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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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것을 담아낸 소설!"


앞서 읽었던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처럼 긴 여운을 남긴 이 소설은, 키건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또 하나의 역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약 100여 페이지 정도의 얇은 두께지만 압축된 언어로 표현하는 대사들, 미묘한 암시를 통해 드러나는 정황들 때문에 어쩐지 머릿속에서는 그 이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겉으로 명확히 드러내진 않으면서 말할 듯 말 듯 의미심장하게 전달되는 뉘앙스 때문에 나도 모르게 바짝 다가서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실제 아일랜드에서 벌어졌던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이 더해지며 흥미를 더한다.


단출한 하나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관점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양산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숨겨진 분량과 이야기를 곱씹을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또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가, 빌 펄롱이라는 개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너무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다각도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개인과 사회, 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집단과 다른 양상을 보이는 한 사람의 행동 패턴이 이 집단에 어떤 상황을 야기할지 그려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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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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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달레나 세탁소는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했던 시설로, 당시 '성 윤리에 어긋난 짓을 저지른' 여성들을 교화시키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죄 없는 소녀들과 여자들이 그곳에 감금된 채 폭행과 성폭력, 정서적 학대 속에서 노역에 시달렸고 그들의 아기들 또한 방치되거나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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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및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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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다 평가받는다. 특히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이 책은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현재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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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대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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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 기울어 가는 도시의 풍경은 처참한 그 자체였는데, 추위 속에서 먹고 자고 입는 것이 변변찮아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은 점점 길어졌고,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해 창고보다도 추운 집에서 지내며 겹겹이 옷을 껴입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또 여자들은 매달 첫째 금요일에 아동수당을 받으려고 장바구니를 들고 우체국에서 줄을 서기도 했다.

젖소를 돌보던 사람들을 시골을 떠나 대부분 영국으로 떠났고, 젊은 사람들은 런던, 보스턴, 뉴욕 등으로 이민을 떠나고 있었다. 빚을 진 사람들이 많았고, 오죽하면 어린 아이가 고양이 밥그릇에 담긴 우유를 마시는 걸 목격하기도 할 정도였다.

뉴로스에서는 조선소가 문을 닫았고, 강 건너에 있는 큰 비료 공장 앨버트로스에서는 여러 차례 해고를 단행하는 등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던 때였다.

그럼에도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을 뒷바라지 하며 살 결심을 했다. 그러던 때에 우연찮게 수녀원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이로 인해 새롭게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게 되면서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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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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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소도시에서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난 빌 펄롱은 엄마가 가사 일꾼으로 일하던 미시즈 윌슨의 배려로 글을 배우고 잔심부름을 하며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한다.

학교 졸업 후 한두 해 기술학교에 다니다가 석탄 야적장에서 일하게 되는데, 일머리가 있고 성실한 것은 물론 사람들과 잘 지낸다는 정평이 나면서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이후 아내 아일린과 약혼하자마자 미시즈 윌슨이 빌 펄롱에게 자리 잡는 데 쓰라고 몇천 파운드를 주면서 빌은 별도 사업체를 차려 야적장을 운영하게 된다.

※펄롱이 운영하던 야적장
펄롱은 선택, 토탄, 무연탄, 분탄, 장작을 팔았다. 또 조개탄, 불쏘시개, 가스통도 취급했다. 겨울에는 매달 부두에서 석탄을 실어 와서 실어 나르고 야적장에서 분류하여 무게를 달고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하는 사업을 했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평판이 좋고 성실해서인지 펄롱은 시국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들(아내와 딸 다섯)과, 사업체에 있는 직원들 월급이 밀리지 않고 생활할 만큼 형편이 좋았다.

다섯 딸들은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란 탓인지 성실하고 똘똘했는데, 학교 성적이 좋은 것은 물론, 합창단에서 활동하거나 수녀원에서 악기를 배우고 그림 대회에서 상을 받는 것 외에도 아빠의 사무실로 출근해 장부 정리를 돕고 용돈을 버는 등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을 하는 것으로 큰 기쁨을 주었다.

한편 펄롱은 어려운 이웃이나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잔돈을 주거나 땔감을 무료로 나눠주면서 주변 이웃들을 보살폈는데, 이에 대해 때때로 아내 아일린이 놀리곤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던 그날도, 펄롱은 추운 날씨에 땔감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주말에도 쉼 없이 배달을 나가게 된다. 그날은 강 건너 언덕 위에 있는 수녀원으로 배달을 가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우연찮게 걸레질을 하고 있는 여자아이들과 마주치게 된다.

형편없는 몰골을 하고 있던 아이들은 펄롱을 보자마자 처음에는 깜짝 놀라게 되는데, 이내 정신을 차린 한 여자아이가 이곳에서 자기를 꺼내달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아이를 함부로 도와줄 수 없었던 펄롱은 이를 거절한다. 그렇게 찝찝한 마음을 안고 돌아선 펄롱은 이후 일요일 이른 새벽, 밀린 배달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다시 수녀원에 석탄 배달을 가게 된다.

그리고 이내 컴컴한 창고를 손전등으로 비추던 펄롱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낸듯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펄롱이 아무리 물어도 아이는 왜 거기서 머물게 되었는지 답을 하지 않는다.

꽁꽁 언 아이를 현관으로 데려가 초인종을 누르니 젊은 수녀가 나왔고, 소리를 지르고 다시 들어간 후 한참이 지나서야 수녀원장이 문을 활짝 열고 나오게 된다. 문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어떤지 물어봐 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펄롱은 고민이 많아진다.

아이를 마주한 수녀원장은 능청스럽게 아이를 대하며 돌아가려는 펄롱을 끝끝내 안으로 들이며 아무렇지 않게 상황을 무마하려 한다. 처음에 이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펄롱은 그런 수녀원장의 태도에 이내 마음이 바뀌게 되고, 상황이 종료된 후에는 오히려 더 머무르며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하지만 떠나기를 종용하는 수녀원장의 눈치에 결국 돌아 나오는 길에 펄롱은 아이의 원래 이름과 살던 곳을 묻고, 자신의 이름과 사업장을 알려주며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난다.

한편 수녀원을 나온 후 마음이 심란했던 펄롱은 자신이 자랐던 미시즈 윌슨의 집을 찾아가지만, 정작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하고 오히려 낯선 이를 통해 그 집에서 농장 일꾼으로 일하던 네드와 닮았다는 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된다.

같이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과 네드를 연결시켜보지 않았던 펄롱은 닮았다는 그 말을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겨든다. 궁금해했던 아버지의 존재를 생판 남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고 한참 뒤, 정신을 차린 펄롱은 새로 생긴 걱정은 밀어놓고 수녀원에서 본 아이 생각에 다시 마음이 불편해짐을 느낀다.

수녀원장이 주는 돈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아이를 거기에 두고 그냥 나온 것이, 그 애가 유일하게 부탁했던 그 애의 아이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묻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래놓고 미사를 보러 간 자신이 마치 위선자처럼 느껴져 펄롱은 스스로가 끔찍하게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다가온 크리스마스이브, 펄롱은 무기력함이 느껴지고 며칠째 뭔가 가슴에 얹힌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됐는데, 그때 자주 가는 식당에서 주인인 미시즈 케호에게 의미심장한 충고를 듣게 된다.

수녀원하고 있었던 충돌을 들었다며, 거기일에 관해 말할 때는 조심하는 좋다는 말과 함께 그 수녀들이 안 껴 있는 데가 없다는 말을 넌지시 건넨다. 여기에 더해 그곳하고 세인트 마거릿 학교 사이에는 얇은 담장 하나뿐이며, 교단은 다르지만 다 한통속이라며, 어느 한쪽하고 척지면 다른 쪽하고도 원수가 되는 거라는 강력한 한방을 날린다.

세인트 마거릿 학교에는 첫째 캐슬린과 둘째 조앤이 다니고 있었고, 가운데 아이 실라와 넷째 그레이스는 화요일마다 학교 끝나고 수녀원으로 가서 아코디언을 배웠다. 이처럼 자신의 아이들과 깊이 관여되어 있는 곳이었기에 펄롱에게는 마음이 불편해도 그곳에서 만난 아이를 섣불리 돕겠다 마음먹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 작은 마을에서 수녀원에 관한 일이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이었던 만큼, 또 사람들이 알면서도 쉬쉬하며 피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만큼, 위험하고 또 위험한 일이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잘못 벌집을 건드렸다가는 작은 마을을 지탱하고 있는 끈끈하고 강력한 연대를 흐트러트린 배신자로 낙인찍혀 모든 것이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모른 척 그렇게 눈 감고 살았던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펄롱은 계속해서 편안하고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자정미사에도 가지 않고 방황하다 계속 자신의 마음이 불편한 이유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펄롱의 마음속은 서서히 무언가 다른 것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내 마음을 굳힌 펄롱은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수녀원으로 조용히 다가가 예전에 아이를 만났던 석탄 창고에서 아이의 이름을 불러 그녀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내 아이를 데리고 수녀원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의 "나랑 같이 집으로 가자, 세라."라는 펄롱의 제안에 아이는 이번에는 서슴없이 그를 따랐고, 그렇게 그녀를 데리고 그의 집을 향해 걸어간다.

집으로 가는 길, 펄롱은 사람들을 피해 숨어서 몰래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맨발에 펄롱의 옷을 걸친 여자아이를 보고 수녀원에 있는 아이인 것을 알아본 사람들은 슬금슬금 피하거나, 세탁소 계집애 중 하나가 아니냐며 대놓고 따지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펄롱은 최대한 상황을 넘기며 계속 갈 길을 갔다.

가슴속에 설렘과 함께,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반드시 맞닥뜨릴 것이 분명한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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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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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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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이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라면서 마을의 습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작은 소문에 흔들리고, 한 끗 차이로 모든 것을 다 잃을 수도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더 튀지 않고 사람들과 잘 지내며 일에만 몰두하며 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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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느 일요일 밤 펄롱은 심란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
곧 펄롱은 정신을 다잡고는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가 없는 거라고. 게다가 여기에서 이렇게 지나간 날들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비록 기분이 심란해지기는 해도 다행이 아닌가 싶었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일과를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실제로 닥칠지 아닐지 모르는 문제를 고민하느니 보다는.
3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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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끔 아내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그런 그의 품성 덕에 어쩌면 석탄 야적장 사업이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펄롱은 일도 잘했고, 성실했으며, 사람들과도 잘 지냈다. 일찍 일어났고 술은 즐기지 않는 건강하고 바른 사람이었다. 어릴 적 미혼모인 자신의 어머니를 돌봐준 미시즈 윌슨처럼 사람들을 보살피고 돌보는 것에 야박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문득 심란한 기분을 느끼고 지나간 것을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을 한 부분은 어쩌면 뒤이어 일어날 일들에 대한 약간의 밑밥이 아닐까 싶다.

일상이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것에 안심하는 펄롱을 보고 오히려 추후에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어떤 일이 벌어지겠구나 예측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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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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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일이 날이면 날마다 여름 내내 반복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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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복선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일상의 무료함을 느끼는 펄롱의 모습에서, 그리고 그런 반복적 삶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는 부분에서 사건이 일어나겠구나 직감이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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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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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속이 너무 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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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당신이 모르는 거 같아서. 당신은 딱히 어려움을 모르고 컸잖아."
(...)
"세상에는 사고를 치는 여자들이 있어. 당신도 그건 잘 알겠지."
(...)
뭔가 작지만 단단한 것이 목구멍에 맺혔고 애를 써보았지만 그걸 말로 꺼낼 수도 삼킬 수도 없었다.
(...)
"그렇지만 우리가 가진 것 잘 지키고 사람들 하고 척지지 않고 부지런히 살면 우리 딸들이 그 애들이 겪는 일들을 겪을 일은 없어. 거기 있는 애들은 세상에 돌봐줄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그런 거야."
56~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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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아일린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 몰랐던 마을 사람들이 감추고 있는 은밀하고 내밀한 속내를 알게 된 펄롱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아일린은 수녀원에 있는 여자들은 사고를 치는 여자들이며 살아가려면 때론 알면서도 모른 척을 해야 살아갈 수 있으며, 펄롱은 어려움을 모르고 커서 그런 것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약간의 비아냥과 이기심을 섞어 이야기한다.

내 아이와 내 가족이 잘 살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척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며 자신들이 그런 일을 겪을 일은 절대 없다 말하는 아내의 말에서 펄롱은 어쩌면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미시즈 윌슨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자신의 어머니 또한 같은 일을 겪었을 것이었기에, 펄롱에게 있어 수녀원에 있는 아이들의 일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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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 것을 적절하게 맞추어 균형 잡을 줄 알아야 집 안에서나 밖에서나 사람들하고 잘 지낼 수 있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특권임을 알았고 왜 어떤 집에서 받은 사탕 따위 선물을 다른 더 가난한 집 사람들에게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2~1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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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을 누리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펄롱은 오히려 당연하게 주고받는 것조차 특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펄롱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더 가난한 집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자책한다.

펄롱이 가진 생각과 관념, 인격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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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겨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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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자신의 어떤 부분이, 그걸 머라고 부르든 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119~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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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행복해지는 장면이다. 종교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행하지 않는 사람을 종교인이라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며, 펄롱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에 따라 타인을 돕고 사는 것으로 인생의 방향을 굳힌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몸이 가벼워지고 당당해진 것은 물론 기쁨이 솟아난 펄롱은 한껏 오른 엔도르핀 덕에 후에 치를 대가가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고,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못한 행복을 만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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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미시즈 윌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쳐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1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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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롱은 수녀원에 있는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어머니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미시즈 윌슨의 친절을 떠올리게 된다. 당시에 자신과 어머니를 보호해 준 미시즈 윌슨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존재함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녀의 배려와 가르침 덕에 펄롱은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있었으며, 학대와 고통을 당하지 않고 사람다운 삶을 살며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 수녀원에 있는 것이 어쩌면 어머니가 되었을 것이고, 자신은 죽었거나 멀리 입양 보내져 어떤 삶을 살았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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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써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은 지나갔다.
(...)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120~1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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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적으로 결정한 후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은 분명 현실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을 예측케 한다. 작은 마을에서 벌어질 소란과 가정에서 벌어질 혼란은 상상이상으로 무시무시할지도 모른다.(더군다나 이미 딸아이가 다섯이나 있다)

하지만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아내를 위한 새 구두 상자를 들고 한껏 들뜬 모습으로 들어가는 펄롱의 모습을 보며 지금 당장은 그저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남들이 하지 않는 선택을 용감하게 하고,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것을 행함으로써 이타적인 삶에 과감하게 뛰어든 펄롱의 모습은 현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의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아내 아일린이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현실 속에 존재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삶과 이익을 위해 타인의 불행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행여 알게 되더라도 섣불리 나서지 않으면서 비슷한 이들끼리 갖는 연대는 그래서 더 차갑고 매몰차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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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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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나무가 누레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라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 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11페이지 中
마지막 옮긴이의 말까지 읽고 보니, 새삼 첫 문단이 다시 보인다. 처음에 첫 문단 첫 페이지에서 이 문장을 접했을 때부터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는데, 그때는 정확히 그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읽다가 그저 부정적인 느낌만 안고 그대로 지나쳤다. 그런데 완독 후 옮긴이의 해석까지 읽고 보니 저자인 키건과 옮긴이의 노력이 엿보인다.

더불어 이것이 암시하는 바도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었다. 해석하기에 따라 상징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자살, 임신, 수녀원, 시신, 물에 빠져 죽음, 성폭력 등의 키워드를 통해 소설의 내용이 상징하는 바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펄롱이 수녀원에서 처음에 우연찮게 만난 여자아이는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문득 그 아이는 이 강을 넘어 도망치려고 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자살을 하려고 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짧지만 이 소설이 상징하는 바는 단어와 문장 곳곳에서 발견된다. 은밀하고 미묘하게 암시하고 있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두 번 세 번, 여러 번 읽을수록 어쩐지 더 선명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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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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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행복을 꿈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혹독한 겨울에 벌어진 이 이야기는 시대적, 계절적, 현실적으로 힘든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위태로운 이곳은 타인의 고통과 슬픔을 짓밟고 그 위에 나의 안전과 평화를 지켜내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수녀원의 실체에 대해 짐작하면서도 입을 다물고 높은 담 안에서 저질러지는 학대에서 눈을 돌린다. 그리고 이내 나와 가족의 안위만을 챙긴다. 그것이 살 방법이라고 되뇌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덕분에 수녀원에 머무르는 죄 없는 여성과 아이들은 수없는 학대와 착취에 시달리며 노동하거나 아니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묵인하고 덮어둘수록 언덕 위에 자리한 수녀원의 위력은 점점 커진다. 그리고 그럴수록 이 마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진다.

때문에 인생에 다시없을 아버지를 찾았음에도, 그리고 그 아버지가 아주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펄롱은 이내 곧 이 일을 덮어둘 만큼 아무 일도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내 온통 수녀원에 있는 아이에게 시선이 쏠려 결론에 이르러서도 아버지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만다.

펄롱이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두려움과 불안함이 존재하는 것은 이처럼 강력한 수녀원의 존재감 때문이다.

암묵적인 동의하에 모른척했던 마을 사람들이 펄롱의 기행(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을 목격했다.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수녀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아이를 데려간 펄롱을 수녀원에서는 가만히 둘까?

한편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꾸리고 있다 생각한 아내와 다섯 딸은 이 상황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후일담이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펄롱도 물론 적지 않은 댓가를 치르겠지만, 목숨을 담보로 수녀원에서 모든것을 빼앗기며 살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모든것이 그저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누군가에게는 이처럼 마음만 먹으면 행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꾸는 일이 될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가볍고 얇은 소설 한편 속에 자리한 극명한 대조(빛과 어둠, 크고 작음, 행복과 불행, 크리스마스와 수녀원 등) 와 압축된 대화 속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때문에 읽으면 읽을수록, 의미가 확장되고 상상의 세계가 커진다.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존재들이 숨죽여 터트리는 슬픔과 아픔이 서려있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 아스라이 비치는 불빛 속에서 삶의 희망을 바라는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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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들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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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이 책은 곳곳에 햇볕 같은 따뜻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인생을 살면서 느낀 지혜와 깨달음의 문장들을 편안하고 진솔하게 전함으로써 쉽고 편안하게 와닿는다.

여기에 더해 중간중간 시선이 멈추는 명화와 철학자들의 명언은 깊이를 더한다. 그래서인지 선물용으로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에게 주는 선물로도 좋고, 부모님이나 친구, 혹은 또 다른 소중한 이에게 전해도 좋겠다.

잠자기 전 곁에 두고, 어떤 날은 명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또 다른 날은 문장을 반복적으로 읽음으로써 마음에 새기고 위로와 위안을 얻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 앞까지 다녀온 저자는 비로소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졌다고 말한다. 덕분에 현재는 인생의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되면서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고도 전한다.

더불어 죽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며,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지금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 말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고도 전한다.

위로와 응원, 지혜가 담긴 65개의 글과 40여 점의 명화, 그리고 철학자들의 명언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방법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점 등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이든다는 것은 그만한 경험과 지혜가 쌓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삶을 어쩌지 못하고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하며 보내고 있다.

이것이 계속되면 때론 집착으로, 고집으로, 철없음으로 비치며 점점 더 고립되거나 불행 속에 내던져지고는 하는데, 그럴 때 삶의 '관점'을 재정비함으로써 변화는 물론, 봄날 같은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통해 위로와 삶의 의지, 용기와 응원을 듬뿍 받기를 바란다. 더불어 가까이에 있는 행복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여유로운 삶을 원한다면,
복잡하게 따져볼 것 없다.
그냥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된다.

무작정 달리러 나왔다가
발길마다 멈춰 잔뜩 여유를 부린 나처럼.
21페이지 中
=====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따진다. 덕분에 매일이 고달프고 힘겹다. 이제는 그만 내려두고 원하는 바를 떠올리자!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언제든 행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
사람은 추위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릴 때 죽는다.

우리 삶에도 삼한사온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한파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다.
한파 뒤에 따뜻한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나면
비로소 기나긴 봄날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71페이지 中
=====

고통이 싫다지만, 고통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 매일이 봄날이거나 매일이 한파면 무엇이 고통이고 행복인지 과연 구분할 수 있을까?

계절의 변화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싹을 틔우는 봄날도 이내 찾아올 것이다. 또 그렇게 한 뼘 성장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가 봐도 불행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은 행운을 찾아도 불행하고
행복한 사람은 지척에 널린 것이 행복이다.
100페이지 中
=====

행복과 불행을 판가름하는 것은 어쩌면 외부적 상황이나 객관적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어쩌면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으로 나누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일신우일신'이란
날마다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루를 맞이하는 마음과 각오가 새롭다는 뜻이다.
하루 끝에 성찰하고 반성하는 사람은
매일이 인생의 첫날이다.
(...)
매일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매일이 인생의 첫날인 것처럼 살아라.
115~116페이지 中
=====

'새해'나 '매월 1일'과 같이 우리는 특별한 날을 기준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실천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날을 '매일'로 설정해 보면 어떨까?

그럼 우리는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


=====
변화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내가 찾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계기로 삼으면
풀 한 포기로도 인생은 바뀔 수 있다.
119페이지 中
=====

변화를 맞이하고 싶다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보자. 변화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거나 같은 시간이 잠드는 등의 일상의 작은 습관을 통해서도 충분히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이다.

경험은 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짧은 경험에 사로잡혀 모든 현상과 사물을
쉽게 단정 지어 판단하는 것이 경험의 독이다.

(...)
모든 일에는 반드시 양면이 있다.
144페이지 中
=====

나이 듦에 따라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경험을 바탕에 둔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함부로 남을 판단하거나 쉽게 단정 지어 결론 내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
행운이란 살아가는 동안 찾아오는 기회다.
하지만 기회가 왔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기회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
만약 기회가 찾아왔음을 알아채더라도
눈뜨고 기회를 날리는 사람도 많다.
양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치기 싫어
꽉 움켜쥐고 눈을 멀뚱히 뜨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본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올 때
양손에 든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을 잡으려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도전을 위해서는 가진 것을 놓을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150~151페이지 中
=====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낚아채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알아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두 번째, 기회를 잡기 위해 손에 쥔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체념과 도전정신을 꼽을 수 있다.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도 않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당신을 기회를 알아보는 눈과, 기회와 찾아왔을 때 도전할 결단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나간 과거를 가끔 돌아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시선을 과거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과거는 가끔 돌아보면 충분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는
가끔 살펴보면 충분하다.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지금 당장 차가 지나가는 바로 이 길이다.

어차피 지나간 상황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오직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와 미래뿐이다.
지금 핸들을 어디로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
목적지가 바뀔 수 있다.
156~157페이지 中
=====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전방 주시가 필수다. 가끔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통해 뒤를 확인하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현재에 집중해야 원하는 과거를 남길 수 있다. 또 바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삶을 원하든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은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다.


=====
익숙하고 당연하다 느끼는 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더 가지지 못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불행한 것이다.

이 진리를 삶을 마무리할 무렵에 느낀다면
후회의 한숨을 쉬며 떠날 것이다.
209페이지 中
=====

자신이 왜 불행한지 원인을 제대로 모르고 그저 불행하다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 '죽음'을 앞에 두고 무엇을 가장 후회할 것 같은지 떠올려보자.

그러면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서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단순히 나이 오십에 접어 들어서 저자가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이만 '찬' 어른이 아닌, 삶을 제대로 마주하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화와 삶의 깊은 깨달음을 주는 철학자들의 한 줄 명언들을 입안에 굴려보며 머리와 가슴에 새겨본다. 덕분에 오늘 나는 어떤 새로운 날을 맞이할까 설레하며 행복한 인생, 꽃 같은 인생을 그려본다. 내디뎌본다.

후회가 밀려올 때, 인생의 중턱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할 때, 삶에 회의가 느껴질 때, 삶의 반전을 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를 때, 불안하고 공허함이 들 때 이 책을 꺼내들고 천천히 책 속의 문장들을 음미해 보자.

가족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세상의 기준에 맞춰사느라 미뤄뒀던 진짜 내 인생을 되찾는 방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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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날에, 흔들리는 나를 -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서영식 지음 / 진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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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날을 견딘 기록들이 주는 담담한 위로"



이 책에 실린 글은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쓴 글로, 일종에 쓸쓸한 날을 견딘 기록들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글 곳곳에는 짙은 삶의 무게감이 묻어난다.


일상 속에 찾아온 고됨을 저자는 그저 나직한 목소리로 덤덤히 풀어내는데, 그래서인지 더 울컥하는 순간들이 종종 발견된다. 억지로 위로하지 않아서, 강요하지 않아서 더 오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기분이다.



일상 속에 들이친 아픔과 괴로움, 얼룩진 생채기를 조용한 언어로 남기며 약하고 흔들렸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의 모습은 어쩐지 모든 것을 이미 득도한 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홀로 눈물짓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꽤나 힘들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요란하지 않아서 덩달아 읽고 있는 나조차도 차분해지는 저자의 시와 산문은 혹독한 겨울날의 벽난로를 연상케 한다.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 소리에 절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처럼.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절망 앞에 타인이 건네는 위로의 말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그저 말없이 건네는 따스한 손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도 깨닫게 해준다.


저자가 풀어내는 나직한 속삭임에서 흔들리는 삶의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흔들리고 있는 채로 더 흔들리고 있는 이를 향해 가만히 손을 뻗어 주는 일이 곧 사랑이 아닐까요.

25페이지 中

=====


흔들리는 손잡이를 잡으면 더 흔들릴 것 같지만, 실상은 흔들리는 나와 손잡이 모두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켜 준다. 넘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어쩌면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세상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보다 더 흔들리는 이를 잡아주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나마저도 넘어질까 싶어 모른척했다면, 앞으로는 기꺼이 손을 잡아주자.


덕분에 나와 너 우리 모두 넘어지지 않고 버티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추어 설 때가 있다.

몸부림치는 일마저도 여의찮을 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고장 난 삶을 껴안고 옴짝달싹 못 할 때가 있다.

그런 날 내가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이런 것.


"고장이 아닌 거 같아.

그냥 잠시 휴식하고 있는 걸 거야."


그리고 내가 시계에서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그럴 땐 그들도 가만히 나를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

고장이 아니라 단지 충전이 필요했던 것처럼

그런 날, 내가 나에게도 그런 휴식의 시간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59~60페이지 中

=====


'빨리빨리'를 일삼는 대한민국에서 멈춰 선 시계는 그저 고장 난 것으로 치부된다. 왜 멈췄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버려진다.


그럴 때 만약 누군가 '잠시 휴식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배터리를 교체하면 된다'라고 말해주면 어떨까?


번아웃이 왔을 때, 지쳐 나동그라졌을 때 잠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렇게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쩌면 조금은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

우리에게 진짜 얼굴이란 게 있기나 할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심지어 사물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달라 보이는데

하물며 사람을, 하물며 사람의 이름을

우리는 왜 그토록 하나의 틀 안에 가둬두고 있을까.

143페이지 中

=====


가까운 사이에서 트러블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쩌면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인정하려 하지 않아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천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틀에 가둬두려 했기에,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에 어쩌면 멀어지는지도 모르겠다.



=====

"사람을 다른 각도에서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사물을 틀 안에 가두고 있는 것처럼

사람 또한 자기만의 틀 안에 가두고 산다.

맥주병에도 꽃을 꽂으면 꽃병이 되는데

하나의 이름이 그 이름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면

사람의 입장에서 이보다 서운한 일이 또 있을까.


뒤집어 보고, 바꾸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이해하는

가장 바람직한 시선은 아닐까.

170페이지 中

=====


어디에서 읽었는데, 한국 사람만큼 본래의 용도를 넘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사람을 대할 때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 보면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물은 그토록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왜 정작 사람을 대할 때는 요모조모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할까?


사람도 뒤집어 보고, 바꿔보고, 다르게 바라보자. 관점에 따라 상대방은 물병이 되기도 하고, 꽃병이 되기도 하며, 재활용품이 되기도 할 것이다.



=====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그렇다.

아무리 예쁘게 포장하고 매력 있게 다듬어도

그의 마음을 내가 먼저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어려워진다.


어떤 상황인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관심이라 부른다.

관심이 있어야 마음이 보이고

관심이 사람을, 관심이 사랑을 부른다.

181페이지 中

=====


무작정 내 마음을 들이대는 것은 범죄이며 악취미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먼저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상대방을 소중히 하는 마음, 즉 관심에서부터 서서히 시작해 보자.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저자가 덤덤히 풀어낸 글을 읽으며, 삶에서 진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물과 행동들이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살면서 흔들리는 날, 고되고 힘이 드는 날 외로운 마음을 묵묵히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조용히 어깨를 내어주는 이가 있다면 조금 더 버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대의 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꼭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작고 소소한 것을 함께 나누고 손잡아 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짜 연대의 힘이라 생각한다.


나를 온전히 나로 바라봐 주는 것,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는 것. 진정한 위로는 거기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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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정영욱 지음 / 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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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로만 하는 위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마음이 아니라 입으로 의미 없이 내뱉는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진심을 담지 않을 거라면, 그냥 가만히 입다물고 옆에 있어주는 게 때론 더 나을 때가 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사연 있는 편지를 읽는 느낌이다. 힘들고 고단한 시간을 보낼 때 들었던 의미 없는 이야기들은 걸러내고, 나를 버티게 해 준, 버팀목이 되어 준 이야기들만 모으고 모아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여기에 더해 시간이 약이라며 모든 공을 시간에 돌리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본인이 잘 버텨냈기 때문이라 말하며, 때문에 당신은 앞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며, 지금도 해내고 있는 사람이라며 격한 응원과 격려의 말을 전한다.

이런 응원 덕분인지 어느새 축 처진 어깨가 올라가고, 자존감도 팍팍 높아지는 기분이 든다. 만약 살면서 한 번씩 삶이 버겁다 느껴지거나, 방향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 이 책을 꺼내들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져보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각 장 별로 살펴보면, 1장에서는 '태도', 2장에서는 '관계', 3장에서는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시간', 4장에서는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 5장에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한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무슨 일을 겪던,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결국 우리는 해낼 수 있다.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 중에 겪는 좌절이나 패배가 아무리 뼈아파도 해낸 후에 남는 것은 결국 성취와 충만함일 것이다.

그러니 부디, 미리 겁먹거나 패배주의에 빠져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당신은 이미 지난 시간 속에서 수없이 해냈고, 지금도 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낼 것이기에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자!


=====
기필코 자신답게 살라고 귀 따갑게 들어왔기에 그 중요성은 알지만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는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당신의 시선에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며 행하는 것이 나다움에 제일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15페이지 中
=====

나답게 살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봤어도, 막상 나답게 사는 것을 실천하려고 하면 막막함과 막연함을 느끼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나와 잘 어우러지는지 주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그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내 시선에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해 보라고 말한다. 각자의 시선과 기호, 취향이 다르기에 아마 저마다 아름다운 것의 기준과 대상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다움에는 어떤 기준도 없다. 그저 내 시선에서 아름다운 것을 행하면 그것으로 나다움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점차 나다움을 일깨워가면 된다.


=====
동전에는 분명 앞면과 뒷면 그리고 옆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옆면이 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에, 앞면과 뒷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극심한 걱정에 사로잡힐 때는 동전의 옆면을 생각하자. 그리고 동전의 앞면과 뒷면만 기억되고 옆면은 깔끔히 잊어 버리듯 그 걱정의 존재를 잊어버리자. 억지로 가능성을 만들 순 있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이라고. 우연히 일어나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일들이라고. 과한 걱정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30~31페이지 中
=====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과는 다르게 옆면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분명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가 늘 걱정하고 고민하는 일들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크고 작은 걱정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고 더 큰 가능성의 기회를 놓치며 산다.

부디, 과한 걱정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 혹은 일어날 가능성이 큰일에 더 집중하며 살자.


=====
엄마의 말

영욱아, 꼭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이 있다. 네 인생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있더라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러니 자신이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 알아서 건강도 잘 챙기고, 필히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하물며 남을 위해 살진 말거라. 결코 그러진 말거라. 오직 너를 위해 살며 이용하되, 마땅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
나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기에, 삶이 값진 것이란다.
81페이지 中
=====

엄마가 저자에게 전한 메시지를 읽으며, 짠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가 사람과 관계에서 크게 상처받는 이유는 저자의 엄마가 전한 말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마치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처럼 마음을 퍼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쓴맛을 보는지도 모르겠다.

바라건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 글만큼은 꼭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신을 챙기고, 건강도 챙기며, 보살피는 것에 게으르지 말 것! 더불에 타인에게 도움은 주되 내 모든 것을 내어주지는 말 것!

내 인생이기에, 마땅히 내 행복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
"지금 갈까?"라고 해주는 사람

"무슨 일 있어?"라는 말도 다정하지만, "지금 갈까?"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간다. 비록 말뿐일지라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시간과 여유를 내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에게는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낀다. 당장 힘든 이에게는 자초지종을 묻는 사람보다, 언제든 포옹해 줄 수 있는 포용적인 사람이 필요한 것이니까.
101페이지 中
=====

내 인생에 "지금 갈까?"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문장이다.

누군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지금 갈까?"라고 묻는 말은 왈칵 눈물이 쏟아질 만큼 짙은 위로의 말이자,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마음의 상처가 스르르 사라지게 만드는 강력한 항생제같이 느껴지는 말이다.


=====
충고는 하면서 내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뱉지도 말아야 한다. 자랑은 그 값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면 꺼내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고받아야 한다. 용서는 감히 허락되지 못할 각오로 구해야 하고, 화는 그로 인해 사이가 끊어질 확률을 가늠하며 표출해야 한다. 부탁은 거절당할 용기를 지닌 채로 해야 하고, 거절은 상대방의 서운함을 감내할 수 있는 사이일 때나 하는 것이다.
12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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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씹어 삼키면 좋은 말이라 남겨본다. 충고, 자랑, 사랑, 용서, 화, 부탁, 거절을 할 때는 반드시 이 내용을 참고해서 괜찮다 느껴지면 실행하자.



삶에는 기본적으로 고통이 수반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실패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성공적인 삶을 살 것인가?

이것은 아주 미세한 한 끗 차이로 결정 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지 말아야 할 선택들 사이에서 부디 옳은 선택과 판단을 통해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우리 모두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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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PATA
문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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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이면서 그녀가 아닌, 깊숙이 숨겨진 '그녀'에 대한 이야기"


붉은 마젠타 컬러를 입은 표지는 어딘가 미스터리함을 가득 뽐내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간간이 방송을 통해 만나온 문가영이라는 사람의 이미지 때문인지, 새삼 그녀의 숨겨진 내면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이 반갑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처음에 그녀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책 제목을 보고 에세이가 아닌 소설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녀의 내밀한 언어들로 채워진 산문집이었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오픈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듯 당당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것은 보면 스스로 꽤 오랜 시간 자신을 찾기 위해 얼마나 깊이 고심하고 되뇌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있을듯하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살펴보면, 1부 '존재의 기록'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들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진실한 자신을 마주하기 위한 치열한 자기 탐구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2부 '생각의 기록'은 질주하는 단상들 사이에서 자신과 바깥을 향한 예리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각이 돋보인다.

특히 의도적으로 1부와 2부의 페이지를 흑백으로 나눔으로써 시각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느낌을 선사하는데, 이를 통해 다가오는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 더해 부록에서 만날 수 있는 실제 파타의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는 또 다른 관점에서 파타를 바라보게 하는 한편, 그녀가 쓴 기록들이 실로 진짜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나'이지만 내 안에 자리한 또 다른 '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실제의 나와 성격이 다를 수도 있고, 의견이 다를 수도 있으며, 무언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상념의 형태로서 자리하면서 스스로를 혼란스럽게 만들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내밀하고 은밀한 구석에 꾹꾹 눌러 숨겨두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홀로 있는 시간에 둘만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깊이 더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제각각의 모양새라 누군가에게 언어로 꺼내기엔 복잡 미묘한 내면의 목소리를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과 언어로 풀어내며, 예측할 수없이 튕겨대는 상념과 생각의 고리를 기록으로 남겼다.


배역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한 저자는 글을 쓸 때조차 배역이 필요해,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신을 '파타'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내면에 존재하는 상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진실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진실이 아니기도 하며 어떤 것은 왜곡되거나 거짓인 내용이 존재할 수도 있다. 머릿속에 자리한 수많은 저자의 상념들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나고 자라는 상념들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나의 삶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이제 사사로운 감정들 속에서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는 파타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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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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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하고 소소한 부분에 대해 저자의 내면에 자리한 '파타'는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질문하고 떠올리고 쫓아가며 그 과정들을 글로 남겼다.

이 기록들은 때로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반대로 이해되지 않거나 복잡하게 다가오는 것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저자 자신의 상념에 대한 기록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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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거짓말 잘할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하지도 마."
(...)
의미 없는 거짓말과 의미 없는 경고.
반복.
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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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처럼 나 홀로 다짐하고, 경고하며, 되뇌던 반복의 말이 떠오르는 문장이다. 같은 상황이 이르면 또다시 반복할 걸 알면서도 스스로 의미 없는 거짓말을 반복하던 나의 모습,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경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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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손으로, 품에서 품으로.
세상에서 세상으로. 옮겨지던 그녀.
어릴 적부터 어디를 가든 파타는 두 발로 땅을 디뎌본 적이 별로 없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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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자리한 다양한 상념들이 정작 현실 속에서 경험치로 자리한 적은 별로 없다. 모든 생각과 의문들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모든 물음과 생각들은 허공에 뜬 상태로 옮겨지고 또 옮겨지는 게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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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카리는 파타의 마음속에서 한 번도 영웅이 아닌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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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가 있는 집의 동생들이 흔히 갖는 동경 혹은 영웅심리가 엿보이는 문장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첫째들이 갖는 어떤 책임감이 이와 닮아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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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은 엄마는 파타에게
"눈앞의 사람에게는 늘 진실하게 대해야 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며 파타는 엄마에게 "엄마 정말 잔인하다. 내가 받은 상처들을 알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

파타의 시선을 따라가 함게 같은 곳을 보던 엄마는 파타에게

"그래? 그래도 누구를 만나든 진심을 다해 대하면 모든 사람들이 네 편이 되어줄 거야."

빨간 불이 초록 불로 바뀌는 그 순간 파타는 엄마에게
".... 엄마 나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며 엄마는 파타에게
"내 딸은 모든 걸 품을 수 있으니까... 내 딸은 그랬으면 좋겠네."

여전히 아이 같은 서운함에 파타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버렸고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만큼이나 엄마의 마지막 말은 그녀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18~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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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말이 객관적으로는 옳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내심 내가 상처받은 것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고 서러운 기분.

토라져 고개를 휙 돌리거나, 방문을 쾅 하고 닫고 들어가 모습을 감춰보지만, 이내 마음 한편에는 부모님의 말이 맴돌아 자꾸 마음이 시끄러워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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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내가 써준 편지 내놔."

이 대화에서 알 수 있듯 파타에겐 마무리보다 자신의 편지가 중요했다. 하얀 종이에 얹어지는 활자들은 그녀의 감정들을 대신하고, 그녀의 넘치는 사랑은 모음 끝에서 뚝뚝 흘러내린다. 그래서 파타는 자신이 쓴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는 걸 좋아한다.
(...)
한 아름 편지들을 안고 집에 도착했다. 안심했다.

'내 맘을 돌려받았어. 난 잃은 게 하나도 없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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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치사한 것 같으면서도 순수한 모습이 엿보이는 에피소드로, 당시 파타는 어쩌면 진짜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감정이 흠뻑 스며든 편지를 되돌려 받고 집에 도착한 뒤에 안심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다가도, 새삼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편지로 에둘러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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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체성을 찾고 있어요."
(...)
"매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높이도 다르고 깊이도 달라요. 작년보다 이번 계단이 유독 높았나 보네요. 그래서 적응하는 중인가 보다. 그건 혼돈의 시기가 아니라 빨리 온 축복이라고 하는 거예요. 정체성을 찾아야 해. 그게 앞으로의 몇 년을 책임질 거야.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비빔밥을 만들어 버려요. 아주 좋은 축복이니 자꾸 연구하지 말고, 그냥 관찰해."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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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찾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문장으로, 계단에 비유함으로써 심정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더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이를 해석하는 부분이었는데, 혼돈이 아닌 축복, 정리하려 하지 말고 그냥 비빔밥을 만들어 버리라는 말에서 꽉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왜 하나하나 꼭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골라내고 연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데 섞어 비벼 버려도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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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 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 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 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 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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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공감이 갔던 문장 중 하나로, 문장이나 단어를 떼어놓고 보면 분명 나를 위하는 말과 행동처럼 보이지만, 상황과 겹쳐놓고 보면 일방통행의 이기적인 행태로, 실은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정작 당사자는 모른다.

그래서 대놓고 그만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내가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그저 갑갑할 따름이다. 의미 없이 빌어주는 행복이나 질문들,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뱉은 말들이 타인을 불행 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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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어갈 즈음 그녀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단어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연말 약속
연말 계획
신년
새해
다짐

그녀는 이에 대한 두 가지의 이유를 설명해 주었는데 첫 번째는 그저 하면 되는 일에 대단한 사족을 붙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두 번째로 파타의 시간은 시계방향으로 도는 원이 아닌 직선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흘러가는 하나의 선에는 기준점이 될 만한 홈이 없다.

'그냥 하면 되잖아. 그냥, 12시. 내일. 다음 주 월요일.
1월 1일, 이게 다 무슨 기준이고 무슨 소용이야.
다짐을 할 시간에 이미 뭐라도 했겠다.'

뱉지 못한 말이다.
55~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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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의 말에서 어쩐지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특정 시기를 찾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의미 없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어쩌면 의지박약이라, 그런 핑계를 대서라도 미루거나 혹은 시작할 용기를 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떨 때는 '제발! 그냥 지금 해!'라고 외치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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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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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상념들의 특정 부분들이 조각처럼 자리한다. 메모지에 남긴 조각의 파편들이 흐트러졌다 만나는 텍스트 이미지를 통해 단상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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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어차피 좋아질 기분 조금 빨리 좋아지면 안 될까?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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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뇌지만, 쉽게 되지 않은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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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손이 한참 앞서 있는 내 생각을 쫓아가지 못할 때.
결국 오늘도 난 아무것도 적지 못했네.
1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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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이 함께 하지 못할 때 우리는 때로 오류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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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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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통하지 않는 진심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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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손가락

오래된 관계가 가장 끈끈하다고 하지만 이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게 바로 이런 관계들이다. 그래서 난 오래된 관계를 부수는 걸 좋아한다. 이는 느슨한 탄력감과 편안한 긴장감을 주고 무엇보다 견고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잔인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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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될수록 견고하다는 말은 관계에 맞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오래된 관계는 낡고 느슨해져 언제든 끊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때론 교체하거나 폐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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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아빠가 쓴 파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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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에피소드들에 등장했던 파타의 유년 시절을 아빠의 육아일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만나볼 수 있다. 파타는 알지 못했던 순간의 기록들에서는 사랑과 든든함이 묻어난다.

묵묵히 뒤에서 지켜봐 주는 시선에서, 잠들기 전 들려주는 아빠의 이야기에서 큰 사랑을 느낀다.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더불어 치열하게 고민하고 질문하며 자신을 찾아나가는 그 모든 순간이 사실은 소중한 일상의 순간이었음도 알게 된다.

그저 사랑스럽고 기꺼운 순간으로 기억되는 아빠의 육아일기는 허물없이 아끼는 마음으로만 가득 차서 그래서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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