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는 작고 강한 출판사를 응원합니다.
상반기에 열 곳의 출판사를 선정하여 구간, 신간 구매하시는 독자에게 쿠폰과 적립금을 지원해드리고,
분기마다 두 종의 책을 선정하여 스페셜 북펀드로 독자에게 홍보를 하고,
알라딘에서 일정 부수를 구입하여 전국 각지의 작은 도서관에 책을 보내려고 합니다.
관련하여 열 곳의 출판사 가운데 매월 한 곳을 선정하여 '이 출판사를 응원합니다'라는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큰 출판사처럼 많은 헤택을 드리진 못하지만 여러분의 응원 댓글, 알라딘의 10문 10답 인터뷰 등을 통해
깊이 있게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래 주소에서 이벤트 내용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이벤트 페이지 주소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3_publish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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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 10답은 애초 100문 100답으로 진행할 생각이었으나,
대개 5명 이하인 출판사의 업무 마비를 우려하여
10문 10답으로 핵심만 간추렸습니다.
10문 10답을 살펴보시고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출판사에서 성심과 성의를 다해 답글을 달아주실 겁니다.
또 압니까. 깜짝 선물을 드릴지.
그럼, 각설하고 10문 10답 내용을 공개합니다.
1. 출판사 이름이 ‘난장’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난장은 ‘亂場’입니다. 흔히 ‘난장판’의 그 난장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 떠들어대는 판”을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과거 시험장의 웅성거림, 혹은 그런 웅성거림이 공개적으로 아무런 제재 없이 진행되는 마당인 거죠.
저희는 이런 ‘亂場’ 속의 웅성거림이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agora)나 근대 서양의 공론장(public sphere)을 가득 채웠던 그 웅성거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웅성거림은 어떤 자격 있는 자에게만, 그러니까 허락받은 사람에게만 가능한 웅성거림이어서는 안 될 겁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발언할 때 나올 수 있는 그런 웅성거림(웅성거림의 민주주의)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판을 만들어보고자 이름을 ‘亂場’으로 정했습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저희의 블로그[http://blog.naver.com/virilio73/80054724598]를 참조해주세요).
2. 출판사 모토가 ‘동시대의 사유, 사유의 동시대성’인데요. 말이 어렵습니다. 쉽게 풀어주신다면.
언어적 장벽이나 정보 부족이나 저작권 문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잘 안 알려진 ‘동시대인들’의 사유를 발빠르게 소개한다는 취지가 ‘동시대의 사유’라는 표현에 담겨 있고, 비록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 여기’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상가들(사유들)을 소개한다는 취지가 ‘사유의 동시애성’이라는 표현에 담겨 있습니다. 가령 조르조 아감벤이나 곧 나올 로베르토 에스포지토 같은 현대 이탈리아 사상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게 ‘동시대의 사유’라면, 사후 30여 년이 지났으나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를 그 누구보다 더 냉철하게 분석한 미셸 푸코의 작업을 소개하는 게 ‘사유의 동시대성’이죠.
3. 첫 책이 하워드 진의 <권력을 이긴 사람들>입니다. 출판사의 첫 책으로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요.(몇몇 독자들은 첫 책이 제일 쉬웠고 갈수록 책이 어려워졌다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만.)
미국이라는, 한국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가장 균형 잡히고 비판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는 학자가 하워드 진인데, 동료인 노암 촘스키보다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서 늘 아쉬워했던 저자입니다. <권력을 이긴 사람들>이 출간된 2008년은 마침 이명박 정부가 앞선 노무현 정부와는 달리 조지 W. 부시와 ‘끈적끈적한’ 관계를 과시하고, 퇴임을 앞둔 부시 정부의 공과(특히 대외정책)에 대해 얘기가 오가던 시점이었습니다. 책의 모든 내용이 그런 건 아니지만, 진은 부시 정부 8년의 주요 사건들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국내 언론을 통해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죠. 게다가 알려지지 않은 우리 주변의 영웅들, 정부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은 대중의 진정한 힘을 보여준다는 점도 좋았고요. 책의 원제가 “A Power Governments Cannot Suppress”입니다.
4. 지금까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출판사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도서가 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일 텐데요. 이 시리즈에 대해서 자랑을 해주신다면.
푸코와 그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자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니 일단 논외로 하고요, 저희 작업에만 국한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스에서 푸코로 박사학위를 받고 온 국내 연구자들은 의의로 적습니다. 5명도 안 되죠. 그 중 가장 의욕적으로 푸코를 소개해오신 심세광 선생님이 별도의 작업팀을 꾸려 번역 작업 전반을 총괄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꼭 이 시리즈에만 국한된 건 아닌데, 저희는 푸코의 모국어로 쓰여진 프랑스어판 이외에 입수 가능한 한 모든 언어의 판본을 번역시 적극적으로 참조하고 있습니다. 주로 독일어판, 영어판, 이탈리아어판, 일본어판 등입니다. 원본이 같은데 다른 나라의 판본과 대조하는 게 뭐 중요하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상이한 판본을 비교 대조하다 보면 일단 오역이 줄고 오타나 오식, 혹은 관련 서지사항 정보 같은 기타 원고상의 오류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시리즈처럼 저자 사후에 별도의 편집자들이 개입한 시리즈라면 더욱더 이런 비교 대조 작업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한국어판에서는 프랑스판의 오류, 특히 각 강의의 편집자들이 잘못 알려준 서지사항이 모두 바로 잡혀 있습니다. 유일한 문제는 작업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독자들의 독촉 전화를 자주 받아야 한다는…… ㅠ.ㅠ
5. 주로 현대 정치철학자들의 책, 그들의 이론에 관한 책을 내셨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하는 정치철학자가 있다면. 누구인지, 이유는 무엇인지 함께 들려주세요.
프랑코 베라르디 ‘비포’와 로베르토 에스포지토입니다. 둘 다 이탈리아의 사상가들이죠. 19세기에 맑스는 당대의 혁명적 사상이 “독일의 철학, 영국의 경제학, 프랑스의 정치학”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이렇게 비틀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혁명적 사상은 “프랑스의 철학, 미국의 경제학, 이탈리아의 정치학”을 자양분으로 삼는다고 말이죠. 제가 보기에 ‘비포’와 에스포지토는 오늘날의 이 ‘이탈리아 정치학’을 대표하는 (당연히 유일하지는 않지만 가장 통찰력 있는) 사상가들입니다.
일단 ‘비포’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안토니오 네그리의 동지로서 이탈리아의 ‘1977년 운동’에 가담한 활동가입니다. 정부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가서는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등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들과 다양한 인연을 맺기도 하죠. ‘비포’는 이에 대한 기억을 책으로 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비포’는 풍부한 정치 경험과 이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비포’의 표현을 쓰면 ‘기호자본주의’)의 굴레를 벗어날 새로운 정치학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학에 근거한 다른 이탈리아 사상가들과는 달리 미디어 이론의 관점에서 그런 작업을 행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도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람입니다.
에스포지토 역시 국내 독자들에게는 낯선 사상가일 텐데, 제가 알기로 푸코가 미완으로 남겨둔 ‘생명정치’ 개념을 가장 포괄적으로 연구하는 사상가입니다. 특히 에스포지토의 ‘비오스’(Bios) 3부작은 <호모 사케르>로 유명한 조르조 아감벤의 생명정치 해석이나, ‘제국’ 3부작으로 유명한 안토니오 네그리의 생명정치 해석과는 또 다른 해석을 보여주며 논의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간단히 촌평하자면 이렇습니다. 아감벤이 ‘부정적’으로 생명정치 개념을 쓴다면, 네그리는 ‘장미빛’처럼 생명정치를 묘사하는 경향이 있죠. 에스포지토는 이처럼 상이하게 이해되는 생명정치 개념의 불확실성을 균형 있게 탐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에스포지토의 해석이 그 과정에서 독창성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단지 에스포지토가 아감벤과 네그리 사이에서 중용의 길을 걷는 듯한 것처럼 보일 뿐일지라도 그 함의는 만만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거 에스포지토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곧 책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6. 5년 동안 20여 종의 책을 내셨습니다. 많다고도 적자고도 할 수 없는 출간 종수인데요. 올해 나올 난장의 책들을 소개해주신다면.
상반기에는 오는 6월에 방한할 ‘비포’의 책, 그리고 계속 마무리가 지연됐던 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정신의학의 권력>, <비정상인들>,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작업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하반기에는 에스포지토의 ‘비오스’ 3부작 중 적어도 첫째 권이 출간될 수 있을 듯하고요, 그 외에도 조르주 바타이유의 <주권>(‘저주의 몫’ 3부)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또한 저희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사상가 평전 시리즈(‘이 사람을 보라’) 중 프랑수아 도스의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뱅상 카우프만의 <기 드보르> 등도 준비 중입니다.
7. 출판사를 이끌어 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많죠. 저희 같은 소규모 출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당연하고 …… 음, 독자들이 책 값 비싸다고 항의할 때? 힘들다기보다는 좀 섭섭하죠. 사실 저희가 번역해 출판한 책들 중 원서보다 비싼 책은 없거든요. 번역서이니 당연히 저자 인세에다가 번역자 인세가 덧붙여지지 않습니까? 이와 연관된 건데, 나름 야심차게 준비한 국내물 기획들이 빛을 못 볼 때?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이나 ‘비평과 에세이’ 시리즈(<장치란 무엇인가?/장치학을 위한 서론>) 등이 그렇죠. 해외 저자들보다 국내 저자들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준비한 기획들이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더 아쉬운 건 어느 정도 독자들의 반응이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갈 후속작업들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잠정적으로 중단됐죠. 곧 심기일전해서 재시도할 작정입니다.
8. 대표님께서는 비평고원 활동을 비롯해 여러 학술서의 번역도 해오셨는데요. 편집자, 출판사 대표, 연구자, 번역자 등 여러 일을 함께하면서 갈등이나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반대로 즐거움이 있다면 함께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욕심이 비해 능력이 없었다는 것? 즐거움은 다양한 분야,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들과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친구가 됐다는 것? 사실 저희 모토(“동시대의 사유, 사유의 동시대성”)에 충실하려며 어떤 방식으로든 꾸준히 공부하고 글을 써야 현실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인데 …… 무지 후회하고 있습니다. ㅠ.ㅠ 당분간 출판사 대표, 편집자 일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9. 10년 후, 난장 출판사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10년 후에는 이런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비전을 밝힐 수 있는 출판사가 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
10. 알라딘 작은 출판사,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에 대해 한 말씀 전해주시고, 함께 선정된 다른 아홉 군데 출판사에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참신한 시도 같습니다. 앞으로 더 확대되고 오래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희가 이번에 선정된 게 좀 뻘쭘해서 다른 출판사들도 더 많이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다른 아홉 군데 출판사분들, 언제 술이나 한 잔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