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불온한가 - B급 좌파 김규항, 진보의 거처를 묻다
김규항 지음 / 돌베개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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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바보'라고 하는 건 일단 겸손이다. 겸손을 제쳐놓으면 곧 '도발'이 드러난다. 바보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는 자들을 향한 '야유'가 곧이어 쏟아져나온다. 스스로를 'B급'이라 하거나 '좌파'라고 부르거나 나아가 '불온'하다고 말하는 것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하는 것과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다. 그 자칭(自稱)은 겸손하지만 도발적이고, '온건한 자'들을 향해 야유와 독설을 퍼붓기 위한 견고한 포석이다. 그러나 그 야유와 독설은 어떤 정연한 주장과 진언보다 정직하다. 그래서 김규항은 우리 시대에는 보기 드문 'A급 좌파'이며, '극히 온건하다': 그리 많은 글을 쓰지 않거나, 여러 매체에 비교적 짤막한 글들을 쓰게되는 사람의 글들을 모아 만드는 책에서 일관성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물론 일관성이란 게 그리 중요한 덕목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김규항은 글의 명쾌함만큼이나 일관성을 갖추고 있고, 더구나 풍부한 재미를 선사한다. 진정한 B급의 문체를 가진 김어준의 재미와는 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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