 쓰레기 등을 합하면 매년 8,000만 톤의 유해 폐기물이 발생한다. 모든 OECD 국가에서 발생하는 이런 폐기물의 양은 연간 1억 5,000만 톤에 이르고 나머지 국가들까지 다 합하면 매년 4억 톤에 가까운 양이 된다. - P110

전 세계 폐기물의 엄청난 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식량의 양에 맞먹는다. 곳곳에서 낭비되는 곡류의 양은 인도에서 필요로 하는 연간 곡물 공급량과 비슷하다. 매년 버려지는 과일과 채소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필요로 하는 과일 및 채소의 양과 비슷하다. 테니스화를 주문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창고에서 24시간 안에 발송을 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니 제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식품을 재분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는 말기를 - P111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숫자 자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엄청난 양의 식품이 곯다가 썩어가지만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에는 엄청난 비극이 담겨 있다. 매일 거의 10억 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 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버린다. 우리는 먹을 의도가 전혀 없는 음식에 숲과 깨끗한 물과 연료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매번 그 도박에서 지고 있다. 우리 입맛에 봉사하기 위해 이 지구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셀 수 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을 무의미하게 멸종시켜버렸다. - P112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 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의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 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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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없는 날'을 특별히 정해야 할 정도로 내 식탁에 날마다 고기를 올리지는 않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 내 기억에 누가 정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기 없는 날'이 매주 월요일인 것 같은데 맞나 모르겠다. 초록창에서 잠시 검색을 좀 해보니까 전국 학교 급식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있다고. 아직은 시범 사업 단계지만 언젠가는 모든 학교에서 하는 날이 올 터이다. (아, 방금 알게 됐는데, 고기 없는 월요일은 비틀스의 멤버 폴 메카토니가 2009년에 제안하면서 알려졌다고 한다.) 비건 지향인의 한 사람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다음 구절을 읽으며 내 식탁에서도 육류의 비중을 조금씩 더 줄여가야지. (일단 하나 남은 스팸은 먹고... 고기 그리 자주 먹는 사람은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이 정도는. ^^::)

만일 (북미와 유럽,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 일본을 포함하는) OECD 36개국이 함께 육류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세계의 식량용 곡물 생산량은 40퍼센트 가까이 늘어날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도 생각해보자. OECD 국가들이 매주 하루씩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지킨다면, 올 한 해 배곯는 사람들을 모두 먹일 수 있는 1억 2,000만 톤의 식량용 곡물이 여분으로 생기게 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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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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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가.‘와 ‘무엇이 인간인가‘에 관해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작품. 작가의 말에서, 김영하 작가는 ‘거자필반, 회자정리‘라는 불교적 사유에 크게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SF소설 잘 안 읽는데 이 책은 흡입력이 대단해서 단숨에 읽었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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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책은 아니고 영화. 조금 전에 은유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알게 됐다. 은유 작가가 시대의 어른으로 생각하는 두 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은유 작가의 추천 글만으로도 내게 이 영화들을 볼 이유는 충분한데, 영화 포스터를 보니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난 sns도 자주 보고, 뉴스도 자주 보는데 이 작품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인터넷 검색을 좀 해보니, 두 편 다 OTT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고 나온다. 이런 건 OTT 시대의 장점이다. OTT 시대가 아니었다면, 난 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갔거나 뉴스에서 접하고 영화가 나왔단 걸 알았어도 보기란 쉽지 않았을 테다. 대개 이런 작품들이란 대형 영화관에선 잘 걸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까. 전국에 얼마 안 되는 독립 영화관이 사는 곳 근처에 있지도 않고.


아직 보지 않았으니 후기를 쓸 순 없지만 서재에 일단 기록을 해두었다가 나중에 봐야겠다.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어서 언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만일 본다면 페이퍼를 따로 만들어서 감상을 남길 생각이다. 근데 책이 아니라 영화라서 브런치나 투비에 올릴까 싶기도 하고 어쨌든 글을 쓰긴 할 예정.


아래에 포스터를 실은 다큐 두 편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한 사람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나오지만, 인별그램에 있는 은유 작가의 글이 좋으니, 인별을 하는 사람이라면 아래 링크에 있는 글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https://www.instagram.com/p/Cn9gtTYLrnc/?igshid=MDJmNzVkMjY%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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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1-29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은유 작가 좋아해서 들어가보니 인스타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자식이나 일자리 잃고 나서야 전국 안가본곳 없이 다니고 책도 읽고 연극도 하고 투쟁하는 사람들‘ 대목이 눈에 들어오네요. 공유 감사해요^^*

꾸준하게 2023-01-29 12:48   좋아요 1 | URL
미미님도 은유 작가님 좋아하시는군요. 😆😆 글 읽어주셔서 저도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

라로 2023-01-29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OTT사이트가 뭔가요?? 저도 보고 싶어요. 꾸준하게 님도 사람에게 관심이 많으신 분이에요!! 찡긋

꾸준하게 2023-01-29 12:49   좋아요 0 | URL
OTT 사이트는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같은 사이트를 말한답니다. 😆😆 남은 주말 즐거우시길 바랄게요. 😄😄

모나리자 2023-01-30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은유 작가 다운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꾸준하게 님.^^

꾸준하게 2023-01-30 21:22   좋아요 1 | URL
은유 작가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저도 정말 좋아하는 작가님이에요. ♥️
 
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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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얽힌 고사가 있다. 간략하게만 말해보겠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조나라에 평원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진나라가 조나라의 수도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에서는 평원군을 초나라에 보내 초나라에 동맹을 청하기로 했다. 평원군은 문무를 겸비한 식객 20명과 함께 가기로 하고 우선 19명을 뽑았지만, 나머지 한 명을 뽑기가 어려웠다.


수천 명에 달하는 식객 중에서 모수라는 사람이 자신이 함께 가고 싶다고 청했다. 그런 모수를 보고 평원군은, '재능이 있는 사람은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주머니 바깥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라고 말하며 모수가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모수는, 주머니 속에 넣지 않았으니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평원군에게 되물었다. 


여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 '낭중지추'는 빼어난 인물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밖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내가 이 고사를 외우고 있는 건 아니고(대략적인 뜻과 유래는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에 인터넷에서 다시 찾아봤다.]


그런데 원래 뜻이야 그렇더라도 꼭 비상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격을 갖춘 인물들을 이야기할 때도 이 말을 써도 되지 않을까. 훌륭한 언행을 하고도 스스로 내세우길 꺼렸으나 마침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 분들. 채현국·김장하 선생 같은 사람들이 낭중지추 아닐까.


말년에는 언론 인터뷰도 하고, 팟캐스트에도 나가고,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긴 했지만, 채현국 선생도 8년 전 한겨레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철저히 언론을 피해 대중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김장하 선생의 행적도 범상치않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 IMF 전까진 한약방이 엄청 잘 돼서 돈을 많이 벌었다지만, 어떻게 이처럼 평생 남에게 베풀고만 살 수 있을까. 보통 베풀고 사는 자수성가한 사람들 이야기는 젊을 땐 열심히 재산을 모았다가 늙어서 사회에 환원하는 패턴이었던 것 같은데, 그걸 스물너댓 살부터 시작했다니 놀랍다. 그것도 철저히 자신을 되도록 적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그가 만일 일제강점기에 살았더라면 이회영 선생처럼 사재를 털어 독립운동에 투신하지 않았을까. 김장하 선생이 장학사업 뿐만 아니라 노동운동, 여성운동, 형평운동기념사업 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했음을 보면 응당 그리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선생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마음을 함께했던 그의 아내 최송두 여사까지. 그렇다고 형제자매를 잘 돌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언론보도를 통해서 가끔 인간 같지 않은 이들을 만나지만 그럼에도 내가 세상을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그 반대편에 김장하 선생 같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악한 사람들이 선한 사람들보다 많아 보이는 이유는, 선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을 드러내길 꺼리고 악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못해 안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자극적인 뉴스가 더 잘 팔리는 까닭도 있다.


어쩌면 우리 세상에는 더 많은 김장하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그들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길 싫어해서 우리가 모를 뿐. 사실 일상적인 뉴스에도 김장하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천사,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가끔 나온다. 비명소리를 듣고 뛰쳐나와 흉기 난동자를 제압한 사람 이야기, 불이 난 전기차에서 사람을 구조한 성인 남자 네 명의 이야기. 그런 작은 천사·영웅들의 뉴스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유튜브 재생목록에 조금씩 모으고 있다. 가끔씩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내 안에 살고 있는 작은 천사가 작은 악마보다 점점 더 힘이 세지겠지.


'작은 김장하'가 되고 싶다. 굳이 '작은'이라는 말을 붙인 건 김장하 선생처럼 사는 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처럼 젊을 때부터 돈을 많이 벌어도 그렇게 평생 베풀고 살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작은 김장하는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이 땅에 작은 김장하가 많았으면 좋겠다. 김장하 선생 같은 분들만 몇 사람 있는 것보다 우리가 모두 조금씩 작은 김장하가 된다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알려준 김주완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이 수많은 작은 김장하를 키워낼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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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1-24 0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짧지만 멋진 리뷰에요!! 저도 작은 꼬맹이 김장하라도좋으니 그분의 올곧은 성품 한자락이라도 닮고 싶네요.

꾸준하게 2023-01-24 09:31   좋아요 1 | URL
사실 아직 다 읽진 못했어요. ㅎㅎ 리뷰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지만 이런 책은 독서 기록을 꼭 남기고 싶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