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조화 - 기린총서 30
오쇼 라즈니쉬 지음 / 기린원 / 198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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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혜는 전적으로 건조한 영혼이 되는 데에 있다. 이해하도록 하라. 건조하다는 것은 무감각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든가 무관심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깨어 있고 주의하면서 깊은 관심을 보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관심은 결코 걱정이나 불안이 되지 않는 관심이다. 건조한 영혼을 가진 자는 아내나 친구, 딸, 아들, 남편, 또는 부모님이나 그 밖의 모든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만큼 모든 힘을 다 기울여 돌보아 준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모두 다 받아들인다. 절망한다든가 좌절하는 일이 없다. 가능한 것은 모두 다 한다. 그때 어떻게 좌절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는 이러저러해야 했을 걸하고 후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되는 것이다.(p.225)

 

▒ 건조해진다는 것은 단순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적인 뉘앙스를 지닐 때 건조나 단순이라는 어휘는 촉촉함과 풍부함을 포함한다. 건조하면서 촉촉하고, 단순하면서 동시에 풍부한 것 - 여기에 영혼의 비밀이 있다. ▒ 사막에선 쉬 길을 잃는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까지 있었던 길은 없어지고, 새로 난 길은 당연히 낯설다. 아무리 비싼 지도(地圖)를 갖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 가부좌를 틀고 앉은 곳은 사막이다. 어제까지 존재했던 길은 내일의 길이 되지 않는다. 선좌(禪坐)에 드는 자들은 지도를 가지지 않은 채로 사막으로 떠난다. 그 사막의 입구엔 문이 없다. 무공방(無孔房)은 사막을 상징한다. ▒ 선수행자가 아닌 인간의 삶은 풍성한 숲이다. 기름진 들이다. 그곳은 건조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인간은 그 숲과 들에서 땀을 흘리고, 눈물을 삼키며, 풍요를 기도하며, 기도의 응답으로 찾아온 풍요의 일부를 제물로 바치며, 풍요를 선사한 신에게 감사한다. 선수행자도 신에게 감사를 하지만 그 이유가 다르다. 그가 머리를 숙이는 이유는 풍요가 아니라 고통과 갈증 때문이다. 그에게 신이 건네준 것은 풍요가 아니다. 선수행자가 아닌 인간의 삶은 안식 그 자체다. 선수행자는 그 숲과 기름진 들과 안식을 스스로 버렸다. 그리고 그는 사막으로 간 것이다. 거기서 그는 비로소 풍성해지고 기름지게 되는 것이다. 숲만이 풍성하고 들만이 기름진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풍성해지고 기름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건조와 단순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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