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아, 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 대자연과 교감하는 한 인간의 순수한 영혼을 만나다
호시노 미치오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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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너를 만나고 싶었어"


'곰'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말에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어릴 적부터 친숙했던 '곰'(이라는 캐릭터), 여기에 더해 신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인간이 침범하지 않은 순수, 그 자체를 담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방곡곡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기에, 이제는 원초적 자연의 모습을 눈에 담기란 쉽지 않은데, 어쩌면 저자가 담은 이곳, 알래스카야말로 거의 마지막 남은 순수한 모습을 간직한 곳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20세에 그를 이곳으로 이끈 사진첩 역시, 그런 태초의 알래스카의 모습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초록 초록한 들판 위에 엄마 곰과 아기곰을 담고 있는 표지를 필두로 이 책에는 숭고한 알래스카의 대자연의 모습과 저자가 그리워하던 곰의 모습이 함께 담겨있다.

여기에 더해 저자의 마음이 담긴 짤막한 메모를 통해 얼마나 이 풍경을 사랑했는지, 또 곰을 애틋하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더불어 차마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그저 멀찍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았는지, 같은 장소에 머무른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흥분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목조목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짐작건대 저자에게 있어 곰은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서 만난 아주 특별한 존재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알래스카에서 실물로 곰을 마주하고, 관찰하며, 멀리서나마 교감하며 사진을 찍는 일이 꽤 행복한 일이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한 점은, 촬영 중 그런 곰의 습격을 받아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점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랑하는 일을, 그리워하던 대상을 조금 더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가 남긴 알래스카의 대자연의 모습과 애틋한 그리움의 대상인 곰, 그리고 독백처럼 남긴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잠시나마 자연, 그 자체에 흠뻑 빠져드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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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야생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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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를 너무 사랑했던 사진작가, 호시노 미치오는 20세에 운명처럼 한 권의 사진집에 이끌려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

1978년 알래스카 대학 야생동물관리학부에 입학하면서 그곳에 정착한 후 알래스카의 대자연과 야생동물, 주민들을 사진에 담고자 진심을 다했다.

그러다 1996년 캄차카에서 촬영 도중 곰의 습격을 받고 43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책은 호시노 미치오가 생전에 남긴 원고와 사진에 붙은 메모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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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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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내가 어렸을 적에
너는 이야기 속에 있었지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도시 한가운데서
문득 너의 존재를 느낀 거야

(...)
네가
어느 깊은 산속에서
거침없이 풀숲을 헤치며
쓰러진 커다란 나무 위를
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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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로 떠나게 된 계기에 대해 담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느 날 도시 한가운데서 떠올린 어린 시절 이야기 속에서 만났던 곰.

그 곰이 머무는 곳의 환경과 모습을 떠올리다 비로소 저자는 알래스카로 떠날 결심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때쯤 저자는 운명처럼 한 권의 사진집을 만난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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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달았어
너와 나 사이에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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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언정, 같은 시간을 살며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리라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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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펼쳐진 벌판에
네가 있는 것만으로도
풍경은 이미 가득하구나
1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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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서 만나던 특별한 곰의 존재를 눈앞에서 실제로 볼 때의 감동은 얼마나 컸을까? 이미 그 존재만으로 가득 차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사진작가였기에 뷰 파인더를 통해 바라보는 곰의 모습은 더욱더 남다르게 다가왔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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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새끼 곰과 놀고 있어
다정히 속삭이는 듯
애틋이 끌어안는 듯
나도 이대로 초원을 다려가
너의 몸에 닿고 싶어

하지만
너와 나는 떨어져 있어
밤하늘 별만큼이나
아득히 멀리
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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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동경하고 그리워하던 대상을 직접 만난 순간 얼마나 뛰어들고 싶었을까? 함께 있는 어미 곰과 새끼 곰을 보며 그들 속에 섞여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아득히 멀리 떨어져 그저 지켜봐야만 했을 것이다.


저자의 메모들 속에는 종종 곰과 마주치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들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읽는 내내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예측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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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눈길이 닿은
풀숲 속에
이거 어쩌지 하는
난처한 얼굴로
네가 앉아 있었어
나도 어쩔 줄을 몰라 그냥 서 있기만 했지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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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리산 기슭에서
우리는
털썩 주저앉아
블루베리와 크랜베리를
마냥 따 먹고 있었어
이따금
머리를 들어
서로를 확인하면서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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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러 날
우리는 같은 숲속에서
밤을 맞고 있어
2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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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물리적인 거리는 꽤 멀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저자는 이런 시적은 표현을 쓴 게 아닐까 싶다.

서로 난처한 모습으로 멈춰있던 모습, 서로를 확인하며 열매를 따먹던 모습, 수많은 밤들을 지새우며 보낸 시간들, 이 모두가 어쩌면 촬영을 하며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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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조금 무서워
하지만
나는 이 이상한 기분이 좋아
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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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끔은 무서운 기분도 들었을 것이다. 갑자기 컴컴한 곳에서 마주하게 된 곰이란, 보통 사람들에게는 기절각이므로.

그래도 이 이상한 기분마저 좋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정말 곰을 애정하고 또 애정 했던 것 같다.


곰에 관한 사진 외에도 대자연의 숭고한 모습이라던가, 사계절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에 대한 사진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기록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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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모아
가만히 앞을 보렴
가을빛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붉은색 노란색
끝도 없이 끝도 없이 저렇게
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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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정적에 귀를 기울이고 있어
이제 너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눈 밑에 웅크린 생명의 기척에
나는 귀를 기울이고 있어
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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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물든 가을빛의 풍경과 하얀 눈으로 푹 뒤덮인 산등성이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을 통해 저자가 얼마나 알래스카의 대자연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아마 그는 그곳에서 대자연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싹이 움트고, 생명이 자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삼 그 속에 미약하게 존재하는 자신의 존재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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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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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하는 것, 그리움의 대상을 마음껏 보고 사진으로 담는다는 의미를 모르지 않기에 저자의 행보가 유별나게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러움과 존경심이 인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그토록 애틋하게 그리워하던 대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살아생전 저자는 매 순간을 꽤 즐기며 행복해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가 담은 사진과 글귀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특히 곰이 담긴 사진들은 더 그렇다. 장난치고, 사냥하고, 이동하는 장면 곳곳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림에 쏟으며 시간을 버려야 했을 텐데, 아마 이 시간마저 그는 즐겼으리라 생각된다.

멀리서나마 곰을 바라보고 교감하며 뷰 파인더에 담아냈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져 뭉클함과 동시에 그리움이 진하게 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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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띠 2024-06-19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노 미치오는 남성인데요

2024-06-19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 - 돈, 명예, 시간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에 관하여
김도윤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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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너무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우리는 왜 진짜 소중한 가치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 왜 진작 그것들을 알아채지 못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며 그 가치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저자가 발견한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가치들은 우리가 비로소 죽음 앞에 다다라서야 깨닫게 되는 진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귀하고 값지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부디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며 써 내려간 그의 뒤늦은 깨달음에 대한 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에게 쓰는 전상서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더 먹먹하게 다가왔다.


너무 소중해서 그리움으로 남아버린 솔직한 저자의 추억과 너무 오랜 뒤에 알아차린 행복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가장 값진 것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진짜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지금 당장 써 내려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저자의 기억과 그에 따른 소중한 것들에 대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돈, 명예, 시간에 앞서 더 우선해야 할 행복과 가치들에 대해 담고 있다.


특히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엄마와의 추억에 얽힌 에피소드는 남일 같지 않게 느껴져 더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왜 그토록 무심했을까, 왜 그토록 더 챙겨주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후회와 반성도 하게 된다. 여타 대다수의 자식들이 아마 같은 마음으로 부모님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가장 밑바닥에 숨겨두고 싶었을 이야기였을 텐데, 그것들을 다시금 소중히 꺼내어 다시 인생이 주어진다면, 절대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 말하는 말에서 어떤 결의가 느껴진다.


솔직함에 그리운 마음을 더해 전하는 진심 가득한 외침을, 그 기회를 부디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행복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 실행하는 것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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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들어가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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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꼽는 것은 사랑과 가족이었다. 돈, 명예, 시간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바로, 관계였다.


평소 일상에서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한 대답이 달랐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과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까닭일 테다.


돈 버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이유가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진정한 자유는, 나만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가 아니라 다른 존재와 함께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결국 13년 동안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발견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저자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 아쉬웠던 관계는 엄마라는 존재였기에 이 책에서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쓴다고 밝히고 있다. 덕분에 이 책을 읽으며 무한한 내리사랑으로 아낌없이 사랑해 주고 돌봐주었던 엄마의 존재를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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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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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엄마의 넘치는 사랑을 말로 다 표현할 자신이 없기에 한 말이다.


나는, 우리는 그렇게 말이 마음을 다 담지 못할 때 '그냥'이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오늘도 식당에서 미역줄기가 나왔다. 그리고 난 역시 몇 번이나 더 부탁을 드려 먹었다. 그냥 이라는 말과 함께

24~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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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는 말에는 많은 말이 내포되어 있다. 할 말이 없을 때 '그냥'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 말이 마음을 다 담지 못할 때도 우리는 '그냥'이라는 말로 얼버무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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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은 시간조차 초월했나 보다. 자식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어두운 거리에서 두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

그날의 시간을 통해 엄마는 내게 가르쳐 줬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마음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왜 더 커야 하는지를. 그랬을 때의 두 시간은, 오후 네 시에 올 어린 왕자를 기다리던 여우의 오후 세 시와 같다는 것을.

48~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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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보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나보다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해 행동한 엄마의 모습은 우리를 눈물짓게 만든다. 때문에 자식들은 이런 부모님이 고마워서, 속상에서 더 화를 내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는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넓고 깊은 마음을 헤아려, 순간의 감정에 욱 하기보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해보자. 더 이상 뒤늦은 후회가 없도록,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

우리에게 행복의 순간은 매 순간 바뀐다.

(...)

하지만, 엄마의 세상은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어느 시간대에 멈추어져 있다. 바로 자식이라는 시간에.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자식에게 엄마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도 한다.

(...)

그렇지만, 대다수는 너무 늦게 엄마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의 변명을 무색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는 늘 엄마에게 있다. 엄마는 예전부터 거기에 있었으니까. 엄마라는 존재의 시침 자체가 어느 시간대에서 멈춘 후, 그곳에서 자식의 시간과 마추치기까지 기다리고 있으니까.

52~5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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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자라면서 행복의 기준이 계속 바뀐다. 부모에서 친구로, 친구에서 연인으로 계속 매 순간 바뀐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든다.


엄마의 시간은 어느새 멈춰서 있는데, 자식들은 돌아볼 생각이 없다. 그러다 너무 늦게 발견하고는 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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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고 나서 잘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그땐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내가 가족과 할 수 있는 걸 하면 어떨까? 단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도 모른다.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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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사람들이 부모님에 대해 성공하고 나면 모두 갚을 거라며, 그때 더 잘해드릴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 하지만 부모님은 자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데, 자식들은 대단한 것을 이루고 난 뒤만 생각한다. 그냥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걸 모른다.


조금만 시간을 할애하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안부 인사 전하기, 말동무해주기, 마주 보며 일상 나누기 등. 이제 실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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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 주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어렵다. 말하는 것보다 오래 걸린다. 하지만 한 사람이 바뀌는 걸 기다려 주는 것만이, 한 사람이 오로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이라는 걸 나는 엄마의 배려를 통해 배웠다.

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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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제대로 크기 위한 조건에는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믿고 기다려주는 것!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엄마의 기다림이라는 배려 덕분에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덕분에 깨닫고 변화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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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인생도 그렇게 살려고 한다. 미안한 일 덜 만들고, 고마운 만큼 나도 고마운 일 많이 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인생, 살아보면 사실 별거 없으니까.

2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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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제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이 세 마디면 충분하지 않을까?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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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게 됐다. 원래 인생은 다 힘든 거라며 네 힘듦은 별것 아니라고 하는 것도 말로 주는 굉장한 폭력이지만, 동시에 어쭙잖은 위로 또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비교조차 불가능한 절대적인 힘듦도 있기 때문이다. 위로란 쉽기도 하지만 때로는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때 배웠다. 그저 힘들어하는 사람과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그 별것 아닌 상담사의 위로가 진짜 위로라는 것을 배우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28~22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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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겪어본 사람들은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견디다 못해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은 힘듦이 어떻게 화살이 되어 나에게 되돌아오는지를 말이다.


가까운 이가 힘듦을 토로할 때는 부디, 그저 들어주기를. 힘들어 울부짖는 이의 표정을 가만히 어루만져 주며 공감해 주고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로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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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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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저 그런 평온한 가족으로 일상을 살았을 수도 있다. 똑똑한 형과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 작가 된 저자까지! 아버지의 일이 어릴 때는 부끄럽게 느껴졌을지언정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가장의 무게였음을 인정하는 때가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기 마련인가 보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시작된 흔들림은 어느새 가족 전체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한때는 좌절감을 느낄 정도로 뛰어났던 형이 갑작스레 우울증을 겪게 되었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병세가 심각해진다. 이것은 곧 엄마에게까지 전염되며 엄마 역시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한 정도로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자살을 시도하는 형, 모든 것을 자포자기한 엄마, 타인과 섞이지 못해 택시 운전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 여기에 더해 유명한 외국계 기업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저자 자신까지.


한때는 촉망받는 아들들이었고, 그 속에서 행복을 꿈꾸던 부모님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저자는 뒤늦게 깨닫게 된다.


아낌없이 자신을 위해주고 아껴주던 엄마의 사랑을, 외로움을, 희생을, 그리움을 비로소 알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저자는 비로소 보여드리고 싶었던 성공을 이루게 된다.


이래서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고 하나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후회하지 말고 진짜 인생의 가치를 지금 당장 찾으라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하며 소중한 것들을 가까이 두고 실천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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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고대 그리스의 난리법석 신들과 괴물 이야기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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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시끌 만화로 만나보는 고대 그리스 문명과 신, 그리고 괴물 이야기"



고대 그리스와 신에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꽤 많다. 낯선 이름과 너무 많은 신의 숫자, 여기에 종종 등장하는 괴물, 그리고 각 도시국가와 얽힌 이야기까지 더해지며 끝날 듯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고, 시도하다 돌아서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때는 조금 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그리스 신과 문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몇 번이나 도전했다가 멈춘 적이 있는데, 종종 생각날 때면 여전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도 중이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시도하다 보면 언젠가 머릿속에 지식이 쌓여 정리되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말이다.



이 책은 그리스 문명과 신, 괴물에 대해 담고 있는 만화책으로 총 61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A4 사이즈의 큰 판형으로 되어 있어 펼쳐놓고 보다 보면 시선에 꽉 찬다.


내용은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데, 말풍선을 빼곡히 채운 글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익히 알고 있는 신부터 문명의 탄생, 그리고 모험을 통해 만나는 괴물들까지 흥미진진하게 다뤄진다.


익살스럽게 그려진 캐릭터와, 위트 있는 대사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내는데,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페이지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전반적인 내용은 무겁게 다루기 보다 슥 훑어볼 수 있는 가벼운 형태로 다루고 있는데, 그럼에도 중요한 내용들은 담고 있어 추후 궁금한 내용이나 역사적 사건들은 별도로 찾아봐도 좋을듯하다.



어린이 만화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그리스 신화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거나 입문서로 접근해 보고자 한다면 성인들도 읽기 좋을 책이다.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기획된 책이 아니라, 다양한 내용들을 꽉꽉 채워 담고 있어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단지, 익살스럽게 그려진 신들의 캐릭터로 인해 여태껏 그려왔던 신에 대한 이미지가 무참히 깨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


낯선 세계를 탐험한다는 생각으로, 곳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신화와 역사 속에서 그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포스 12신, 판도라의 상자, 트로이의 목마, 페르세우스와 메두사 등 흥미진진한 15가지 주제를 통해 거대한 이야기 속에 빠져보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문명의 탄생, 그리스 신화, 인류의 문명사 등과 관련된 부분에 호기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책을 보고 있지만 어쩐지 우탕탕탕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는 것만 같은 시끌시끌한 이 책으로, 올 여름 무더위를 잠시 잊어보면 어떨까?



<빵 터졌던 말풍선 내용들>







1)아버지가 칫솔을 챙기라고 했는데, 결국 아들은 칫솔을 챙기지 못했다. (더럽)


2)전쟁중 성문을 열기 위해 애를 쓰지만 (케이크를 구워왔다, 화장실 좀 쓰자) 결국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꾀를 내어 트로이 목마를 투입하게 된다.


3)결투 중에 생기는 상처는 참을 수 있지만, 입 냄새는 참을 수 없다니, 이해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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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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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불러온 현실의 민낯을 만나볼 수 있는 이야기!"



만약 국가 정책으로 인해 70세까지만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긴 수명을 살지 않아도 된다며 환영할까? 아니면 임의로 사람의 목숨을 정해두는 것에 반발하게 될까?


이 소설은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국가가 붕괴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법으로 해당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전제로 시작된다.


전 세계 최초로 시행된 법이라, 여러 방면에서 시끌시끌하지만, 국가 재정이 바닥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때문에 이 입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시행까지 2년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주제이자, 앞으로 곧 우리가 겪게 될 문제이기에 여러모로 흥미롭게 읽은 소설이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비롯해 곧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라는 비현실적이고 충격적인 설정에 다소 당황할 수는 있으나, 이 법안이 통과된 이면의 속 사정과 소설에서 다뤄지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살펴보다 보면, 결코 헛소리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이미 차곡차곡 예금이자처럼 쌓이고 있는 비참한 현실의 모습과 꽤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이미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소설이지만, 너무 현실적인 모습을 담고 있어 더 가슴 아팠던, 많은 질문을 쏟아내게 했던 이 책을 계기로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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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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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라다 도요코

-55세

-정신은 정정하게 살아있는데 운신하지 못하는 시어머니를 집에서 돌보고 있는 며느리


■다카라다 시즈오

-58세

-70세 사망법안 시행을 앞두고 남은 인생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 조기 퇴직하고 세계 여행을 떠나는 도요코의 남편


■다카라다 모모카

-30세

-시어머니 수발에 지친 엄마가 직장을 그만두고 도와 달라고 하자 집을 나가 혼자 살면서 현재 노인 요양원에서 일하는 딸


■다카라다 마사키

-29세

-일류 대학을 나와 좋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인간관계에 치여서 3년 만에 퇴직하고는 3년이 지나도록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집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아들


■기쿠노

-13년 동안 누워 지내며 며느리 시중을 받고 있음

-재산은 많으나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70세 사망 법안으로 인해 점점 더 죽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 며느리를 불러대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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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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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이들

-바쁘다는 이유로 뭐 하나 도우려 하지 않고 그러면서 잊을만하면 찾아와 꼬투리를 잡음


■미네 지즈루

-마사키의 첫사랑이자,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로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인연이 됨

-아버지가 아프면서 가업을 물려받아 사업 운영 중


■후쿠다 료이치

-모모카와 같은 요양원에서 근무 중

-료이치의 할머니도 이 특별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음

-요양원에서 선망의 대상


■후미코

-시어머니 기쿠노의 친구(한동네 친구이자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

-장수하는 집안의 딸


■아이코

-도요코의 고등학교 친구로 오랜만에 만나, 도요코를 각성시키는 역할을 함


■모리조노 시즈요

-도요코가 독립한 아파트에 사는 주민으로 친구가 됨


■아야코

-도요코가 독립 후 일하게 된 도시락 가게의 아르바이트 동료


■후지타

-남편 시즈오의 등산 친구

-따끔한 일침으로 일깨우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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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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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은 멀쩡하지만 누워서 생활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 도요코는 요즘 모든 것이 버겁다. 홀로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 직장을 그만두고 3년째 방안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아들 뒤치다 거리에, 밤낮 할 것 없이 불러대며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어머니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70세 사망법안 가결'로 2년 후면 이 모든 것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던 중 남편이 조기 퇴직을 선언한 후 홀로 친구와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하면서, 경제권까지 가져가자 도요코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된다.


그 시점에 고등학교 친구인 아이코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잊혀진 자신의 빛나던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남은 시간 15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남은 생을 마감할 수 없다 생각한 도요코는 더 이상 홀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가출을 감행한다.


그렇게 도요코는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되고, 남은 가족들은 도요코의 빈자리로 인해 우왕좌왕 난리가 난다. 먼저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방에 콕 박혀 3년의 시간을 보냈던 아들 마사키는 어쩔 수 없이 할머니를 부양하게 된다. 더불어 손도 대지 않았던 집안 일과 요리도 조금씩 시작하게 된다.


한편 친구와 단둘이 세계 여행을 떠난 아빠 시즈오는 아들의 연락으로 아내가 가출을 한 것을 알게 되고, 이 사실을 함께 여행하는 친구 후지타가 듣게 되면서 반강제적으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면서 아내가 하던 집안일 일부를 분담하게 되고,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알게 된다.


딸 모모카는 할머니를 돌보는 일에 회사까지 그만두라는 엄마의 말에 집을 나와 따로 생활하다가 이내 엄마의 가출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엄마처럼 홀로 할머니와 집안일을 감내하고 싶지 않아 망설인다. 그러다 요양원 동료의 도움으로 함께 집에 방문해 할머니 목욕 시중을 들며 도움을 준다.


70세 사망법안만큼이나 이 가정에서 엄마인 도요코의 가출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가족들은 다시 똘똘 뭉치게 되고, 모두가 회피하며 모른척했던 일을 비로소 마주하게 되면서 분담하여 하나씩 일을 처리하기에 이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견디다 못해 이행한 가출이라는 충격요법은 이들 가족에게 가족의 정의, 협동심, 독립심, 자립심, 수용, 용서 등을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인간의 이기심과 돈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얼마나 큰지도 엿볼 수 있었다. 자신의 삶을 위해 병들고 나이 든 부모조차 내버리는 고모들의 면면에서 시커먼 속내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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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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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코 가족의 일상과 생각들을 살펴보다 보면, 우리 일상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결코 현실과 다르지 않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과연 잘 살아가고 있는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사회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여성의 역할이란 무엇인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가부장제가 끼치는 영향 등을 돌아보게 된다.


이렇듯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되면서,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다양한 가정문제,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또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지도 깨닫게 된다.


이를 통해 아직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아 방치하고 있는 이 문제가 곧 우리를 덮칠 것이라는 공포 어린 염려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조금 어이없고 황당하게 느껴지는 70세 사망법안에 이르게 된 경위, 그리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 보고, 이제부터라도 해결책을 하나씩 모색해 봤으면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이들의 언행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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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이에 따라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예외는 왕족뿐이다.

(...)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 여파로 연금제도가 붕괴되었으며, 국민 의료보험은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나아가 장기 요양 보험의 인정 조건이 점차 까다로워졌음에도 재원은 충당되지 않고 있다.

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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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파산 위기에 도래한 것이 그 원인으로, 그리하여 70세 사망법안은 곧 실행을 앞두고 있다.



1. 아내 도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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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이 가결로 며느리는 2년 뒤 시어머니가 없는 삶을 상상해 본다.

생활상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시어머니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상상만 해도 해방감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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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후면 남편이 정년퇴직하는 시기와 겹친다.

(...)

가족의 생활도 크게 변할 것이다.

남편은 마사키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 줄 것이다.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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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며 살아가는 도요코는 70세 사망법안이 실현되는 2년 뒤를 무척 고대하고 있다. 시어머니에게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는 시어머니가 없는 세상을 내심 꿈꾼다.


생각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혼자서는 어쩌지 못하는 가족의 생활 또한 크게 바뀔 것이라며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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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무도 나의 수고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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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몸이 불편한 당신을 위해 누구든 병 수발을 드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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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현실은 언제나 비참하고 또 피곤하다. 가족들은 아무도 나서서 도요코를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시하고 갈취하려고만 든다.


특히 시어머니의 경우 점점 더 괴팍하게 굴며 몸이 불편한 당신을 병 수발드는 것이 당연하게 여긴다. 여기에서 희생되는 것은 언제나 도요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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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자유롭고 싶다.

내일부터라도. 아니, 지금 당장.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지?

이 집을 뛰쳐나가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출?

그러니까, 그 말은.... 이혼?

하지만 혼자서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좋지?

돈..... 돈!

그다음 순간, 후다닥 시어머니 방에서 뛰쳐나갔다.

(...)

2층으로 뛰어 올라가 침실에 있는 오동나무 서랍장을 열었다.

결혼할 때 친정 엄마가 만들어 준 기모노가 들어 있다.

(...)

봉투가 손끝에 닿았다. 안에 50만 엔이 들어 있다.

시어머니 병 수발을 들기 시작해서 몇 달이 지났을 무렵 모든 것을 내던지고 집에서 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는 날이 있었다. 그런 시기에 가출 비용으로 남편의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 모은 돈이다.

(...)

남편 명의의 예금통장을 꺼냈다. 집을 사지 않은 덕분인지 꽤 많은 돈이 쌓여 있다.

(...)

일찌감치 돈을 좀 빼두자.

남편 명의의 카드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는다.

중요한 것은 가출 계획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67~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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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내몰렸을 때 도요코가 하는 행동은 예금통장을 꺼내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리고 조금씩 가출 비용을 모으는 일이다.


이 집을 뛰쳐나가고 싶은, 도망치고 싶은 도요코의 심정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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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쉰여덟 살 아들을 지금도 아이처럼 여긴다.

7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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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그만 쓸 수 있는 오래된 전용의자도 있을 만큼 무조건적으로 지지한다. 반면, 아내인 자신은 언제나 늘 찬밥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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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에 있어 주면 시어머니 병 수발도 한결 편해질 테고, 마사키 문제도 넘길 수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내가 외출하기 쉬워진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여행도 같이 할 수 있다.

아, 고마워라.

(...)

남편과 힘을 합해서 이겨 나가기로 하자.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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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한 착각이 있을 수 있을까? 처음에 남편이 조기 퇴직하고 세계여행을 간다는 말을 했을 때 도요코는 내심 속으로 기뻐했다. 남편에게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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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 다 때려치우고 싶다.

말로만 자상하게 굴었던 것이다.

1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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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왜 이렇게 자기 생각밖에 못 하는 것일까.

도요코는 속으로 남편을 경멸했다.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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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말로만 자상하게 구는 남편의 모습에 이제는 진저리가 처진다. 자기만 아는 남편, 자기 위주로 삶을 살아가는 남편의 모습은 더한 실망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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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힘 좋은 남자가 둘이나 있는데도, 무거운 것을 옮기는 일이며 순번대로 돌아오는 동네 하수구 청소며 언제나 도요코의 몫이다.

1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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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정부 겸 재택 요양보호사에 불과한 듯하다.

울컥할 것 같은 기분에 방석을 들고 얼른 방에서 나왔다. 도망치듯이 부엌으로 들어간다.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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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코의 모습을 보며, 내심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다. 무 쓸모의 힘 좋은 남자가 둘이나 있으면 뭐하나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는데.


덕분에 도요코는 엄마나 아내가 아니라, 이 집의 가정부 혹은 노예처럼 느껴졌다. 더불어 최근에 우연히 다시 보게 된 '아따맘마'라는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홀로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는 엄마의 모습, 어쩐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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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얼른 뛰어가서 사 올게."

놀라서 남편을 쳐다보았다. 집안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이, 왜 부모나 누이들에게는 이렇게 친절한 것인가.

결혼한 후로 줄곧 뭔가 마음에 걸렸는데 그게 바로 소외감이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115~1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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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풍경, 낯설지 않은 모습에 울컥한다. 이 때문에 시댁에서 남편은 좋은 오빠, 착한 아들이지 않았을까? 덕분에 며느리만 늘 못된 역할을 도맡게 된다.


아내나 자식을 위해 집안일을 해줄 수는 없었을까? 아니면 맛있는 한 끼 요리를 해주거나 좋아하는 간식을 사다 줄 수는 없었을까?


결혼 후에 늘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아 하지만, 소외당하는 것 또한 도요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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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수발은 아내 역할이라는 데 일말의 의심이 없다.

1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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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모인데 남편은 아무것도 거들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아내인 도요코에게 맡겨두고 자신의 인생을 즐긴다. 때문에 도요코는 늘 외롭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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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냉담하다. 친딸이라는 사람들이.

그런 데다 사위들의 경박함이란.

도요코는 분노가 치밀어 손이 다 떨렸다.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

두 딸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있자니, 그저 기가 찼다.

129~1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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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가 재산 분배를 한다는 말에 모인 가족들의 모습에서 도요코는 냉담함과 경박함에 치를 떤다. 돈만 보고 찾아온 이들 앞에 부모도, 형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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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 가고 싶다.

친정 엄마는 일흔여덟 살, 아버지는 여든 살, 부모님 모두 살날이 앞으로 2년밖에 남지 않았다. 모시고 온천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 나는 세 자매 중 맏이다.

1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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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 시어머니도 70세 사망 법안의 대상자가 되지만, 친정 부모님 또한 대상자이기에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2년뿐이다.


병환으로 드러누운 시어머니를 간호하느라 도요코는 집 앞조차 마음대로 나갈 수 없기에 부모님을 못 만난 지도 꽤 오래되었다. 그녀 또한 세 자매 중 맏이인데 정작 친정에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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껴안고 싶어서 껴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뿐이다. 나 혼자만 피폐해지고 있다. 그런 건,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아는데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새삼스레 무슨 말을 하랴.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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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혀 무너지다 보면, 도요코는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 점차 쌓인다. 알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그저 모든 것을 포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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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도요코는 새장에 갇혀 폐쇄 공포증에 떠는 새가 된 기분이었다.

(...)

돈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으면 보통은 가출을 포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반대다. 한시라도 빨리 이 감옥에서 도망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

서랍장에 숨겨 둔 50만 엔과 지갑에 든 2만 3000엔 정도, 그리고 부엌 서랍에는 지난 주 은행에서 한꺼번에 꺼낸 생활비 중에서 95만 엔 정도가 남아 있을 것이다.

합해서 147만 3000엔.

내가 들고 나갈 수 있는 돈은 그뿐이다.

179~1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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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홀로 세계여행을 간다고 선언한 것도 잠시, 모든 경계권을 가져간다며 통장과 도장, 현금까지 몽땅 가져가게 되면서 이 행동은 도요코의 가출에 도화선이 된다.


덕분에 망설이던 도요코가 마침내 이 집으로부터 도망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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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참 별거 없다.

(...)

애당초 가족이란 무엇일까.

2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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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도요코에게 있어 가족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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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혀서 맥이 좍 풀렸다.

역시 없어도 되는 거였다.

아니, 없어도 되는 게 아니라 없는 편이 좋았다.

자신이 없어지니 리모델링이다, 휠체어다, 하고 개선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우왕좌왕 뒤죽박죽이 될 것이라 여겼는데 큰 착각이었다.

3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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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모든 것을 감당할 때는 다들 나 몰라라 하더니, 자신이 가출한 후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리모델링을 하고 휠체어에 개선점을 찾아 줄줄이 변화를 준다는 게 어쩐지 도요코에게는 괘씸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굴러가지 않는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왔는데, 이 모든 게 착각이었다니, 내가 사라지는 편이 더 나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때로는 충격요법도 필요하구나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2. 남편 시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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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병 수발을 들고 있으니, 회사 다니는 네놈보다 자기 시간이 훨씬 적을 거라고."


"그렇게 계속해서 잠을 못 자면 몸이 남아나질 않아."


"부인 취미가 뭐지?"

"병 수발하느라 취미 생활할 틈이 없는 거야.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요양 보호사를 부르면 되잖아. 그동안이라도 부인이 쉴 수 있게."


"싫어하는 어머니를 설득하는 게 아들인 네가 할 일 아닌가."


"그래서 여행을 기분 좋게 보내 줬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지가 않아. 부인은 포기한 거라고."

"너란 인간을."

306~307, 3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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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위주로 생각하던 시즈오를 친구인 후지타는 따끔한 일침을 남겨 일깨워준다. 이미 부인을 먼저 떠나보내며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후지타는 하나하나 꼬집으며 도요코가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해내고 있는지를 짚어준다.


만약 이때 후지타가 여타 친구들처럼 그냥 넘겼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지 아찔하다.



3. 딸 모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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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그만두라고까지 했던 엄마는 집에서 나가는 딸을 막지 않았다.

(...)

그래서 노인을 돌보는 일만은 딱 질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노인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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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을 돌보는 일은 그렇게 싫었는데, 막상 직업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이러니하다. 그만큼 가족을 돌보는 게 더 힘들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고, 전문기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4. 아들 마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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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교수의 추천서 덕분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쉽게 취직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도 별로 없었다.

(...)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야 자신에게 무엇 하나 무기가 없다는 걸 알았다.

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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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를 졸업하고 취직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다 보니, 진짜 모든 것이 자신의 공이라 착각했다. 그래서 특별히 고마운 사람도, 진짜 어려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두고 보니 자신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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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역시 그 상사나 동료나, 누가 보아도 이렇게 방에 틀어 박혀 사는 나보다는 훨씬 낫다. 나는 내 밥벌이도 못 하고 있다. 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병은커녕 이렇게 식욕도 좋고 수면 시간도 넉넉한데, 일은 하지 않는다. 어느 모로 보나 인간쓰레기다.

어디든 취직을 해야 하는데...

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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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마사키는 위와 같은 생각을 수십 번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도전하지 못한다. 고학력자라는 것, 주변을 의식한 눈치 때문에 아무 일이나 할 수 없다 생각한다.


때문에 그럴듯한 일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미끄러지기 일쑤고, 아르바이트 같은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다. 이렇듯 갭이 크다 보니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도 피하게 되고 자꾸만 자기 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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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순조로울 때는 학력이나 직장이 소문 거리가 되면 내심 기뻤다. 하지만 인생이 뒤틀리고부터는 나란 존재 자체를 잊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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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공감하는 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같은 시기는 더 그렇다. 때문에 혼자가 편하고, 사적인 얘기는 서로 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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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좋으니 나도 취직해야 하지 않을까.

일을 한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1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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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키의 모순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은 엄마를 위해, 주변의 시선 때문에 아무 일이나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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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이런 걸 사 왔을까. 식사 준비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친 것일까.

뭐, 이유는 뭐가 되었든 상관없다. 오랜만에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으니.

어차피 내일이면 기분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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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손수 지은 집밥을 맛있게 만들어 주던 엄마가 어느 날 패스트푸드를 덜컥 내밀었는데, 오히려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하는 한심한 아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어쩌면 이렇게 다들 엄마에게 무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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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고모에게 할머니는 친엄마니까 당연히 옆에 붙어서 수발을 들 줄 알았다. 또 혼자 남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자신의 입장이 위태로워진다. 본의 아니게 할머니 수발을 들다가 끝까지 돌봐야 하는 신세가 되면 어쩌나.

26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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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수발을 드는 일은 모두가 피하는 일이다. 그러나 엄마의 가출로 인해 이 일이 어느새 마사키의 일이 되어버렸다. 고모는 잠깐 들렸다가 도망치듯 가버렸다.


집 안에 홀로 남은 마사키는 이 상황이 두렵다. 자신이 모든 것을 떠안게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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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이렇게 다들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일까. 이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 생각하니 한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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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는 아버지, 그리고 누나와 통화할 때의 자신은 오십 보 백 보가 아닐까.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자기만 편하자고 드는 점이.

270~2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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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도요코가 하던 고민과 생각을 이제는 마사키가 하게 된다. 다들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마사키는 비로소 아버지의 무심함과 누나의 모른 척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홀로 할머니를 돌볼 때 자신이 하던 행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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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투덜거리기만 했지 전혀 보탬이 안 된다.

아아, 다 싫다. 다 싫어.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2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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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감당하는 상황이 되자, 마사키 또한 가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다 싫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엄마인 도요코는 장작 13년 동안 버텨왔다.


잠시 잠깐 돌봄을 행하는데도 힘든데, 도요코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5. 시어머니 기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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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부르지 않으면 며느리가 영원히 오지 않는 건 아닐까. 자신이 여기 누워 있다 죽어도 모르지 않을까.

1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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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시어머니의 아집과 고집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툭하면 트집 잡고 상처 주며 며느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는 듯 행동하는 시어머니는 심지어 망상까지 한다.


이 생각 때문에 테스트를 하기도 하는데, 정작 이때 며느리는 가출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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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부모를 훨씬 더 소중히 여겼다. 부모 봉양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빨리 죽고 싶은 마음이 있는 반면, 이렇게 억울한 심정을 지닌 채 그래도 죽을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

노인 수발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들 거짓말도 태연하게 하는 듯하다.

이 악물고 살아야겠다.

3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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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은 어찌 보면, 전래동화에서 보던 고려장을 떠올린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있는 시어머니 또한 자식들에게 이런 취급을 받을진데, 가난하고 무능력한 부모들은 어떠할까 싶어 더 그렇다.


노인 수발을 기피하는 자식들(딸 둘과 아들) 때문에 순간 독기가 오른 시어머니는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6.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온도차


1)며느리 도요코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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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집을 나갈 결심은 서지 않았다. 앞일을 생각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언제나 잠이 부족해 피곤하고 머리도 맑지 않다. 시어머니가 밤중에 몇 번씩이나 벨을 누르기 때문이다. 등을 긁어 달라느니 귀가 윙윙거린다느니, 제발 그런 일로 벨을 누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이어도 몸이 고단한데, 요즘에는 자다가도 대여섯 번씩 일어나야 한다.

1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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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고 낮이고 불러대는 시어머니로 인해 이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다. 별일 아닌 이유로 밤낮 소리를 질러가며 불러대는데, 이제는 제발 사소한 일로 부르지 않았으면 하는 게 며느리인 도요쿄의 입장이다.



2)시어머니 기쿠노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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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죽어야 한다고 하니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밤중에도 몇 번이나 눈이 저절로 떠지고, 그럴 때마다 불안감이 덮쳐 온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면 끔찍하고 두려워서 소리를 지를 뻔하곤 한다. 그럴 때 누군가 옆에 있어 주었으면 싶다. 아니, 이 방이 아니라도 며느리 도요코가 옆방에서 자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1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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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이 통과되면서 마치 시한부 인생처럼 두려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다. 불안한 생각이 들면 가족들을 불러앉혀 놓고 자신의 불안감을 이야기하며 도와달라 요청할 수 있다.


그런데, 아들도 아니고, 딸도 아닌, 며느리만 붙잡아두고 내내 괴롭힌다. 자신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내내 핑계를 만들어 며느리를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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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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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사람을 변하게 해. 지금까지 수많은 노인들을 봐 왔지만, 나도 아직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실감하면 삶의 의욕이 다시 생기는 것 같았어."

34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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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에만 그치지 않는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일은 사람에게 살아갈 목적과 삶의 의욕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어쩌면 더 일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무조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을 못 하게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모든 것을 젊은 세대에게 미루는 것이 어쩌면 억측이자 무례한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이라고 무조건 대우받고, 무료로 대접해 주기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게 더 맞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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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보탬이 안 되는 신세를 졸업하면 70세가 넘어서도 살 수 있다는 이면 법안이 있다는 거야."

(...)

"그게 다는 아닌가 봐. 무료 봉사도 필요하대."

(...)

"그 정도 봉사를 하면 정부에서 증서를 준다는 거야?"

"당연하지. 연금도 받지 않는 데다 무료로 요양보호사 역할까지 하겠다는데."

151, 153~1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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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바락이자, 빈익빈 부익부에 따라 갈라지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도 여전히 법망을 피해 요리조리 자신의 세를 불리는 이들처럼, 아마 이런 법안이 가결되면 또 나름대로 피해 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게 될 것이다.


당장 먹고 살 길도 없는데,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것도 있는 자만이 가능한 일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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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코 너를 만나고부터 왠지 화가 났거든, 나"

(...)

"내 친구 도요코가 이래저래 곤욕을 치르고 있어. 난 그걸 용서할 수가 없나 봐. 넌 훨씬 더 패기도 넘치고 늘 리더 같은 여자여야 하잖아. 내가 아는 도요코는 소심하고 남 보기 좋으라고 짓는 미소가 어울리지 않아. 그런 도요코는 보고 싶지 않아."

(...)

"도요코, 뭐가 어찌 되었든 앞으로 15년밖에 살 수 없어. 

남은 인생, 좀 더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을까? 그럴 여지도 없는 거야?"

194~19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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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지만 차마 내려놓을 수 없었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불을 붙여준 친구의 한마디는 도요코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자신을 위해 화내주고 자신의 본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아이코의 말 덕분에 도요코는 비로소 자신을 위해 인생을 살아야겠다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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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가출한 뒤로 할머니 많이 변했어. 나랑 단둘이 있을 때 막 울었다. 엄마에게 몹쓸 짓을 했다면서."

3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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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급진적인 배경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결론에 다다라서는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꽤 희망적인 결론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시어머니의 입을 통해 전해지진 않았지만, 아들을 통해 시어머니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다.


'나이 많은', '시어머니', '13년 부양'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절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을 거라 추측하게 되는데, 시어머니는 이 모든 과정을 건너뛰고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내용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다시 찾아온 며느리에게 직접 사과하는 모습이 어쩐지 머릿속에 그려져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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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은 앞으로가 시작입니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반드시 실현해야 합니다."


"옳은 말씀! 몸이 늙고 병들어 누군가가 도와줘야 하고 또 수발을 받아야 하는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게 중요하죠. 그렇지 않고는 행복한 노후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3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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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킹했던 '70세 사망법안'은 결국 폐지된다. 총리의 발표로 이뤄진 이 소식은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하는데, 결론적으로 보면 이것은 정치공작이자 충격요법을 통해 국민 교육 실현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듯하다.


한마디로 정치인의 쇼에 국민들이 대대적으로 놀아난 것이다. 그렇다고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덕분에 국민 의식 함양과 기부제도 확립, 그리고 모두가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으니 국가로서는 가장 큰 것을 얻은 셈이다.


국민들은 이 법안으로 인해 이제 노후에 대한 준비와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국가로서는 부족한 재원 마련 방법과 요양 부문에 전문화, 열악한 필수 부문에 대한 기본 시급 상승은 물론, 실버산업 육성에 대해 대대적으로 실현할 계획이다.


오래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 모두가 준비하고 참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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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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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황당하고 어이없는 법안이지만, 이 덕분에 많은 것이 변했다. 한 가족의 구성원 모두가 변했고, 사회와 국민, 국가를 책임지는 이들 또한 다시 해보자는 희망을 얻었다.


처음에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이 퍼지며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모두 죽는데 뭘 아등바등하게 사느냐 하는 사람도 있었고, 죽는 게 억울하다며 인권침해라 부르짖는 이들도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70세에 죽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도 했다.


각자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 이 법안은 다르게 해석되고 또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저출산 고령화는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사람들이 당장 인지하지 못해서 그렇지, 국가가 운영되는 모든 자금이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더 그렇다.


생산인구가 줄고, 케어해야 하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큰 부담을 야기한다. 추후에는 이로 인해 국가가 소멸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럼에도 심각하기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자극적인 제목에 비해 내용상 균형을 잘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가족구성원에 대한 해석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비현실적이지 않아 더 그렇다.


이미 같은 상황을 겪고 있고,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태이기에 이제는 정말 진지하게 현재를 바라보고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라며 장수를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던 때와 달리 이제는 장수가 부담으로 적용되는 시대다. 과거와 달리 더 오래 일해야 하고, 더 오래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혹은 주부)에게만 짊어지게 했던 집안 일과 돌봄에 대한 부담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도요코의 가족들이 그러했듯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가부장제와 여성에게만 미루는 일들을 이제는 가족 모두가 분담해야 할 때다.


한 사람에게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은 스스로 하고, 자기가 맡은 바는 책임지고 해내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것이 서로에게 미안하기보다 의지가 되고, 행복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쌓이고 쌓여 사회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현재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노년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도요코 가족에게 있어 돌파구는 도요코의 '가출'이었다. 가출을 계기로 이 가정은 온갖 해결책을 마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사회와 현재 우리들에게 산재해 있는 많은 문제들은 단순히 '가출'로 해결할 수 없다.


때문에 다방면에서 의견을 나누고,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덮어두는 것으로, 미루는 것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실정에 다다랐다 생각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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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려 꽃 1
임해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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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화책을 읽어본다. 거의 텍스트로 된 책(혹은 가끔 그림책)만 읽다가, 모처럼 카카오 웹툰에서 눈에 띄는 이야기가 있어 읽다 보니 단행본으로 된 만화책까지 손대게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한때 만화책을 즐겨보기도 했는데, 그 역시 유행처럼 지나가고, 한동안 만화책은 거의 볼일이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카카오 웹툰으로 이미 진도가 꽤 나간 상태지만, 읽는 것에 비해 업데이트되는 속도가 느리고, 모처럼 직접 단행본을 보며 옛 추억도 느껴볼 겸, 다시 단행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모바일로 페이지를 넘기는 것과는 다른, 손으로 넘기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히 있어 만화책을 펼쳐들 때면 여름방학을 맞은 느낌도 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과거에 보던 작고 아기자기한 사이즈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읽는 데는 큰 문제가 없으므로 패스!


과거에는 만화책을 고를 때 그림체를 제일 많이 봤는데, 언젠가부터는 스토리도 꽤 따지게 되었다. 잠시 잠깐 내려두고 빠져들 수 있는 책, 유치하지만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책들도 종종 즐긴다.


만화책으로 먼저 끝을 보게 될지, 웹툰으로 먼저 끝을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한동안의 유흥거리가 생겨 나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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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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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궁궐 안에서 벌어지는 후궁들의 암투와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로, 영화나 만화책 등에서 자주 다뤄지는 소재 중 하나다. 그럼에도 작가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는 스토리나 그림체로 인해 봐도 봐도 이런 이야기들은 질리지 않는듯하다.


현재까지 읽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살펴보면, 황후 자리(혹은 황제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후궁들이 벌이는 끈질긴 구애와 협작, 그리고 삼각관계, 짝사랑, 차이가 많이 나는 집안 등과 같은 소재들이 어우러져 흥미를 끈다.


특히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지방 하급 관리의 딸 설석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원체 눈썰미가 좋고 현명했던 그녀는 하루아침에 재녀가 되고, 거기에서 천방지축 룸메이트이자 동기와 엮이며 어느새 황후에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렇게 든든한 뒷배도, 자신을 지켜줄 일가친척도 없는 상황에서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굳건히 황후의 자리를 지키며 후궁들을 관리하고 다스린다.


비록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삶이지만, 그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설석(설화)를 보며, 앞으로 그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황궁이라는 위태로운 공간 안에서 그녀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더불어 그녀에게도 과연 사랑이 찾아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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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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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도서관에서 만화책을 빌려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는데, 최근 들어 만화책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이렇게 대여를 통해 만화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도서에 비해 유독 허들이 높아 여전히 구비된 만화책만 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쉽고, 한편으로는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든다.


과거에 소설을 다른 장르에 비해 낮게 보았듯, 만화책 또한 그런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식의 개선과 더불어 정책의 변화가 참 더디고 느리다는 생각을 하며,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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