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를 쏘다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실천문학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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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어느날 오후, 야간철책근무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깬 나는 고향의 친구가 보내온 소포를 받았다. [문학사상] 1984년 1월호. 거기에는 김병익이 번역한 조지 오웰의 장편 [1984]가 깨알같은 글씨로 박혀 있었다. 조금씩 '쏠듯이' 읽던 그때의 감동과 전율은 그야말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조지 오웰에게서는, [요한시집]의 장용학에서 그러하듯, 짙은 고독감이 느껴진다. 그들에게서는 또한 사색가의 병적 심각함, 혹은 정신병적 기질, 음울, 우울, 비통, 염세주의 - 이런 부정성의 기미가 짙게 스며난다. 그것들은 종종 그들의 심연을 향한 탐구와 비범한 통찰을 덮어버리곤 한다. 가령, [코끼리를 쏘다]에 나오는 한 에세이-'가난한 자들은 어떻게 죽을까'-의 이같은 대목. "아무리 친절하고 효율적이라 하더라도 병원에서 죽는 것은 잔인하고 비참한 것이다. 다시 말해, 너무 사소하여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두름, 복잡함, 그리고 이방인들 사이에 섞여 매일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장소에 비인간성이 만들어내는 지독히 고통스런 기억을 뒤에 남기는 것이 병원에서의 죽음이다."(61쪽) 옮긴이의 꼼꼼한 성의가 더불어 돋보이는, 조지 오웰 소설의 핵(核)같은 에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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