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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 전, 이란의 한 어린 소년이 가게에서 빵을 훔쳤다는 혐의로 즉결처분을 받는 모습을 연속촬영으로 찍은 인터넷 뉴스를 보았다. 트럭 옆에 납작 엎드린 소년은 겁에 질려 울고 있었고, 수염이 덥수룩한 한 남자가 소년의 팔을 트럭 앞바퀴 밑에 끌어다놓고는 그 위로 트럭을 지나가게 했다. 그보다 더 며칠 전, 전세계의 네덜란드 대사관에서는 네덜란드 국적을 취득하려는 외국인들을 위한 특이한 시험이 치러졌다. 그 시험들 중에 단연 '돋보인 것'은 농도 짙은 2시간짜리 포르노 영화를 반드시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랍인들의 국적 취득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경계'라는 얘기가 나돌았는데, 실제로 많은 수의 아랍인들이 네덜란드 국적 취득을 포기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이보다 조금 더 전, 덴마크의 한 언론사가 폭탄으로 만들어진 모자를 쓴 마호메트의 만화를 게재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런저런, 우리가 접하는 뉴스들은 아랍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서방의 시선으로 재단된 이슬람 문화권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과 근본주의적 성향에 매몰된 것으로 비쳐진다. 이것 전부가 실상의 왜곡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정부분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정보라고 할 수 있다. <페르세폴리스>를 읽는 일은 아마도 이런 부정적인 정보를 수정해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 같다. 만화라서 그렇기도 하고, 주인공이 소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갖지 못하는 한, 우리에게 아랍은 없다.
* 참고로, 이런 만화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은 'B급좌파' 김규항의 블로그http://gyuhang.net를 통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