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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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김헌' 교수의 책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반짝 일었다. 방송을 통해 푸근한 인상과 재미있는 말솜씨로 역사를 소개해 주는 그의 수업 덕분에 평소 어렵게 느꼈던 그리스 문화와 신화 등을 방송을 통해 재밌게 접할 수 있었는데, 왠지 책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샘솟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문 중 유독 더 어렵게 느껴지는 '철학'과 '철학자'의 이야기임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관심 있는 분야였지만, 평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야였는데 이번만큼은 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나와 같은 완전 초보자들을 위해 차근차근 뼈대를 세워가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은 물론, 시대별로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던 철학과 철학자들에 대해 서술함으로써 보다 가깝게 철학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철학' 하면 약간 뜬구름 잡는 이야기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삶과는 먼 이야기로만 느껴지는, 오로지 학문을 위한 학문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 책을 통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점과 인문학의 위기 상황에서 철학이 해답이 되어줄 수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삶의 위기를 겪으며 방향을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어쩌면 과거 철학자의 삶과 그 속에서 이루어진 철학자의 사유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문학자이자 교수로서 김헌이 전하는 철학과 철학자들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철학자들의 개인적인 삶과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 그리고 여기에 저자의 생각에 담아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힌다. 그래서 '철학'에 문외한이거나 초보자들도 접근이 용이하다.


학문적 관점에서 철학과 철학자를 소개하기보다, 우리가 똑같은 한 사람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어 거리감이 확 줄어듦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들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절한 예시와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삶에 보다 쉽게 적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연대별로 서술하는 방식과 반복적으로 철학과 철학자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그들이 추구했던 가치와 사상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어려운 이름에도 헷갈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매치가 가능하다.


우리 삶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는 철학과 그들이 추구했던 사상과 이념에서 우리가 어떤 깨달음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지를 찾고, 이를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철학 하는 것(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삶)에서 우리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철학자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자 했다.


그가 담은 철학과 철학자의 삶을 통해, 지식과 정보 지수를 올리는 것은 물론, 우리 삶에 대입할 수 있는 여러 대안과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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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은?
'철학에 대한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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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인 저자는 '인문학'은 '인간다움을 탐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하며, 그 역할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헌은 인문학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대안으로 철학에 대한 재검토를 제시한다.


그는 철학을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 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며 그 구체적 탐구와 사유의 모델로 하이데거의 예를 든다. 김헌은 "하이데거의 예처럼 철학자의 삶 자체와 그 속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사유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라며 이 책의 의도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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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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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이란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 죽어 갈 인간들이 생존과 행복을 위해 새겨 넣는 흔적의 총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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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몸에 무늬를 새겨 넣는 것처럼.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짓는 표정과 행동,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그 사람의 마음에 내가 새겨 넣는 인상 일체가 그 사람에게 새겨 넣는 나의 인문입니다. 이렇게 인문의 외연을 넓혀 나가면, 인간의 모든 행위가 인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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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인간 사회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문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행위는 한 공동체 내의 정체성과 역사를 이어 나갈 중요한 인문의 실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생각들이 서양의 언어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교육을 '파이데이아'라고 했는데 '아이를 어른으로, 인간다운 인간으로 성장시킨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마에서는 이 말을 '후마니타스'라고 옮겼는데, 이것은 '인간다움' 나아가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갖추도록 하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것은 영어 '휴머니티'로 고스란히 이어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인간다움을 탐구하는 공부'인 '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는 '인문학'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결국, 서구 문명사에서 교육은 곧 인문(학)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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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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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인문을 내 안에 새길 것인가, 그리고 어떤 인문을 내 바깥의 사람들과 세상에 새길 것인가, 이런 통찰이 약할 때, 세상을 위협하는 인문학의 위기가 개인의 차원에서도, 사회적 차원에서도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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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는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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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데거의 강연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철학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고대 그리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질문은 곧 '정의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구조로, 바로 '000은 무엇인가?'라는 형식으로, 이 형태로 질문하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바로 고대 그리스인이다.


예컨대, '붕어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우리는 그때 비로소 붕어빵의 본질, 붕어빵의 정체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지식을 얻게 된다.


바로 그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고, 본질을 추구하던 사람들이 바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었다는 것이 하이데거의 견해다.


철학이란 '대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 대상이 무엇이냐고 묻고, 그 답을 정확하게 찾아내려고 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일에 평생을 다 바친 사람이 바로 철학자인 것이다.


이처럼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삶, 그런 삶의 태도나 행동을 하이데거는 '철학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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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철학을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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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리스 철학을 구분할 때 소크라테스를 기점으로 전과 후로 나눈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의 마지막 인물로는 데모크리토스를 꼽고, 프로타고라스는 소크라테스보다 나이가 많지만 소크라테스 이후 철학자들에 포함된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 자연에 관심
▶소크라테스 이후 철학자: 인간과 사회에 관심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소크라테스는 처음으로 철학을 하늘로부터 불러 내렸고, 도시에다 가져다 놓았으며, 집 안으로까지 들여다 놓았다. 그는 삶과 관습, 좋은 것과 나쁜 것, 즉 선과 악에 관하여 탐구하게 만들었다"라는 말을 남겼다.


키케로는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철학에서 큰 전환점을 이루었다고 보았는데, 다시 말해 철학자들의 관심을 자연에서 인간으로 돌려놓았던 것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은 모두 '이 세상은 어떻게,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았던 사람들로, 그래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을 '자연철학자'라고 부른다.


철학사에서 최초의 철학자라 불리는 탈레스가 만물의 근본 요소를 물, 엠페도클레스가 물, 불, 공기, 흙이라고 주장하고, 또 데모크리토스가 원자라고 했던 것은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에 대한 탐구의 결과였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들의 관심을 인간과 사회로 돌렸는데, 그가 선과 악의 문제 등 인간의 삶과 행동을 탐구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철학자들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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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에 대한 진실과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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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라고 하면 흔히 말장난을 일삼는 말재주꾼을 떠올린다. '궤변론자'라는 번역이 특히 그렇다.


그런데 저자는 소피스트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데, 원래 그리스어로 소피스트는 '지혜로운 것을 아는 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피스트는 원래 좋은 의미였는데, 소피스트들이 철학자들과는 달리, 강연이나 교육을 통해 수업료를 받으면서 사람들에겐 '지식 장사꾼'이라는 편견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프로타고라스도 많은 돈을 벌었는데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을 설계하고 건축했던 조각가 페이디아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한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강연과 교육을 하고 돈을 받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들이 실제적으로 가르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비난을 받을만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소피스트들이 활동한 시기는 대체로 기원전 460년에서 기원전 380년 사이로, 활동 무대는 그리스 전역으로 다양했지만 가장 활발한 곳은 아테네였다. 아테네는 민주정이 가장 발달한 도시로 직접 민주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때는 연설을 통해 대중을 설득하는 기술이 아주 중요했는데, 그 기술이 바로 레토릭, 즉 수사학이었다. 소피스트가 수사학, 즉 연설의 기술, 설득이 기술을 가르치고 수업료를 받으면서 문제가 된 이유는 "나에게 오면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라고 선전하면서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심지어 죄를 짓고도 법정에서 말을 잘해서 무죄가 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가르치겠다고 하고, 의회에서도 이권을 챙길 수 있는 법률이나 정책을 관철할 수 있다며 선전했던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눈에 곱게 보였을 리 없었다.


수사학을 가르친 프로타고라스를 비롯한 소피스트를 비판했던 철학자가 바로 소크라테스였는데, 진리와 정의를 부정하고 말재주를 피워 거짓과 부정의가 위세를 떨치게 하는 건 국가와 사회를 어지럽히는 나쁜 행동이며 나쁜 교육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우리가 소피스트에 관한 알 수 있는 것은 대게 플라톤의 작품을 통해서라는 점이다. 그런데 플라톤은 소피스트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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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그리스 이름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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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토스
육체적인 힘, 완력을 뜻함 거기에 파생되어 권력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크라테스는 '크라토스를 가진 사람' , 즉 '힘이 센 사람'이라는 뜻이다. '힘으로 다른 사람을 누르는 승리자'를 뜻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
'크라테스'라는 말에 '소가'가 붙어 '소크라테스'가 되는데, '소'는 '안전하고, 확실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소크라테스는 '확실히 힘이 센 자'라는 뜻이다.


■이소크라테스
'크라테스'에 '이소'가 붙어 이소크라테스가 되는데 '이소'는 그리스어로 '같다, 비슷하다, 평등하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소크라테스'는 '다른 사람에 견주어 힘이 달리지 않는 사람' '다른 사람과 똑같은 힘과 권력,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데모크라시
민주주의를 뜻하는 '데모크라시'에도 '크라토스' 개념이 들어 있는데, 데모스가 '민중, 인민'이라는 뜻이니 데모크라시는 권력이 알반 민중에게 있는 정치체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저자가 손꼽은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을 만나보려 한다. 여기 담긴 내용들을 통해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편견 어린 시점도 다시금 재정비할 수 있었다.


더불어 하늘 끝에 닿아 있을 것만 같았던 철학자들이 어느새 손끝에 닿아 있는 느낌도 들었는데, 하나의 생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그들이 그런 사상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환경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더 의미 있었다.


특히 편중된 시선이 아닌, 중립적인 입장에서 저자의 의견과 생각이 더해지며 철학자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유쾌하고 매력적인 한 명 한 명의 철학자를 만나보며, 더 깊이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그래서 추후 저자가 추천한 도서를 통해 추가적으로 이들의 사상과 삶에 대해 더 알아가 볼 예정이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철학자들 중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눈에 띄었는데, 저자가 할애한 페이지가 많은 만큼, 또 이들이 끼친 영향력이 상당했던 만큼 확실히 시선이 많이 갔다.


소크라테스로부터 철학의 학맥으로 연결된 이들이 추구한 사상과 삶도 함께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서 이들이 당시에 어떤 것들에 집중했고, 어떤 것들을 실천하며 살았는지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



●헤라클레이토스●


그의 사상은 '만물 유전 법칙'이라고 하여 만물이 불처럼 끊임없이 운동하며 변한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물은 계속해서 흐르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 발을 담그고, 조금 후에 다시 발을 담근다고 해도 앞서 발을 담갔던 물은 이미 흘러가고 새로운 물이 흘러왔기 때문에 "한번 들어간 물에 다시 들어갈 수 없다"라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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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사실 같은 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죽고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기를 반복합니다. 태어날 때 가졌던 피부, 머리카락, 손톱, 발톱, 무엇 하나 지금 남아 있는 게 없을 겁니다.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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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매일, 매 순간 '나는 변하고 다른 나'를 마주한다. 그런 의미에서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하는 철학은 현재의 우리 삶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그렇게 흘러가 버리는 순간을 쟁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에 충실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데모크리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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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르시아 왕국을 통째로 갖는 것보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지혜를 갖길 원한다."  지혜를 권력이나 명예, 재산보다 더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았던 진정한 철학자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말도 전해집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몸이나 재물이 아니다. 올바름과 폭넓은 분별력이다." 그래서 그는 권력과 재산, 명예 등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세속적인 가치관을 비웃고, 자기 삶의 방식에 만족하고 평생 웃음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웃음의 철학자'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9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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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습니다. "세계는 무대이며, 삶은 한 편의 연극이다. 그대는 와서, 보고, 떠난다." 사후 세계를 믿지 않았던 원자론 철학자 다운 의연한 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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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이런 철학자를 찾으라고 하면 과연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했을 만큼 물질보다 지혜를 얻는 것에 더 힘을 기울였던 철학자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런 자기 삶의 방식에 '만족'하고 '평생 웃음을 잃지 않은' 철학자였다는 점에 있어 더 마음이 가는 철학자였다.


사후 세계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와서, 보고, 떠난다'라는 말에서 사는 동안 멋지게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후련함과 시원함도 느껴졌다.


미련을 가지기 보다 어쩌면 삶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데모크리토스의 철학의 영향>


▶플라톤의 제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쾌락주의자 에피쿠로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근대에 이르러 합리주의와 과학의 발달에도 큰 힘을 실어줌
▶공산주의 사상을 창안한 칼 마르크스는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을 비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처럼 데모크리토스는 서양철학사에게 끊임없이 연구되고 영향을 주었던 중요한 철학자였다.



●프로타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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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아름답고 추한가, 좋고 나쁜가, 옳고 그런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의미에서 "인간(또는 개인)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상대주의의 철학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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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기준으로 보자면, 변명할 여지없이 딱 들어맞는 철학이자 사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이다. 특히 개인의 개성과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에서는 이것만큼 들어맞는 사상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교육 방법을 '산파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교육 방법을 '산파술'이라고 부르는데, 이처럼 부르는 이유는 산파가 임산부의 태에 있는 아이가 세상으로 나오도록 도와주듯이 소크라테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도 마찬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마음, 정신에는 선생님이 가르쳐야 할 모든 것이 이미 다 들어 있다고 믿었으며, 따라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정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안에 이미 무르익어 있는 지식과 정보, 가치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산파가 임산부를 도와서 태 속의 아이가 나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다.



■'산파술'이 현대사회에서 가지는 교육적 가치
현실은 소크라테스의 생각과 분명 다른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은 여전히 유효한데,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모든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잠재력이 학생들 안에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따라서 교육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쑤셔 넣듯이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안에 있는 잠재력을 자연스럽게 끌어내고 학생 스스로 새롭게 창조해 낼 수 있도록 산파처럼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산파술의 교육적 가치는 지금도 여전히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죽음=영혼의 해방'이라고 생각한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탈옥을 거부하고 자신이 죽기를 기다려왔고, 또 죽음을 연습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소크라테스는 죽음이란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죽음이 영혼의 해방이었던 것이다.


영혼은 단단하고 순수하며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자신을 닮은 순수한 존재들만 있는 이데아의 세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영혼이 순수한 상태로 몸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천상의 이데아 세계로 올라가지만 반대로 영혼이 몸의 욕망과 탐욕에 오염되면, 더럽고 무거운 상태로 남아 천상의 이데아 세계로 올라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상의 이데아 세계로 올라가고 싶다면 평소에 몸이 욕망에서 영혼을 최대한 분리해야 하는데 그것은 철학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영혼을 몸의 욕망에서 떼어 내려는 노력, 영혼의 정화를 위한 실천, 그것이 철학이니 학문이라기보다는 무슨 종교적인 수행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소크라테스에게 철학은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고 논문을 쓰는 것에 국한되지 않았다. 철학은 이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특별한 삶의 방식과도 같은 것이며 영혼의 수련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철학을 '영혼을 돌보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철학은 영혼을 몸의 간섭에서 벗어나 순수한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되면 철학은 죽음과 상당히 비슷해지는데, 철학이 영혼을 몸의 간섭에서 떼어 내려는 노력이고, 죽음은 영혼이 몸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철학의 절정, 철학의 완성이 바로 죽음인 것이다.


그래서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고, 영혼을 정화하고 몸에서 해방하는 작업인 것이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평생 철학에 전념했으니 평생 죽음을 기다리고 연습한 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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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라는 말에 이어 '웰다잉'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듯, 잘 죽을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긴 것이겠지요. 어차피 영원히 살 수 없고 죽을 수 밖에 없다면, 적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곧 죽어 가는 것이라면, 잘 사는 일은 곧 잘 죽는 일과 곧바로 연결됩니다. 그런 점에서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1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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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사회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한 철학과 유사한 형태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영혼을 깨끗이 한다는 것은 곧 '비움'이라는 말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잘 살고, 잘 죽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들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죽음을 초월한 이들, 영혼을 맑게 하는 것에 관심 있었던 이들인 '이어령'과 '디팩 초프라' 역시 소크라테스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본다.



■소크라테스에서 시작되는 철학의 학맥
소크라테스 → 플라톤 →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드로스대왕



■소크라테스의 '소 소크라테스 학파'


▷첫 번째, 퀴니코스학파(안티스테네스/ 디오게네스)
인간이라면 고유의 덕을 잘 닦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렇게 살려면 금욕적인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티스테네스 그 자신도 그것을 몸소 실천하면서 살았다. 안티스테네스 학파를 퀴니 코스학파라고 부르며, '퀴니 코스'는 그리스어로는 '개 같은' 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길거리를 배회하는 그들을 보고 '개들과 같은' 삶을 산다며 '퀴니코스 무리들'이라고 불렀다. 학교에서는 '견유학파'라고 칭하는데 '개와 같은 유생들의 학파'라는 뜻이다.


'퀴니 코스학파'라는 이름은 안티스테네스의 제자 디오게네스 때문에 나중에 붙은 이름으로, 그들은 세속적인 가치관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면서 삶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두 번째, 메가라학파(에우클레이데스)
메가라는 아테네에서 펠로폰네소스반도로 가는 기로에 자리 잡은 도시로, 학파를 창시한 에우클레이데스가 메가라 출신이었기 때문에 메가라 학파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메가라학파는 궁극의 선을 탐구하고 논증하기 위해 논리학을 발전시켰는데 이 같은 논리적인 경향은 스토아철학의 논리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또 한편으로는 모든 것을 단정 짓는 태도를 경계하는 퓌론의 회의주의 철학에도 영향을 주었다.


▷세 번째, 퀴레네학파(아리스티포스)
퀴레네는 리비아의 도시로, 문화적으로 그리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아프리카의 아테네'라고 불렸다. 그곳 출신이었던 아리스티포스는 소크라테스에 관한 소문을 듣고 아테네로 가서 그의 제자가 되었다.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한 후 그는 다시 고향 퀴레네로 돌아가 학교를 세우고 제자들을 가르쳤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사상과는 아주 다른 내용을 가르쳤다.


아리스티포스는 쾌락을 강조했는데 특히 육체적 쾌락이 중요하고 인생의 목적은 결국 쾌락을 즐기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간순간의 쾌락이 쌓이고 쌓여서 그 총합이 결국 행복을 만든다는 주장으로 나아갔다.


그가 소크라테스를 직접 만난 후 오랫동안 같이 지내면서 배운 다음에 내놓은 것인 퀴레네학파의 쾌락주의이기에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쾌락주의적 요소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퀴레네학파는 소크라테스가 얼마나 다양한 사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표이다.


▷네 번째, 엘리스학파(파이돈/메네데모스)
엘리스는 펠로폰네소스반도 서쪽에 위치한 엘리스 지역 출신 파이돈이 세운 학교에서 발전했다. 파이돈은 전쟁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되어 아테네로 왔는데 소크라테스는 그를 노예가 아닌 인간으로서 대했고 나중에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해 주었다.


파이돈의 사상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의 제자인 에레트리아 출신 메네데모스의 사상을 통해 개략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엘리스 학파의 주장은, 대체로 메가리학파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메네데모스는 선, 좋음을 강조하는 대신에 덕을 강조, 이것이 과연 파인돈의 생각인지를 확실하지 않다.


엘리스 학파와 구별해서 메네데모스의 주장을 에레트리아학파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네데모스가 나중에 에레트리아에 학교를 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파이돈의 생각과 메네데모스의 생각이 같다고 보기 때문에 엘리스 학파를 에레트리아 학파라고도 부른다.



>>소크라테스의 제자들 중 지금까지 소개한 네 학파를 묶어서 '소 소크라테스 학파'라고 한다. 이들에게 '소'를 붙인 이유는 그들의 비중이 작아서라기보다는 남아있는 작품이 적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 소크라테스학파'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탁월한 글 솜씨로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삼은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플라톤●

스무 살에 소크라테스를 만나 불과 9년 동안 제자로 지냈다. 말도 참 잘하고 멋있는 표현을 만들어 냈던 탁월한 문필가이다.


소크라테스가 '철학계의 돌쇠'라는 이미지를 가졌다면, 플라톤은 '철학계의 떡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들이 스승과 제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
플라톤은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비극 작가가 되려고 작품을 썼는데, 그 작품을 뒤오뉘소스 제전의 비극 경연 대회에 출품하기 위해 아고라를 지나고 있다가 사람들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거기에서 소크라테스가 사람들과 철학적인 주제를 놓고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대화에 푹 빠진 플라톤은 '바로 저것이다'라면서 들고 있던 비극 작품을 불 속에 던져 버리고 그 길로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된다.


이렇게 다가온 플라톤을 보고 소크라테스는 "아, 네가 어젯밤 꿈에서 본 바로 그 백조로구나!"라고 말한다.



■플라톤의 작품을 구분하는 방법
플라톤의 저작을 집필 시기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 셋으로 나누는데 이런 구분에 획기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사람은 19세기 후반의 캠벨이었다.


플라톤의 글쓰기가 세월에 따라 변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세 덩어리로 묶은 것이다.


▷초기 작품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인 전형적인 대화편으로 어떤 결론을 내기보다 상대의 주장을 물고 늘어지면서 그 주장이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기 작품
플라톤의 완숙미를 보여주는 예술적인 걸작들이 많다.


▷후기 작품
대화의 형식을 취하긴 하지만, 극적인 요소가 많이 줄어들고 단순한 질문에 확고한 대답을 하는 방식으로 다소 건조한 문체로 이루어진다.



■플라톤의 작품이 오랜 세월 보존되고 전해진 이유


▷첫째, 플라톤이 직접 세운 아카데미아 학원이 파괴될 때까지 약 300년 동안 지속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둘째, 학교가 파괴되기 전 대부분의 작품들은 필사본이 제작되어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도서관으로 옮겨져 보관되었기 때문이다.


▷셋째, 플라톤의 작품들이 학자들,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물론 교양 있는 시민들,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배경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은 '가장 훌륭한 목적, 또는 가장 훌륭한 끝'이라는 뜻이다. 그가 아테네로 왔을 때는 아웃사이더였는데, 한 마디로 촌놈 취급을 받던 지역 출신이었다.


그러나 그의 출신 지역인 마케도니아에서는 상류층으로 그의 아버지 니코마코스는 마케도니아 왕의 주치의였다. 어려서부터 왕궁에서 자랐고, 마케도니아 왕자와도 친하게 지냈는데, 그가 바로 알렉산드로스의 아버지 필립포스 2세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
그가 열세 살 때 부모님이 전염병으로 돌아가시면서 친척의 보살핌을 받다가 열 여덞 살쯤 아테네로 온다. 이때 수사학을 중심으로 가르치던 이소크라테스의 학교와 기하학, 수학을 기본으로 논리학과 변증술을 가르치던 플라톤의 학교가 경쟁하고 있었다.


그는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 들어가 18년간 공부하며 플라톤의 제자가 된다.


처음에는 이소크라테스의 학교에 들어갔지만 오래 있지는 않았다. 지혜를 추구하는 실용적인 노선과 교육 프로그램 자체가 길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 있어서 아리스토텔레스와는 맞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적 호기심과 넓은 관심의 폭을 채워 나가는 것에 집중했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이소크라테스 학교보다는 플라톤의 학교가 더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소크라테스에게 배운 것을 평생 깊이 간직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인 만큼 플라톤의 제자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보다 이소크라테스에게 먼저 배웠다는 사실을 참조한다면 아리스토텔레스를 더 풍부하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 vs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지향점
한가운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려져 있는데 두 사람이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완전히 반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플라톤은 오른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른손 손바닥을 쫙 펴서 아래를 가리키고 있는데, 두 사람의 철학적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플라톤의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키는 것은 진리가 저 천상 이데아의 세계에 있다는 뜻으로 우리가 사는 변화무쌍한 세계는 한낱 현상일 뿐이고 변하지 않는 본질, 존재의 실체는 이 세상 너머 이데아의 세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손바닥을 펴서 땅을 가리키는 것은 진리가 여기 이 땅에 있다는 뜻으로 이데아의 세계가 이 세상과 떨어져 따로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을 대상이 무엇이든 그것이 그렇게 되는 원인과 이유를 근본적으로 밝히려는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우리 일상에 적용한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 원인과 이유를 차분히 파고들고 반성한다면 그것이 곧 철학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3가지 학문
아리스토텔레스는 학문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었는데 대상의 원인을 찾는 것이 참된 지혜이고, 지식이며,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했다.


그 대상과 원인이 내 밖에 있는 경우 그것을 통찰하고 관조해서 알아내는 지식을 '이론적 지식, 관조적 지식'이라고 했다.


반면 그 원인이 내 안에 있는 경우 내 안의 원인을 찾는 학문을 '실천적 학문'이고, 그 결과를 '실천적 지식'이라고 했다. 그것이 바로 윤리학과 정치학이다.


또 하나는 내 안에 원인이 있긴 하지만 그 결과가 내 행동이나 말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물건으로 나타날 때 그런 원인을 탐구하는 학문을 '제작의 학문'이라고 규정했다.



●퓌론●

퓌론이 길을 가는데, 그의 스승 아낙사르코스가 물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런데 퓌론은 위험에 처한 스승을 도와주기는 커녕, 무심하게 현장을 스쳐 지나갔다.


이때 아낙사르코스는 무심한 퓌론을 칭찬했는데, 사람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않는 공정한 태도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무관심한 태도는 모두가 배워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이 일화는 퓌론의 회의주의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려는 극단적인 사례로, 퓌론의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태도 깊은 곳에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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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간혹 삶의 현장에서 자기 생각이나 신념을 강하게 주장하고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비난하고 간섭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
퓌론의 생각과 행동은 타인에 대한 진지한 무관심이며 배려하는 마음이자, 세상에 대한 차별 없음과 초연함으로 해석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2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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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회에 적용하면 좋을 또 하나의 사상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바로 퓌론의 회의주의였다. 현대사회를 둘러보면 약간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다른 의미의 극명한 무심함과 극명한 관심을 꼽을 수 있다.


퓌론의 회의주의를 적용해 진지한 무관심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는 어쩌면 타인의 민망함과 소란스러움을 덮어주는 하나의 배려가 될지도 모른다. 인종, 종교. 외모 등등 수많은 '다름'을 평등으로 치환할 수 있는 초연함이 될지도 모른다.



●제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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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과 사귀어라. 그러면 그대의 인생은 가장 좋은 삶이 될 것이다.' 이 말은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았던 현인들의 삶과 생각, 사상을 읽고 깊이 숙고하며 삶을 살아간다면, 가장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30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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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의 깨우침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앞서 먼저 삶을 산 이들의 지혜와 경험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혹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부분에 있어 이들의 삶과 생각, 사상을 빌린다면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철학자나 공자, 맹자와 같은 현인들의 책을 읽고 가르침을 구하는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철학자들의 개인적인 삶과 그들의 철학적 사상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그들 또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우리와 달랐던 점은 끊임없이 자신의 문제와 고뇌에 대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 애썼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저마다의 사상과 사유를 가지고 좋은 스승을 찾고, 멀리 도시를 찾아다녔다는 점에서 남다른 존경심이 든다.


이 책의 저자는 단순히 철학과 철학자에 대한 관념이나 추상적인 개념을 설명하려고 하기보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배경과 역사적, 사회적 상황들을 함께 담음으로써 그들의 생각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돕는데, 그런 점에 있어 철학에 접근하는 문턱을 낮췄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왜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철학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지 철학자의 사상에서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철학을 우리 삶에 밀접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외에도 도서관의 역할과 건립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개인의 연구를 위해 진행되던 기관이 국가 주도의 연구기관으로 발전하며 변화된 부분은 가히 눈여겨볼 만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생각에서 시작해 국가의 재정이 투입되면서 후대가 이어받아 건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당대 모든 지식을 한데 모은 대규모 도서관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지식인들과 학문, 문화가 꽃피우게 되는데,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시대인 헬레니즘 문화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역사로 보면, 세종대왕의 집권기 집현전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러한 학문 연구기관으로 인해 조선시대에 문화적 황금기를 이루게 된다.


이를 통해 국가 권력이 연구기관을 세우고 최고 지식인들, 기술자들을 모아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테오프라스토스가 체계화한 연구기관, 특히 도서관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지성인이 활동하고 거대한 문화와 문명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초석이 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어쩌면 지금 우리 삶에도 미래를 위한 이런 투자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철학자들의 삶과 통찰, 그리고 사상을 통해 나의 삶의 철학은 무엇이고, 이것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어떤 실천력을 발휘하면 좋을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더불어 앞으로는 거리감을 두기보다 더 많은 철학과 철학자들을 만나보며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사유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제,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철학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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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2 ㅣ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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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만나본 사건의 전말과 깔린 복선들을 통해 전반적인 마을의 분위기와 상황 등을 알 수 있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절정과 결말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차례다.


앞서 1권에서 거론한 <중점적으로 봐야 할 내용>의 해답도 찾고, 또 인물관계도에는 표기되어 있지만 1권에는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정치인 리샤르드 테오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잊지 말고 확인해 봐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끝나버린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이 모든 상황들에 대한 수습 과정과 결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약간의 씁쓸함과 더불어 현재보다는 훨씬 더 나아질 미래 공동체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이 제목이 말하는 진정한 위너는 무엇이며, 누구일까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는데 세 마을을 이끌어 갈 '미래'에 결국 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을 이 책에서는 '알리시아'로 대변해서 말하고 있는데, 모든 문제의 근간이자 해결책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간단히 표현해 보자면, '여성', '하키', '어린아이', '하키 신동', '핵심 사건의 중심', '주변인' 등을 키워드로 나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위너> 안에 자리한 핵심 사건 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진실을 마주할 시간이다. 앞서 1권에서 복선처럼 이야기한 서술과 생각들이 진짜 맞는 이야기인지, 또 이 이야기의 결론은 어떻게 마무리 지어지는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


어쩌면 이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이는 좌절을, 또 어떤 이들은 희망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진실은 달라지지 않으며, 이제 이들은 과거의 잔재 속에서 벗어나 변화와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저 덮기에 급급했던 과거의 모습과 안녕을 고하고, 이제는 똑바로 현실을 마주 보며 정의롭지 못한 것과 정면 승부할 다짐과 각오를 다진다.


여기에는 여성이, 어머니가, 하키신동 소녀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남성을 뒷받침하는 자리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닌, 생명을 구하고, 전문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며,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줌으로써 또 다른 생산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들만의 역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앞서 하키는 이들 마을에서 막강의 권위를 자랑하는 스포츠이자,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마을을 대표하는 것은 물론 전체를 상징하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에 반해 여성, 아이, 약한 자들은 그저 권력 집단속의 부속품 내지는 희생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이 마을들은 변할 것이다. 뒤로 빠져있던 '여성'이 앞으로 나서 조화를 이룰 것이며,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균형을 통해 정의를 구현할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가치있게' 여기게 될 것이다.


우정과 사랑과 공동체와 가족과 또 한 번의 기회와 가장 중요하게는 용서에 얽힌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위너>를 이제 본격적으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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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 다루는 핵심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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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가 베어타운 하키팀에서 저질렀다는 부정부패의 전말
▶베어타운과 헤드의 하키팀 통합에 관한 안건
▶마야의 성폭행 사건이 끼친 영향력
▶루트 죽음의 진실과 동생 마테오의 복수
▶정체성은 찾았지만, 그 외 모든 것을 잃어버린 벤이의 삶



·········

대를 이어 지속되어 오던 베어타운과 헤드의 앙숙 같은 관계는 '카더라'에서 시작된 오해가 쌓이면서 지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여태까지는 간단한 주먹다짐으로 끝나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 여기에 피의 복수가 더해지며 생각보다 더 큰 사건의 현장이 되어 버린다.


'쏘고, 덮고, 쉿.'


오랫동안 이어져오던 관행 같던 이 행동이 되풀이되다가 마침내 터져버린 것이다. 늘 그림자같이 눈에 띄지 않던 한 아이의 처절한 복수는 그렇게 이 숲을, 이 마을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된다.


너무 가까워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서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이들은 큰 희생을 치른 뒤에야 비로소 바로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이 이야기에 담긴 내용들은 폐쇄적인 공동체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과 최상의 이점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서로를 위해 무조건적인 경쟁보다 협력과 공생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교훈도 함께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던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면서 벌어진 최악의 상황, 그리고 끝내 기회를 잘 활용함으로써 얻은 용서와 화해의 현장이 이 안에 모두 담겨있다.


핵심 사건들을 통해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또 이를 우리 삶에 어떻게 대입하면 좋을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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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극한으로 치달을 때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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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희한하게 불행할 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행이 몰려오면서 삶을 극한으로 몰아간다.


베어타운과 헤드 역시 그랬다.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 불행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라모나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를 추모하느라 베어타운의 모든 주민이 아무도 출근하지 않게 되면서 공장에서는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헤드에 사는 전 직원에 연락처를 돌리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관심을 보인 한 여직원이 두둑한 일요 추가 근무 수당을 받기 위해 이에 응하게 되면서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녀가 맡은 기계는 오래됐고 전 시간 근무조가 고장 난 곳이 있다고 보고한 것을 다들 정신이 없어서 그녀에게 미처 알려주지 못한다. 여직원은 본업 후 추가로 하는 땜빵일을 하기에 앞서 피곤하고 속이 메슥거리며 살짝 어지러운 느낌도 든다.


태풍 때문에 수리기사는 여기까지 출동하지 못했고, 경영진은 생산 라인에 지장을 초래할 수 없어 수리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뒤 그 기계를 그냥 가동한다. 원래를 2인 1조라야 하지만 오늘은 인력이 부족하기에 젊은 여직원 혼자 작동을 맡게 된다.


보건안전 담당 공무원은 다른 수많은 것들을 두고 공장 경영진과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혼자 기계를 돌리면 뭔가가 걸렸을 때 비상 멈춤 버튼이 너무 멀리 있어서 누를 수 없다는 부분까지 챙기지 못한다.


그렇게 수많은 이유들이 뒤섞여 마침내 사고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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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하키단에서 벌어진 부정부패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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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 그의 아버지는 꽤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베어타운 하키단에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에 매우 근접하게 접근한다. 그러나 촘촘하게 짜인 베어타운의 인맥으로 인해 이 사실이 주동자인 프락에게 알려지면서 마침내 미라, 그리고 페테르에게까지 전해지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였던 프락과 페테르였기에 페테르는 의심 없이 프락의 부탁에 제대로 된 확인이나 검증 절차 없이 문서에 서명을 해준다.


위기에 빠지게 되자 프락은 제일 먼저 미라를 찾아와 위기를 알리고 이 상황을 타계할 방법을 제시한다. 이에 모든 문서를 열람한 미라는 프락이 그동안 자신들을 이용한 것을 알게 되면서 분노하지만, 이내 철창신세가 될 남편을 위해 프락과 협상하게 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직업윤리를 내세워 남편에게 비밀로 하지만, 후에 그녀는 사실대로 숨겨온 모든 것을 그에게 털어놓게 된다. 모든 걸 한방에!


다른 한편으로 프락은 페테르를 이용해 티무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이 역시 각자 원하는 협상 조건을 바탕으로 진행되며, 티무는 프락에게 레브로부터 펠센(라모나 가게)를 지켜달라고 요구한다.


프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인인 리샤르드 테오를 찾아가 언론으로부터 하키팀을 살리기 위한 거래를 하게 된다. 이들은 같은 목표를 위해 손을 잡고 양쪽의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헤드의 아이스링크를 수리하는 방향으로 바꿈으로써 베어타운에 쏠려있는 시선을 분산시키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베어타운 스캔들을 덮으려는 것이다. 프락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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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랑 똑같아요. 걸리지 않으면 부정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2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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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숲에서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엮어 있고 지금까지 프락만큼 그걸 잘 이용한 사람도 없다. 조그만 공동체에서는 누구도 독립적일 수 없다. 심지어 기자들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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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동체의 부패 여부는 다음과 같은 방식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걸리지 않으면 부정행위가 아니고 터지지 않으면 스캔들이 아니다. 그때까지는 그냥 비밀이다. 어느 곳이든 숲은 비밀로 가득하다.
20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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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과 티무의 협상 조건 덕에 편집장은 어느새 모르는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고 집과 신문사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또 그토록 베어타운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데 진심이었던 편집장의 아빠는 리샤르드 테오의 으름장에 마침내 꼬리를 내리게 된다.


주변에 알아본 바에 따르면 정치인인 테오가 제대로 위험한 인물인 것은 물론 그 작자를 딸의 적으로 만들어놓고 자신이 여길 떠나면 어떻게 될지 눈에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이 일로 편집장의 아빠는 그자가 준 기삿거리를 받으라며, 이것이 페테르 안데르손 기사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딸에게 말함으로써 언론인마저도 통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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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을 한 번에 한 명씩만 상대할 수 있더군요." 그래서 그는 양쪽 마을을 서로 싸우게 하는 대신 공동의 적을 선물했다. 정치인이라는 공동의 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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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프락은 대중을 움직이는 방법을 통해 쐐기를 박는다. 헤드 하키단의 후원자 섭외로 문제를 해결하고 미라와 한나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횃불행진 덕분에 모든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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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의 성폭행과 죽음에 얽힌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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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의 누나인 루트가 죽음에 이르게 된 사연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마테오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 그를 도와준 이들을 루트가 마주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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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를 구해준 이들은 헤드 출신인 '옹알이'와 그의 친구 '로드리'로, 이 둘은 절친 사이다. 그 둘은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었기에 서로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는데, 한쪽은 덩치가 제법 컸고 다른 쪽은 다소 작았다.


동네 친구들은 작은 아이는 '모지리', 큰 아이는 '사이코'라고 불렀다. 선이 없다는 것을 그때부터 다들 알았기 때문이다.


옹알이에게 로드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였는데, 그 이유는 옹알이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쳐 준 것도, 하키에서 골키퍼라는 보직을 제안한 것도 모두 로드리였기 때문이다.


둘은 몇 년 동안 함께 뛰었다. 로드리는 꿈은 컸지만 재능은 별로 없었고 옹알이는 그 반대였다. 이 둘은 하키뿐만 아니라 여름방학의 모든 시간도 함께했다. 그리고 이때 둘이서 뭐 하고 놀지 정하는 사람은 역시 항상 로드리였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훈련 도중 로드리가 한 팀원과 싸움을 벌였고 코치가 말리려고 하자 그에게 주먹을 날려 아래턱을 부러뜨리게 되면서 로드리는 하키팀에서 쫓겨나게 되고, 옹알이는 그대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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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이들이 우연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마테오를 구하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보잘것없던 이들이 순간 영웅이 된 것이다.


작은 소년을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의 누나인 루트를 마주하게 된 로드리는 한눈에 반하게 되고 이내 계속 집에 찾아오고 문자를 보내면서 관심을 표하게 된다.


이때쯤 루트는 앞서 유일한 친구였던 베아트리체와의 유일한 아지트가 부모님에게 발각되면서 헤어지게 되고 외로움을 느끼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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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와는 아이러니하게도 교회에서 만나 절친이 된다. 그들이 열여섯 살이 됐을 때 한 파티에 참석하게 되면서 루트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난생처음 평범해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파티에서 한 남자아이와 입도 맞추고 방 소파에 단둘이 있게 되면서 그는 섹스를 하고 싶어 했지만 세워야 할 것을 세우지 못하면서 불발로 끝나게 된다. 그러나 다음날 그가 온 학교에 헛소문을 퍼뜨리게 되면서 루트는 '헤드의 걸레'로 소문이 나게 된다.


그래도 베아트리체가 있어 루트는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아지트를 들키게 되면서 베아트리체가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친척과 살게 되고, 부모님께 이 사실이 전해지면서 교회는 물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면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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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와 헤어진 루트는 다시 혼자가 되면서, 혼자가 아닐 때의 느낌을 알기에 전보다 더 끔찍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계속되는 로드리의 구애에 못 본체하던 루트는 어느 날 몰래 집을 빠져나와 로드리와 함께 헤드 바로 외곽의 숲으로 가게 된다.


그와 옹알이가 아지트로 꾸며놓은 아무도 살지 않는 판잣집이 있는 곳이었는데, 옹알이는 거기서 만화책을 읽었고 로드리는 루트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약을 권한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다준 로드리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려고 하지만 그녀는 거부하고 움켜진 손목을 뿌리치고 집으로 들어간다. 너무 어지럽고 잠을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로드리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고 이에 베아트리체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남자들은 가끔 그럴 때가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루트로서는 미심쩍었지만 그냥 넘긴다. 앞선 파티에서 만난 남자아이의 헛소문으로 인해 여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던 루트는 마침 그 상황에 로드리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를 따라가게 된다.


그렇게 헤드 파티에 그녀를 데려간 로드리는 그녀에게 약을 탄 술을 계속 먹이면서 마침내 둘만 있는 방에서 성폭행을 시도하게 되고 소리를 지르며 거부하지만 이내 기절하게 되면서 블랙아웃이 되고 만다.


얼마 후 다시 깨어난 그녀는 자신이 알몸인 상태인 것을 알게 되고 도망치려 하지만 남동생을 두고 하는 협박에 몸이 얼어버리면서 그대로 성폭행을 수차례 당하게 된다.


그러다 겨우 도망쳐 나온 문 앞 복도에서 옹알이를 마주치게 되는데, 사실 이때 루트는 물론 옹알이 역시 로드리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로드리가 그를 공범으로 몰면서 어쩔 수 없이 문 앞에서 그냥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성폭력을 당한 후에 로드리의 협박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사진을 보내고 혼자만의 상상 속에 갇혀 루트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루트는 그의 협박에 못 이겨 사진을 돌려받기 위해 그가 준 약을 먹고, 그가 원하는 대로 그와 자고 난 후에는 몇 장의 사진을 지우는 일을 반복하면서 그 시간을 견디고 기억을 지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그걸 사랑으로 해석한다.


그러다 결국 자책으로 무너진 로드리는 이 모든 것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며, 그녀의 잘못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런 그를 뿌리치고 집에 돌아온 루트는 자고 있는 동생을 보며 어느새 자신의 안위보다 동생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음날 경찰서를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도움은커녕 오히려 살살 구슬리는 말로 궁지로 내모는 경찰들과 딸의 말을 믿지 않고 약쟁이로 취급하며 비난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루트는 큰 실망감은 물론 실의에 빠지게 된다.


때문에 루트는 점점 더 작게 몸을 웅크리게 되고, 혼자 있을 때면 자해하는 횟수가 늘어나게 되는데, 이렇게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감옥이 된다.


이때에도 로드리는 계속해서 문자를 보냈는데, 가상 현실 속 러브스토리를 읊어대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몇 달 뒤 케빈이 마야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소문이 퍼지게 되고 이를 듣게 된 루트는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을 전부 읽게 되는데, 모두 마야를 우롱하고 조롱하는 글들 뿐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가능한 빨리, 최대한 멀리 사라져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른 나라로 건너가는데 성공한 루트는 그곳에서 누구보다 평범하게 생활하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편안하고 뻔뻔하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2년 반 동안 그녀는 아주 많이 웃었고 전설 속의 배처럼 썩은 널조각을 모두 교체해 새사람이 되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찾은 파티장에서 약물이 루트를 덮치게 되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그녀가 쓰러지게 되면서 숨이 끊기게 된다.


마테오는 그녀의 누나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약물중독으로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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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의 복수, 그리고 벤이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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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도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을 받던 마테오. 종교에 심취해 있던 부모님과 사랑하던 누나의 죽음으로 인해 어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던 마테오는 우연히 발견한 누나의 숨겨진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점차 자신만의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는 복수를 위해 무덤을 세 개 준비하게 되는데, 하나는 죄를 저지른 로드리를 위해, 또 하나는 루트를 도와주지 않은 옹알이를 위해, 또 하나는 자신을 위해 무덤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양심이 없던 레브의 부하에게 권총을 구매하게 되면서 그렇게 끔찍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움직이게 된다.


토요일 새벽, 하키가 열리던 그날 일찍이 로드리를 찾아간 마테오는 로드리가 차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앞 유리창을 향해 방아쇠를 세 번 당기게 된다. 그렇게 죽은 것을 확인한 그는 빙판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다다른 링크장 라커룸 안 벤치에 앉아있는 옹알이를 발견한 그는 또 한 번 '탕'하고 첫발을 쏘게 된다. 하지만 첫발은 불발되고, 다음 연속으로 '탕, 탕' 발사하게 되면서 마침내 누군가의 가슴에 명중하게 된다.


옹알이는 자기가 죽게 됐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눈을 감고 끝나기만을 기다리지만, 이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눈을 뜨게 되는데, 이때 피투성이가 된 채로 두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첫발이 쏘아지고 이내 벤이는 옹알이를 향해 몸을 내던진다. 그리고 동시에 마테오의 수상쩍은 움직임을 간파한 아나의 아빠가 트럭에서 엽총을 들고 쫓아오면서 마침내 마테오 역시 머리에 총을 맞고 죽게 된다.


이 둘은 바닥 위로 쓰러지기 전에 숨이 끊긴다.


벤이는 다시 돌아온 마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만, 정작 모든 것을 잃는다.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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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지만 달랐던 마야와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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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의 이야기도 루트의 이야기처럼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부분들로 인해 모든 게 전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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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주었던 엄마, 사랑해 주었던 아빠, 곁을 지켜주었던 동생, 온 세상을 생대해 주었던 단짝 친구, 하키단 회의장에서 마야의 편을 들어주었던 술집 할망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걸 목격하고 용감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어주었던 증인.


그게 다였다. 그뿐이었다.
4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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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은 그녀의 이야기였다. 마야와 루트! 이들은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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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에게는 딱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었다.
루트는 죽었고 마야는 살아 있다.
(...)
루트는 도망쳤고 마야는 거처를 옮겼다.
(...)
루트는 잊혔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녀가 겪은 일은 중요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
이 숲에서 우리가 딸들에게 저지르는 가장 끔찍한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루트 같은 여자아이는 이례적인 경우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당연히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례적인 경우는 마야다. 보복을 눈곱만큼 이라도 감행하거나 정의를 손톱만큼이라도 구현한 사람들이 자신을 '생존자'라고 지칭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들은 루트 같은 여자아이들의 진실을 알기 때문이다.
411~41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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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을 목격한 목격자의 행동 역시 달랐다. 옹알이는 모른척했고, 아맛은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폭로했다. 그리고 이 마을은 더 이상 눈을 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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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때 얘기를 할 때마다 새로운 죄를 짓는다. 아맛의 대처를 일반적인 반응으로 간주하는 죄를 말이다.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그건 일반적인 반응이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옹알이의 반응이 일반적이다. 그가 우리와 비슷한 인간이다.
4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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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의 일기장>
(432~433페이지 中)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쉬는 시간에 남자아이들이 우리 여자들을 때리고 머리를 잡아당겨서 어른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면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를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그들은 그런 식으로 남자아이들에게 우리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가르친다.


나이를 먹어서 그들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그게 칭찬인 줄 모르다니 우리더러 멍청한 걸레라고 한다. 그들이 우리를 때리고 죽여도 그게 다 우리를 좋아해서 그러는 건데 왜 이해하지 못하느냐고 한다.


그날 헤드에서 그 아이와 아무 일이 없었는데도, 그 아이가 나와 잤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으니 나는 이미 걸레였다. 그리고 걸레에게는 성폭행을 당한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부모님마저 나를 믿어주지 않는데 무슨 희망이 있을까?
부모님들은 항상 딸들을 단속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일러주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전부 알고 있다. 성폭행을 당하는 쪽은 우리니까!! 우리 말고 빌어먹을 아들들을 교육시키란 말이다!!


더는 딸들을 단속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이미 전부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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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피어나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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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이의 피를 뒤집어쓴 아맛과 보보, 그리고 그 속에서 우두커니 서있던 알리시아를 목격한 마야는 알리시아를 안고 이 아수라장에서 빠져나간다.


숲속으로 달린다. '아이를 보호해야 해'라는 생각뿐이다.


눈밭 위로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는 두 팔이 느껴진다. 엄마의 팔이다. 미라는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지 않고 아이들을 뒤쫓아서 달렸다. 그 뒤로 테스가 따라오고 조만간 빨간색과 초록색, 심지어 검은 재킷을 입은 다른 여자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들이 서로 팔을 감싸고 동그랗게 한 겹, 두 겹, 세 겹의 원을 만들어 알리시아를 가운데 두고 벽을 칠 것이다.


사건의 중심에 알리시아에 있었다. 이 마을의 희망, 하키의 꿈인 그녀가 피투성이 속에 있었다. 여성들은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현장에서 벗어나 아이를 감싼다. 한 겹, 두 겹, 세 겹 원을 만들어 그녀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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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을 맞이한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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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하는 총소리 하나로 기민하게 알아차린 아나는 황급히 라커룸을 들여다보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이내 라커룸을 향해 뛰어가 아빠를 옆자리에 태우고 그 자리를 벗어난다.


한편 레브는 부하들의 이야기를 듣고 급히 아이스링크를 찾지만 이미 한발 늦은 뒤다. 바닥에 남은 핏자국과 시신을 보고 금세 상황을 파악한 그는 아나의 트럭을 따라간다.


아나와 레브는 트럭 뒷자리에서 공구를 꺼내고 같이 얼음에 구멍을 뚫어 엽총을 분해해 부품을 호수 여기저기 흩뿌리는 것으로 사건을 은폐한다. 그리고 셋이 술을 나눠 마시는 것으로 알리바이를 만든다.


아나는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이 전혀 없었지만 이제는 평생 남의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게 된다. 벤이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던 이때가 시작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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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서는 마테오를 죽이는 데 쓰인 엽총을 끝내 찾지 못한다. 벤이를 죽인 권총의 출처도 밝히지 못한다. 베어타운 이쪽 끝에서 헤드 저쪽 끝까지 가가호호 탐문수사를 벌이지만 어느 누구도 쓸만한 정보를 흘리지 않는다.
5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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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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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앞서 두 마을은 증오가 알아서 척척 절차를 밟고 있었다. 오해가 또 오해를 낳는 상황이었다. 폭력은 대물림 되고 있었고, 어느 누구 하나 이것을 풀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 이후 두 마을은 달라졌다.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관점이, 시선이 바뀌었다. 내부의 적을 외부의 공공의 적으로 돌리면서 함께 협력하고 도우면서 사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벤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한다.



■미라
미라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는다.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구세대들이 절대 잊지 못하도록 성범죄를 좌시하지 않도록 나서고자 한다.


문제가 있는 것은 여자애들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 이에 동업자인 친구도 함께 하기로 한다.


그렇게 미라는 몇 달 뒤에 회사를 일부 직원들에게 넘기고 비싼 차도 판다. 그리고 신생 법률회사를 차리고 집의 부엌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된다. 일종의 대성당이 된 것이다.


■마야
몇 년 뒤 이 나라를 통틀어 가장 큰 무대에서 공연할 만큼 유명해진다. 그곳은 아이스링크로 가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역사적인 그 순간에 마야는 눈물을 흘리며 모든 곡을 소화한다.


그리고 그녀의 공연 속 영상에 나타난 사진을 알아본 한 청년이 무작정 마야의 공연장을 찾아가 벤이를 알고 있으며 그를 사랑했다고 외친다. 이로 인해 그 청년은 마야의 베이시스트가 된다.


■하키팀
보보와 아맛은 A 팀 모든 선수들을 데리고 나가서 모든 장소에서 하키를 하고 또 한다. 그것이 그들이 아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요니
테드의 하키팀 코치로부터 테드가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며 여러 관계자들로부터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는 말에 요니는 조언을 듣기 위해 베어타운에 있는 페테르에게 달려간다.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요니의 말에, 페테르는 자신의 선수 경험에서 느꼈던 것들을 가감 없이 전하며 도움을 준다.


요니는 페테르의 도움으로 아들에게 가장 좋은 리더가 되는 방법을 훈련시킨다. 이후 테드는 헤드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주장이 되고, 그로부터 몇 년 뒤에는 NHL 프로팀의 주장이 된다. 그리고 그는 한 인터뷰에서 '집'에서 리더가 되는 훈련을 받았다고 전한다.


■프락
프락은 모두를 위해 또 다른 희생양으로 라모나를 희생하자는 테오의 요구에, 스스로를 던진다. 그렇게 프락은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몇 개월 징역형을 살게 된다.


그리고 출소하자마자 베어 타운으로 돌아와 건축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애초에 계획했던 비즈니스 파크나 트레이닝 시설이 아니라 소꿉친구를 도와 대성당을 짓는다. 자비로 지붕 공사비를 충당하고 직접 공사에 참여한다.


소박하고 조그만 아이스링크는 그렇게 지어진다. 뭔가의 시작이 된다. (베어타운과 헤드, 그리고 또 다른 마을인 아맛의 고향인 '할로'에 아이스링크가 들어서는 순간이다)


■한나
변호사가 되려고 하는 딸을 응원하며, 엄마 외에 다른 사람을 찾는 딸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더불어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미라 안데르손의 명함을 건네며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한다.


■편집장과 아버지
편집장과 그 아버지는 휴가를 떠난다.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낸 후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편집장은 헤드로 돌아가지만 이내 좀 더 넓은 도시의 좀 더 규모 있는 신문사로 자리를 옮긴다. 힘이 생기면서 리샤르드 테오를 덮칠 기회가 생기자 놓치지 않는다.


그 무렵 테오 역시 좀 더 높은 자리에 앉아 있기에 추락의 충격이 더 심하다. 그의 정치 인생을 끝장내고 그를 파멸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은 스캔들을 파헤친다. 그럴 능력이 되니깐 한 것이다.


■아맛
아맛은 결국 NHL에 진출하는데 성공한다.


■옹알이
옹알이는 하키를 계속한다. 그는 마테오의 총구가 실은 누굴 겨냥하고 있었는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누구의 마음도 뒤집어놓지 않고 조용히 살며 베어타운 하키단이 그에게 골문을 맡길 때마다 모든 슛을 막으려고 한다.


그는 여러모로 베어타운 하키단의 진정한 전설이 된다. 추후 부상으로 하키를 접어야 할 때 그의 나이는 서른이 조금 넘는다. 그는 용서를 받으려는 사람처럼 매 순간 경기에 임했다.


은퇴식 다음날 그는 먼 길을 달려 마테오라는 무덤이 있는 이름 아래에 꽃다발을 놓는다. 용서를 빌던 그는 하키 가방을 열고 안에 든 엽총을 장전한다. 총을 들고서 숲속으로 들어간다.


■루트와 마테오의 부모님
루트와 마테오가 살았던 집에 옆집에 사는 노부부가 찾아온다. 딸의 장례식을 담당했던 목사도 찾아온다.


루트와 마테오의 부모님은 남은 인생을 자선사업에 바친다. 가난한 마을에서 일하고 그들을 위해 건물을 짓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곳이 보육원이다.


이후 루트와 마테오가 살았던 조그만 집은 몇 년 동안 빈집으로 남는다. 하지만 젊은 부부가 널빤지를 하나씩 교체해 거의 모든 곳을 새롭게 바꾼다. 그들의 쌍둥이가 앞마당에서 논다. 


■벤이 어머니
벤이 어머니의 삶도 고되지만 꿋꿋하게 계속 이어진다.


■알리시아
알리시아는 자기 집도 있고 침대도 있지만 거기서 지낼 때가 거의 없다. 대게 수네의 집 아니면 아드리의 집에서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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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삶에 있어 진짜 중요한 가치를 깨닫고 다시 연대하며 살아간다. 주어진 삶을 감사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쏘고, 덮고, 쉿'의 방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두꺼운 벽을 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함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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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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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천연덕스러운 질문을 하고 천연덕스러운 답을 듣는다. 거짓말이 그렇게 쉽게 차곡차곡 쌓일 수도 있다.
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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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는 지금 사실대로 얘기하는 중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지만 백 퍼센트 사실대로 얘기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에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실토하지 않았다. 이것으로는 부족하기에 다시 하키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실토하지 않았다. 그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고,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한 일이라고 실토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미라도 프락에게 어떤 예기를 들었고 어떤 식으로 운영위원 자리를 제안받았는지 페테르에게 밝혀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번 일에서만큼은 그녀가 그의 아내가 아니라 변호사라고 자기 최면을 건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73~7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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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부부관계에 있어 미라와 페테르는 서로의 감정을 철저히 감춘다. 때문에 오해는 오해를 낳고, 서로의 진심을 받아들일 기회마저 빼앗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속은 곪아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터져버린 진심 덕분에 이들은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진짜 원하는 것을 공유하고, 마침내 이것을 실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은 물론 후대, 나아가 마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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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에서는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로 아주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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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과 마을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하나의 사건은 또 다른 것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어떤 식의 결론에 도달할 것인가는 곧 마을 전체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여태까지는 모르는 척 덮고, 회피하는 방식으로 나의 이웃, 친구, 지인의 일을 무마시켜줬다면 그 일 이후로는 정의로운 방식으로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기로 마음먹는다.


우리의 미래, 아이들을 위해 모두가 두터운 벽을 허물어 뜨리고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한발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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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최악의 편견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며 전해준 이야기로 항상 입증된다.
우리는 이 관계가 오랜 역사에 걸쳐 뿌리내린 관행이라고 할 것이다.
28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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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되는 폭력 속에 자리한 것은 '편견'과 '관행'이었다. 특히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폐쇄적인 집단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최악의 단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뿌리 깊은 관행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진실에 입각한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전해진 '입증'이 진실이라 믿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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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키단은 어린 시절 내내 숲속에서 같이 놀았고 등을 맞대고 잠을 청했던 친구다.
(...)
하키단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경기를 펼친다. 여기 이 베어타운에 와서 경기하는 팀은 빙판 위에서 골키퍼와 다섯 명의 선수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을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횃불이 이렇게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모두가 동참했기 때문이다.
40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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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에서 하키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뚜렷이 알 수 있는 문장이다. 세대를 이어 온 친구이자 모든 것! 어쩌면 그래서 더 뿌리 깊은 부패와 관계가 얽혀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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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악을 물리칠 수 없다. 우리가 건설한 세상의 가장 견딜 수 없는 점이 그거다. 악은 근절하지도 어디 가두 지도 못한다. 그걸 없애겠다고 폭력을 쓰면 쓸수록 악은 문 틈새와 열쇠 구멍으로 스며나오며 점점 더 강력해질 뿐이다.


악은 우리 안에서 자라나기에 어떨 때는 심지어 우리 중에 가장 훌륭한 사람들 안에서, 또 어떨 때는 심지어 열네 살짜리의 안에서 자라나기에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그것에 대항할 무기가 없다. 그것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선물을 받았을 뿐이다.
48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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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외부에서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 안에서 소리 소문 없이 자라난다. 이것은 특정 누구를 가리지 않으며, 절대 사라지지도 물리칠 수도 없다. 이것을 없애겠다고 폭력을 쓸수록 공기나 연기처럼 문 틈새와 구멍으로 스며 나오며 점점 더 강해진다.


이것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사랑'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진정한 위너는 '사랑'을 품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래의 희망을 대변하는 '알리시아'를 품은 마야, 미라, 테스, 그 외에 수많은 여성들. 그리고 벤이를 사랑하고 라모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티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검은 양복을 입은 일당들. 그 모든 사람들이 어쩌면 승자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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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2>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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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이 오래도록 버텨내려면 나름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느새 연대에 '친밀감'이 붙어 얽히고설킨 나무뿌리처럼 하나의 거대한 망이 형성된다.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뻗어나가면 좋겠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관계 때문에 한두 번의 부정이나 비리를 눈 감아 주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이것은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된다.


베어타운과 헤드의 관계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친선을 위해 시작한 하키가 세월을 덧입고 경쟁이 심화되며 어느새 마을의 전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숲으로 이어진 하나의 마을이 점차 나뉘고, 격차가 벌어지면서 각자 마을이 가지는 고유의 친밀감과 남성우월주의가 더해지며 이런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폭풍을 만나고, 사람들을 이어주던 사람이 죽고, 큰 사건을 겪으며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면서 두 마을의 사람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과오와 실수를 깨닫게 된다.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에게 서로를 미워하며 죽고 죽이는 일이 대물림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부터 변하기로 마음먹는다. 성폭력에 희생당하는 여자아이들이 더 이상 없도록,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고 돕는 일에 성취를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나'만 잘 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함께' 사는 방법을 모색하며 오래 걸리더라도 바르고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대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결과물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아이들은 각자의 길에서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모든 마을 사람들의 연대로 큰 사건은 최소의 범위로 마무리되고, 죄를 지었던 사람들은 어떤 형태가 되었든 책임을 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으며 시작한 작은 변화가 또 다른 미래를 써 내려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세 명의 죽음이 여전히 눈에 밟힌다. 그들은 바로 벤이와 루트, 마테오로 상황이 조금만 달라졌다면 어쩌면 이들 역시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루트와 마테오의 부모님이 조금만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줬다면, 마테오가 권총을 구매하지 못했다면, 루트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면, 링크로 가는 길에 마테오가 트럭을 얻어 타지 못했다면 등등.


수많은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어느 누구도 이 기회를 막지 못했다. 그러므로 인해 이들은 결국 눈 깜짝할 사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작은 온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쩌면 마야처럼 인생의 작은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고 나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는 데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또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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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가이드북 : 동남아시아 - 2024 최신판 ㅣ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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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꿈꾸는 한달살기! 이국적인 풍경에 저렴한 물가, 다양한 경험까지 쌓을 수 있는 한달살기 가이드북으로 상상속 한달살기를 시도해보자! 특히 배낭여행의 성지이자 한달살기로 가장 적합한 맞춤형 도시들이 담겨있어 필수 정보와 세세한 도시별 관광지, 물가, 숙소 등 꼼꼼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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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푸꾸옥 - 2024 최신판 ㅣ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적한 진짜 ‘쉼‘을 원한다면 푸꾸옥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천혜의 자연과 액티비티, 그리고 워터파크를 함께 즐길 수 있어 혼자여행을 떠나도 지루함을 느낄만한 여력이 없다. 즈엉동 타운을 시작으로 낮에는 그림 같은 해변을 거닐고, 밤에는 야시장을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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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역 7번 출구
감사와 은혜 지음 / SISO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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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종교적 색채를 띤 책들은 기피하는 편이다. 저자가 특정 종교를 내세우거나, 특정 종교색을 입혀서 서술하는 책은 한쪽에 쏠린 의견만 개진하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역사적 사실, 현실적인 면에 있어서도 종교가 끼어들면 종교적 면만 부각하는 경우가 많아 더 그렇다.


더불어 종교를 앞세워 무조건 옳다거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거나, 종교인이기에 선량하다는 식의 편협된 사고를 가지고 강요하는 행위 등이 녹아들어 있어 어찌 보면 더 멀리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과 역사가 버무려져 만들어낸 문화재들을 멀리하지는 않는다. 그저 현실에서 왜곡된 형태로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를 가까이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읽게 된 경위는 사전 검색을 통해 확인한 내용에서 저자가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일상에 녹아든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쪽에 더 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1년 겨울부터 2019년 초까지 약 7년간 써 내려간 일기로, 자신의 신앙생활과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기록해 책으로 엮은 것이다. 살펴보면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생각, 느낌들을 솔직하게 담고 있어 정말 보통 사람들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한 줄로 간단히 기록을 남긴 페이지가 있는가 하면,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길이로 기록된 내용들까지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누군가에게 무엇을 전하거나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 아닌 스스로의 마음을 담은 일기이기에 두서없거나 내용 파악이 어려운 부분도 종종 발견된다.


몸이 힘들었던 날, 마음이 고통스러웠던 날, 기분이 상했던 날, 영화를 보고 일상을 누리며 겪은 경험들을 살펴보며 개인적으로는 양가감정이 느껴졌다.


그 이유는 자기반성, 삶에 대한 의지, 간절함, 잘해보자는 다짐 등의 긍정적인 면모도 보였지만, 반대로 섣부른 타인에 대한 저평가와 판단, 자기 포장, 편협된 시각 등을 통해 노골적인 속마음을 그대로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말 말 그대로 내 일기장에만 고이 담겨있어야 할 것들을 가감 없이 표출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더해 주변에 있는 이들에 대한 부분까지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에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특히 중 후반부로 가면 더 격화된 감정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말 그대로 일기장에 그대로 투영함으로써 내보이지 말아야 할 것들마저 그대로 내보인 느낌이 들어 좀 불편하게 다가왔다.


혼자 보는 일기장이라면 모를까 종이책으로 낼 때는 내 주변 사람은 물론 누구나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어느 정도의 편집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라도 배려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기를 그대로 옮겨 쓴 것인지, 아니면 기획을 통해 거르고 편집을 한 후에 책을 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느 정도 블라인드 처리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책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읽는 독자를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므로)


초반에 삶의 고통을 사색과 기도(자신만의 종교), 자기반성을 통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중후반부부터 이어지는 격한 감정들은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책 제목은 이런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약 7년간의 시간을 담아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데, 어찌 됐든 그 모든 감정을 쏟아낸 일기를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양가감정 측면에서 이 책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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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다가왔던 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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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때문에 간 동물 병원에서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라고 느꼈다. 여의사였는데, 결코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
일은 축복이자 구원이다. 건강이 많이 회복되자 느끼는 점이다.
'인생에는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을 거야.'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1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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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함을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불끈 힘이 샘솟는다. 그런 면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더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엿보여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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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가치로 자신을 격하시키지 말고, 의미를 자신의 인생에 스스로 부여해 나가라. 나만이 아는 내적 충만감은 다른 사람이 몰라도 나의 정체성을 채워 준다. 그리고 당신의 존재가치는 무한대임을 항상 기억하라.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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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그냥 그대로 새겨두면 좋을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어 옮겨본다. 세상의 가치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 의미를 인생에 스스로 부여하고, 나의 존재가치가 무한대임을 기억하는 것!


살면서 한 번씩 자신감이 떨어지고, 존재의 가치가 흔들릴 때 꺼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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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소량일 경우 인체가 이를 해독할 수 있으면 그것은 치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고통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음이 그것을 풀어낼 수 있을 때 그것이 인생의 메커니즘(역동의 원리)을 가르쳐 줄 수 있다.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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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고통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당한 고통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통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이 문장을 통해 고통을 이기는 하나의 메커니즘을 겪고 있는 거라고 여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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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견뎌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진정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습관과 결별하고, 도전하며, 감행해야 한다. 성공하려면 무모할 만큼의 열정이 필요하다.
6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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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다는 것, 삶의 성공이라 말하는 것은 때로 새로운 습관을 들이고, 변화를 가져와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모든 것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은 어쩌면 무모할 만큼의 열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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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건 꿈을 잃지 않는 것이다.
18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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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고 해도, 꿈을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건, 어른이건 나이는 상관없다. 꿈을 갖고 사는 것! 그것이 행복의 비밀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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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으로 다가왔던 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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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 종교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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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두 가지 점이 이해가 안 된다.

하나, 허무하다는 생각
둘, 성불하자는 말
29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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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쓰인 법전과 성경 같은 글들은 읽는 사람,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와 대치되는 불교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석하려고 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아니 그전에, 그냥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면 안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결국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본다. 그래서 이들의 싸움은 헛된 싸움처럼 느껴진다.



2. 타인의 '외모'나 '상태'를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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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에 있는 유기농 식품 가게가 같은 건물에서 더 넓은 매장으로 이전을 했다. 그곳 주인 아주머니는 언제나 수수하게 외모를 단장하고 다니신다. 화장도 하면서 예쁘게 사시라고 립스틱을 선물하려는데 성령님이 하지 말라는 인식을 주셨다.
24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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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매장으로 이사한 주인아주머니의 행색이 수수해 보이는 것은 저자 자신의 판단이다. 종교적 깨달음으로 결국 립스틱을 선물하는 행위는 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오지랖을 부리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더군다나 더 넓은 매장을 이전을 했다는 것은 돈이 없거나 어려워서라기보다, 장사를 해야 하므로 요란한 것보다 수수하고 단정한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단장하고 다니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그 자체를 스스로 만족하는 것일 수도 있다.


타인의 상황이나 취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판단 기준에 따라 수수하다거나 외모를 단장하라고 하는 것은 그릇된 행동이란 생각이 든다.



3. 여성을 편협하게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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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특유의 연약함으로 상황을 쉽게 해결하려는 점은 여성의 나쁜 성향이라고 생각하기에.
30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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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여배우가 회식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울음이 나올 상황에서도 끝까지 울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것을 강인함으로 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더불어 '여성 특유의 연약함으로 상황을 쉽게 해결하려는 점'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자신도 여성이면서 비하하는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일부 여성들이 연약함을 강조하며 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체는 아니지 않은가)


마치 사회생활이니깐 전원이 회식에 참여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회식에 못 갈 상황이면 못 갈 수도 있고, 울어야 하는 상황이면 참지 말고 남녀 상관없이 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 모든 것을 참아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는 저자의 글이 달갑게 느껴지진 않는다.



4. 타인의 언행을 섣불리 판단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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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아내들이 어찌나 많은지.
(...)
남편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아내들을 관찰해 보면 그녀 자신도 이상적인 여성상이 멀리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지배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모습을 객관화시키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성찰의 시간 공간이 없다.
267~2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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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논리처럼 여겨지는 글이었다. 남편을 욕하는 아내들은 정말로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걸까?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진 남편에 대한 뒷담화였는지 몰라도, 가만히 들어보면 사랑꾼 면모를 숨기기 위해 돌려서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보면 꼭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남편이든 타인이든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들을 싸잡아 이상적인 여성상이 멀리 있다거나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지배당하고 있다거나, 자기 모습을 객관화시키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무차별한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냥 그들은 그들대로 알아서 살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남이 내 남편 욕을 한 것도 아닌데, 타인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들은 내용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무차별한 난사라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그 남편들이 개차반일 수도 있는 것이고, 남의 사정을 한두 마디 듣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생각이 든다.



5.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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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도서관 지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앞 테이블을 보게 되었는데, 한 남자 학생이 음료수와 초코파이로 점심을 대신하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막히며 눈물이 핑 돌았다.
2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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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저기요. 오지랖이세요!'라고. 물론 진짜 돈이 없고 먹고살기 힘들어서 음료수와 초코파이로 점심을 대신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외에 존재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무수히 많다.


간단히 먹고 싶어서라던가, 소화가 안되서라던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초코파이를 좋아해서 등등.


만약 이런 이유에서 음료수와 초코파이를 먹은 거라면 당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엄청 당황스럽지 않을까? 실제로 주변을 보면 밥보다 빵이나 과자를 더 좋아해서 그걸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있다.


생각은 자유라지만, 꼭 그런 시선으로 세상과 사람을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만약 진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면 설사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곧이곧대로 말하기 보다, '내 아들 같아서 챙겨주고 싶었다며 맛있는 거 사 먹어요'라고 말하며 다른 먹거리를 사다가 주거나 점심값을 건네주고 오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서 생각으로 사람을 가엽게 여기고 불쌍하게 여기는 건 위선이자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정확한 사정도 모르면서 사람을 낮잡아보는 행위처럼 비쳐 공개적으로 책을 내는 페이지에 기록하기에는 부적절한 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후반부에는 '나빴던 일에 교만한 무식한 외로운 사람을 본 것'이라고 표기한 것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런 표현들에 있어서 격한 저자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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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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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불편한 면모들을 스스로 반성하는 페이지도 발견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내용들도 중첩되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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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관적 판단으로 "너는 악하다"라고 말해서는 오류를 범한다. 정의롭고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남을 판단해야 한다.
3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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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것처럼 저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사람들 매도하고 나쁘게 말하는 것은 잘못된 언행이라 생각한다. 앞뒤 맥락 없이 이 날짜에는 이 내용만 기록되어 있어 스스로 하는 자기반성인지, 아니면 결심에 대한 내용인지 파악이 안되지만, 남을 판단할 때는 정의롭고 객관적인 판단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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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국수를 못 먹겠다는 규니에게 야단을 쳤다. 그랬더니 먹겠다고 한 후 곧 식탁을 떠났다.
(...)
내 말에 순종한 규니에게 미안하다. 엄마는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이다.
32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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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반성의 글로 보는 게 맞을까?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일기이기도 하다. 아들이 콩국수를 못 먹겠다고 하면 야단을 치기보다 그냥 다른 걸 먹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꼭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불어 단어 선택에 있어 '순종'이라는 말이 목에 턱 걸린다. 뒤이어 오는 문장이 그래서 더 자기 과시 혹은 포장처럼 느껴진다.


자식은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다. 하나의 인격체다. 음식은 취향을 가질 수 있고, 먹고 싶을 걸 먹을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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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반모임의 반장을 하게 되어 반원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무지와 편견 그리고 이기심에 크게 실망했다.
(...)
사람들을 미워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너무 비판적이다. 포용하다.
3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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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일기로 보이는 이 글에서는 반원들에 대한 격한 실망감과 적대감이 엿보인다. 자신은 이만큼 애정을 가지고 임했는데 자신을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갖는 감정이 생각보다 크다고 느껴진다.


그전에 자신이 리더로서 잘못한 것은 없는지, 왜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를 살피는 게 먼저 가 아닐까? 중간 일기가 사라진 걸까 아니면, 쌓이고 쌓여 폭발한 걸까?


이 정도 감정이라면 반장을 내려놓고 마음 편히 활동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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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할 때 조심하자. 무슨 권위로 그러냐고 기분 나빠할 수 있다.
조언을 적절하게 듣고 자라야 좋은 것이다. 이제 그 조언을 주님께 여쭈며 살아야겠다.
3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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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할 때 조심하자 말하면서, 바로 뒤이어 조언을 적절하게 듣고 자라야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신의 조언은 합당한 것인데, 듣는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는 경우를 많이 겪어본 것일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조언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받는 사람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절한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 조언이다.



저자는 어린이집을 오랜 기간 방문하며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타인에게 구원과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득한 것 같다. 그런데 주고자 하는 마음과 상충되는 또 다른 마음이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기에 담은 내용들을 살펴보면, 아들을 비롯해 가까운 이들에게 전하는 말들에 칼이 엿보이고, 긍정적인 회로로 돌리려고 하지만 마음속에 화가 많아 보이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좋은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일을 겪고 어떤 일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상하고 다시금 살기 위해 일기를 쓰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부정적인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편협된 시선으로 관찰하고 판단하는 것은 조금 자제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고, 점점 더 각박해지기에 물론 일기에 쓴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으나 사람마다 마음속에 담고 있는 마인드는 보는 시선에 따라 또 달라지기도 하기에 일단 마음을 비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자신을 포함해 시어머니, 아들, 남편, 주변 사람들에 대해 좋게좋게 이야기하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저자의 마음이 곪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꼭 종교에 의지하지 않아도, 자연을 보고, 글을 쓰고, 여행을 다니고, 책을 읽는 등의 행위를 통해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니, 여러 방법을 동원해 보는 것도 추천해 본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책은 어둑한 기운이 가득한 침잠하는 분위기의 책이 아니라, 반짝반짝 빛나는 활기찬 기운이 가득한 책이길 바라본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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