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팅클! 2 - 단짝 틴틴이와 팅클이의 정다운 하루 틴틴팅클! 2
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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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이라도 문제없다!"
처음 접해본 틴틴과 팅클이의 이야기가 하필이면 2권이라 살짝 걱정했는데, 전혀 문제없었다. 고양이 캐릭터를 의인화하여 그린 만화는 사랑스러웠고 추억 돋는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나의 어릴 적에는 전반적으로 만화라고 하면 아이들이 보는 거라는 선입견과 '만화'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개념들이 많이 희석되어 매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만화들을 만나볼 수 있어 좋고, 다루고 있는 주제들도 다양해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번에 읽게 된 틴틴팅클과 같은 만화책은 어른 아이 구분 없이 즐길 수 있고,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만화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면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리운 앨범 같은 존재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캐릭터를 통해 일상 속 가족, 친구, 놀이, 가정, 학교생활, 감정 등 풍부한 주제를 바탕으로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많은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어떤 이야기들은 잊고 살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톡 건드려주어 '아차'싶은 이야기들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또 어떤 이야기들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겠다 싶은 이야기들도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복잡하지 않은 스토리, 시선이 가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편한 형태였고, 다루고 있는 주제도 교육적인 면이 포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쓴 저자분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첫 페이지부터 읽는 순서와 관계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는 순서와, 각 캐릭터별 소개, 그리고 친구관계까지 각 캐릭터 이미지와 간단한 설명으로 안내하고 있어 2권을 처음 읽는 사람도 어려움 없이 파악이 가능했다.

 

다루고 있는 주제는 목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모티콘과 간단한 주제를 기재해두어 한눈에 파악이 가능했다.

 

대화글은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표현되어 있어 한 주제씩 휴식시간에 읽어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 다루는 내용은 특별하진 않지만 알고 있어야 하는 이야기 혹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추억 돋는 놀이문화, 우정 이야기, 가족 이야기, 먹거리, 명절 등등 어른들도 이 만화를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추억 돋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우유 당번, 병아리, 생활 계획표, 새 우산, 수저통, 전학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단짝 친구인 틴틴이와 팅클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다양한 가족형태를 보여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4인 가족의 팅클이네, 이혼가정으로 엄마와 살고 있는 틴틴이네, 사이좋은 자매 가족인 베리와 미니네, 할머니와 살고 있는 콩물이네를 통해 다양한 가족 구성원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우리 사회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문제점, 이슈 등을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한다.

 


<병아리>
초등학교 앞에서 한 번쯤 만나볼 수 있는 병아리 파는 아저씨의 일화를 담고 있다. 삐약삐약 하는 소리에 노란색의 작고 어여쁜 병아리를 보려고 모여들었던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모습들이 떠오른다. 거기서 산 병아리들은 안타깝게도 하늘나라로 금방 가는 일이 많았다.

 

<새 우산>
부모님의 맞벌이로 둘도 없는 의좋은 자매 '베리와 미니'의 스토리 중 하나인데, 새 우산에 한껏 신이 난 미니가 하교 때 우산을 잃어버리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다. 잃어버린 우산으로 인해 동동거리다가 미니보다 늦게 끝나는 언니 베리를 기다렸다가 함께 하교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찡~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때 비 오는 날의 에피소드들은 하나씩 있을 것이다. 우산을 가지고 학교를 찾아오던 엄마의 모습이라던가, 우산이 없어 발 동동 구르며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던 처량했던 모습 같은 추억 속에 묻어두었던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언니>
형제자매가 있는 집에서 꼭 한 번쯤 겪게 되는 일화를 담고 있다. '왜 언니만!' '왜 동생만!' 이런 이야기 크면서 한 번씩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늘 뭐든 잘하는 언니가 부럽기도 하면서 서럽기도 한 동생. 언니처럼만 하라는 부모님의 꾸중은 차별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언니이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늘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밥>
돈 벌러 간 엄마를 대신해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콩물이. 새벽같이 시끄럽게 하는 할머니한테 짜증이 나 일어나 보니 물 말아 대충 아침을 먹고 있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 콩물이는 함께 아침을 먹자고 나서고, 어느새 초라했던 할머니의 아침밥과는 다르게 진수성찬으로 가득 찬 밥상이 완성된다. 자신은 물 말아 대충 먹으면서 좋은 건 손자에게 권하는 할머니에게 '같이'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며 말하는 콩물이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에피소드다. 내리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짜증 내던 그때 그 시절의 나의 모습도 떠오르고 사랑으로 늘 보듬어 주시던 부모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스토리였다.

 

<이름궁합>
청소년 시기에 한때 유행처럼 번져서 해봤던 '이름궁합'. 좋아하는 사람이나, 친구, 연예인의 이름을 내 이름과 번갈아 쓰고 이름에 들어가는 획수를 통해 나온 확률을 보고 궁합을 알아보는 일종의 놀이다. 지금은 별거 아닌 일이지만, 그때는 이런 작은 일에도 울고 웃으며 보냈던 이제는 옛 추억이 되어버린 놀이 중 하나다.

 

 


이외에도 그 당시 맛있게 먹었던 간식이라던가 다양한 놀이들도 다루고 있는데 보석 모양을 하고 있어 보석 반지라 불리던 보석 모양 반지에 대한 에피소드, 친구들과 한데 어울려 놀았던 얼음 땡 놀이, 전학에 대한 일화를 담고 있는 '전학 온 이야기' , 명절에 벌어지는 명절 관련 일화 등 소소하지만 소중한 추억 돋는 감성스토리들이 가득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그 시절, 한 번쯤 겪어봤던 고민과 갈등들을 새삼 어른이 된 뒤에 다시 돌아보니 그립기도 하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세상 전부인 듯 늘 함께 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한 명씩 떠오르기도 했다.

 

틴틴팅클은 어쩌면 서로 다른 성격과 다른 취향으로 때론 갈등을 겪기도 하고 화해하면서 성장해갔던 우리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몽글몽글하고 잔잔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그때 그 시절의 감성에 촉촉이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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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2월 29일
송경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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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번, 진실의 모자이크 조각을 받았다."

 

기묘한 제목을 품고 있는 고즈넉이엔티의 이번 소설은 우리의 일상과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여러분은 2월 29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많은 날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무심코 흘리는 일상인가? 아니면, 그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하루인가?

 

사람마다 특별하게 여기는 날이 모두 하루쯤은 있겠지만, 유난히 2월 29일을 특별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날은 특별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2월 29일은 윤년으로, 4년에 딱 1번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섯 번째 2월 29일'이라는 제목이 유난히 더 기묘하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여섯 번째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면, 매년 돌아오는 동일한 날로만 생각하면 6년, 윤년으로 따지면 24년의 시간을 의미한다. 여섯 번째가 가지는 의미가 이렇게나 크게 차이가 나는 게 윤년이 의미하는 바고, 이 시간은 수많은 것들을 바꿔놓을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이다.

 

어딘가 사막의 신기루 같이 기묘하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2월 29일. 그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의 시간 속에서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일까?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 형태를 빌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흔한 일상의 소재가 더해지면서 더 끔찍하고 소름 끼치게 다가온 그날들. 지금부터 하나하나 단서를 짚어나가면서 살펴보자.

 

목차에서부터 주어지는 단서들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을 의미하는 숫자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4/8/12/16/20/24 즉 24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단서는 '수현의 시간'과 '현채의 시간'에서 얻을 수 있는데 이 이야기들에서는 미묘한 아이러니를 발견할 수 있다. 누군가를 죽였고, 또 다른 누군가를 살리는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추후 급격하게 변화하는 심리적 변화와 그 이후 벌어지는 일들은 가히 짐작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다. 세 번째 단서는 자동차 이미지와 주차를 의미하는 P 표시를 꼽을 수 있다.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자동차이며, 자동차 안의 공간과 각기 다른 자동차가 주는 의미와 변화는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목차에서 주는 세 가지 단서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수현은 세상을 사는 것에 별다른 목적이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특별한 직업도 없고,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병원비를 대기에 급급한 갓 전역한 젊은 청년일 뿐이다. 전역 후 우연히 불법 콜택시를 타게 되면서 양무배를 알게 되고 그를 통해 무허가 택시를 운전하는 일을 하게 된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현채는 수현이 즐겨 하는 온라인 포커 사이트에서 우연히 생일이 같다는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면서 급만남을 통해 알게 된 사람 중 하나다. 남자같이 짧은 머리에 어딘가 알 수 없는 그녀. 별다른 의미 없이 수원에서 이루어진 그 만남은 이후 수현에게 있어 남다른 2월 29일의 첫 시작이 된다.

 

그들의 첫 만남에서 우연히 한 경찰관의 권총을 소유하게 된 현채의 경위를 듣고 돈이 절실했던 수현은 그녀와 청주은행의 현금수송 차량에서 현금을 탈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은행원 한 명이 총에 맞아 죽게 되고 매 2월 29일에 다시 보자는 현채의 말을 뒤로하고 그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한편 무배를 통해 시작하게 된 콜때기(=불법 콜택시를 이르는 말)는 그에게 작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주는데, 수현의 차를 좋아했던 그녀, 콜때기 인연으로 꾸준히 수현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무배, 그리고 현금 탈취 사건 이후 새로운 사업의 직원으로 만나게 된 영호까지 그의 삶은 점차 안정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시간이 지나도 공허하고 건조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4년마다 찾아오는 윤년과 현채와의 만남은 어느새 서서히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환경이 변하고 가정을 이루고 나서도 삶에 대한 가치를 가지지 못했던 수현. 한편 어딘가 모르게 의미심장한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현채는 마치 죽은 사람인 듯 홀연히 사라졌다가 4년마다 돌아오는 2월 29일에는 어김없이 그와 만나기로 한 롯데리아에 나타나는데, 그 만남이 지속될수록 기묘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큰 감정의 변화를 갖지 못하던 수현도 4년, 8년, 12년, 16년.. 점점 시간이 갈수록 폭발하듯 사건을 따라 심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킨다. 관망하듯 덤덤하고 건조하게 서술되던 수현의 감정과 변화는 후반부에 다다라 폭발하듯 터져 나오지만 그의 외침은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다.

 

 

뉴스에서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일상 범죄에 대해 혹시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가해자는 떳떳하고, 피해자는 오히려 꼭꼭 숨어지내며 남들로부터 멸시와 눈초리를 받으며 마지못해 살아가는 그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일상 속에 흔하게 녹아들어 있는 일상 범죄와 그것의 단죄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극명한 대조로 이루어지는 정황과 담담하게 담아내는 서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여러 일상 범죄의 항목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복수하기 위해 삶을 이어가는 자와 삶의 의미를 잃어 초연한 자, 여성과 남성, 나이를 먹어가는 자와 나이를 알 수 없는 자 이외에도 수없이 대비되는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일상 범죄들 역시도 소설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불법 택시, P2P를 통한 불법 파일 공유, 불법 촬영, 신분 도용, 스토킹 등이 그것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행해지고 있는 일상 범죄는 점차 그 방법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 총을 쏜 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잊고 지내지만, 총을 맞은 자는 괴로워하며 평생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불특정 다수의 이런 행태는 평범하게 살아가던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사건이 되기도 하는데 정작 제대로 된 수사나 처벌은 행해지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러한 무심히 넘겼던 사소한 일상 속 작은 범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형태로 다가올 수 있는지 경고한다. 온라인상에서 쉽게 벌어지는 디지털 범죄의 양산과 이를 행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행태에 대해 관조하듯 담담하게 서술하지만 종내엔 극단적인 결말로 치닫고 마는 이야기를 통해 한 번쯤 일상 범죄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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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 끝나고 두 달 후에 수현의 차는 다시 멈췄다. 엔진을 뜯어 피스톤을 바꾸고 유사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다시 고장 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1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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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망가진 것은 되돌릴 수 없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이미 망가져 너덜너덜 해진 형태로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이 몸이든 마음이든. 당신은 범죄를 저지른 자로써 망가진 자인가 아니면 불특정 다수의 이름 모를 검은 손에 의해 망가진 피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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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말 안 하면 몇 살인지 모르겠다"
수현이 현채를 보고 말했다.

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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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살아있는 사람이 맞는 걸까?'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위 대화 외에도 수현이 현채를 찾아다니는 에피소드 중에 언급된 몇몇 단서들은 그러한 의문점에 더 무게를 실어주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이후에 문득 소름이 돋았다.

 

 


'나는 아닐 거야' '내 일은 아닐 거야'라고 무심코 넘기고 있는 당신에게도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벌어지는 일상 범죄는 온오프라인 속 우리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지하철에서, 집주변에서, 직장에서, 무심코 지나친 길거리에서 언제,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보이스피싱, N번방사건, 신림동 강간미수사건, 강남역 살인사건, 지하철 불법 촬영, 스토킹 등 이 모든 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어쩌면 사소하게 넘겼던 작은 일이 잠재되어 있다가 한순간에 불길이 타올라 수면 위로 드러난 일일지도 모른다. 마치 수현이 저지른 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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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 뿌쉬낀 명작 단편선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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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작품을 주로 읽어오다가 오랜만에 고전문학을 읽게 되었는데, 러시아 작가이자 시인이었던 뿌쉬낀의 소설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현대시와 소설, 에세이 등을 접하다 고전문학을 읽어보니 고전문학만이 주는 묵직함과 그 시대의 맛이 느껴진다. 사실 뿌쉬낀(푸시킨)은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는데,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생각보다 유명한 작가이자 시인이며, 익히 알고 있는 시의 저자인 것을 알게 되어 반갑고 신기한 마음이 들었다.

 

나처럼 뿌쉬낀이 누구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 시를 읊어준다면 바로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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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뿌쉬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오고야 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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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의 소설을 많이 봐서인지, 처음에 러시아 작가라는 말에 낯설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푸시킨 외에도 생각보다 유명한 러시아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새삼 놀라웠다. 익히 우리도 많이 알고 있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등을 꼽을 있는데 이미 이들의 작품들은 연극, 영화, 뮤지컬, 문학작품 등에서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국민 시인이자 소설가로 꼽히는 뿌쉬낀. 이 책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뿌쉬낀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들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특히 단편집 후미에 실려있는 <뿌쉬낀의 삶과 문학 세계>, <개별 작품 해설>, <뿌쉬낀 연보>에서 뿌쉬낀의 삶과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구체적 설명, 그리고 앞선 6개의 단편집들에 대한 해설이 실려있어 여러모로 뿌쉬낀이라는 작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을 읽는 것인지 뿌쉬낀의 전기를 읽는 것인지 애매모호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는 아마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이야기 속 또 다른 이야기를 삽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뿌쉬낀이 녹아들어가 있어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책의 처음은 모호함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어갔고 책의 마지막은 그의 일대기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객관적으로 서술함으로써 현실적 맥락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이와 같은 형태는 그의 각 단편들에서도 나타나는데 당시의 러시아 문화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낭만주의를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이 책을 살펴보면, 이야기의 구성은 크게 2개의 제목으로 나누어 전개되고 있는데 <벨낀 이야기>와 <스페이드의 여왕>이 그것이다. <벨낀 이야기>는 벨낀이라는 사람이 남긴 이야기들을 발행인이 엮어 세상에 발표된다는 형식을 갖추고 있는데, 여기서 벨낀은 사실 가상의 인물이다. 실상은 뿌쉬낀이 발행인이며 '발행인의 말'을 통해 5편의 단편을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지 간접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형태로 이해하면 된다. <벨낀 이야기>에는 각기 다른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스페이드의 여왕>은 하나의 단편만이 수록되어 있다.

 

각 단편들은 그 시대 러시아의 낭만주의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이야기의 끝은 항상 현실적인 맺음으로 끝난다는 게 특징이다. 문학사적으로는 그의 작품들 속에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요소를 담고 있어 예술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들이라는 소견이 지배적이다.

 

러시아식 이름이라 발음하거나 읽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스토리의 흐름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러시아 문학이 처음이거나 뿌쉬낀의 작품이 처음인 이들이 읽기엔 적당한 소설인듯하다. 개인적으로 뿌쉬낀의 작품들은 예상의 범주를 넘어선 결말이라 허무함 혹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그 시대 낭만주의적 감성에서 결론은 늘 현실적이며 사실주의적으로 끝맺었다는 게 가장 적합한 표현일듯하다.

 

단편들 중 특히 인상에 남았던 작품은 <남겨둔 한 발>, <눈보라>, <역참지기>,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이 네 개의 단편들은 특히 더 낭만적인 감성의 흐름에서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로 끝맺음으로써 그 간격이 확 와닿는 소설들이었는데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남겨둔 한 발>은 실비오가 복수를 위해 훗날을 위해 남겨둔 한 발의 총알과 결투에 대한 이야기인데 예상했던 기대와 달리 자신의 만족감만 채우고 떠난다. 이런 실비오의 모습과 그의 허무한 죽음을 단 몇 줄로 정리하는 글을 통해 낭만주의적 감성이 급격하게 건조하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눈보라>는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이 부모의 반대로 난관에 부딪히면서 둘이 떠나기로 결심을 한다. 그런데 하필 디데이에 눈보라가 심하게 치면서 연인인 블라지미르는 결국 길을 헤매다 약속 장소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고, 우연찮게 지나가던 한 장교는 장난기가 발동해 신랑인 척한다. 결국 결혼식 도중 신랑이 아님을 알게 된 신부는 그 자리를 떠나 집으로 돌아오고 여성의 집에서는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시간이 흐른다. 연인이었던 블라지미르는 그 이후로 연인도 만나지 못하고 그대로 전쟁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후에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장교와 사랑에 빠지면서 신부 마리야와 장교 부르민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결말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짤막한 한 줄로 마무리되는 이 단편소설은 어찌 보면 허무하고 당황스럽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결론이라는 생각도 든다.

 

<역참지기>는 가난한 역참지기와 함께 살던 딸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귀족 청년 장교에게 납치되듯 실종된 그의 딸. 역참지기는 딸을 되찾기 위해 장교를 어렵사리 찾아가지만 결국 역참지기는 혼자 되돌아오고 이후 딸의 걱정으로 술로 지새우던 그는 몸과 마음이 망가져 죽고 만다. 이후 시간이 흘러 역참지기와 친분이 있던 화자를 통해 그 후의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유린당하고 불행한 삶을 살 거라 짐작했던 그녀의 딸은 유복한 모습으로 아이 셋을 데리고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초반에 가난과 부유함이라는 대조되는 배경을 깔아두어 흔히 생각하는 패턴대로 전개될 거라 예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끝맺음을 한다. 막연하게 딸이 불행할 거라 생각하여 애끓는 마음에 술독에 빠져 서글픈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 하지만 실제 딸은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뭔가 배신당한 느낌이 드는 한편, 너무 한쪽으로만 무게가 실려 혼자 낙담하고 걱정하느라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역참지기의 삶에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감상적이고 흔한 전개가 아닌 현실적이면서 비트는 스토리가 새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카드 석장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로,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다. 오묘하고 우울함 분위기가 자잘하게 깔려있어 전반적으로 침체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번잡스러운 느낌이 드는 때는 오직 치매에 걸린 백작부인의 요청에 따라 피후견인인 리자가 급박하게 지시를 따를 때뿐이다. 평소 검약 생활을 하던 게르만은 우연히 듣게 된 카드 세 장의 비밀에 얽힌 일화를 듣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리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마침내 디데이, 카드의 비밀을 추궁하던 중 백작부인이 죽고, 이후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나 카드 세 개를 순서대로 알려준다. 유령이 알려준 순서에 따라 카드게임에서 연승하던 중 마지막 게임에서 실수를 한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정신 이상 상태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너무 허무맹랑한 것을 바래서였을까?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도하고 그것을 맹신하듯 믿었던 그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반면 그 주변에 있던 인물들은 오히려 이후 좋은 결말을 맺게 된다.

 

에피그라프에서 전하는 '찌푸린 날씨면 카드게임을 했다'라는 글귀, 젊은 노름꾼들이 카드게임을 하며 파이프에서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 게르만이 리자의 편지를 따라 백작 부인의 침실을 향해 가는 동선의 묘사를 통해 그려지는 모습들은 어딘가 휑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항상 검소한 생활을 했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유혹에 휩쓸려 나락으로 떨어진 게르만이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꾼 자의 말로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이 단편집들은 초반에 낭만주의적 감성들을 향해 나아가지만 종내엔 허무함과 씁쓸함이 남는다. 꿈은 꾸었지만 현실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더 그렇게 느껴진다. 마치 우리네 인생을 담아낸 듯도 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붕 떠 있던 불완전한 마음을 안전하게 현실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외에 그의 문학과 삶을 연도와 시간 순서대로 잘 정리해두어 뿌쉬낀의 전기로써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작품세계와 뿌쉬낀 이라는 인물이 궁금하다면 한번쯤 읽어보는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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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 뿌쉬낀 명작 단편선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백준현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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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인 뿌쉬낀이 전하는 현실감 돋는 삶의 이면! 우리는 한때 낭만을 꿈꾸지만, 낭만은 낭만일뿐 결국 현실은 그것과 다르다. 그의 문학작품과 현실적 삶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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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옛날엔 그랬어
비움 지음 / 인디언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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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시'는 그저 문학작품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아름다운 표현과 함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세뇌되고 익혀진 감각으로 수능과 시험 문제의 답으로만 여겨진 것이다. 그때의 시는 그렇게 그 존재 자체의 의미와 아름다움보다는 다른 것을 위한 목적으로서만 존재했다. 그런데 교과서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인생을 살면서 우연히 접한 '시'는 학창 시절의 그것과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시 자체를 표현하는 방식의 변화도 있었지만 이것을 온전히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열리니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짤막한 한 줄로도 느껴지는 감각과 표현들이 새롭고 즐겁게 다가왔다. 과거에 학습을 위한 '시'도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펼쳐두니 어떤 마음가짐으로 시를 썼을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인다.

 

그렇다고 모든 시가 다 아름답고 이해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시의 특성상 산문처럼 펼쳐두는 글이 아니기에, 함축적 의미와 비유는 때론 난해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작가에게 의미 있는 사물과 경험에서 서술되는 표현이기에 타인의 관점에서는 어렵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도 분명 '시'만이 주는 경쾌함과 매력이 있다. 짤막하고 간결한 문장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슴속에 와닿아 스며드는 그것만의 특성이 있다.

 

이 시집에는 총 4개 파트, 114개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 시인이 직접 그린 27편의 일러스트도 포함되어 있어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 '시'들은 툭툭 내뱉듯 표현되어 있는데 다양한 사물과, 생각, 감정, 시인의 경험들이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린 '시'와 '시화'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서 감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어떤 시는 일상 속에서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경험과 감정들을 담고 있는데 단 몇 줄로 공감 가는 내용들이 있다.

 

또 어떤 시는 다중적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시도 있다. '손가락을 보여 줄까요?'라는 제목의 시처럼 쓰인 글 자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의 비유로써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시도 있다. 이를테면, 가난해서 비웠다고 표현한 것이 마음일 수도,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일 수도, 혹은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시인의 생각이 내포된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런 비유나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그저 시 자체로, 일러스트와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다.

 

'깍두기'라는 시는 깍두기가 담겨 있는 형태를 표현한 시인데, 읽으면서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던 시 중 하나다. 네모난 형태를 보고 '각진 사내'로 의인화하고,  둥글지 못해 굴러가지 못하고 빨간 국물 속에 담겨있는 모습들이 눈에 그려지는 시다.

 

'세탁'이라는 시는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 떠오를 것 같은 시다. 세탁할 때 때리고 뒤섞이고 엎어지는 소리와 형태를 보고 온갖 나쁜 말들을 그 속에 함께 넣고 세탁기를 돌리는 형상이 상상이 되어 속 시원한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깨끗하게 세탁이 끝나면, 더럽고 기분 나쁜 말들은 깨끗하게 세탁되어 좋은 말들만 남고, 구정물 속에 섞인 말의 시체들이 어느새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우리의 마음도 이처럼 속상하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세탁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모님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선풍기'라는 시는 애처롭고 짠 내가 풍기는 시다. 고이고이 아껴서 사용한 10년이 넘은 선풍기에 빗대어 담고 있는 의미들은 쉬이 가볍다고 여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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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언어로 그림을 그려주고, 맛보게 하며, 느껴지도록 만질 수 있게 해 주는 것, '읽는다.'는 말도 있지만 예술처럼 '감상한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크게 소리 내 울지 않아도 싸한 가슴을 느끼게 해 주는 것, 단정하게 예의가 스며들어 있는 것 … 그게 시가 가진 매력이었다.

에필로그 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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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의 진짜 얼굴을 발견하면서 보게 된 것들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시'에 대한 표현으로 가장 맛깔스러운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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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날씬함과 함축과 비유를 사랑한다. 이것들이 시를 읽는데 어려움을 주기는 하지만 이들 때문에 시가 빛나고 더 아름답다. 다른 문학 장르가 갖고 있지 않은 뚜렷한 매력이 아닌가!

에필로그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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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날씬함'이라는 말은 '시' 자체를 형상화할 수 있게 해준다. 시인의 이 글에서,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함축과 비유를 몸에 두르고 날씬한 몸을 한껏 뽐내는 '시'의 모습이 그려졌다. 


저자의 삶과 생각의 모든 부분들이 담겨있어 더 와닿았던 <나도 옛날에 그랬어>를 통해 나만의 이야기도 투영해 보고, 사물과 생각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는 발상의 전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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