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녘
권근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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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자연 이미지를 통해 삶의 시간과 흔적을 보여주는 시"



내심 기대를 하며 시를 마주했는데, 생각과 다르게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연속성이 없는 행동들을 이어가고, 거기에는 감정이나 흔적들이 잠시 머물거나 스쳐 지나가는 형상만 잠시 포착될 뿐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당황스러움과 멋쩍음만 남는다. 책을 보통은 내 경험과 이해에 기반해서 읽는데 반복해서 읽어도, 페이지를 넘겨도 도통 정체를 모르겠다.


이 시에 등장하는 사슴, 곰, 뱀, 나비 등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고 이들이 취하는 행동과 상황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파악이 되지 않는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계절의 흐름을 네 개의 부로 나누어 배치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을 따르지만, 실제 소비되는 소재는 자연이나 동물이 주다.


연속성 없는 특정 장면이 툭 던져지듯 나열되고, 감정이나 상황은 설명되지 않는다. 동물이나 풍경 등이 감정이나 감각을 대신하는 것으로 추측되나 독자가 이것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이 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결론에 다다르기는 어렵고, 그저 개인적인 여운만 남을 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같은 시를 두고도 독자마다 느낌이 천차만별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멧무덤



앳된 소년 옆에

늙은 할매가 누웠다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이면

할매의 몸에서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랐다

(...)

가끔씩

기근이 잦아들면

멧돼지들은

이쪽까지 찾아와

앳된 소년을 괴롭힌다

할매는 쫓아내기 위해

몸의 풀들을 지그시 뭉갠다


앳된 소년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어색한 듯 조용히 하늘을 바라볼 뿐이었고

할매는 조용히 소년을 바라보며

뭉개진 풀들을 쓸어내린다

그러면 꼭 그날에는

비가 억수로 내린다

50~51페이지 中

=====


이 책에 실린 시 중에서 그나마 조금 나의 방식대로 이해가 가능했던 시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앳된 소년은 갈 곳 없이 헤매다 산속 어딘가에서 머무르고 있다. 늙은 할매는 이미 죽어 흙이 된 존재지만, 그런 소년을 위해 기꺼이 위험한 상황일 때마다 풀들을 지그시 뭉개는 방법으로 소년을 보호한다. 어쩌면 이것을 통해 소년이 머무르는 곳은 단순한 풀밭이 아니라 무덤 어딘가 일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기근이 잦아들면 살아있는 소년을 노리고 멧돼지들이 찾아와 소년을 괴롭히지만, 그럴 때마다 할매는 조용히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소년은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만 이후 어쩐지 뻘쭘한 마음에 시선을 멀리 둔다. 할매는 그런 소년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뭉개진 풀들을 쓸어내릴 뿐이다.


그런 날이면 비는 억수같이 내리는데, 이것은 어쩌면 정비 혹은 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비를 흠뻑 맞은 풀들은 또다시 풍성하게 자라나고 이것은 곧 다른 의미에서는 소년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호, 성장, 생명의 순환 등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를 앳된 소년과 늙은 할매에 비유해 상황 묘사를 그린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


이 시집에 담긴 시들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각 동물들의 상징성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너무 궁금해진다.


오히려 이미지가 더 자연스럽게 그려져서 쉬웠을까 아니면 나처럼 의미나 이해를 찾지 못해 헤매었을까. 또 저자는 어떤 감각을 전달하고 싶어 이 시를 쓴 것일까.


뚜렷하게 무언가 잡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모호하게 다가왔던 시집 <사슴 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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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알아 참 다행이다 - 양장
꽃스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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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스님을 통해 배운 사랑의 선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표지의 띠지에 저자인 스님의 사진이 있어, 종교적 색깔이 짙은 이야기로 오인할 수 있으나, 실제 내가 읽어 본 느낌은 스님이나 종교적 이야기라기보다는 오히려 한 사람의 깊이 있는 이야기로 더 다가왔다.


젊은 스님이 쓴 이야기답게 문장이나 전달 방식도 어렵지 않게 읽혔는데, 그래서 어쩌면 SNS를 활용한 소통 방식이나 요즘 세대와 더 잘 맞는 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인 스님이 절에서 성장하며 경험한 사랑과 지혜를 담고 있는 글로, 종교적 색채보다 오히려 현대적 해석 방식에 가까운 문체로 쓰여 있다.


그래서인지 젊은 스님의 연령대와 비슷한 2030 세대들이 쉽게 접하고, 공감하기 좋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더군다나 저자 본인의 성장담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심적으로 더 많이 와닿는다.


저자는 두 스님의 사랑과 온기 속에서 단단한 자기중심을 지키며 성장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는 결핍이 사랑과 온기를 만나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를 담고 있다.


저자가 수행을 통해 깨달은 삶의 지혜와 통찰을 우리 삶에 대입해 보며, 어떤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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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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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도 내 마음대로 완전히 가질 수는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대신

기대를 내려놓을수록 마음은 자유로워진다.

(...)

그러니 붙잡으려 하기보다

흘러가도록 허락해야 한다.

26~2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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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경험해 본 터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괴로워지는 것은 나 자신이다. 반면, 오히려 흘려보내면 평온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그러니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그만 마음에서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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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람은 돈이 많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 마음을 지키며 사는 사람이다.


그게 가장 어렵고, 그래서 가장 아름답다.

4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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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를 때는 겉으로 보이는 부나 명예, 권력을 가진 사람이 멋져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면 진짜 멋진 사람은 외형적인 무언가를 가진 사람보다, 자기 자신을 소신껏 지키며 사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실제로 실천해 보면 이것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부터 자신의 소신과 중심을 잡는 연습을 매일 실천하며 살아가자.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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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에게 쏟아낸 무례한 말이나 비난은 집 앞으로 잘못 배달된 택배와 같다.


굳이 뜯어보고 내용을 확인하며 기분 나빠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내 것이 아니네' 하고 수령 거부하면 그만이다.

(...)

내 공간에 쓰레기를 쌓아두지 말자.

그냥 반송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대처다.

55~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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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지만 나 역시 이렇게 마음먹고 돌려보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누군가 잘못 배달한 말이나 비난을 사실 내가 모두 수령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기분 나빠질만한 어떤 것을 만약 전달받았다면,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반품하거나 수령 거부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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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괴로운 이유는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고, 욕망이 없는 마음을 꿈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망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감정이 없으면 수행할 이유도 없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끝없는 오욕락에 흔들리고, 그 욕망을 붙잡아 괴로워하고, 또 그 욕망이 사라질까 봐 괴로워한다.


그런데도 자꾸 부정하려 한다.

(...)

'그래야 한다'는 마음이 더 깊은 괴로움 속에 밀어 넣는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를 인정하는 것. 그 인정에서 수행은 출발한다. 알아차림은 인정 위에서 피어난다.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본 사람은 안다. 감정은 나를 망가뜨리려는 괴물이 아니라 그저 피었다 지는 작은 물결이라는 사실을. 물결이 있었음을 보고, 사라졌음을 다시 보는 것. 그 단순한 행위가 삶의 결을 바꾼다.

61~6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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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기에 우리는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며 산다. 그런데 종종 어떤 이들은 이것 자체를 부정하고 끊어내려 노력한다. '화를 내면 안돼.', '욕망에 지면 안돼'와 같이 말이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사람인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행위와도 같은데, 그러면 자꾸만 삶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그냥 그 자체로 흘러가는 감정을 인정해 주고, 알아차려주면 어떨까.


어떤 감정이든 피었다가 언젠가 사그라들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목도하고 그대로 흘려보내 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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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것보다

버릴 것부터 고른다.


하나를 덜면 중요한 게 또렷해진다.

정리는 공간보다 마음을 넓힌다.

9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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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행하기에 앞서 비우는 것부터 실행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과 목적이 더 분명해진다.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고, 계획을 덜어내 보자.


정리를 통해 공간을 넓히면, 마음은 배로 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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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스님이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어라."

은사스님은 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계셨던 것이다.


자꾸 나를 밖으로 내보내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보고, 나를 보게 하신 거다.


은사스님은 말 대신 기회를 주고, 통제 대신 여백을 남겼다. 나는 그 여백 속에서 배웠다. 진짜 스승은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사람이라는걸.

1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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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은 누군가를 양육하고 돌봄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말로, 특히 부모님들이 명심했으면 하는 문장이다.


"부모는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걸을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하는 사람이다."


저자의 에피소드 중 개인적으로 꽤 인상 깊이 남았던 내용 중 하나였는데, 스님의 삶을 살아갈 아이지만 은사스님은 아이를 불교라는 종교에 가두기 보다 오히려 세상을 펼쳐 보여주고 직접 겪게 함으로써 스스로 선택하고 정진할 수 있도록 도왔다.


평범한 아이들이 겪는 것 이상의 삶을 피 끓는 청춘 시기에 직접 겪게 함으로써 저자는 아마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일찍이 자신의 길을 마음으로 정하고 쭉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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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사과해도 들은 사람의 기억엔 남는다.

"그냥 한 말인데"라고 하지만

그 '그냥'이 누군가에겐 생채기이다.


말은 무료가 아니다.

내뱉는 순간 값을 치른다.

12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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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하는 말 중 하나다. 어떤 이들은 말을 쉽게 내뱉고, 쉽게 사과하는 걸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세상에 '그냥'은 없고, 이미 내뱉어진 말은 던져진 화살촉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말은 가급적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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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고민했던 밤들이 방향을 잡아준 적은 있었으나, 오직 '생각'만으로 매듭이 풀린 적은 거의 없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괴롭힐 때, 나를 벗어나게 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생각을 멈추고 내딛는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것이 설령 어려운 길이라 할지라도 머무르기보다는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18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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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는 실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보통 머릿속으로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행동하지 않아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머릿속이 복잡하다면, 계속 앉아서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작은 발걸음이라도 일단 실행해 보길 추천한다. 일단 움직이면 다음은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경우가 의외로 많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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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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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을 아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실행해 보는 것으로 확장한다.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덮어버리기 보다,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보거나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저자는 비록 어릴 적 부모에 의해 절에 버려졌지만, 결핍을 결핍으로 두지 않았다. 스승이 스승을 섬기는 모습을 보며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했고, 생각이 많아질 때는 생각은 비우고 직접 실행하는 것을 통해 매듭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그렇게 하나하나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자신 안에 자리한 방향과 목적이 뚜렷해졌고, 중심이 확고히 잡혔다.


만약 그 모든 것들을 그냥 덮고 넘어갔다면, 과연 스승님들의 사랑을 알아챌 수 있었을까?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직접 체험하고 부딪히면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봤기에 어쩌면 저자는 책에 수록한 이 모든 것들을 알아채고 흔들림 없는 궤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약 삶의 방향을 잃었거나 상처 입은 마음 때문에 불안정한 일상을 살고 있다면, 저자가 직접 몸으로 습득한 지혜의 방법들을 내 삶에 적용해 보자.


▷기대는 내려놓기

▷내 마음을 우선으로 두기

▷무례한 말이나 비난은 수령 거부

▷내 감정은 인정하고 흘려보내기

▷비우는 삶

▷말은 아끼기

▷고민하기보다 실행하기


하나하나 실행하다 보면, 당신도 '나 자신'을 중심에 두는 현명한 삶에 익숙해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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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3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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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이자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



딸의 입장에서 엄마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어쩌면 더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너무 가까워서, 그냥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받아들여서, 오히려 나와 다른 공간,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의 엄마는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게 되는 것이다.


엄마도 엄마만의 삶이 있는데, 자식의 입장에서 우리는 왜 늘 우리 '엄마'로서의 포지션만 생각하게 된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엄마라는 사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따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총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나의 엄마이지만 또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의 삶에 대해 담고 있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와 엄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엄마는 무엇을 좋아했나, 엄마의 지인들과 있을 때 엄마는 어떤 것을 즐겨 하고 또 어떤 삶을 살았나 돌이켜보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담은 엄마의 모습은 가족들을 위해 희생만 하기보다 자신의 삶 또한 챙기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래서인지 대리만족처럼 나 또한 조금 안심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딸로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엄마의 기호와 취향, 일상을 지금부터 살짝 엿보면서 우리 엄마에 대해서도 새로 알아가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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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에피소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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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고향 오사카에서는 노래 교실이란 것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

왜 내가 오사카 아줌마들 노래 교실 사정에 정통한가 하면, 엄마가 노래를 열렬히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노래방이 인생 과제가 된 느낌도 든다.

(...)

참고로 엄마는 노래가 바로바로 떠오르도록 노래방 전용 선곡 수첩을 갖고 다닌다. 수첩에 빽빽하게 애창곡명이 적혀 있으니 두툼한 노래방 노래책을 펼치지 않고도 신속히 선곡할 수 있다.

(...)

즐겁게 노래하는 엄마를 지켜보는 게 참 좋다. 뒤돌아보면 크고 작은 고달픔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노래 한 곡 불러버리는' 그 감성이 좋다. 다른 사람들 노래를 들으면서도 역시 그런 생각이 들어 나는 어느새 손장단을 맞추게 된다.

112, 114~1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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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의 스트레스 방법을 자녀가 지지해 주고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종종 부모님 댁을 방문해 엄마가 엄마 지인들과 즐겨 하는 노래방을 함께 가고, 또 함께 노래 부르며 엄마가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행복해한다.


어린 자녀라면 창피해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미 철이 들어버린 딸은 그런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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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말하자면 선물 좀 받을 줄 아는 여자다. 뭔가 드릴 때마다 '어머, 기뻐라, 고마워, 마침 이런 거 갖고 싶었는데!' 하고 좋아하니깐 이쪽도 자꾸 선물하고 싶어진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이게 꽤나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취향이 아닌 물건에는 상대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좀 아닌데'라고 한마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1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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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선물 좀 받을 줄 아는 애티튜드를 가지고 있는 엄마를 발견하는 것도 내 삶의 또 다른 즐거움이자 행운 아닐까?


그걸 지켜보는 나 역시 엄마를 보며 사랑받는 방법을 또 하나 배워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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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엄마는 독서를 좋아했다.

(...)

책 읽는 엄마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독서는 썩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저 읽을 공간과 시간이 없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1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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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고 나서 문득 몰랐던 엄마의 취미를 발견하게 되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저자도 엄마의 독서 취미를 알고는 꽤 놀라워했다. 이후 자신의 책을 살 때마다 자신이 볼 책, 엄마에게 선물할 책을 같이 골랐다고 하는 장면에서 어쩐지 사랑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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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성실한 여자다. 그런데도 딸의 잔꾀를 눈감아주었다.

(...)

그런 교육은 아이를 위하는 게 못 된다.

물론 그게 정론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기뻤다.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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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들은 잠시 눈감아 줄 줄 아는 배려. 어쩌면 그 덕분에 저자가 잘 성장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스스로도 자신의 잔꾀와 잘못을 알고 있었지만, 성실한 엄마가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을 알아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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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도 거든 적이 없다. 이불은 으레 엄마가 깔고 개켰다. 졸라서 키우기 시작한 기니피그도 결국 엄마가 돌봤다. 여름방학 숙제로 받은 한자 연습장을 채우는 것도 늘 엄마 담당....


이런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딸을 참 오냐오냐하며 키운 엄마였다는 게 드러난다.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하염없이 너그러운 엄마였다.


하지만 무슨 응석이든 받아준 엄마의 기억이 늘 가슴 한복판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나는 괜찮을 거야.

어째서인지 그 기억이 내게 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15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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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다는 것, 응석을 받아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스스로 '나는 괜찮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심어준 게 아닐까?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이 사실 살아가면서 얼마나 필요한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릴 적 이런 사소하지만 나를 버티게 해주는 기억들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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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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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존재에서 내가 얻는 이익과 감정적 따뜻함에 파묻혀 사실 엄마 그 자체로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며 엄마라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사실 엄마도 한 사람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사는 목표와 방식이 있을 텐데 우리는 그것을 너무 모르고 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들의 희생을 이제라도 돌아보고,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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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남자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4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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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있지만 잘 몰랐던, 아빠라는 사람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인데,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자식들은 생각보다 더 잘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어느 집이든 딸과 아빠의 관계는 비슷하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그리고 아빠라는 존재에 대한 감정이나 감각들이 '집마다' 다르기보다, 어쩌면 '시대'에 따라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나이를 먹어선지, 요즘은 부모님이 부모님 그 자체로 보이기 보다 각각의 사람으로서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런 감각을 더 잘 이끌어 내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총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아빠를 아빠로만 보기보다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주관적인 느낌으로서 생각하는 아빠라는 존재가 평소 귀찮으면서도 불편한 존재였다면,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는 느낌은 조금 달리 다가왔다.


뭉뚱그려서 보는 아빠라는 존재는 별다른 개성이 보이지 않았는데, 객관적으로 보는 아빠의 모습은 귀엽고 또 때론 엉뚱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나이 든 부모님 댁을 자주 방문하여 느낀 아빠라는 사람에 대한 소감을 솔직하게 글과 그림으로 나타냈는데, 읽으면서 은근히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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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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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가까운 사람일 텐데 몹시 먼 사람 같기도 하다.

딸을 편하게 대하지 못할 때면 좀 안됐다는 생각도 든다.

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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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딸들이 대부분 나이가 들면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느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한 느낌이 드는 사람. 그 이름 바로 아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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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외출했다 들어와도 손을 씻지 않는다.

아버지가 노후에 갖게 된 취미는 야채 재배와 그라운드골프. 둘 다 야외에서 하는 일이니 땀도 흘리고 손도 더러워질 터다.


그런데 아버지는 집에 오면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식탁으로 직행한다.

불결하단 생각이 든다.

(...)

손을 씻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귀찮아서다.

(...)

내가 귀성할 때마다 아버지는 당신이 키운 야채를 먹이려고 안달이다. 그건 좋다.

(...)

단, 한 가지 난처한 것이 '무즙'이다.

(...)

아버지는 때때로 손수 강판에 간 무즙을 권한다.

하지만 나는 주저하게 된다.

(...)

"괜찮아요." 내가 신속하게 거절하면 "그래? 맛있는데" 하고 아버지는 서운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20~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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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라기 보다 많은 남성들의 안 좋은 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손 씻기가 잘되지 않는다는 부분인데, 그런 점에서 공감이 많이 가는 에피소드라 가지고 와 봤다.


모를 때는 모르는 채로 넘길 수 있을지 모르나, 머리 굵은 딸 입장에서 손을 잘 씻지 않는 아빠가 만들어주는 음식은 어쩐지 꺼려진다.


서운한 표정을 지어도 어쩔 수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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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이미 물리도록 들었다.

(...)

아버지의 가난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는 결국 대게 '쌀'로 이어진다. 쌀밥에 대한 설움으로 화제가 넘어가면, 감정이 북받친 나머지 좁은 집 안에서 늘 목소리가 커져버린다.

나도 동생도 "아, 또야" 하면서 티 안 나게 자리를 뜨지만, 아마 몇 번을 말해도 모자랄 만큼 아버지한테는 사무치는 경험이었으리라.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어도 진정으로 배고파본 경험이 없는 내가 온전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 싶다.

46~4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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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이런 에피소드 하나씩 있지 않을까? '아 또야' 하는 에피소드. 하지만 아무리 말해도 자식들은 아빠의 그런 이야기에 깊게 공감할 수 없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이 부분은 매 세대를 거치면서 반복되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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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처음 장기 출장을 떠나자 어쩐지 쓸쓸해져서 이불 속에서 훌쩍훌쩍 울었다.

하지만...

아버지 없는 생활에는 순식간에 익숙해졌다. 엄마와 나와 동생. 여자 셋, 마음 편한 생활. 성미 급한 사람도 없고 뭐든 자기 맘대로 하는 사람도 없다.

집에 한 대뿐인 텔레비전도 아버지가 있을 때는 아버지가 보고 싶거나 아버지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만 볼 수 있었다.

(...)

그런 연유로, 여자끼리의 생활에 익숙해졌을 즈음 아버지가 돌아오면 '또 얼른 출장 안 가시나' 하고 내심 바랐던 어린 딸들. 어쩌면, 엄마도?

생각해 보면 어쩐지 좀 불쌍한 아빠였다.

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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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공감이 가면서도 웃픈 에피소드다. 강압적이고 제멋대로 구는 아버지가 늘 자리를 지키다가 처음 자리를 비울 때는 훌쩍거리며 서운해했으면서, 막상 그 시간이 익숙해지자 이제는 오히려 자리를 지키는 아빠가 빨리 자리를 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


생각해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에 어쩐지 행복해지는 이중적인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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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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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러 고민 없이 쏙쏙 골라 가져온 책인데, 생각할 거리와 공감 가는 포인트들이 은근히 많았다. 살면서 부모님은 그냥 부모님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덕분에 나 역시 부모님이라는 틀을 깨고 한 사람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어쩌면 저자처럼 아빠의 장단점이 여러모로 웃픈 에피소드로 다가오거나, 아니면 아빠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가까운 사이지만 생각보다 잘 모르는 아빠라는 존재.

저자처럼 조금 떨어져 아빠라는 존재를 살펴보다 보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시간들은 후에 자식으로서도 후회를 줄이는 방법이기에 한 번쯤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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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사고를 위한 철학 - 어떻게 정신적 빈곤에서 벗어날 것인가
호세 카를로스 루이스 지음, 김유경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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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사고의 결핍을 불러온 원인과, 이로 인해 달라진 사고방식과 행복, 그리고 삶을 다루고 있는 책!"



'정신적 빈곤'이라는 말에 꽂혀서 읽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납득되는 부분이 은근히 많았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철학, 사고, 사례, 역사, 현재, 개념 등을 병렬구조로 늘어놓은 형태로 서술되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부분을 동시다발적으로 습득하고 받아들여만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로딩이 걸리는 부분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읽다 보면 또 전체적인 맥락이 파악이 되는 부분이 있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을 때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연연하기보다 그냥 쭉쭉 읽어나가는 방법을 권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과 목적이 보이기 시작하고, 드문드문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결합하여 삶에 대한 방향성과 행복에 대한 관점을 달리 보게 된다.


더불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효율적이고 편리한 방식이 사실 우리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불행하다 느끼며 사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과거와 왜 다른지에 대해 여러 층위들을 언급하며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은 두고 세계화(즉, 스크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미디어(영상매체)의 발달과 영향으로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과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달라졌고, 또 이것이 삶까지 영향을 주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우아한 사고'를 잃었고, 이로 인해 기준점과 가치판단에 변화가 생겨 현재의 상황에 도래했다 말한다.


저자는 각 장을 통해 우아한 사고를 잃어버린 원인을 나열하고, 이와 동시에 우아함을 되찾고 지켜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이것을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기준점과 생각점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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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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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이후 달라진 행복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차이

행복이 부수적인 목표이거나, 덕 있는 삶의 결과 혹은 뜻밖의 행운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이제 끝난 듯하다. 간단히 말해, 세계화 이전(즉, 스크린 이전) 시대에 행복은 삶의 여정 속에서 찾아가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 당시 행복은 고유하거나 독립적인 범주에 속하지 않았고, 한정되거나 분명하게 정의되지도 않았으며, 절대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지도 않았다. 그래서 세계화 이전의 주체는 행복 '그 자체'를 탐구하는 일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13페이지 中)


하지만 세계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긍정심리학과 초연결성(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지구촌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긴밀하게 연결되는 현상), 옴니 스크린(스크린 만능주의)이 등장했고, 행복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14페이지 中)



■포스트 행복으로 인해 겪는 현시대 사람들의 딜레마

세계화 이전 시대의 '잘 사는 것'은 오늘날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쾌락과 욕망의 개념을 반드시 포함하지는 않았다. 행복과 쾌락의 관계는 감각, 육체, 물질의 차원을 넘어섰다. 실제로 윤리 문제를 다룬 사상가들은 품위 있고 덕 있는 삶이 꼭 즐거운 일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행동의 결과가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

세계화와 함께, 우리는 행복 개념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 행복은 세계화 이전의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그 본질은 변했고, 형식과 내용이 다른 '포스트 행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포스트 행복은 시시각각 우리를 괴롭히는 정신적 빈곤 증후군의 주요 징후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접두사 '포스트 post'를 붙인 이유는 과거의 행복과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행복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 포스트 행복은 우리를 과도한 활동으로 내몰고, 사색과 관조, 즐거움을 누릴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포스트'라는 접두사는 세계화 이전 시대에 정체성 형성의 일부로 이해되었던 행복이 사라지고, 그것이 자극과 자기암시의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플라세보 행복, 즉 가짜 행복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하이퍼 모던' 주체라고 부를 개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외부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지만, 방어 능력은 그만큼 더 약해졌다.


우리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첫째, 우리는 인터넷처럼 매우 적대적일 수 있는 새로운 불안정한 생태계가 제공하는 사회 변화와 기술적 혼란에 영향을 받는다. 둘째, 세계화 시대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가족, 교육, 인간관계 등)을 바꾸어놓았다.

(...)

그 결과, 우리는 이전 세대가 표현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게 되었다.

(...)

하이퍼 모던 주체가 생각하는 존재는 '행함'에 그치지 않고, 주저 없이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따라서 신중함에서 나오는 우아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15~17페이지 中)


결론적으로 포스트 행복의 주요 특징은 기존의 행복과 달리 환경 요인에 더 취약하고 변화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점인데, 이는 포스트 행복이 지닌 불안정성과 피로감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다. (28페이지 中)



■연속성의 결여와 개념의 변질

하이퍼 모던 주체는 타자를 부분적으로 바라보면서, 타자의 연속성을 제거한다.

(...)

오늘날 단절은 주체의 수많은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과거에 단절은 우아함의 덕목에서 벗어나는 행위였다. 그러나 현대인은 지속성의 부족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지속성은 영속성을 함의하는데, 영속적인 것을 오히려 활력과 새로움의 부족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아함을 체화하지 못한 정신적으로 빈곤한 개인은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단절을 삶의 자극 요소로 인식한다. (37페이지 中)



■우아함의 상태와 정의, 그리고 가치

정서적 측면에서 보면, 우아함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즉, 화가 날 때 호들갑을 떨거나 오만상을 찌푸리지 않으며, 고함치거나 무례하게 분노를 터트리지도 않는다. 물론 기쁠 때도 마찬가지다. 크게 박장대소하거나 소리를 질러 기쁨을 과시하지 않는다. (63페이지 中)


우아함은 평온하다. 평온함은 곧 차분함이며, 이는 불안이나 혼란이 없는 사태, 즉 어떤 방해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

다시 말해 평온함을 곧 안전함이다. 우아함은 이처럼 혼란이 없는 안전함 속에서 드러난다. (64페이지 中)


우아함이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선택'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우아한 주체는 선택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선택이란 전체에서 어떤 것을 떼어내거나 선별하는 것, 무엇보다도 잘 고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아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66페이지 中)


우아함은 단순히 미적인 감각에만 국한되지 않고, 윤리, 정치, 사회적 상호작용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으로 전체론적인 성격을 지닌다.


우아함은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치와 같은 특별한 요소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도덕성이나 훌륭함의 본보기로 자신을 내세우거나 과시할 필요도 없다. 진정한 우아함은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않으며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하이퍼 모던 주체는 이 거리감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전체적으로 우아함을 조망하기가 어렵다.


정신적 빈곤 상태는 선택할 줄 아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우아함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한다. (295~296페이지 中)



■정신적으로 빈곤한 사람(현대인)의 특징

반면, 정신적으로 빈곤한 사람은 늘 선택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 결과, 뭔가를 붙잡고 정리하고 얻는 모든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을 움켜쥐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산다. 다시 말해, 아무런 구별 없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67페이지 中)



■현대인들의 삶과 현실

우리가 살아가는, 겉으로 보이는 게 중요한 미적 사회는 매일 쏟아지는 행복의 이미지들과 실제로는 그 이미지가 될 수 없는 개인의 현실 사이에서 심각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

광고 없는 포스트 행복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결과 주체는 그 기준에 부합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욕망의 대상은 무한 공급의 논리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에, 주체는 결코 안식을 누릴 수 없다. 그 결과, 주체의 삶은 더는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흥미롭지도, 호기심을 자극하지도, 감탄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298페이지 中)



■현대인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역사적으로 행복은 언제나 사유와 분석과 함께 해왔다. 다시 말해, 행복은 사색적인 태도 위에서 형성되었다.

(...)

반면, 포스트 행복은 이성과 감정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안정적이고 덕을 갖춘 삶을 거부하고, 덧없지만 손쉽게 얻을 수 있고 전시 가능하며 유행에 의해 뒷받침되는 감정들을 과도하게 숭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

고전고대에 좋은 삶의 모델을 탐구하기 위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출발한 행복은, 현대에 이르러 데카르트식의 분명하고도 명확한 집착의 대상으로 변모했으며, 이제는 겉으로 보기에 더는 깊이 사유할 필요조차 없는, 매우 노골적인 포스트 행복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명백하고 직설적인 특성으로 인해 행복은 더 이상 철학 공동체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

포스트 행복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측정 가능한 개념으로 제시된다. (299~30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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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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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모던 주체에게 행복은 21세기 들어 매우 좁고 단순한 개념 중 하나가 되었고, 결국 그것은 '포스트 행복'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행복'이라는 용어 자체는 영향력과 파급력의 측면에서 더 강력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체가 내적인 풍요로움을 잃으면서 전보다 단순해지고 축소된 존재가 되었다. 과거의 행복은 집단적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주제였다.

2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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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한다. 21세기 들어 사람들이 더 많이 불행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행복에 대한 개념이 매우 좁고 단순해졌으며, 그에 반면 행복에 대한 영향력과 파급력은 훨씬 커지면서 격차가 커진 것을 하나의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은 행복해지고자 더 조급해지고 갈급해지면서 풍요로움이나 여유를 잃었고, 결국 보여지는 행복, 객관적인 행복에 집착하면서 현대인들은 불행해진 것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더 발버둥 쳤지만, 역설적으로 그 행위와 태도 때문에 더 불행해졌다고 볼 수 있겠다.


진정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제라도 반대되는 행동과 태도, 개념을 가지고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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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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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점점 더 불안해지는 이유,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이고 이것을 찾는 방법은 결국 하나로 통한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패턴과 정반대로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세계화(스크린) 이전에는 행복이 부수적인 목표이거나 덕 있는 삶의 결과 혹은 뜻밖의 행운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잘 사는 것에 반드시 쾌락이나 욕망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행복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었다.


하지만 포스트 행복으로 바뀌면서 행복은 그 자체로 목표가 되고 행복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과도한 활동에 내몰리고 자신을 상품처럼 노출하면서 자극에 더 민감해졌다.(좋아요 와 같은 타인의 액션에 더 많이 자극받고 그에 따라 움직임) 반면 이에 대항하는 방어능력은 더 약해졌다.


이 때문에 생태계가 제공하는 사회 변화와 기술에는 더 큰 영향을 받지만 실제로 자기 주관이나 주체적 행복을 얻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아하고 신중하게 삶을 선택하고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고 영향을 끼치는 대로 끌려가게 된 것이다. 우아함은커녕 되려 불안정성과 피로감을 더 쌓이고 연속적 행위는 단절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식에 변화도 찾아왔는데, 지속성이 사라졌고, 사라진 지속성이 오히려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 결과 개인의 서사 없이 그저 그때그때 삶을 살아가는 형태로 변모한 것이다. 차분함이 사라졌고 혼란 속에서 인내나 노력, 진지하게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정신적 빈곤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늘 시간에 쫓기게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더 이상 주체의 삶은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흥미롭지도, 감탄을 자아내지도 못한다.


저자는 다시 과거처럼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사색적인 태도 위에서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이뤄야 하며, 유행이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 긍정심리학, 초연결성, 스크린 만능주의 등과 같이 덧없는 것에 너무 메이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 그 자체를 목표로 삼거나 집착하지 말고, 주관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나만의 행복을 찾아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행복을 좇기보다 행복이 나를 따르도록 삶의 태도와 패턴을 변화시켜야만 우리가 원하는 진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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