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희망 - 언젠가 다다를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려 본 적이 있나요
<너의 작업실> 작업인 18인 지음 / 북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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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떠올리며 삶을 돌아본 기록!"



과거에는 임종체험 같은, 죽음을 미리 체험해 보는 활동이 신선하고 새롭다는 인식 속에서 한때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보다 사람들에게 죽음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아마 각종 프로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노출되면서, 무의식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에서 2년간 이어온 글쓰기 모임 참가자 18명이 쓴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엮은 에세이다. 이 책은 죽음을 사유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의 가치와 소중함을 함께 전한다.


참가자들은 '죽음'과 '장례식'을 주제로 글을 쓰며, 현재의 인간관계와 삶의 의미, 그리고 소중한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렸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진정 가치 있는 것들을 구분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글로 남겼다.


18명이 각기 쓴 장례식 초대장과 부고문을 보면 개성이 또렷이 드러나면서도, 생각보다 유쾌하고 깨달음을 주는 문장들이 많다.


간혹 어떤 이들은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끔찍하다 말하며, 죽음을 멀리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대사회를 돌아보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존재다.


그러므로 죽음을 피하기보다 마주하고 사유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치 있는 일들에 하루하루를 투자하는 편이 훨씬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금 나에게 소중한 순간을 지켜내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일에 자연스레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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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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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고비는 종이 한 장처럼 얇은 걸 수 있겠구나.

(...)

나는 잊지 않고 살았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2018년을 기점으로, 인생에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썼어.

(...)

그러니 생명이 사라진 내 사진을 보며 비통해하지 않아도 돼. 난 열심히 살았어. 나를 사랑하는 아들의 마음도 아프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어. 내가 보고 싶다고 많이 울지는 말아.

19~2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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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고 기억하며, 되새기며 산다는 것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살아 있다'는 감각을 지키며 사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의 의미를 끝내 놓지 않는 것.


살다 보면 여러 이유로 정말 중요한 가치를 놓치거나 잃어버리며 살아가게 되는데, 죽음을 계속 상기하며 산다면, 죽음을 맞닥뜨렸을 때의 후회는 분명 줄어들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오히려 담담하고 홀가분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죽음은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생과 사는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일상 속에서 무엇을 우선하며 살아가면 좋을까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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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장례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죽어 버린 우리 사이가 다시 살아날까 기대하지 않을 텐데요. 그래서 우리 관계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 함께 행복했던 날을 추억해요. 늙고 병든 우리 관계를 천천히 애도해요. 우리 그렇게 우리의 관계의 죽음을 받아들여요.

2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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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 장례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문장이다. 이별이라고 하면 으레 처연함, 슬픔, 어두움 등의 키워드가 생각나기 마련인데, 이별 장례식을 치른다면 이보다는 조금 더 밝고 긍정적으로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누군가를 초대해서 함께 추억하고, 애도하며, 서서히 이별을 받아들이게 되면 조금은 덜 힘들게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장례식이라는 것이 요즘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이것이 맞는 정답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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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아내 이야기가 빠져서 남깁니다.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날한시에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3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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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추신에 쓰인 한마디가 꽤 섬뜩하게 다가와 남겨 본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문장이 '이미 죽었다'는 전제를 깔고, 우리가 함께해야 할 공동운명체라는 선언처럼 읽혔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호러에 가까운 분위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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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주변 사람의 죽음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흩어진 기억의 파편으로 일생 동안 따라오거나, 상실의 슬픔으로 떼를 지어 몰려와 어깨 위에 잠시 머물다 가는 것.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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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슬픔을 느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일생 동안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떠올리며 살아가는 경우, 두 번째는 한 번에 상실의 슬픔이 몰려왔다가 급격히 사라지는 형태다.


당신은 어떤 형태를 경험해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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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하여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듯이, 어머님께서는 국내에서 합법화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안락사를 통하여 스스로 선택하신 날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

어머니께서는 세상에 태어난 것도, 또 살아가면서 겪었던 많은 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의 어머니께서는 그래서인지 늘 본인의 선택을 중요시하셨습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게 될지라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신 것입니다.

91~9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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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깊이 파고들다 보면, 꼭 한번 거론하게 되는 안락사. 안락사는 특히 찬반론이 팽팽하게 갈리는 부분 중 하나인데, 합법적으로 잘 운영만 된다면 이것만큼 존엄을 지키는 방법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조금이라도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세상에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에 따라 인생을 살기보다 떠밀려 선택하고 그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락사는 마지막 순간 자신의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최후의 방법이자 선택인 것이다.


더불어 안락사는 나와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을 미리 받아들이고 준비할 시간을 남겨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족 간의 존중과 이별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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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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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으며 예상보다 더 많은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 보면, 오늘을,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허투루 보내는 시간에 대해 자연스레 냉소적이 된다.


또 명분을 위한 관계 맺기나, 의미 없는 시간 투자를 점점 더 피하게 된다. 반면 지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미루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게 되고, 소중한 사람과는 더 많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죽음에 대해 꺼리거나 두려워하던 감정도 많이 사라진다. 아마도 현실에 충실하려는 태도에 더해, 후회 없이 하루하루를 적립해 나가다 보니 가치관 역시 서서히 변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의 저자들처럼 장례식 초대장이나 부고문을 한 번 써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사후 나의 장례식의 모습과 그 자리에 참석했으면 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는 생전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떠올리며 하나씩 채워 나가다 보면, 분명 이전에는 찾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상적인 내 삶의 형태를 새롭게 쌓아 나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신이 날지도 모른다. 죽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삶을 설계해 나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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