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다정한 말
수정빛 지음 / 부크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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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와는 온도가 맞지 않았던, 다정한 말들"



분명 따로 적어둔 문장들을 살펴보면, 나에게 절실히 필요한 말들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잘 읽히지 않았다.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해 본 끝에 도달한 결론은,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가 어두운 터널 속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생존이 먼저다. 그래서 누군가 건네는 말이 귀로도, 머리로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 어쩌면 이것은 패닉 상태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건네는 다정함과 위로, 공감의 말들이 조금은 멀고, 닿기 어려운 빛처럼 느껴졌다.


여러 날을 거쳐 숨을 조금 고른 후에야, 따로 적어둔 문장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닫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랐다.


아마도 이 책은 나의 끓는 온도가 조금 가라앉은 뒤에 다시 읽어야, 문장들이 비로소 가슴으로, 머리로 스며들 것 같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저자가 건넨 다정한 말들로 가득 차 있다. 거창하거나 요란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되뇌듯 하는 말들을 중심으로 채워져 있다.


마음을 다독이고, 무기력에서 벗어나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도록 어루만져 주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글들 덕분에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게 만들어 준다.


내 안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나를 다독이며 보듬을 수 있는 힘이 깃든 다정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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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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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하지 않는 연습



지난날을 회고하며 분명히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이 세상엔 장담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내 인생도, 타인의 인생도, 하물며 내일의 날씨조차도.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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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다. 분명 이건 될 거라고 확신했던 일조차, 언제고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나 역시 최근 배웠다. 그래서인지 다소 혼란스러움과 함께 '장담하지 말아야겠구나'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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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나는, 누군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하면 일단 딱 하루만이라도 아무 생각 없이 잘 먹고, 잘 자고, 좋아하는 걸 하며 푹 쉬라고 말해 준다. 결국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 속의 힘이라는 말과 함께, 힘든 날엔 너무 애쓰지 말고 그저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진심 어린 마음을 덧붙여서.

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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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더불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 또한 바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할 수 없어 무기력증까지 왔다.


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힘은 어쩌면 일상을 제대로 살아내는 일에서 오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 힘든 하루를 보냈다면 일단 잘 먹고, 잘 자고, 좋아하는 걸 하면서 푹 쉬는 것부터 해보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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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 내 편이어도 살아갈 용기가 난다



단 한 사람이라면 된다. 나를 얕게 알고 있는 다수의 사람보다 내 구석구석을 품어 주는 단 한 사람. 나조차 외면하고 싶은 나의 치부를 보고도 꽉 끌어안고 놓지 않는 사람. 맹렬히 다투고 난 후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 살아갈 이유를 쥐여주는, 그런 단 한 사람이면 된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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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이유를 쥐여주는, 단 사람. 요즘은 이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서로 헐뜯는 것뿐만 아니라,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회라 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갈 맛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요즘은 부모조차 내 구석구석을 품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위 문장은 그저 이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이것만큼 살아갈 힘이 되는 존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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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은 요란하지 않다



진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요란스럽지 않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작은 것에 쉽게 감동하고, 말과 행동에는 여유가 묻어난다. 불편한 상황을 겪어도 그 안에서 긍정할 부분을 찾고 인연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안다.

13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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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진짜 행복한 사람은 조용하다.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며, 작은 것에 감동하고, 말과 행동에 여유가 묻어나 그 자체로 편안해 보인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 곁에 진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잘 눈에 띄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짜 행복을 찾고 싶다면, 일단 내 주변에서부터 행복을 찾아보자. 당신도 찐 행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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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속에서 찾은 자유



남들의 잣대와 참견은 발설한 이의 주관적인 몫일 뿐, 인간의 삶을 단정 짓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는 필요 없는 만남을 줄이고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에 정성을 쏟고 있다. 애써 고독을 피해 왔던 날들을 등지고, 고독안에서 자유를 누비는 특권을 쥐게 되었다.

1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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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나도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 관계를 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래선지 남들의 잣대와 참견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을 겪고 실제로 타인의 불필요한 말에서 멀어져 생활해 보면서 확실히 알았다. 그건 그 사람의 의견일 뿐이고 실제 내 삶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말이다.


고독, 침묵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보다 조금 친해져보기를 추천한다. 그 시간 잠시 내면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마음의 여유와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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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면 위험한 사람



꼭 기억하자. 그 사람의 폭력적이고도 병적인 요소를 과도한 연민으로 아름답게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엔 내가 병들고 곪으면서까지 지켜 내야 할 타인은 없다는 것을.

2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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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공감하는 동시에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문장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끔 자신을 희생하고 소모하면서까지 타인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세상엔 나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그러니 가장 먼저 나를 지키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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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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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하루 만에 뚝딱 읽고 말았을 책을, 금번에는 며칠에 걸쳐 긴 시간을 읽으며 겨우 완독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던 중이라 마음에, 머리에 바로 꽂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책의 온도와 내 마음의 온도가 맞지 않아 시간차가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멈칫하게 되는 포인트의 글감들은 따로 적어 두었는데, 오늘 글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뒤늦게 다시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 중요하게 여겨야할 포인트들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가슴에 새겼다. 그러면서 현재 내가 되찾아야 할 일상과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분주하게 찾기 시작했다.


더불어 최근 내가 그토록 분노하고 허망하고 공허함을 느꼈던 이유도 찾을 수 있었는데, 어쩌면 쫓기듯 사는 일상 속에서 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것에서 첫 번째 멘붕, 은연중에 스며든 타인의 말과 행동에서 얻은 상처에서 두 번째 멘붕, 내 편에서 진정으로 위로를 주는 사람이 없어서 세 번째 멘붕을 겪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는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다 보면 저자가 건넨 다정한 말이 언젠가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날이 있으리라 본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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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희망 - 언젠가 다다를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 적이 있나요
<너의 작업실> 작업인 18인 지음 / 북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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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떠올리며 삶을 돌아본 기록!"



과거에는 임종체험 같은, 죽음을 미리 체험해 보는 활동이 신선하고 새롭다는 인식 속에서 한때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보다 사람들에게 죽음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아마 각종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되면서,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에서 2년간 이어온 글쓰기 모임 참가자 18명이 쓴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엮은 에세이다. 이 책은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함께 전한다.


참가자들은 '죽음'과 '장례식'을 주제로 글을 쓰며, 현재의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 그리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진정 가치 있는 것들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글로 남겼다.


18명이 각기 쓴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보면 개성이 또렷이 드러나면서도, 생각보다 유쾌하고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이 많다.


간혹 어떤 이들은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끔찍하다 말하며, 죽음을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돌아보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죽음을 피하기보다 마주하고 사유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치 있는 일들에 하루하루를 투자하는 편이 훨씬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 나에게 소중한 순간을 지켜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일에 자연스레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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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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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고비는 종이 한 장처럼 얇은 걸 수 있겠구나.

(...)

나는 잊지 않고 살았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2018년을 기점으로, 인생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어.

(...)

그러니 생명이 사라진 내 사진을 보며 비통해하지 않아도 돼. 난 열심히 살았어. 나를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어. 내가 보고 싶다고 많이 울지는 말아.

19~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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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고 기억하며, 되새기며 산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살아 있다'는 감각을 지키며 사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끝내 놓지 않는 것.


살다 보면 여러 이유로 정말 중요한 가치를 놓치거나 잃어버리며 살아가게 되는데, 죽음을 계속 상기하며 산다면,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의 후회는 분명 줄어들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담담하고 홀가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은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생과 사는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일상 속에서 무엇을 우선하며 살아가면 좋을까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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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장례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죽어 버린 우리 사이가 다시 살아날까 기대하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우리 관계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 함께 행복했던 날을 추억해요. 늙고 병든 우리 관계를 천천히 애도해요. 우리 그렇게 우리의 관계의 죽음을 받아들여요.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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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장례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문장이다. 이별이라고 하면 으레 처연함, 슬픔, 어두움 등의 키워드가 생각나기 마련인데, 이별 장례식을 치른다면 이보다는 조금 더 밝고 긍정적으로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함께 추억하고, 애도하며, 서서히 이별을 받아들이게 되면 조금은 덜 힘들게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장례식이라는 것이 요즘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것이 맞는 정답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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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아내 이야기가 빠져서 남깁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날한시에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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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추신에 쓰인 한마디가 꽤 섬뜩하게 다가와 남겨 본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문장이 '이미 죽었다'는 전제를 깔고, 우리가 함께해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선언처럼 읽혔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호러에 가까운 분위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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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주변 사람의 죽음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흩어진 기억의 파편으로 일생 동안 따라오거나, 상실의 슬픔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어깨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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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슬픔을 느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일생 동안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올리며 살아가는 경우, 두 번째는 한 번에 상실의 슬픔이 몰려왔다가 급격히 사라지는 형태다.


당신은 어떤 형태를 경험해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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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하여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듯이, 어머님께서는 국내에서 합법화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안락사를 통하여 스스로 선택하신 날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

어머니께서는 세상에 태어난 것도, 또 살아가면서 겪었던 많은 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어머니께서는 그래서인지 늘 본인의 선택을 중요시하셨습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게 될지라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9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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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깊이 파고들다 보면, 꼭 한번 거론하게 되는 안락사. 안락사는 특히 찬반론이 팽팽하게 갈리는 부분 중 하나인데, 합법적으로 잘 운영만 된다면 이것만큼 존엄을 지키는 방법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따라 인생을 살기보다 떠밀려 선택하고 그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락사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방법이자 선택인 것이다.


더불어 안락사는 나와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을 미리 받아들이고 준비할 시간을 남겨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족 간의 존중과 이별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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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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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예상보다 더 많은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오늘을,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허투루 보내는 시간에 대해 자연스레 냉소적이 된다.


또 명분을 위한 관계 맺기나, 의미 없는 시간 투자를 점점 더 피하게 된다. 반면 지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미루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게 되고, 소중한 사람과는 더 많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해 꺼리거나 두려워하던 감정도 많이 사라진다. 아마도 현실에 충실하려는 태도에 더해, 후회 없이 하루하루를 적립해 나가다 보니 가치관 역시 서서히 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의 저자들처럼 장례식 초대장이나 부고문을 한 번 써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사후 나의 장례식의 모습과 그 자리에 참석했으면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생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떠올리며 하나씩 채워 나가다 보면, 분명 이전에는 찾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상적인 내 삶의 형태를 새롭게 쌓아 나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신이 날지도 모른다. 죽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삶을 설계해 나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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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
마일스 프랭클린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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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시대 속, 자신의 인생을 찾는 걸 선택한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읽는 내내 유쾌한 입담과 말맛으로 행복했던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찰지게 입에 달라붙는 내용들이 많았을 뿐 아니라, 감정적 표현에 있어서는 유독 감정이입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1901년 작품으로, 저자가 19세의 나이에 쓴 첫 소설인데, 1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현대문학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시빌라에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는데, 주인공이기도 하지만 가장 사랑받고 신뢰를 주어야 할 직계가족으로부터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해 끝까지 자신의 외모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갖지 못한 것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신의 취향과 커리어를 위해 끝까지 나아가는 모습은 당차면서도, 사랑을 끝내 선택지로 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마음이 많이 쓰였다.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어린 시절을 보낸 캐더갓, 그리고 꿈과 희망을 향해 이주했지만 가난과 고통만 뒤따랐던 포섬 걸리, 마지막으로 그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던 해럴드 비첨의 이야기까지 함께 만나보자.


총 38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19세기 말 성 불평등이 심각하던 시절 '나만의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로, 저자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시빌라의 성장과 내면, 그리고 꿈과 커리어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당시 여성은 결혼과 사랑을 인생의 목표로 삼던 시대였지만, 시빌라는 사랑보다 자신의 삶을 고집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그녀는 그러한 욕망과 꿈을 그 누구에게도 쉽게 드러내지 않은 채, 홀로 품으며 자신의 삶을 다져간다. 이후 결혼을 단념시키기 위해서야 비로소 해럴드에게 글을 쓰고 있다고 고백한다.


가난으로 인해 비참하고 더러운 환경에서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기도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한편으로 눈물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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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및 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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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갓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곳


□포섬 걸리

-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고 싶어 포섬 걸리로 이사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것은 허황된 생각이었음

-따분한 곳이었으며, 이후 극심한 가뭄으로 모두가 가난하게 살아감

-여성들이 캐더갓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함


■아버지(리처드 멜빈)

-한때 꽤 잘나가던 분으로 브루가브롱과 빈빈 이스트, 빈빈 웨스트 세 곳의 목장을 소유, 그 규모가 도합 810평방킬로미터에 달했음

-가진 게 많아 '귀족' 대우를 받았지만 혈통으로 치면 겨우 할아버지 한 분밖에 계시지 않음

-붙임성 좋고 인심도 후해 누구에게나 환영받음

-포섬 걸리로 이사 후 사람이 완전히 바뀜


■어머니(루시 보시에르)

-진짜 귀족으로 캐더갓의 보시에 집안 출신. 선조 중에는 영국을 침공한 윌리엄 정복왕과 함께했던 악명 높은 해적도 있었음

-시빌라와는 극과 극


■시빌라 페넬로페 멜빈

-나이, 인종, 직업 등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똑같이 대함.

-캐더갓에 살 때만 해도 아버지는 시빌라에게 영웅이자 친구, 백과사전, 동료, 신앙과도 같은 존재였음. 하지만 열 살 이후 포섬 걸리로 이사한 후 모든 것이 달라짐

-155센티에 작고 아담한 사이즈

-노래, 연극 등 예체능계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음

-결혼에 대해 회의적

-직계가족을 제외하면 타인들은 그녀를 매력적이고 재능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함


■쌍둥이 동생

-거티와 호러스

-시빌라보다 열한 달 늦게 태어난 동생


■헬렌 이모

-예쁘고 우아함

-시빌라의 마음을 잘 헤아려줌

-이혼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캐더갓에서 살고 있음


■줄리어스 삼촌(줄리어스 존 보시에=제이제이)

-덩치가 크고 뚱뚱하며 다정한 사십 대 독신 남자

-여자들을 좋아해서 한 명에게 정착하지 못함

-사업에 정직했고, 남에게 후했으며, 누구에게나 인기 있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에버러드 그레이

-할머니가 입양한 아들로 영국인 귀족 부모 사이에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부모가 일찍 세상을 뜨면서 할머니의 양자가 됨

-할머니는 소년을 잘 교육시켰고 현재는 시드니에서 촉망받는 변호사로 근무 중

-시빌라의 재능을 알아보고 시드니에서 데뷔하기를 바라지만, 할머니의 반대가 심함


■해럴드 오거스터스 비첨

-스물다섯

-파이브 밥 다운스의 소유자로 여러 곳에 목장을 소유한 부자

-독신 남자

-시빌라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그리고 유일한 연인

-1896년 12월 21일 파산으로 인해 파이브 밥의 주인 자리에서 내려옴

-이후 극적으로 다시 부자가 됨


■맥스왓 가족

-잠시 시빌라가 가정교사로 지내던 곳으로 바니스 갭에 위치

-총 열두 명의 아이를 낳았으나 세명이 사망해서 현재는 아홉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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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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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빛나는 삶>은 19세기 말 호주를 배경으로, 주체적인 삶을 갈망하는 한 여성의 성장과 내적 갈등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시빌라는 가난한 농가에서 자라며 결혼과 안정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당시 사회의 통념과 달리,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자 한다.


눈여겨볼 부분 몇 가지를 꼽자면, 가장 먼저 시빌라와 가족 간의 관계다. 유난히 거친 말들이 오가고, 가족 사이에 흔히 기대되는 끈끈한 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 시빌라는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갖지 못하게 된다.


두 번째는 시빌라가 사랑해 마지않는 캐더갓의 대자연이다. 이 작품에서는 캐더갓의 풍경이 자주 텍스트로 펼쳐지는데, 읽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고, 드넓은 자연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장면들은 그 자체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준다.


세 번째는 숨겨져 있던 시빌라의 재능이 펼쳐지는 부분이다. 가족들과 함께 살 때조차 혼자서만 꽁꽁 숨기며 혼자 즐겼던 그녀의 재능이, 가족들과 떨어져 외할머니 댁에 홀로 머물게 되면서 꽃을 피운다. 노래, 악기, 연극 등 다방면에서 출중했을 뿐 아니라, 몸매마저 눈에 띄어 그녀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빠져들게 된다.


네 번째는 해럴드 비첨과의 밀당 아닌 밀당 속에서 은근하고 애틋하게 펼쳐지는 연애 이야기다. 줄 듯 말 듯 알 수 없는 속마음, 거칠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잘 맞았던 둘. 깊이 들여다봐 주고 서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이들의 관계는 읽는 내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는 어쩌면 후일담처럼, 둘의 인연이 어딘가에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은근히 품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과 결혼이 여성의 삶을 완성시킨다는 관념에 질문을 던지며, 예술가로서, 개인으로서 '나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간다. 시빌라는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 충실한 선택을 하려 애쓴다.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다소 극단적인 자아 탐색과 꿈을 향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질문이자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특히 결혼과 사랑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있어 인생을 바꾸는 체인저 역할을 하기도 하기에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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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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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놔둡시다. 어차피 크면 여자들 삶을 구속하는 터무니없는 관습대로 살아야 할 테니 지금 어릴 때만이라도 구속하지 말고 키웁시다."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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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더갓에 살던 시절, 아버지는 시빌라에게 있어 믿고 기댈 수 있는 언덕 같은 존재였다.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은 가족 모두를 그렇게 만들었다.


덕분에 시빌라는 자신의 기질을 숨기지 않고 마음껏 표출하며 살 수 있었다. 설사 그것이 부모의 눈에 차지 않거나 시대상과 맞지 않더라도, 그 정도는 보아 넘길 수 있는 여유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포섬 걸리로 이사한 뒤 생활이 궁핍해지고 피폐해지면서, 부모는 자식들을 사지로 내몰 듯 돈을 벌어오라 강요했고, 자신들의 이상과 맞지 않는 시빌라를 모욕하고 학대하기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시빌라의 아버지 리처드 멜빈의 말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불평등한 사회라는 사실을 남자들 역시, 그리고 아버지 또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 더 나아가 그 현실이 아버지의 허황된 이주 선택으로부터 일찍 현실이 되었다는 점은 놀라우면서도 서글프게 느껴진다.


시빌라에게 있어 가장 빛나던 시절은 어쩌면 캐더갓에서 보냈던 아주 짧은 유년기일지도 모르겠다. 이후 그녀는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깊은 외모 콤플렉스까지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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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의 나는 인간의 나약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아빠를 경멸했다. 내 마음에 남은 건 존경이 아니라 혐오였다.


엄마에 대한 감정은 달랐다. 여자는 결국 남자에게 휘둘리고, 상황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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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섬 걸리에서의 삶은 하루하루 더 심하게 망가져간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술을 마시며 돈을 탕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고, 엄마는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떠안고 있었다.


사회적·시대적으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어온 인물이 시빌라여서였는지, 시빌라는 아버지에 대해서는 경멸과 혐오를 느끼는 한편, 자신을 학대하고 함부로 대하는 엄마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랑을 갈구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한평생 자신을 사랑으로 품어주지 않았던 엄마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적 불평등과 시대적 요인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또 다른 여성으로서 엄마를 바라보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장 이후 시빌라가 부모에 대해 갖게 되는 감정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서서히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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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착한 거티 좀 봐라. 그 아이도 가끔은 말을 안 듣지만, 엄마가 나무라면 잘못을 빌고 후회하잖니? 사람이란 걸 보여주잖아. 넌 그런 게 없어. 넌 인간이 아냐. 그냥 괴물 같아."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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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부모의 말에 복종하고 잘못을 빌어야만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인정하는 엄마의 정신 상태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런 폭언 속에서 엄마는 지속적으로 시빌라를 억압하고 밀어내지만, 시빌라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를 견디며 살아간다. 엄마니까, 가족이니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일찍 도망쳐 나와 살아도 충분히 잘 살았을 것 같은 시빌라다. 그럼에도 시빌라는 도망치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도 회피하지 않고, 계속 정면으로 맞부딪히며 자신의 욕망과 꿈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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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믿는 힘이 현저히 부족한 인간이었다. 울퉁불퉁한 삶의 여정에서 손을 내밀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열여섯이라는 나이에 사흘 밤낮을 찾아 헤매 다녀도 다시없을 비뚤어진 냉소 주의자, 무신론자가 되어 있었다.

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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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아무도 나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의 사랑 속에 어떤 자리도 차지하고 있지 못했으니까. 나는 불효한 아이였고,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자격도 없었다. 나는 가족의 자랑거리도 아니었고 사랑받을 만한 어떤 자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그들을 향한 사랑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8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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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대체 왜 그들은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해 줄 수 없는 걸까! 물론 나 스스로 사랑받기 위해 노력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애쓰지 않아도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나는 못생긴 데다 성미를 고약하고, 불만에 찬 쓸모없는 존재로 태어난 걸까?


세상 어디에도 나의 자리는 없는 듯했다.

9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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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인용 부분은 시빌라가 스스로 자신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엮은 것이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엄마뿐 아니라 가족들로부터 안정적인 애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성장하면서, 시빌라는 냉소적이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라난다.


더불어 그는 늘 가족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고, 폭언처럼 내뱉어진 '못생긴 데다 성미도 고약하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긴 채 살아간다. 그 말은 점점 시빌라 자신을 규정하는 언어가 되었고, 그녀는 스스로를 그런 사람으로 인식하며 살게 된다.


사실 가족을 제외한 타인들의 눈에 비친 시빌라는, 매우 매력적이고 다양한 재능을 지닌 빛나는 사람이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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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너를 못생겼다고는 안 할 거야. 평범하다고도 안 하지. 널 가장 잘 묘사할 수 있는 건 '매력적'이란 말이야."

1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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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바라본 시빌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녀는 못생기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시빌라가 잠시 캐더갓의 외할머니 집에 머물렀을 때에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여러 남성들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며 애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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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을 가진 이들의 몫이라는 것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나는 언제까지고 사랑이라는 세상의 변두리를 떠도는 외로운 존재로 남을 것이었다. 난 혈육들 사이에서도 이방인이었으니까.

37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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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을 제대로 받고 자라지 못한 탓에 시빌라는 스스로를 사랑받을 수 없는 아이로 규정하고, 평생 세상의 변두리를 떠도는 외로운 존재로 남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음에도, 끝내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만큼은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보는 사람으로서는 답답할 정도로 내면의 사유에 갇혀 결혼을 거절하는 모습에 속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시빌라는 오래전부터 자신에게는 사랑과 결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살아왔고, 그 믿음이 너무 깊게 뿌리내려 있어 그것을 깨는 일 자체가 더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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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과 어울릴 때 나는 성별의 차이 따위는 아무런 장벽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성별 자체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남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고, 남자들도 나를 존중해 주었다.

1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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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빌라는 다양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을 뿐 아니라 몸매도 좋았고, 사람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 또한 가지고 있었다. 외모와 재능, 그리고 목소리까지 고루 갖춘 인물이었던 듯하다.


특히 여성에게 불평등한 시대였음에도 시빌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와도 평등하게 어울렸고, 그 관계들 사이에는 어떤 불협화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빌라를 존중했고, 서로 어울려 지내는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이런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시빌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 힘을 십분 발휘하며 캐더갓을 휘어잡던 아이였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포섬 걸리로의 이주 이후, 시빌라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 과정을 통해 환경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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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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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부터 세련된 문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 소설은 광활한 대자연 속 삶부터 궁핍하고 처절한 삶까지를 매우 현실적이고 디테일하게 그려낸다. 표현력 또한 뛰어나, 읽다 보면 눈앞에 그 배경이 선명하게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속에는 시빌라라는 매우 매력적인 소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 가족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고, 그 여파는 시빌라를 포함한 가족 모두를 정서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 결과, 이들 사이에서 폭언과 서로를 헐뜯는 말은 일상이 된다.


특히 타인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남다른 재능과 감각을 타고난 시빌라는 당시에는 천대받던 예능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그로 인해 더 많은 학대와 좌절을 겪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시빌라는 자신을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 못생기고 쓸모없는 존재로 깊이 인식하게 되고, 스스로를 꾸미는 일에도 소극적이 된 채 내적으로 위축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또한 자신에게 애정을 건네는 사람들마저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호의를 조롱이나 기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시빌라만이 지닌 솔직함과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태도를 통해, 그녀는 관계를 회복해 나간다.


이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적·시대적 불평등을 차치하더라도, 살아가는 환경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정서적 여유와 사랑 속에서 성장한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결국 얼마나 큰 격차를 안고 살아가게 되는지, 시빌라의 삶을 통해 뚜렷하게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있음에도 가족과 환경에 의해 억눌려 살아온 시빌라는, 이후 여러 경험과 자기 인식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녀의 이후 삶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그때의 시빌라는 부디 사랑과 결혼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선택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글로 대성하는 작가가 되어 있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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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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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직관과 객관을 잘 활용하는 법"



솔직히 읽기 전에는 매우 기대했던 책 중 하나였다. 사회와 시스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핵심 하나 정도는 얻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펼쳐 읽어본 솔직한 소감은 다소 애매했다. 각 챕터마다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특정 포인트를 집어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책의 결론도 다르지 않았는데, 직관과 객관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적절히 결합해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자기 인식과 성찰을 통해 판단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이 부분이 우리가 가장 어렵게 느끼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제시하거나 명료한 해답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완벽하게 이렇게 해야 한다, 이것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직관과 객관을 다루는 능력이나 방법 또한 개개인의 능력이나 판단에 따라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듯하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부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며 그렇기에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무언가를 판단하거나 결정지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자칫 잘못하면 편향과 오류에 빠져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절히 숫자와 통계를 통해 객관성을 유지하고(그렇다고 무조건 숫자가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경험에서 기인한 직감을 믿고 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무언가를 결정짓거나 판단하는 데 있어 직관과 객관을 적절히 잘 사용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동물의 생태에서부터 스포츠 게임, 세계사,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활용하는데 관심 없는 분야에 있어서는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자는 일상에서 판단과 선택을 할 때 직관과 객관의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런 기본 지식과 배경을 알고 있어야만 직관과 객관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결론 도출이나 객관을 위한 확실한 데이터 축출 방법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판단하거나 결정하게 되면 분명히 탈이 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데이터를 활용한 한계와 가능성도 살펴보되,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과 판단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실질적인 결론이다.


그러기 위해 깊고 넓게 사고하고 생각의 틀을 깨는 사고방식을 훈련하고 학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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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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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복잡한 곳이다.


그것이 이 책의 첫 논제이다

3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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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복잡한 곳이다'라는 말속에 이미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잡하기에 다양하고, 다양하기에 특정 방법으로는 재단하거나 판단 내릴 수 없음을 이 한 문장만으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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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렌츠)는 현실 세계도 자신의 모델만큼 민감하다면 장기적인 기상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몇 년 후, 그는 이 아이디어의 핵심을 '나비가 브라질에서 날갯짓할 때,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하는가?'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정리하였다. 이 강연에서 비롯된 개념이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비 효과'이다.


일부 현상은 너무나 복잡한 나머지

혼돈 상태에 이른다.

이는 본질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로렌츠는 일부 현상의 법칙을 이론적으로 정확히 이해하더라도, 실제로는 예측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따라서 로렌츠는 혼돈을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대략적인 현재가 대략적인 미래조차 예측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정의하였다.

(...)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오만함을 경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상은 복잡한 곳이지만, 우리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상당히 제한적이다.

38~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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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책 사이사이에 인간의 오만함이나 과신에 대해 언급하는 문장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통계와 다양한 예측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때로 그것을 통해 모든 것을 통제하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현상이 존재한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저자는 오롯이 객관에만 의지해서도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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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여러 가지일 뿐 아니라

서로 복잡하게 얽혀 상호 작용하기도 한다.

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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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여러 요인들의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결과의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도 확실한 결과를 도출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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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는 모든 세부 사항을 포착할 수는 없지만.

통계가 없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놓칠 것이다.


위 개념은 이 책의 기본 명제이다.

7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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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덕분에 우리는 날씨, 교통, 계절 등 많은 것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매일매일의 아주 세세한 부분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통계 덕분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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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의 모든 복잡성을 완벽하게 포착하는 단 하나의 지표를 찾는 데 매달리지 말자. 그러한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하려면 대부분 여러 변수를 함께 측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 지름길은 없다.

(...)

모든 지표에는 반드시 한계가 존재하며,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러한 맹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8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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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결국 이 세상에 모든 것은 반드시 한계가 존재하며, 그러한 맹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게 아닐까 한다. 그렇기에 직관과 객관 두 가지 모두의 사고를 키워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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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를 섣불리 단정하지 말자.

인과관계를 판단하기란 매우 복잡하다.

지름길도, 자동화된 해법도 없다.

그러므로 사례에 따라 신중하게 추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15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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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으로도, 객관으로도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편한 해법을 찾기보다 사례에 따라 신중하게 고민해 보고 최대한 적절한 방법으로 적용해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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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속에서 살고 있음을 받아들이자.

비록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말이다.

2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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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핵심은 이것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기에 직관과 객관을 활용한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만으로 무조건 옳은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어찌 됐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불확실성 속'임을 받아들여야 그다음을 논할 수 있기에 이 전제부터 일단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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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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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례를 살펴보며 완독은 했는데, 막상 쓰려니 다소 막막하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어쨌든 마감은 해야겠기에 이것저것 끄적여둔 내용과 문장들을 조합하고 또 전반적으로 내가 느낀 내용들을 정리하다 보니 이렇게 또 한편이 마무리되었다.


쓰기에 앞서 여러 번 더 깊게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이렇게 다 마무리 짓고 보니 통계 방법을 계산하는 방식을 이해하기보다, 직관과 객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그 조화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또 특정 한 방식에 치우쳐 오만하거나 객관성을 잃는 형태를 경계하는 것, 그 속에서 직관(바로 실행으로 옮겨지는 판단)과 객관(재현 가능성과 검증 가능성을 중시하는 판단)을 적절히 활용해 올바른 사고방식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저자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지를 검토해 보고, 내가 가진 사고방식이 직관과 객관 중 어느 쪽인지도 살펴보면 좋겠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계기로 삼아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고와 눈을 모두 장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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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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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탄자니아 여행 시집"



이번에 읽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여느 시집과는 다르게, 특정 나라를 여행한 기록을 시의 형태로 담고 있었다.


한국에서 출발해 탄자니아로 향하는 여정,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여행을 떠나게 된 목적, 그리고 오랜만에 교사 경험을 살려 수업을 진행했던 일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시로 기록되어 있었다.


보통 여행기는 에세이 형태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기를 시로 만나보니 어쩐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온 나태주 시인이라서인지, 이 또한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읽게 되었달까.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시로 표현하고 있어, 탄자니아 여행기를 눈에 그리듯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와, 윤문영 화백이 색채를 더한 인물화 덕분에 탄자니아의 풍경과 사람들을 한층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80세의 나이에 탄자니아를 방문한 나태주 시인의 여행기를 담은 시 50편과 세상에 대한 감사를 담은 시 39편, 마지막으로 시인의 몸과 마음이 머물렀던 장소와 순간을 담은 시 45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탄자니아의 여행기를 담은 시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마치 여행하듯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인은 6년간 후원해온 어린 소녀를 만나기 위해 꼬박 21시간을 날아 탄자니아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만남은 아이뿐만 아니라 시인 자신에게도 좋은 선물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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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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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나 궁금하시면



(...)

정이나 궁금하시면 21시간 비행기 타고

한번 와보시라

먼지와 바람과 햇빛

소나 양이나 염소 몰고 다니며

수풀 사이 풀밭 사이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더더욱 나무들처럼 수풀처럼 우뚝우뚝

햇빛 속에 그늘 속에 서 있는 사람들.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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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는데 어쩐지 도발하는 것처럼 느껴진 건 나뿐일까?


시인은 첫 시구부터 직접 가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다며 백두산과 그랜드캐니언, 데스밸리, 시베리아 들판을 예로 든다.


탄자니아라는 곳이 대체 어떤 곳이길래.

어떤 모양과 풍경을 지닌 곳이기에 시인은 시 독자들을 이렇게까지 도발하는 것일까, 내심 궁금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탄자니아를 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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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겠다



세상에나! 이렇게 순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 처음 보겠다

자동차 타고 흙먼지 날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향해서도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흙먼지 바람 속에 멈춰서

손 흔들어 인사하는 사람들

어이없는 환영이여

검은 얼굴에 하얀 이

활짝 드러내고 웃어주는 선의여

크고도 맑고도 깊은 우물 같은 눈동자여

어찌 이 사람들을 두고 갈 것이냐!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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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코로나와 여러 이슈로 탄자니아까지 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6년간 후원해온 한 아이를 만나기 위해, 80세의 나이에 21시간의 비행을 견디며 도착한 곳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도착한 탄자니아가 시인에게 이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시 하나로 어쩐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 역시 탄자니아에 대해 호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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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새긴다



(...)

내가 쓴 돈만이 내 돈이고

내가 산 인생만이 내 인생이고

내가 본 풍경만이 내 풍경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만이 내 사람이라는 것!

이것은 내 평소의 지론

탄자니아 먼 땅에 와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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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지론은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마음을 준 것만이 진짜 내 것이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직 나는 탄자니아를 직접 가보지 않아, 내 마음속에는 진짜 탄자니아가 없다. 그래서인지 먼 땅까지 가서 탄자니아를 품고 돌아온 시인이,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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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고

말하니깐

더 예쁘다.

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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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 좋은 것을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직접 말로 옮기면 더 예쁘고 더 좋아진다.


세상을 조금 살아보니, 좋은 것일수록 더 많이 언급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에너지로 남는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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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로 만나 본 탄자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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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



(색채를 더한 윤문영 화백의 인물화)



=====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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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여행기를 시로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오늘 또 하나의 편견을 깨본다. 양식과 형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더불어 또 하나의 미지의 세상에 대한 기대와 꿈을 꿔본다. 시 독자들을 도발하게 만들었던, 시인이 경험한 탄자니아의 풍경을 언젠가 직접 두 눈과 두 발로 경험해 보고 싶다는 다짐도 함께 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나 또한 시인이 직접 그린 탄자니아의 바오밥 나무와 들꽃, 동물과 풍광을 마주하며, 당당하게 내 느낌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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