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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없다
U.G.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홍성규 옮김 / 마당기획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 가운데서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많을까?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일 듯싶다. 하지만 한번쯤은 대답하려고 노력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일단 빈 종이 한 장이 필요하다. 종이의 한켠에 자신이 갖고 있는 것 중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한다. 종이 한 장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다 적고나면 그 목록들의 반대편에다 자신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적어나간다. 사랑, 미움, 질투, 거룩함, 비겁, 히스테리, 열망, 고통... 이렇게 적어나가다 보면 갑자기, 눈에 보이는 것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중 어느 한쪽이 더 많(혹은 적)다는 걸 찾아내서 뭐하자는 얘기인가, 라는 물음이 물어질지 모른다. 이 질문은 일종의 덫이다. 내 갈 길을 방해하는. 적어도, 하나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꽤 진지한 나의 행위를 막아버린다는 점에서. [깨달음은 없다]를 읽는 일은 다른 어떤 책을 읽는 일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이것이, 혹, 덫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빠져나올 수만 있다면 덫에 채이는 것이 훌륭한 경험이라는 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