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몰타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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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을 연상시키는 섬 몰타는 여행지 곳곳이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볼거리가 많아 시선을 뗄 수 없었던 발레타와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했던 코미노 섬은 유독 더 인상에 남는다. 눈호강 제대로 하고 싶다면 지중해를 품은 몰타에서 나만의 소확행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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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아이슬란드 & 헬싱키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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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번 가보고 싶지만, 지리적으로나 일정상으로나 쉽게 가기 어려운 곳이 바로 북유럽이다. 그래서인지 드문드문 책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알게 되는 그들의 문화는 신선하고 새롭게 다가온다.

 

더불어 익히 알려진 소문처럼 문화, 경제, 사회, 복지 등 여러 면에서 늘 상위에 랭크되어서인지 더욱더 북유럽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부채질하는데, 이번에 아이슬란드와 함께 헬싱키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별도로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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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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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여기에 있는 이웃 나라 노르웨이, 스웨덴과 함께 스칸디나비아 3국(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1년의 절반이 겨울이어서 연평균 기온이 섭씨 5.3도밖에 되지 않으며, 겨울에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려서 한겨울이면 핀란드는 하얀 눈의 나라로 변신한다.

 

▶핀란드에서는 물건을 파는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와 통신, 게임 산업이 크게 발달했으며, 부정부패와 거짓말이 없는 깨끗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발전한 경제를 바탕으로 집과 생활에 필요한 비용, 병원비, 교육비 등을 정부가 책임지는 대표적인 복지 국가다.

 

▶핀란드인들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것을 좋아하며 거짓말을 하거나 남을 속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버스나 지하철에는 표를 검사하는 사람이 없다. 돈을 내지 않고 몰래 이용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원이 많지 않은 핀란드는 세계에서 교육열이 높은 나라 중 한 곳인데,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핀란드의 교육 방식은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하다. 이런 창의적 교육을 토대로 우수한 인재를 길러 세계적인 IT 강국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물이 깨끗한 나라로, 자연뿐 아니라 사회 분위기도 깨끗해서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핀란드는 국토의 75%가 숲으로 덮여 있고  187,888개에 달하는 호수가 있다. 전 국토의 10%가 물로 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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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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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시청

▷헬싱키 시장의 집무실이 있는 곳으로 관광객과 현지인들을 위한 유서 깊은 만남의 장소이다.
▷시청은 핀란드 수도의 여행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좋은 장소다.
▷로비에는 컴퓨터와 무선 인터넷이 제공되며 많은 도시의 서비스와 안내 팸플릿도 있다.

 

■국회 의사당

▷장엄한 신고전주의 양식 외관과 위풍당당한 기둥이 있는 도시에서 가장 크고 가장 눈에 띄는 건물 중 하나인 국회의사당은 국가의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상징적인 장소에서 발생한 계속 전쟁과 겨울 전쟁 시기 같은 핀란드 역사상 중요한 순간을 함께 했다.
▷방청석에서 개회 중인 의회를 방청할 수도 있다.

 

■헬싱키 중앙역

▷핀란드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건물인 헬싱키 중앙역은 핀란드 헬싱키의 철도의 중심으로 하루 이용객만 약 20만 명 정도이다.
▷버스의 최종 종착지도 중앙역일 정도로 중앙역은 헬싱키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모든 헬싱키 통근열차의 종착역이기 때문에 많은 열차가 중앙역을 기점으로 운행된다.

 

■헬싱키 대성당

▷녹색의 돔과 하얀 주랑이 멋진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핀란드 루터파 성당으로 19세기 중반에 완공되었다.
▷성당은 신고전주의 건축 양식의 탁월한 성당으로 알려져 있으며 화려한 파사드와 인상적인 코린트식 기둥이 특징이다.

 

■원로원 광장

▷성당과 박물관으로 둘러싸인 원로원 광장은 인기 있는 만남의 장소이다.
▷핀란드의 문화와 역사는 물론 정치, 종교, 과학의 문화 중심지인 거대한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매혹적인 건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광장에는 콘서트나 정치 집회가 열리고 겨울에는 눈으로 만든 하우스 행사와 스노보드 경기를 볼 수 있다.

 

■에스플라나디

▷에스팔라나디는 역사적인 2개의 일방통행로와 대형 공원으로 이루어진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산책로다.
▷이곳에서는 요한 루드비그 루네베리의 동상, 스웨덴 극장, 하비스 아만다를 만나볼 수 있다.

 

■스토크만

▷현재 헬싱키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로 스칸디나비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다.

 

■우스펜스키 대성당

▷언덕 꼭대기에 있는 서유럽에서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 성당은 핀란드에 남아 있는 러시아 제국의 유물이다.
▷우스펜스키 대성당에서 웅장한 건축 양식을 보고 헬싱키에 끼친 러시아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녹색 첨탑 꼭대기의 황금빛 양파 모양 돔을 올려다보고 길 건너편에서 찬란한 종교 건축물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황금빛 십자가는 대성당의 꼭대기를 표시하고 있으며 밤에는 따뜻한 조명으로 밝혀진 교회를 볼 수 있다.

 

■카다자녹카

▷헬싱키 도심에서 동쪽에 있는 곶인 카타자녹카는 다채로운 건축 양식과 헬싱키의 러시아 통치 시기의 유물이 있는 중심지이다.
▷서유럽에서 가장 큰 러시아 정교회 성당과 크루즈 페리가 있는 작은 항구가 자리해 있다.

 

■캄피 예배당

▷헬싱키의 도심에서 명상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여겨진다.
▷독특한 미니멀리즘 목조 디자인의 루터파 교회로, '침묵의 예배당'이라고 불리는 목조 건물은 다양한 배경과 신앙을 가진 방문객에게 명상의 장소로 열려 있다.

 

■수오멘리나 요새

▷인상적인 건축물이 6개의 작은 섬을 가로질러 펼쳐져 있는 18세기 해상 요새로 바다와 인접한 섬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잘 보존된 요새 안에 자리해 있는 박물관 때문에 헬싱키에서 가장 인기 있고 흥미로운 장소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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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키 더 자세히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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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에서 문화를 즐기는 2가지 방법

 

1. 국립 극장
▷19세기 핀란드 문화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적인 극장은 신 낭만주의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4개의 무대가 있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빨간 탑, 녹색 돔, 정교한 세부 장식이 인상적이다.

 

2. 핀란디아 홀
▷인상적인 현대 건축 양식으로 높이 평가되는 회의장이자 행사장이다.
▷연중 내내 이벤트가 개최되어 헬싱키 시민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헬싱키의 특이한 교회 BEST

 

1.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화강암 바위의 안을 파내서 건축물을 깎아 만든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는 흔히 '바위 교회'라고 불린다.
▷교회보다는 바위로 된 은신처럼 보이는 교회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깎아 만들었으며, 가장 비범한 종교 건물이다.
▷교회는 암석 노두 속에 지어졌으며 구리 선으로 만든 천장은 호화로운 현대적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1969년에 문을 연 교회의 이름은 핀란드 어로 '템플 스퀘어'를 의미한다.

 

2. 헬싱키 올드 교회
▷1000명이 넘는 흑사병 희생자가 묻혀 있는 공원에 세워진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는 소박한 매력을 뽐내는 신고전주의 건축물이다.
▷1826년에 지어진 가장 오래된 교회이며 상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헬싱키가 핀란드의 수도가 된 이후 건설된 최초의 루터파 교회다.
▷이 공원은 페스트 공원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흑사병 희생자 중 일부가 이곳에 묻혔기 때문이다.

 

3. 세인트 존스 교회
▷핀란드에서 가장 큰 석조 교회인 세인트 존스 교회의 쌍둥이 첨탑은 헬싱키에서 가장 상징적인 특징 중 하나다.
▷언덕을 올라가면 녹색 첨탑과 정교한 장미 향이 있는 이 커다란 고딕 석조 교회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헬싱키 박물관 BEST

 

1. 국립 박물관
▷전시와 교육 행사를 통해 핀란드의 풍부한 역사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박물관이다.
▷흥미로운 전시품은 물론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양방향 소통형 전시도 준비되어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수많은 희귀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고 쌍방향 소통형 학습을 위해 꾸며진 전시 덕에 가족 방문객에게 좋은 곳이다.
▷민족 낭만주의 스타일의 건축 양식과 아르누보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조화로운 건물이다.

 

2. 세우라사리 야외 박물관
▷한국 민속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양한 건축 양식과 핀란드 여러 지방의 생활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조성되었다.

 

3. 디자인 박물관
▷핀란드와 전 세계 디자인의 역사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디자인 박물관은 유리, 휴대폰, 독특한 가구와 의류 등 핀란드의 풍부한 디자인 역사를 보여주는 수많은 매혹적인 소장품들이 많다.

 

4. 자연사 박물관
▷박제 모형, 지질학 전시품, 다채로운 정원이 종합적으로 수집되어 있는 복합 전시 단지이며 전 세계의 식물학, 동물학, 지질학, 고생물학 표본을 전문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 자연 전시실에서는 핀란드의 고유성을 확인할 수 있다.

 

5. 키아스마 현대 미술관
▷핀란드 최대의 미디어 아트 컬렉션 중 하나를 전시하고 있으며 핀란드와 다른 주변 국가 출신의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키아스마 건물은 핀란드 국립 미술관을 구성하는 3개의 박물관으로 다른 시설은 아테네움 미술관과 시네브리코프 미술관이다.

 

6. 만네르헤임 동상&박물관
▷만네르헤임 동상은 핀란드 군부 지도자이자 정치가인 칼 구스타프 만네르헤임을 묘사하고 있다.
▷박물관은 사령관의 군사적 업적에 대한 전시가 대부분이다.

 

 

■시벨리우스 기념비&공원
▷600개의 파이프로 된 경이로운 기념비는 핀란드 출신의 음악가인 시벨리우스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 기념비를 찾아가면 파이프가 내는 음악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살짝 엿본 핀란드의 특징, 그리고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직접 이들의 문화를 피부로 느껴보고 싶다는 갈망이 생겼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IT 강국인 핀란드의 현재를 만나보고, 이들의 역사 속에 스며있는 다양한 건축과 유물들을 만나보면서 과거와 미래를 함께 살펴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립 박물관의 양방향 소통형 전시 등을 직접 경험하면서 핀란드만이 가진 재미있는 발상과 이들이 추구하는 방식의 교육방식도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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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어쩌면 의학의 승리
쥘 로맹 지음, 이선주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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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제목이 눈길이 끄는 이 작품은 그동안 읽었던 여느 장르와는 다른 '희곡'으로, 단순하고 짧은 3막극으로 쓰인 의학 풍자극이다. 1923년 첫 상연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것은 물론 영화화된 작품으로 한국과 중국 등 몇 개국을 제외한 많은 나라에서 상연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익숙함마저 느껴진다는 점에서 매우 놀랍다.

 

더불어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을 살펴봤을 때 100년 전이나 100년 후나 여전히 대중들이 선동과 능수능란한 술수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정말 '의학의 승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팬데믹을 몇 년이나 겪고 이제 막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황이라 더 뼛속 깊이 다가오는 문장들이 많았는데, 이를 통해 왜 오랜 세월 꾸준히 읽히며 원본의 대사를 거의 각색하지 않고 100년이나 상연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희곡은 주요 등장인물들의 소개를 시작으로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소개되는 인물들은 극을 이끌어 가는데 독특한 매력과 개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특히 초반에 부정적 이미지로 그려지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어리숙하게 그려지는 닥터 파르팔레의 경우를 살펴보면서, 이 작품을 단순히 좋은 놈 나쁜 놈과 같은 흑백논리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었다.

 

속고 속이는 게임 속에서 결국 의학의 승리로 끝나버린 이 마을의 운명이 마치 우리의 삶과도 많이 닮아있어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현재의 우리의 삶에서도 흔하게 보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극 상에서는 작은 마을 생모리스에 크노크라는 돌팔이 의사가 침투하게 되면서 마을은 완전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상황을 '작은 마을'이 아닌 '전 세계'에 대입해 보면 어마어마한 침투력과 대반전에 그저 입이 떡 벌어질 따름이다.

 

'의학'이라는 이름 아래 부문별하고 독재적인 일련의 상황들을 벌이는 크노크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그저 매체나 미디어에서 노출하는 그대로를 분별없이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고, 특히 팬데믹과 같은 의학과 과학 같은 분야에 있어서는 특히 더 객관적인 지표와 분별력을 기를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일반 시민, 혹은 대중들은 생각보다 이러한 사태에 꽤 폭력적으로 노출되며, 집단 패닉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가볍게 읽을 재미난 소재로만 생각했던 얇은 희곡 한 편이 생각보다 꽤 위험한 이데올로기와 사회적 풍자를 담고 있는 것을 보고 여러모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블랙 유머는 미래에 어떤 위협이 다가왔을 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할지를 꼬집고 있어 조금 더 긴장감과 경계심을 끌어올리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새삼 왜 이토록 오랜 시간 이 희곡이 각색 없이 거의 원본 대사 그대로 상영되면서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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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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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파르팔레: 기존 생모리스에 근무했던 의사
●파르팔레 부인: 닥터 파르팔레 와이프
●장: 파르팔레 운전기사
●크노크: 닥터 파르팔레를 이어 생모리스에 새로 부임한 의사
●무스케: 생모리스의 약사
●베르나르: 생모리스 교사
●북치기: 마을에 중요 이벤트나 광고를 알리는 사람
●레미 부인: 클레 호텔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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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KNOCK)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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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KNOCK)는 이 책의 주인공인 의사 이름으로, 문을 두드린다는 뜻인 '노크'와 권투경기에서 K.O.를 뜻하는 '녹아웃'을 연상케 한다.

 

똑똑똑! 닥터 크노크가 프랑스의 한 마을, 생모리스에 부임해서 가가호호 문을 두드리며 마을 사람들을 특별진료에 초대한다. 그런데 이 의사의 초대가 여느 초대와는 다른데, 다름 아닌 침대로의 초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크노크의 초대는 마을 곳곳에 퍼져 결국 마을 사람들의 의식을 '녹아웃' 시킨다.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

 

이 말이 딱 적중하는 이 스토리를 통해 건강에 대해 우리가 너무 강박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의학'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안일하게 믿음을 줘버린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조금 과하게 풍자되어 있긴 하지만 어쩌면 생모리스 마을에 사는 주민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와 너 우리의 모습은 없는지 살펴보고, 보다 객관적인 판단과 또렷하고 맑은 시야를 다시금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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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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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시골길 위의 낡은 차 안, 기존 생모리스에 근무했던 의사인 닥터 파르팔레와 새로 부임할 의사 크노크와의 대화로 시작된다. 여기에는 운전기사 장과 파르팔레 부인도 함께 동승하고 있다.

 

닥터 파르팔레는 생모리스를 떠나며 자신이 운영했던 병원에 대한 권리금 분할 조건과 인수인계에 대한 내용을 전하며 최대한 좋은 값으로 받기 위해 크노크에게 내용을 부풀려 전한다.

 

그러나 병원에 환자가 없는 것은 물론 바로 진료비가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크노크는 기존 권리금 분할 조건을 변경하기를 요청하며, 병원 운영에 있어 꼭 필요한 정보를 질문 몇 가지로 모두 알아낸다. 더불어 첫 번째 지불 기한인 석 달 후 다시 보자며 후일을 기약한다.

 

■2막
드디어 생모리스 마을에 입성한 크노크. 북치기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교사 베르나르, 약사 무스케를 차례로 만나 자신이 선동하고자 하는 밑밥을 깔기 시작한다.

 

마을에 입성 후 북치기를 통해 무료진료를 광고하고,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해 환자를 병원으로 끌어들인 크노크는 교사 베르나르를 통해 의학에 무지한 이들에게 질병의 위험성과 진료의 중요성을 퍼뜨리고, 약사 무스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듦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도모함과 동시에 자신의 처방전이 문제없이 처리되도록 한다.

 

무료진료 광고 소식을 듣고 가볍게 찾아온 고객들은 어느새 환자가 되어 장기적인 진료를 보게 되고 크노크의 선동 아래 큰돈을 병원에 진료비로 납부하게 된다. 일 년에 1~2번 진료를 보던 이들이 아예 드러눕는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크노크의 말재주와 선동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크노크는 사전에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경제능력을 파악하고 환자의 병을 진단했으며 이에 따라 진료비도 다르게 책정한다. 사람들은 그런 크노크에 속아 그를 칭송하고 더욱더 신뢰하게 된다.

 

■3막
3개월 후, 다시 찾아온 닥터 파르팔레는 클레 호텔에 머물기 위해 들어서지만 환자들로 가득 찬 모습에 깜짝 놀란다. 더불어 크노크와의 대화를 통해 그의 환자 운영방식과 말솜씨에 현혹되어 결국 그마저 스스로의 건강에 불안함을 느끼며 자신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크노크에게 진료를 요청한다.

 

그리고 권리금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자리를 제안하겠다며 서로의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한다. 첫 만남에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풀려 말하던 면모는 사라지고 그저 크노크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의 언변에 잠식당한 한 어리석은 인간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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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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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생모리스에 근무했던 의사인 닥터 파르팔레는 환자가 거의 없는 생모리스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이때 새로 부임하는 의사인 크노크에게 한몫 단단히 챙겨 떠나려 파르팔레 부인과 합동하여 좋은 말로 포장하지만, 이내 크노크에게 간파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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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내 말을 좀 들어보시오! 그러니까 의사가 언젠가는 낫게 되는 환자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라오! 환자들이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소리지요.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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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현 생모리스의 상황을 알게 된 크노크는 권리금 분할에 대한 계약 내용을 변경하기를 요구하며, 닥터 파르팔레에게 또 다른 제안과 여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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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지불 기한 문제도 그렇습니다. 3개월 마다라니 말이 안 되지요. 환자들이 진료비를 연간으로 지불하는 마당에 말입니다. 그러니 그것도 수정해야겠습니다.
(...)
그렇다고 생글랭글랭 날짜를 달력에서 바꿀 재간도 없고.

부인: 생미셸이라니까요!

 

※생글랭글랭: 정확한 날짜 없이 기약 없고 막연한 날을 청한다.
※생미셸: 9월 29일로 서양에서는 추수 직후, 수금하거나 빚을 갚는 정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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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크노크의 의사면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사실은 면허가 없는 돌팔이라는 것이 드러나는데 현란한 말솜씨에 마치 오랫동안 진료를 한 것처럼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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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신문에 실리는 의료 광고와 약 광고들, 그리고 그 외 부모님이 사 오시는 알약이나 시럽에 첨부되어 있는 '복용 방법'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홉 살쯤 되니 그렇게 지지부진한 내용들도 달달 외우게 되더군요.
(...)
일찍이 의료 전문직에서 사용하는 문체와 친근해졌지요. 특히나 그러한 것들이 제게 의학의 진정한 의미와 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었답니다.
(...)
열두 살에 저는 이미 확실한 의료 감성을 지니고 있었답니다. 작금의 제 의료 방식도 바로 거기서 나왔다고 할 수 있지요.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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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배를 타고 6개월간 실전에 몸담으며 지냈는데 그게 곧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개념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병원에서 흔히 하듯이 진료를 했던 거죠.

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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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현란한 크노크의 말솜씨에 넘어간 부부는 오히려 비법을 묻게 되고, 크노크는 제안 하나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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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권리금을, 언제 마련될지도 모르는 현금으로 드리는 대신 알짜배기로 갚아드리는 겁니다. 다시 말해 저와 일주일을 같이 일해보시면서 제 방식에 입문하는 식으로다가요.

3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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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안을 들은 닥터 파르팔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오히려 일주일 만에 자신에게 편지를 쓰게 될 거라며 말하는데 이에 크노크는 자신은 일주일까지 기다리지 않으며 지금 당장 유용한 정보를 얻을 거라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 마을에서 의사로 성공하기 위한 알짜 정보를 질문을 통해 수집하기 시작한다.

 

▶마을에 북 치는 사람이 있는지?
▶생모리스의 주민이 총 몇명인지?(주변 지역까지 합해서)
▶주민들이 가난한지?
▶산업 지역과 상업 쪽도 있는지?
▶상인들이 장사에 매진하고 있는지?
▶여자분들 신앙심이 돈독한지?
▶일상에서 하느님의 자리가 큰지?
▶불륜이나 스캔들이 있는지?
▶그 외 사이비 종교단체라던가 미신, 비밀단체가 있는지?
▶무당이나 신부의 기적 혹은 손만 가져다 대면 병이 낫는다던가 하는 것들은 없는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 의학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음을 확인한 크노크는 닥터 파르팔레에게 기똥찬 기회를 놓친 것 같다며 은근히 약 올림으로써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이에 닥터 파르팔레는 과대망상이라며 비웃지만 파르팔레 부인은 아쉬움을 삼킨다.

 

이들은 지불 기한인 석 달 후 다시 들러서 보자며 후일을 기약하고 헤어진다.

 

생모리스 마을에 입성한 크노크는 가장 먼저 북치기를 불러 무료진료 광고를 의뢰하는데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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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매주 월요일 9시 반에서 11시 반까지 이 지역 주민들에 한하여 무료진료를 해드립니다. 이 지역 주민이 아닌, 외부 사람들에게는 일반 가격인 8프랑이 적용되겠습니다."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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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기에게 이 내용으로 마을에 광고할 수 있도록 의뢰했고, 무료진료라는 말에 혹한 사람들은 후에 하나 둘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잠재적 환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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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적을 위해 크노크가 활용한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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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마을 사람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이용한 <교사 베르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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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결국 불쌍한 건 주민들이지요. 위생적으로나 예방적인 차원에서나 완전히 무시돼버렸으니!

베르나르: 맙소사!

크노크: 물 한 모금에 얼마나 많은 박테리아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마실 겁니다.

베르나르: 물론 그렇겠지요.

크노크: 세균이 뭔지는 알고 있을까요?

베르나르: 사실 그 조차 의심스럽지요. 단어는 어디선가 들어본 사람도 무슨 모기 이름인가 할 터.

크노크: 끔찍합니다. 수년간 계속되어오던 방관을 우리 둘이서 일주일 만에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래도 뭔가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베르나르: 저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

크노크: 이곳에서 실행되는 신중한 사안들을 선생님 없이는 진행할 수가 없지요.

64~6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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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설득 당한 베르나르 교사는 자신의 안위에 대해 염려가 되기 시작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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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의사 선생님, 제가 보균자라고 생각하십니까?

크노크: 선생님이 꼭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냥 예를 들면 그렇다는 거지요. 베르나르 선생님, 감사합니다. 틀림없이 도와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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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크노크는 책임은 회피하고 치고 빠지는 형태로 답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한다.

 


2. 약한 부분을 살살 긁어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는 방식에 이용당한 <약사 무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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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구석구석 잘 정리돼 있고, 신식일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무스케: 아주 관대하시군요!

크노크: 제겐 아주 중요한 사안이지요. 게다가 저명한 약사 없이 일하는 의사는 무기 없이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같으니까요.
(...)
이 정도 규모 약국이라면 일 년에 2만 5천은 족히 될법한데.

무스케: 수익 말입니까? 맙소사! 그 반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만.

크노크: 제 전임자께서 자신의 직무 외 부분까지 담당했나요?

무스케: 그건 관점 나름이지요. (...) 저와 사적인 관계는 아주 돈독했습니다.

크노크: 정말 그랬다면 처방전을 잔뜩 써주시지 않았을까요?

무스케: 그도 그렇군요.

크노크: 파르팔레 선생이 의학을 정말 신뢰했는지 되묻게 되는군요.
(...)
크노크: 이런 지역에서 약사님과 제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어떠한 장애도 있어서는 안 되지요. 이 지역 모든 주민이 우리의 손님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
제가 보기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어느 정도는 아프고, 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의 병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우리에게 변명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다름 아니라, 다룰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새로운 환자를 받기 힘들게 되는 상황뿐입니다.

무스케: 여하튼 아주 그럴싸한 이론이군요.

크노크: 아주 심오하면서도 현대적인 이론이지요.

74~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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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칭찬을 앞세워 방심하게 만들고 띄워줌으로써 상대방에게 호감을 사는 형태로 접근하고, 바로 상대의 약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긁어 전임자에 대한 불신과 의혹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에 공감을 이끌어내고 마침내는 자신의 사상을 주입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이미 병에 걸린 병자임을 은근히 주입하고 선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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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의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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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환자: 북치기
무료진료에 가장 먼저 혹한 사람은 바로 광고를 진행할 북치기 였는데, '무료'라는 말에 혹해서 있는 말 없는 말 끌어다가 덧붙이는 북치기와 그에 호응하며 엉뚱한 진료를 하는 크노크의 말에서 어쩐지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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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치기: 잠깐만요. 생각 좀 해보고요. 저녁 먹을 때 가끔 이 부분이 가렵습니다요, 간지럽히는 것도 같고, 아니 슬슬 긁는 것도 같고.

크노크: 혼동하지 마시오. 간지럽히는 것 같소. 슬슬 긁는 것 같소?

북치기: 긁습니다요. 아니 간지럽히기도 합니다.

크노크: 식초 넣어 요리한 송아지 머리 고기를 먹고 나면 더 가렵지 않은가요?

북치기: 전 그거 안 먹습니다. 만일 그걸 먹었더라면 더 가려울 법도 했겠습니다만.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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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두번째 환자: 검은색 복장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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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어릴 때 사다리에서 떨어진 적 없습니까?

여인: 그런 기억 없는데...

크노크: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꽤 높은 다리였을 겁니다.

여인: 어쩌면 그랬을 수도.

크노크: (단호한 어조로) 길이가 3미터 50 정도는 족히 되고 벽에 기대 세워놓고 올라가는 식으로 된 거 말입니다. 모르긴 해도 부인은 거기서 거꾸로 떨어졌을 겁니다. 왼쪽 엉덩이 쪽으로 떨어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네요.

여인: 아, 그렇습니까요!
(...)
여인: 어쩌다가. 내가 어쩌다가 그 망할 놈의 사다리에서 떨어져 가지고!

81~8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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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크노크의 억지스러운 말빨에 잠식당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없던 일도 있던 일로 만드는 말솜씨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전율과 존경심을 내보인다.

 


3. 세번째 환자: 보라색 복장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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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아주 덤덤하게) 말하자면, 게, 문어, 아니 거대한 거미가 천천히 뇌를 갉아먹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인: 기절초풍할 노릇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군요. 바로 그게 제 문제일 거예요. 그렇게 느껴져요. 틀림없이 불치병이겠지요? 게다가 치명적인?

크노크: 그렇지 않습니다.

여인: 그런데 도대체 뭘 치료해야 하는 겁니까? 파이프 관에 있는 거? 아니면 거미? 제게 와닿는 느낌으로 보면 거미인 것 같은데...

크노크: 만일 부인이 그냥 예사로운 환자, 그러니까 최신 의학으로 치료받을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없는 분이었다면 감히 이런 희망을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부인은 다르지요.

92~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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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으로 방문한 환자를 겁주며 이상야릇한 말로 현혹함으로써 거기에 동조한 환자는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치료받을 시간이 넉넉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치료받기를 권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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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닥터 파르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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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금 3개월 후 방문한 닥터 파르팔레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깜짝 놀라며 크노크에게 비법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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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파르팔레: 선생은 그런 정보를 어떻게 얻은 거요?

크노크: 정보는 많지요. 더욱이 정보 정리하는 일도 상당한 작업이고요. 부임해서 첫 달은 그 일에만 전념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정리해 나가면서요. 그래서 얻은 이 결과물을 보세요. 멋지지 않습니까!

닥터 파르팔레: 이 지역의 지도 같아 보이는군요. 그런데 이 붉은 점들은 무엇이오?

크노크: 그건 의료가 개입된 지역들이랍니다. 붉은 점 하나마다 정규적 치료를 받는 환자를 의미하지요.

1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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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닥터 파르팔레에게 한 질문들과 북치기, 무료진료를 온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크노크는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 자신이 목적한 의학의 시대에 마침내 도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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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노크: 제 역할은 그들에게 의료적인 생각을 심어가면서 의료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지요. 그들을 침대로 이끌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는 겁니다. 

닥터 파르팔레: 그렇다고 이 지역 사람들 모두를 드러눕게 만들 수는 없지 않소!

크노크: 그런 생각도 해볼 만하지요. 아무튼 진실이 뭔지 아십니까? 그건 우리 모두에게 과감성이 부족하다는 것. 우리 중 아무도, 이러는 저 자신조차도 모든 국민을 드러눕게 만들기 위해 끝까지 가지 못한다는 거지요. 어떻게 되는지 시험 삼아 한번 시도해 봐도 좋을 텐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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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를 통해 비로소 크노크가 의학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한 행동들과 그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데, 마치 동네 주민들을 실험체처럼 활용하고 이용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교사와 약사를 통해 의료적인 생각을 심었고, 이를 통해 생모리스 마을은 물론 주변 마을 사람들까지 의료적인 존재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목적을 이룬 것이다.

 

한 사람의 선동이 이토록 무서운 의학의 시대로 만들어버린 것을 보며 자신의 욕망과 경제적 부를 위해 서슴없이 자신의 말재주를 활용하는 크노크 같은 돌팔이 의사를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민들은 어느새 나약하고, 병든 자가 되어 버렸고 마침내는 크노크라는 한 사람에게 조종당하고 이용당하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크노크는 마침내 자신을 창조주이자 창공이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을 통해 스스로를 얼마나 존경하고 위대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그의 모습은 어쩐지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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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여기 처음 도착해서 그 이튿날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아십니까. 저 자신이 어딘가 보잘것없다는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오르간 연주자가 거대한 오르간에 손을 얹는 것만큼 딱 제 자리라는 느낌이 듭니다.

 

250개의 침대. 그 침대에 드러누워 이제야 삶의 의미를,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제 덕분에 이제야 의료적 삶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고 말이지요.
(...)
말하자면 이 지역은 제가 계속해서 창조해가는, 제가 창조주인 일종의 창공이라고 할까요.

130~13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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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권리금을 수령하러 방문한 닥터 파르팔레마저 그의 화려한 언변에 속아 넘어가면서 그는 자신의 나약한 몸에 대한 진찰을 맡기는 한편, 안정적인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역으로 제안하는 상황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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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파르팔레: 친해하는 선생. 내가 제안 한 가지 하겠소이다. 내 자리를 드리리다. 선생에 대해 우러나는 존경심을 걷잡을 수가 없는 판국이니.

크노크: 그러면 선생님은요?

닥터 파르팔레: 나요? 나는 다시 여기, 생모리스로 오면 되지요. 한술 더 떠서, 내가 받아야 하는 돈도 그냥 없던 걸로 하리다.
(...)
크노크: 생산력은 미비해도 사고팔 줄은 아시니 말입니다. 다른 말로, 장사할 줄 안다는 거지요.
(...)
크노크: 더욱이 심리적 재주도 있으시고요. (...) 거기서 몇 동네 전담하다 보면 생모리스의 그래프쯤은 금방 잊어버릴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겠지요.

132~1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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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대화를 통해 첫 만남에서 크노크가 닥터 파르팔레에게 제안했던 현금으로 주는 대신 알짜배기로 갚아준다는 말대로 실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크노크의 방식대로 입문해서 일해보라는 제안에 콧방귀를 뀌던 닥터 파르팔레는 3개월 후 자신의 입으로 그 제안을 수락한 것이다.

 

리옹이라는 도시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음에도 눈앞에 보이는 크노크의 현란한 말솜씨에 잠식 당한 것은 물론 건강한 몸마저 저당잡힌 불쌍하고 가련한 파르팔레를 보며 어쩐지 끝이 예상되는 바이다.

 

 


우리는 수많은 의약품과 미디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비단 이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의학과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한 이후에 이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었다.

 

물론 그 덕에 장티푸스, 콜레라, 흑사병 등의 과거 위험도가 높았던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 팬데믹과 같은 바이러스를 경험한 지금, 한 번쯤 멈춰서 돌아볼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바이러스가 번져가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미디어는 폭발적으로 이 소식을 퍼나르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실험이나 검증도 거치지 못한 채 당연한 듯 우리는 백신 주사를 맞았다.

 

당시엔 당연한 듯 여론몰이와 능란한 술수에 모두 백신을 3차까지 맞았지만, 이제야 생각해 보면 조금은 집단적 독재주의 분위기 속에 사로잡혀 나도 모르게 현혹되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한 것 또한 사실이다)

 

전문분야로 일컬어지는 '의학' 분야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된 검증이나 설명을 듣기도 어렵고, 또 듣는다고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때론 크노크 같이 의학을 휘두르는 이들에게 조금쯤은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불쑥 솟아날 때가 있곤 하는데,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같은 내용, 같은 대사로 희곡이 여전히 상연되며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만 보아도 이러한 생각들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미디어나 의학에 너무 의지하거나 매몰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는듯하다. 상업적 성격을 띤 보험 광고나 의약품 광고, 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너무 심취하다 보면 정작 건강한 사람들 마저 최면에 걸린 듯 병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모르는 게 약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에 의지하기보다 건강한 밥상, 일정한 숙면,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나만의 건강 패턴을 만들어보자. 건강한 습관 속에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건강한 일상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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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렇게 귀엽게 늙으면 좋겠어
최승연 지음 / 더블: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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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뭔가 훌훌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사는 나에게 이방인으로서 사는 사람들의 삶은 늘 궁금증 그 이상이었다. 그건 아마도 좁은 울타리 안에서 한정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기보다, 너른 세상에서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찍이 이방인의 삶을 살며 60세에는 뉴욕에서 환갑을 맞이할 멋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저자의 삶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여전히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 최승연, 혹은 옐로우덕이라 불리는 그녀. 아트 디렉터, 연극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며 노마드의 삶을 살았고, 현재도 글과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으며 사는 이방인의 삶에서 오랜 고민과 남다른 여유, 자유로움이 한껏 느껴졌다.

 

더불어 삶을 살면서 우리 모두가 치열하게 생각하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공통된 의문을 비롯해 정착하지 않고 떠돌며 사는 삶에서 느껴지는 남다른 그녀만의 고민과 경험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는 이방인이란 무엇이고, 이방인으로서 사는 삶에 대한 여러 고찰을 담았는데, 이방인에 대한 여러 문장들을 읽으며 한곳에 정착하고 산다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느냐에 따라 정착하고 사는 이들조차'이방인'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떠돌아다닌 길 위의 삶에 관한 일지이자 현재와 미래의 다짐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는 책으로, 여행자로서 겪은 일련의 경험들을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과 찍은 사진들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현재 나이가 50세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열정과 삶에 대한 고찰이 엿보이는 것은 물론, 꾸준히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성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멋지게 느껴졌는데, 그녀의 바람처럼 후에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바라는 삶이지만, 현실이 되는 순간 매 순간 불안과 두려움에 잠식 당할 수도 있는 떠도는 삶을 이제는 은연중에 즐기는 것처럼 보이던 저자의 삶을 엿보면서 색다른 문화와 경험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다문화 가정, 여행자의 삶,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과 색다름, 여행하며 만난 여러 인생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짧게 여행하는 것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오랜 시간 여행자로서 산 자만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현재는 네덜란드의 작고 예쁜 도시 덴 보스에서 6세 연하 남편 네덜란드 남자 카밀, 딸 미루와 잠시 정착 중이라는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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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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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저자)
-1973년생으로 무대 디자인 전공.
-옐로우덕이란 별명으로 글과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는다.

 

■카밀(남편)
-1979년생으로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소설과 시를 쓴다.

 

■미루(딸)
-2013년생으로 한국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부모를 따라 노마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카밀과 승연은 2009년 말부터 독립적 자원봉사 세계 여행 '채리티 트래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근 14년간 노마드, 즉 여행자의 삶을 살았다.

 

팬데믹으로 공황이 봉쇄되어 태국에서 5개월을 지내고 2020년 여름, 네덜란드로 이동하게 되면서 지금은 네덜란드 남부의 작은 소도시 덴 보스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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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국인이고,
여전히 여성이며,
여전히 키가 작고,
여전히 남편과 딸아이와 살며,
여전히 곱창을 좋아하지만 없어서 못 먹는 73년생 최승연이라고.
.
.
.
거기에 하나를 더한다.
여전히 이방인이라고.

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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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많은 나라와 도시를 떠돌며 겪은 문화, 사람, 풍경들이 가득하다. 이는 그녀가 직접 그리고 찍은 사진들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아름다운 모습들과 달리 깊숙이 들여다볼수록 왠지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 모든 것들은 저자의 생활상 속에 녹아든 풍경이 아니라 오롯이 관찰자로서 담고 있는 듯해 보여 더 그렇게 느껴지는데, 그녀가 말하는 '이방인'과도 어쩐지 맞닿아 있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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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정착을 거부하고 떠돌아다닌 내게 '이방인'은 나를 규정하는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이 단어를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
문득, 아니 종종, 타인에 의해 느끼기도 하고 오히려 자발적으로 되기도 한다.
(...)
우선 '이방인'이란 답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며 정리하고 싶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란 사전적 정의 외에 무엇이 날 이방인으로 만드는지 본질을 사유하고 싶다. 그러면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금의 절박함과 조급함이 그저 한낮 아줌마가 부리는 히스테리가 아닌 창작의 동력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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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자발적 선택에 의해 정착이 아닌 떠돌이 생활로 살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내면에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절박함과 조급함이 내재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있어 스스로를 규정하는 '이방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답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것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어쩌면 이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다른 네덜란드의 시댁 문화라던가, 여전히 이민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문서와 절차, 여행자는 알 수 없는 이중적 잣대의 문화 등은 그래서 이 책에서는 조금 부수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으로서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삶과 죽음과 더불어 저자가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만드는 본질이 무엇인지 하나씩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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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는 또 다른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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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관광지보다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더 매력을 느꼈다. 치안이 불안한 곳도 있지만 거리를 지날 때 느끼는 인생의 활기는 여유와 나른함으로 가득한 다른 지역과는 성격이 확실히 달랐다. 고요한 리스본을 그나마 뛰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이민자들이다. 재미나게도 난 리스본 외 다른 도시에서도 이민자 지역을 즐겨 찾았다.
(...)
아마 동질감이었을 거다. 어딜 가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떠난 자의 죄책감을 짊어지고 억척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기 때문일 거다. 나는 이민자야말로 한 도시의 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

56~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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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느 도시를 가도 이민자 지역을 즐겨 찾는다고 말한다. 자신과 같은 동질감에서 비롯한 떠난 자의 죄책감과 억척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기에 동병상련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더불어 저자는 이민자야말로 한 도시의 문화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절박한 만큼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에너지가 도시를 매력적이게 만들고 활기를 띠도록 만들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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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국 앞에 작아지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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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권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내게 '이민'이란 단어는 에베레스트를 능가하는 아주 높은 산이다. 복잡한 서류는 물론이고, 친절한 미소를 띠고 있지만 태도만은 고압적인 이민국 지원 앞에서 싱거운 변죽을 부릴 때마다 나는 상상 이상으로 작아진다.
(...)
지금 나는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아이'의 부모

 

내 모든 정체성이 '이민자'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지는 순간들

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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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네덜란드에 정착하며 사는 동안 그녀의 신분은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아이'의 부모다. 그리고 그렇기에 머무를 수 있다. 그곳에서도 여전히 그녀는 '이방인'이다. 친절한 미소 뒤에 언제든 이민국의 변죽에 나가떨어질 수 있는 '이방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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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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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해?"란 질문에 "잡초 뽑아!"란 대답이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꽃을 피우기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당장은 결과가 보이지 않으니까.

현재 내 활동은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체류권을 획득했으니 네덜란드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지만 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언어가 가로막고 텃세가 가로막고 팬데믹이 가로막는다.

 

하지만 나는 평소 하던 대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요즘 뭐해?" 하면 " 하던 거 해" 한다. 지금의 내 일은 잡초 뽑기와 같을까. 훗날 필 꽃을 위해 열심히 그 길을 닦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조급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을까.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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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에게는 초라한 답변밖에 할 수 없지만, 이방인의 삶에서 인내는 필수다. 현재 활동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평소 하던 일을 멈추지는 않는다. 조급하지 않고 당당해질 날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길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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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너머의 사람=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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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지도에 얇은 선으로 그려진 국경은 나와 타인을 가르는 모든 걸 생각하게 한다. 어렸을 때 내 또래는 교실 책상 가운데에 선을 긋고 짝꿍에게 여기 넘어오면 죽는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자랐다. 운동장의 모든 땅따먹기는 선을 그으면서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은 선 넘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했고, 민속촌의 줄타기 꾼은 오늘도 아슬아슬 몸의 균형을 맞추며 선을 걷는다.

 

나와 타인을 가르는 그 모든 선, 그게 성별이든 국적이든 인종이든 나이든, 언어, 지역, 성적 취향, 학벌, 계급, 통장 잔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 무엇이든 간에, 그 선 사이로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는 상황에 심심한 입맛을 다신다.

11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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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적 개념을 넘어 어쩌면 나와 타인을 가르는 그 선이야말로 너와 나를 이방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선 너머의 사람=이방인'이라는 공식은 나와 다른 어떤 의견, 취향, 인종, 문화 모든 것에 해당된다. 어쩐지 입안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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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을 넘어선 자 또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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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은 크리스 도퍼다. 그는 이 세상에 없다. 2019년 8월 25일 밤 11시 10분에 만 47세의 나이로 다시 오지 못할 레테의 강을 건넜으니, 불러도 대답 없는 '영원한 이방인'이 된 지 벌써 3년 반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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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로 산다는 건 어떤 것이었을까? 자신이야말로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라 말하던 그 옆에서 친구랍시고 있었지만, 진정으로 그의 고독을 다독이지 못했던 철없는 내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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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룸메이트가 되면서 절친이 된 크리스 도퍼는 그야말로 평생이 '생존'이었다. '낭성 섬유종'으로 평균 수명이 20세 아래라는 학설을 넘기고 살아남았으며, 이식 과정 중 '간암'과 '대장암'을 이겨내는 것은 물론, 오토바이가 SUV와 충돌하는 대형 교통사고를 겪었음에도 살아남았다.

 

이후 야속하게도 폐암을 겪으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영원한 이방인'이 되었지만, 그는 그토록 수많은 죽음을 맞닥뜨리고 생존하는 무수한 삶 속에서 스스로를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이방인이라 말했다.

 

어쩌면 매 순간이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패턴이 다른 스스로가 '이방인'처럼 느껴져서는 아니었을까? 더불어 결국 저자는 이 세상에 없는 그를 '영원한 이방인'이라 말함으로써 이방인에 대한 또 다른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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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밖에서 행복한 자,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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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 모임을 다녀온 후 꽤 오랫동안 상념에 잠겼다.
(...)
딱히 동화될 수 없던 난 서서히 그 속에서도 이방인이 되었다. 주변에서 겉돌며 자기 검열에 들어갈 즈음, 나는 상념을 멈추고 결심했다. 어떤 부류로 날 규정하지 않겠다고. 그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면 된다고. 방법이 다를 뿐, 그들을 그들대로 표현할 것이고, 난 '히피'란 카테고리가 아닌 나로서 표현할 거라고.

 

손사래 치며 규정되는 걸 거부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했던 카테고리는 있다. 난 내가 '연극인', 혹은 '여행자'로 불릴 때 편했다. 그 단어에 자부심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연극 작업을 하지 않으니' 연극인'도 아니요, 여행하지 않으니 '여행자'도 아니다.
(...)
내 주변엔 한 단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 단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지키기 위해 투쟁도 서슴지 않는다. 세상에는 카테고리 안에서 행복한 사람과 카테고리 밖에서 행복한 사람, 두 부류가 있나 보다. 난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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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로 이방인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어떤 부류로 규정짓거나 특정 소속에 머무르고자 애를 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나를 속이며 행복하지 않은 길을 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스스로 행복하다 느낀다면 세상이 정한 규율이나 카테고리, 집단에 스스로를 굳이 구겨 넣을 필요는 없다. 그저 이방인으로서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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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라는 꼬리표에 집중하느라 정작 진실을 보지 못한 무지함에 대한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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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도시에선 딱히 '이민자', 혹은 '이방인'이라는 말이 적용되지 않을지도 몰라. 모두가 이방인일 테니까.

 

꼬리표가 붙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해졌다. 길거리의 인파 속에서 튀지 않고 자연스레 섞일 수 있는 물리적 자유는 덤이었다. 최소 3개의 인종과 언어, 문화가 한곳에 어울려 산다는 사실은 이상하리만큼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하지만 이는 '언젠가는 떠날 여행자'가 가지는 얄팍한 관찰력과 순진함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역시 난 무지하고 무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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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렀던 쿠알라룸푸르에서의 일화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바라는 대로 보이고, 들렸던 꿈같은 시간들은 결국 모두 거짓이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가 불현듯 떠오른다. 

 

이민자 혹은 이방인이라는 꼬리표에 집중하느라 결국 제대로 된 진실을 보지 못한 무지함과 같은 일화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살아가면서 어쩌면 쓸데없는 것에 너무 집중하느라 진짜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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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이들마저 문득 먼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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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게 등을 돌리고 있는 카밀이 한없이 먼 이방인으로 느껴졌다. 난 과연 그의 말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내가 이 나라에서 애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밀이 한국에서 관계를 지속한 한국인이 없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문득 카밀과 내가 한국어도 네덜란드어도 아닌 영어로 소통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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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가까운 이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물며 국제결혼을 하고 다른 나라말을 쓰는 부부가 그런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다면 더 이상한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한국어도 네덜란드어도 아닌 영어로 소통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서 어쩌면 제3국 언어인 영어는 그들에게 있어 중립국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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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추구하는 나는 언제 어디서든 이방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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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욕망이 함축되어 있는 집으로부터 과감히 자유롭고 싶다. 지금까지 쓴 글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결국 나는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것 같다. 
(...)
난 내가 머무는 모든 장소를 내 집으로 만든다고, 어디서 살든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내 집이라고 배포 있게 말한다.
(...)
난 언제 어디서든 이방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구나. '이방인'이란 정체성이 주는 수많은 현타와 불안과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내 깊은 무의식 근본에서는 이미 이방인이 될 계획을 세우고 있었구나. 그랬구나. 다 계획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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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짚어보면서 이방인에 대한 다양한 정의, 새로운 관점들을 하나씩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자신은 많은 것들로부터 자유를 추구하고 있으며, 자신이 있는 곳이 바로 내 집이라고 배포 있게 말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언제 어디서든 이방인이 될 준비가 되어있었음을 깨달으며, 수없이 많은 불안과 현타에도 무의식 근본에는 이방인이 될 계획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떠도는 삶이 머무르는 삶보다 무조건 좋다 아니다를 판별하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확고히 옳은 것임은 알 수 있었다. 설사 그것이 두렵고 불완전할지라도 말이다.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저자가 찾아 나서는 이방인의 삶에서 그 해답을 조금은 얻을 수 있었기를 바란다. 여행을 통해 수없이 많은 나라와 여러 인생,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서 항상 관찰자로 지켜보았지만, 결국 저자가 내린 결론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안에 해답이 있었다.

 

다시 말해 내 삶을 규정짓고 정의 내리는 것은 타인도, 외부의 환경도 아닌 결국 '나'였다. 살아가면서 어떤 순간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그 불안과 절박함을 그저 묻어두려고 하지 말자. 오히려 그것을 동력으로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노력해 보자.

 

현실의 어떤 조건(나이, 사는 곳 등)에 살고 있던지 결국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또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하고 그 방향과 속도로 전진한다면 보다 씩씩하고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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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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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가면 먹거리나 관광지 혹은 휴양에 집중해서 즐기는 것에 반해, 전시관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은 보통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이유로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한 두 군대쯤은 방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세계사, 고대사와 같은 '역사 공부' 관점에서 단순히 보자면 지루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입식 교육방식으로 인한 전달 방식의 문제지 세계사나 고대사 자체가 재미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에 색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돌아보고 과거 존재했던 이들의 사고와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를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그런 관점에서 과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명화를 볼 수 있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는 것인데, 글이나 문서로 습득하기 보다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이 가거나 시선이 가는 그림과 조각들부터 시작해 보는 재미를 하나 둘 알아가다 보면 과거 존재했던 이들의 역사와, 종교, 문화, 생활상 등을 거리낌 없이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보다 큰 맥락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7일의 미술 수업이라는 컨셉으로 일자별 도시와 그 도시에 있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단순히 그림을 소개하는 것은 넘어 세계사, 문화, 철학, 신화, 종교에 얽힌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더해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화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작품 설명과 이에 얽힌 뒷이야기까지 만나볼 수 있어 미술사를 통해 세상의 교양을 두루 접할 수 있다.

 

특히 예술의 중심인 이탈리아 곳곳의 도시를 탐방하며 그곳의 미술관과 소장품들을 소개하고 있어 이탈리아 여행 전 이 책을 먼저 읽고 여행하면 보다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특별히 이탈리아를 콕 집어 이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미술사에서 이탈리아가 가지는 중요성과 무게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첫째,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확립해 온 그리스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이는 그리스의 모든 것을 이탈리아가 품었고, 품었던 그리스적인 모든 것을 유럽에 알렸다.
▷둘째, 종교적인 측면에서 이탈리아는 로마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유럽, 아프리카 북쪽,  소아시아까지의 광대한 영토에 기독교를 전파해 신 중심의 세계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셋째, 고대 그리스 미술을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발전시킨 것도, 1000여 년의 중세기 동안 기독교 미술의 원형을 생산해낸 곳도,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걸출한 미술가들을 배출해낸 곳도 이탈리아이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그림과 조각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뻔한 대답 이상을 할 수가 없다며 '안다'는 것은 대상에 관한 여러 가지 차원의 '정보'를 습득한다는 뜻이고, '본다'라는 것은 제대로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뜻에 가깝다고 말하며, 대상의 정보가 많을수록 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이 맞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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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만들어낸 그 창밖 세상 안에는 그것을 창조한 자의 삶이, 그 삶을 살도록 한 사회가, 그 사회가 전개시킨 역사가, 그러한 역사 안에 쌓인 구성원들의 사고와 철학이 들어 있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리고 조각을 본다는 것은 결국 이 모든 정보에 대한 맹렬한 추적에 가깝다.

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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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처음부터 잘 모르는 그림과 조각을 제대로 습득해서 알기는 어렵기에 조각과 그림을 보는 관점부터 달리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히 '멋있다'라거나 '잘 그렸네'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왜?', '무엇', '어떻게'라는 의문사를 가지고 바라본다면 자연스럽게 그 의문들은 점차 그림과 조각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해할 수 있는 눈을 길러줄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 당시는 그저 여행한다는 기분에 들떠 제대로 조사하거나 공부하지 못하고 덜컥 방문했는데,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을 다시금 만나보며 새삼 복습하는 기분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와 히스토리를 재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속 나만의 투 두 리스트도 추가하게 되었는데, 조금 더 다채롭게 공부해서 다시 이탈리아를 방문해 직접 두 눈으로 이 작품들을 만나 자세히 보고 싶다는 열망을 꿈꿔본다.

 

더불어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몇 가지 꼽아 소개하는 이 글을 통해 그림과 조각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도 부디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후 이탈리아를 직접 방문해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순서는 '도시+보관된 장소' 기준으로 정리했으며 추가적으로 작품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그림을 중간에 첨부하는 형태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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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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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티나 성당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회의, '콘클라베'를 실시하는 이 예배당은 건축을 명령했던 교황 식스토 4세의 이름을 따 '시스티나'라고 부른다.

 

1.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

 

▷교황 율리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벽화' 작업을 명했다. 평소 조각이 회화보다 우월한 미술이라는 신념을 굳게 품고 있던 미켈란젤로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이렇게 큰 프레스코화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화가가 아닌 조각가임을 주장하며 버티던 미켈란젤로는 어느 날 갑자기 그 일을 맡겠노라 선언했는데, 이는 교황이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이유가 적대적 관계의 건축가 도나토 브라만테의 간교 때문이라고 내심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는 브라만테의 교활한 작전에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 위해 세상 모두가 놀랄 만큼의 대작을 완성해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겠노라 결심한다.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더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천장화 중 가장 잘 알려진 그림으로 <아담의 창조>를 꼽는다.

 

▷하나님과 서로 손끝으로 교감하는 이 모습은 스필버그의 영화 <E.T>를 떠올리게 한다.

 

▷아담의 손가락은 미켈란젤로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났을 즈음, 천장 균열로 금이 가서 후대 화가가 새로 그린 것이다.

 

▷하나님의 몸을 감싼 붉은 장막 안에는 12명의 인물이 보이는데, 예수의 12제자를 의미한다고 보는 이도 있고 왼팔 바로 아래 천사가 여자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브나 마리아를 대동한 천사들로 해석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붉은 장막과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선이 사람 뇌의 단면과 닮아 있어서, 하나님이 결국 아담, 즉 우리 인간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선사했다고도 읽는다.

 

 


2.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최후의 심판>

 

▷예수를 중심으로 기독교를 위해 순교한 성인들이 포진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형 당할 때 사용된 무시무시한 도구들을 들고 있다. 예컨대, 화살을 맞는 형벌을 받았던 성 세바스티아노는 화살통을, 못이 튀어나온 바퀴에 깔렸던 성녀 가타리나는 그 바퀴를 들고 있다.

 

▷단 중앙에는 나팔 부는 천사들과 크고 작은 책을 든 천사들이 그려져 있다. 이들은 죽은 자를 깨우고 천국 혹은 지옥으로 보낼 자들의 명단을 확인 중이다. 왼편 천사는 작은 책을 오른편 천사는 혼자 들기에도 벅찰 정도의 큰 책을 들고 있다. 아마도 작은 책에는 몇 안 되는 선한 이들의 이름이, 큰 책에는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할 사람들이 적혀 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에게 절대적으로 호의적이었던 바오로 3세가 서거한 이후로 <최후의 심판>의 외설 논란은 더욱 격해졌다. 결국 그림을 노출을 가리는 쪽으로 결론이 나게 되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켈란젤로가 그림 수정 요구를 받은 지 한 달 뒤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수정은 미켈란젤로의 제자 볼테라가 맡았다.

 

▷사람들은 그의 작업을 벗은 이에게 팬티를 입혀주는 일과 같다고 생각했는지 볼테라를 '팬티 화가'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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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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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전회화관(바르베리니 궁전)
바르베리니 궁전은 전시된 미술 작품들만큼이나 아름다운 내 외부도 볼거리인데, 특히 바쿠스 분수가 있는 정원이 거닐 만하다. 이곳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연기했던 앤 공주의 숙소로 등장하기도 했다.

 

1. 한스 홀바인의 <헨리 8세의 초상>

 

▷영국 튜더 왕가의 헨리 8세는 아내를 6번 바꾸었다. 그중 2명과는 이혼했고, 2명은 참수형에 처했으며, 1명과는 사별했다.

 

▷한스 홀바인은 헨리 8세의 두 번째 아내 앤 불린과 왕의 비서장관이었던 법률가 토머스 크롬웰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왕실 화가의 자리에 올랐다.

 

▷홀바인이 왕실 화가로 활동하며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왕이 오매불망하던 아들을 낳고 죽은 시모어 이후, 네 번째 결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왕은 크롬웰이 적극 추천한 독일 클레베의 공주 쪽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애정이 아닌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의한 혼인이긴 해도 얼굴을 알아야겠다며 홀바인으로 하여금 그녀의 모습을 그려오도록 했다. 

 

▷문제는 이 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크롬웰이 홀바인에게 그녀를 무조건 예쁘게 그리라 요구했던 것이다.

 

▷그는 정성을 다해 인물의 단점은 교묘히 감추고 없는 장점도 만들어 내가며 누가 봐도 그녀를 그린 것이지만 결코 그녀라고 할 수 없는 보정된 사진 같은 초상화를 제작했다.

 

▷이 초상화를 보고 헨리 8세는 상상과는 너무 다른 그녀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면서 앤과의 잠자리를 거부했고, 6개월 후 혼인 무효를 선언했다. 이후 그녀의 시종, 캐서린 하워드와 결혼했다.

 

▷분노한 왕은 그러잖아도 탐탁지 않았던 크롬웰을 이단에 반역 혐의까지 씌어 처형한다. 그러나 왕은 한스 홀바인에게는 벌을 내리지 않았다.

 

 


2. 한스 홀바인 <헨리 7세, 요크의 엘리자베스, 헨리 8세와 제인 시모어>

 

▷왕은 아들을 낳아준 제인 시모어와 자신의 모습을 런던 화이트홀의 벽에 새겨 영원히 기념하고자 홀바인에게 의뢰했다. 

 

▷홀바인은 왕관이나 왕홀을 등장시키는 대신 그저 한 손엔 장갑, 한 손에는 단검을 든 모습으로 그리면서도 왕의 존재감을 극대화했다.

 

▷헨리 8세는 완전 정면을 보고 있다. 크고 당당한 체구에 두 다리를 벌리고 선 모습은 강한 카리스마를 뽐낸다. 황금빛 의상과 그를 장식하는 보석 등은 질감이 생생하게 드러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왕은 완성작에 크게 기뻐했고 홀바인뿐만 아니라 다른 화가들에게도 벽화 속 제 모습을 원형으로 하는 여러 초상화를 제작하게 해 자신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3.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유딧 이야기
가톨릭교회의 제2경전인 <유딧기>는 이스라엘 베툴리아 지역을 외적 아시리아로부터 구한 과부 '유딧'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보리 추수를 하다 일사병으로 죽고 3년이 지난 후 아시리아의 장수 홀로 페르네스가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오자 유딧은 이에 맞서기 위해 계략을 꾸미게 된다.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해 성서에 기록된 것처럼, "남자들의 눈을 홀릴 만큼 요란하게" 꾸몄다. 하녀 한 명을 대동하고 아시리아군 진영에 도착한 유딧은 장수인 홀로 페르네스를 직접 만나야 한다며 간청했고 이에 홀로 페르네스는 쉽게 넘어갔다.

 

마침내 막사로 걸어들어온 지 나흘째 되던 날 밤 유딧은 그에게 술을 청하고 상대가 방심한 순간, 준비한 칼로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내리치고 모두 잠든 틈을 타 빠져나와 그 목을 마을로 가져온다. 홀로 페르네스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 이스라엘 병사들은 사기 진작해 승기를 잡고 적을 물리치게 된다.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에 대한 그림은 같은 상황을 묘사한 다른 화가, 다른 느낌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다! 

 

1)카라바조의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이탈리아 바로크를 대표하는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유딧은 남성 판타지 안에 갇혀 있다. 심지어 2번의 칼질만으로 적의 목을 벨 수 있는 여인이라 해도, 그녀가 어여쁘고 소녀스러워서 도와주고 싶은 모습으로 남길 고대한다.
▷강한 추진력과, 담대함을 가진 현실적 모습의 유딧을 카라바조의 그림에서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2)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카라바조의 그림은 같은 주제, 다른 느낌으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그림과 자주 비교된다.
▷젠틸레스키의 홀로 페르네스는 온 힘을 다해 저항하지만 유딧과 하녀의 강한 힘에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다. 그녀들은 이런 일을 하고도 남을 만큼의 강단과 투지가 있어 보인다. 남자를 홀리는 몸단장이라는 성서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그 옷에 피 한 방울이라도 튈까 봐 몸을 사리는 소녀가 아니다. 젠틸레스키의 유딧은 옷 따위는 안중에 없다.

 

3)카라바조 혹은 루이스 핀슨의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프랑스의 한 농가에서 카라바조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홀로 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이 발견되었다.
▷전작에 비해 유딧의 모습이 조금 더 강단 있어 보인다는 점과 그녀와 함께한 하녀가 여전히 노파의 모습이긴 하지만, 더욱 적극적이란 점이 눈에 띈다.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 건축에도 참여했던 카를로 마데르노가 설계, 감독하여 지어진 17세기의 성당이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의 걸작 <성녀 데레사의 환희>를 소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598년 나폴리에서 조각가의 아들로 태어난 잔 로렌초 베르니니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과 조각에 뛰어나 신동 소리를 들었으며, 10대 시절 이미 교황과 추기경, 권세가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능숙한 솜씨로 아버지를 도와 밀려드는 일감들을 소화해냈다.

 

▷베르니니는 대상의 형태를 완벽하게 재현하면서도 그 위에 고통과 비명, 웃음, 감탄, 열정 등 인간의 감정을 오롯이 새겨 넣을 줄 아는 조각가였다. 또한 그와 동시에 살아생전 5명의 교황을 고객으로 두었던 최고의 건축가이기도 했다.

 

▷베르니니는 육중한 돌덩어리로 바람에 펄럭이는 그녀의 옷자락뿐 아니라, 고통과 환희 사이의 격렬하거나 숨 가쁘거나 숨을 멎게 하는 그 모든 미세한 감정을 조각해냈다. 조는 이의 가슴을 후벼파거나, 심정의 심연을 뒤흔들어놓는 연극 같은 분위기를 '바로크 '미술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는데 '조각'에 있어서는 베르니니를 따를 자가 없다.

 

▷언제라도 약속 없이 방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한 교황 우르바노 8세는 그에게 "로마는 당신을 위해 있고, 당신은 로마를 위해 있다"라고 말했는데, 이를 통해 베르니니가 없는 로마는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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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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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델레그라치에 성당
밀라노를 이끌던 공작,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의 명으로 1463년 공사를 시작해 1490년 그의 아들 루도비코 스포르차 대에 완공되었다. 이후 루도비코는 성당 내부에 가문의 가족묘를 만들 생각으로 확장을 명했고 성당과 수도원, 회랑 등 모든 구조가 제대로 형태를 갖춘 것은 1497년에 이르러서다.

 

▷예수의 오른팔 가까이에 앉은 세 사람은 <최후의 만찬>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들이다. 셋 중 중앙에 있는 사람은 대제사장의 하인을 공격해 귀를 자른 베드로로, 오른손에 칼을 든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몸을 슬쩍 뒤로 배고 있는 이는 유다로 손에 주머니가 들려 있다. 베드로와 닿을 듯 얼굴을 가까이한 이가 요한으로, 마치 여성처럼 그려졌다.

 

또 다른 작가가 그린 <최후의 만찬>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을 비교해 보면서 왜 그의 작품이 그토록 각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많은 화가가 이 순간을 그렸지만 다빈치의 그림이 이토록이나 각광받는 것은 원근법, 좌우 대칭 등의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 묘사 덕분이다.

 

▷특히 모든 인물을 섞고 어울리게 해 만찬의 자연스러운 좌석 배치를 유도한 점도 다빈치의 신선하고 놀라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최후의 만찬>과 같은 대형 벽화는 프레스코화로 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빈치는 계란에 물감을 녹이는 템페라와 기름을 사용하는 유화를 혼합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 방법이 훼손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당시 그는 알지 못했다.

 

▷추후 이 그림은 여러 수난을 겪게 되는데, 식당 특성상 습기가 많아 보관에 치명적인 것은 물론 1660년에는 수도사들이 그림 정중앙에 식탁 부분을 뜯어내고 문을 내는가 하면, 18세기에는 식당이 마구간으로 사용되고, 2차 세계대전 때는 폭격을 맞는 등 수난을 겪게 된다.

 

▷현재의 그림은 1977년부터 22년간 최첨단 장비를 총동원해 겨우 복원한 것이다.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브레라는 '도심 속의 녹지'라는 뜻의 게르만어 '브레이다'에서 나온 말이다. 추후 나폴레옹이 밀라노를 점령하게 되면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탈리아에서 약탈한 상당수의 미술 작품을 브레라 아카데미로 옮기면서 이곳에서 파리 살롱전과도 비슷한 전시회가 개최된다.

 

나폴레옹 철수 이후에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다수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이곳은 1809년부터 정식 미술관으로 개장한다.

 

'미술관'이라는 뜻의 '피나코테카'라고도 불리며, 14세기 이탈리아 회화로부터 모딜리아니에 이르는 1천 점이 넘는 방대한 회화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죽은 예수>는 독특한 시점 때문에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누워 있는 예수의 발치쯤에 시선을 두고 그린 것으로, 몸이 비스듬하게 캔버스 상단 쪽으로 사라지듯 그려져 있어 깊은 공간감을 자아낸다. 2차원의 화면에 3차원적인 환영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몸이 짧아진 듯 보인다. 이런 기법을 '단축법'이라고 한다.

 

▷'십자가 처형'을 그린 그림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인 예수, 성모마리아, 애제자 사도 요한, 그리고 마리아 막달레나를 꼽을 수 있는데 이 그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화면 왼쪽, 손수건을 한쪽 눈에 대고 있는 여인은 성모 마리아로 자글자글한 주름과 투박한 손을 가진 성모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더 심금을 울린다. 

 

▷그 옆 가장자리에 간신히 얼굴을 드러낸 인물은 사도 요한으로 추정된다. 

 

▷성모의 얼굴에 가려져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이지만 슬픔과 경악, 분노로 가득 찬 막달레나의 둥근 입이 성모 마리아의 두건 뒤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독특한 구도는 그림 앞에 선 자들이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 동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토록 파격적인 시선 처리로 이처럼 미화되지 않은 성모자나 성자들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애초에 이 그림이 후원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화가 자신을 위해 그린 그림이었기에 더 대담하고, 더 파격적일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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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기억에 남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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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다 코레조가 그린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제우스가 '사랑'을 위해 변신한 모습들을 모아 그린 연작 세 작품


 


 


 

▷첫 번째 사진: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레다와 백조-레다를 위해 백조로 변한 모습> / 베를린 국립미술관
▷두 번째 사진: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납치되는 가니메데스-미소년 가니메데를 취하기 위해 독수리로 변한 모습>와 <제우스와 이오-이오를 위해 구름으로 변한 모습> /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세 번째 사진: 안토니오 다 코레조 <다나에-다나에를 위해 황금 비로 변한 모습> / 로마 보르게세 미술관

 

■대 루카스 크라나흐의 반복하는 형식의 그림들

 

▷대 루카스 크라나흐는 특정 주제와 구도를 반복하는 형식의 그림도 자주 그렸다. <아프로디테와 벌통을 든 에로스>만 해도 20점 이상을 그렸다.

 

■조반니 벨리니 작품

 

▷당시 피렌체나 로마의 화가들은 정확한 데생이 회화의 기본이라 생각했다. 선을 이용해 형태를 완벽한 비율로 완성하고, 그들을 화면 안에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회화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조반니 벨리니는 '선'보다 '색'에서 회화의 아름다움을 찾아냈다.


▷그의 그림은 성서의 인물들을 아름다운 자연 속에 배치하여 종교화이면서도 풍경화 같은 분위기를 준다. 또한 빛에 따라 변화하는 색조를 유심히 관찰해 표현하곤 했다.

 

 


미처 다 담지 못한 그림들이 가득하지만 우선적으로 시선이 가거나 관심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여 정리해 보았다. 그저 그림이나 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볼거리가 풍족해 배가 부른 느낌이다. 더불어 쉽게 접할 수 없는 명화들이라 모처럼 색다른 영감도 얻을 수 있었다.

 

작품을 그린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얽힌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함께 만나보면서 기이하게만 보이던 부분들이 작가의 의도대로 새롭게 보이는 매직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더불어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을 기준으로 가지가 뻗어나가듯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작품을 보다 풍요롭고 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모르면 스쳐 지나갔을 인물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짚어주면서 왜 그런 형태로 자리하게 되었고, 또 이 작품에서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그려졌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흥미롭게 작품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섭렵할 수 없기에, 반복해서 읽으며 더 관심 있는 부분은 다른 참고 문헌이나 자료를 통해 보충해서 파악해 보는 것도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미술과 관련한 재미있는 교양을 더 쌓아봐야겠다. 책 한 권으로 간략하게 맛보았지만, 정말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에 예술을 두고, 제대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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