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는 작고 강한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상반기에 열 곳의 출판사를 선정하여 구간, 신간 구매하시는 독자에게 쿠폰과 적립금을 지원해드리고,
분기마다 두 종의 책을 선정하여 스페셜 북펀드로 독자에게 홍보를 하고,
알라딘에서 일정 부수를 구입하여 전국 각지의 작은 도서관에 책을 보내려고 합니다.
관련하여 열 곳의 출판사 가운데 매월 한 곳을 선정하여 '이 출판사를 응원합니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큰 출판사처럼 많은 헤택을 드리진 못하지만 여러분의 응원 댓글, 알라딘의 10문 10답 인터뷰 등을 통해
깊이 있게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래 주소에서 이벤트 내용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이벤트 페이지 주소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3_publish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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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은 애초 100문 100답으로 진행할 생각이었으나,
대개 5명 이하인 출판사의 업무 마비를 우려하여
10문 10답으로 핵심만 간추렸습니다.
10문 10답을 살펴보시고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출판사에서 성심과 성의를 다해 답글을 달아주실 겁니다.
또 압니까. 깜짝 선물을 드릴지.
그럼, 각설하고 10문 10답 내용을 공개합니다.
1. 출판사 이름이 ‘교육공동체 벗’입니다. 특이한 이름인데, 무슨 뜻인가요?
교육공동체 벗의 ‘벗’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경쟁과 수월성이 아닌 교육을 통한 우정의 실현(友)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의지의 표현(but)입니다. 한국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교육 주체들은 누구나 교육 때문에 고통스럽고, 경쟁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교육의 병폐는 더 심화돼 가는데 이 현실을 직시하고, 대화하고, 새롭게 모색하는 노력들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새로운 교육운동을 기획하고 제안하는 주체가 되어 만들어 보고자 한 게 바로 ‘벗’입니다.
2. 출판사 모토가 ‘배움과 나눔의 공동체,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공존공생의 삶’인데요.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신다면.
벗은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자본의 위력 앞에서 무릎 꿇는 경우를 많이 보았고, 특히 지금 한국의 출판 지형에서 매체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유수한 매체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상황에서 저희가 교육 매체를 창간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라는 우려가 컸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매체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구조가 필요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닌 각자 권리와 의무를 나누어 가지는 한 식구로서 만나고자 했기에 협동조합을 모델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벗의 재정은 순수하게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조합비, 그리고 책을 통한 수익금만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절실히 원하는 무엇인가가 있고, 그것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으면, 특정한 자본에 기대거나 시장에 포섭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벗을 통해서 보여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 몇 분이 함께 일하고 계신가요. 어떤 일을 어떻게 나눠서 맡고 계신지 소개해주시고, 덧붙여 교육공동체 벗 출판사만의 자랑할 만한 문화나 분위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벗의 사무국 식구는 모두 6명입니다. 출판사로서 작은 규모는 아닌데, 일의 가짓수가 좀 많은 편입니다. 단행본뿐만 아니라 격월간 매체 《오늘의 교육》도 내고 있고, 벗이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이른바 ‘조직사업’(^^)이라는 것도 해야 합니다. 편집, 회계, 조직사업 등 각자가 주력하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함께 달려들어 해내야 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여름, 겨울 조합원 연수나 총회를 치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각종 포럼이나 읽기 모임을 주최하거나 참여해야 하고, 매 점심을 해 먹고 매달 매체나 회지를 만들어 발송하는 일까지……, 저희끼리는 이른바 ‘전인 노동’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직장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ㅠㅠ)
출판사로서 벗은 좀 특별한 곳이지요. 주력하고 있는 영역을 교육출판이라고 규정짓는다면 그중에서도 ‘출판’보다는 ‘교육’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출판편집자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교육운동의 한 주체로서 정체성도 있는 것이지요. 좋은 교육이 좋은 삶에 대한 고민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처럼, 좋은 책 역시 좋은 삶에 대한 고민과 함께 가는 것 같습니다. 벗은 일터이자 삶터이고, 내 일이 내 삶과 내 정체성을 배반하지 않는 곳입니다.
4. <오늘의 교육>이라는 격월간 잡지를 펴내시는데요. 잡지에 대한 소개와 자랑 부탁드립니다.
처음 매체를 만들 때 지향했던 가치는 ‘집단지성이 만들어 내는 협력적 저널리즘’이었습니다. 조합원들이 소극적 독자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 필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역 읽기 모임들이 활성화되고, 편집진과의 소통도 활발해지면서 담론도 다양해지고 조합 매체로서 《오늘의 교육》의 위치도 좀 더 확고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오늘의 교육》에서 가장 빛이 나는 글들은 단연 조합원들이 쓰는 현장성 있는 르포들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언론들이 이른바 ‘성역 없는 저널리즘’을 많이들 지향하는데 사실 쉽지가 않지요. 하지만 《오늘의 교육》은 조합원들이 주인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성역 없고 신랄한 글쓰기가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런 글들이 모여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학교의 배반》라는 단행본으로 엮이기도 했는데, 학교 현장을 가장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이라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5. 2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잡지 외에도 단행본을 11권이나 펴내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이건 어떤 편집자가 대답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한데요(^^), 그래도 역시 맨 처음 낸 《교육 불가능의 시대》가 아닐까 합니다. 어느 출판사나 마찬가지겠지만, 처음 출판사를 시작할 때 첫 책을 어떤 책으로 내느냐만큼 중요한 일이 없잖아요. 저희도 그랬어요. 벗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책이어야 했고, 그래서 그만큼 많이 숙고하고 시간도 걸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의 교육》에서 펼쳐냈던 ‘교육 불가능’이라는 담론을 중심으로 첫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벗이라는 출판사의 색깔을 명료하게 하는 데는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 교육공동체 벗에서 제시한 ‘교육 불가능의 시대’는 이제 하나의 개념어가 되었습니다. 이 개념에 대해 조금 쉽게(?)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독자들, 특히 교사 독자들은 ‘교육 불가능’이라는 담론을 불편해합니다. 교사들에 대한 일종의 평가의 언어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하지만 처음에 ‘교육 불가능’이라는 담론을 시작한 데는 학교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자는 의미가 컸습니다. ‘학교야 힘내라’, ‘선생님이 희망입니다’ 따위에 숨어 있는 위선과 기만이 근본적 사유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희망은 현실을 정직하게 보는 데서, 그리고 현실의 교육 불가능성을 고통스럽지만 인정하고 새로운 철학과 방법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교육 불가능’은 절망의 언어가 아니라 희망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7. 주로 교육 관련한 책을 펴내시고, 저자 분들이 대개 현직 교사이신데요. 교사 분들과의 네트워크라든지 교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든지 출판 외에 특화된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현재 벗의 조합원은 820여 명인데, 교사의 비중이 80% 정도이고, 학부모나 청소년, 대학생, 일반인들의 비중이 20%가량 됩니다. 아무래도 교육 전문 출판사이고, 조합원들의 다수도 교사이다 보니 교사들의 참여가 많긴 합니다. 벗에서 작년 여름과 겨울, 2회에 걸쳐 진행한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총 20회)이라든지, 작년에 충남 홍성의 교육농(農)연구소와 함께한 <교사 농사학림> 같은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교사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자작업장학교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 시대 교육 포럼>은 2011년부터 진행해 왔는데, ‘교육 불가능’, ‘교육의 생태적 전환’ 등의 담론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현장의 교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져 왔습니다. 그 외에도 부산지역모임에서 민주시민공원과 교사아카데미를 기획한다거나 광주지역모임에서 5.18재단과 5월연수를 공동 진행한다거나, 괴산증평지역모임에서 청소년인문학교실을 꾸린다든가 하는 식으로 읽기모임들이 주축이 되어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8. 출판사를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기뻤던 순간을 하나씩 꼽는다면.
‘신생’ ‘마이너’ 출판사로서 겪는 어려움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할 것 같아요. 협동조합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출자금과 조합비 등을 통해 초기 자본은 어렵지 않게 모았는데, 출판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는 장벽이 높았던 것 같아요. 회계나 제작, 영업에 대한 유경험자가 없어서이기도 했지만 인쇄소나 제지 회사, 서점 등과 거래를 트고 단가를 조율하고 하는 문제는 항상 어려웠던 것 같아요. 기뻤던 순간은, 역시 책이 많이 나갈 때였겠죠. 가장 기뻤던 순간이 있다기보다는, 아직도 매일 아침 주문서를 보며 일희일비를 반복하고 있답니다. ^^
9. 10년 후, 교육공동체 벗 출판사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좋은 책들의 목록이 빼곡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성과나 실적에 대한 압박을 가지고 밀어내기식 출간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10년 후에도 벗의 색깔을 간직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 더 바람이 있다면, 협동조합으로서 다른 출판사들은 하지 못하는 다양한 시도나 실험을 해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저자와 출판사가 갑과 을로 계약을 맺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서로 주인으로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라든지, 이른바 돈이 될 만한 책이 아니더라도 조합원들의 소중한 기록이나 증언들을 서로 공유하고 나누는 방식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쉽지는 않겠지만 주류 출판 문화와 다른 문화를 만들어 보는 것, 협동조합인 벗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또 과제입니다.
10. 알라딘 작은 출판사,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에 대해 한 말씀 전해주시고, 함께 선정된 다른 아홉 군데 출판사에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저희 같은 작은 출판사로서는 반갑고 고마운 프로젝트입니다. 벗을 만들기 전에도 저는 알라딘만을 이용했습니다.(ㅋ) 다른 아홉 군데 출판사들의 면면도 반갑고요. 이미 잘 알고 지내는 곳들도 있는데, 4월의 출판사 난장의 대표님이 하신 말씀처럼, 술 한잔 할 자리가 마련된다면 마감 ‘재끼고’ 기꺼이 달려갈 용의가 있습니다.(^^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