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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 탄자니아 ㅣ 여행그림책
나태주 지음 / 달 / 2026년 1월
평점 :
"나태주 시인의 탄자니아 여행 시집"
이번에 읽은 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여느 시집과는 다르게, 특정 나라를 여행한 기록을 시의 형태로 담고 있었다.
한국에서 출발해 탄자니아로 향하는 여정,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여행을 떠나게 된 목적, 그리고 오랜만에 교사 경험을 살려 수업을 진행했던 일까지 비교적 상세하게 시로 기록되어 있었다.
보통 여행기는 에세이 형태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기를 시로 만나보니 어쩐지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온 나태주 시인이라서인지, 이 또한 어느 순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며 읽게 되었달까.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시로 표현하고 있어, 탄자니아 여행기를 눈에 그리듯 읽을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와, 윤문영 화백이 색채를 더한 인물화 덕분에 탄자니아의 풍경과 사람들을 한층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는, 80세의 나이에 탄자니아를 방문한 나태주 시인의 여행기를 담은 시 50편과 세상에 대한 감사를 담은 시 39편, 마지막으로 시인의 몸과 마음이 머물렀던 장소와 순간을 담은 시 45편이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탄자니아의 여행기를 담은 시가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왔는데, 마치 여행하듯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시인은 6년간 후원해온 어린 소녀를 만나기 위해 꼬박 21시간을 날아 탄자니아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 만남은 아이뿐만 아니라 시인 자신에게도 좋은 선물이 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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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게 다가온 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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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나 궁금하시면
(...)
정이나 궁금하시면 21시간 비행기 타고
한번 와보시라
먼지와 바람과 햇빛
소나 양이나 염소 몰고 다니며
수풀 사이 풀밭 사이 어슬렁거리는 사람들
더더욱 나무들처럼 수풀처럼 우뚝우뚝
햇빛 속에 그늘 속에 서 있는 사람들.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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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을 읽는데 어쩐지 도발하는 것처럼 느껴진 건 나뿐일까?
시인은 첫 시구부터 직접 가서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다며 백두산과 그랜드캐니언, 데스밸리, 시베리아 들판을 예로 든다.
탄자니아라는 곳이 대체 어떤 곳이길래.
어떤 모양과 풍경을 지닌 곳이기에 시인은 시 독자들을 이렇게까지 도발하는 것일까, 내심 궁금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기억해 두었다가, 탄자니아를 꼭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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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겠다
세상에나! 이렇게 순한 사람들
착한 사람들 처음 보겠다
자동차 타고 흙먼지 날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향해서도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흙먼지 바람 속에 멈춰서
손 흔들어 인사하는 사람들
어이없는 환영이여
검은 얼굴에 하얀 이
활짝 드러내고 웃어주는 선의여
크고도 맑고도 깊은 우물 같은 눈동자여
어찌 이 사람들을 두고 갈 것이냐!
9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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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코로나와 여러 이슈로 탄자니아까지 가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심지어 6년간 후원해온 한 아이를 만나기 위해, 80세의 나이에 21시간의 비행을 견디며 도착한 곳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도착한 탄자니아가 시인에게 이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 시 하나로 어쩐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 역시 탄자니아에 대해 호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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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새긴다
(...)
내가 쓴 돈만이 내 돈이고
내가 산 인생만이 내 인생이고
내가 본 풍경만이 내 풍경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만이 내 사람이라는 것!
이것은 내 평소의 지론
탄자니아 먼 땅에 와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10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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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지론은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마음을 준 것만이 진짜 내 것이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직 나는 탄자니아를 직접 가보지 않아, 내 마음속에는 진짜 탄자니아가 없다. 그래서인지 먼 땅까지 가서 탄자니아를 품고 돌아온 시인이, 이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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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고
말하니깐
더 예쁘다.
24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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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 좋은 것을 마음에만 담아두지 말고 직접 말로 옮기면 더 예쁘고 더 좋아진다.
세상을 조금 살아보니, 좋은 것일수록 더 많이 언급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에게 더 좋은 에너지로 남는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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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로 만나 본 탄자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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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

(색채를 더한 윤문영 화백의 인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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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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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여행기를 시로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오늘 또 하나의 편견을 깨본다. 양식과 형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더불어 또 하나의 미지의 세상에 대한 기대와 꿈을 꿔본다. 시 독자들을 도발하게 만들었던, 시인이 경험한 탄자니아의 풍경을 언젠가 직접 두 눈과 두 발로 경험해 보고 싶다는 다짐도 함께 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나 또한 시인이 직접 그린 탄자니아의 바오밥 나무와 들꽃, 동물과 풍광을 마주하며, 당당하게 내 느낌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