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들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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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이 책은 곳곳에 햇볕 같은 따뜻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인생을 살면서 느낀 지혜와 깨달음의 문장들을 편안하고 진솔하게 전함으로써 쉽고 편안하게 와닿는다.

여기에 더해 중간중간 시선이 멈추는 명화와 철학자들의 명언은 깊이를 더한다. 그래서인지 선물용으로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나에게 주는 선물로도 좋고, 부모님이나 친구, 혹은 또 다른 소중한 이에게 전해도 좋겠다.

잠자기 전 곁에 두고, 어떤 날은 명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또 다른 날은 문장을 반복적으로 읽음으로써 마음에 새기고 위로와 위안을 얻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 앞까지 다녀온 저자는 비로소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선명해졌다고 말한다. 덕분에 현재는 인생의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 되면서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고도 전한다.

더불어 죽음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며,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생각하면 지금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 말하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고도 전한다.

위로와 응원, 지혜가 담긴 65개의 글과 40여 점의 명화, 그리고 철학자들의 명언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방법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점 등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이든다는 것은 그만한 경험과 지혜가 쌓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자신의 삶을 어쩌지 못하고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하며 보내고 있다.

이것이 계속되면 때론 집착으로, 고집으로, 철없음으로 비치며 점점 더 고립되거나 불행 속에 내던져지고는 하는데, 그럴 때 삶의 '관점'을 재정비함으로써 변화는 물론, 봄날 같은 인생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전하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통해 위로와 삶의 의지, 용기와 응원을 듬뿍 받기를 바란다. 더불어 가까이에 있는 행복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여유로운 삶을 원한다면,
복잡하게 따져볼 것 없다.
그냥 그렇게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된다.

무작정 달리러 나왔다가
발길마다 멈춰 잔뜩 여유를 부린 나처럼.
21페이지 中
=====

우리는 너무 많이 생각하고 따진다. 덕분에 매일이 고달프고 힘겹다. 이제는 그만 내려두고 원하는 바를 떠올리자!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언제든 행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
사람은 추위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잃어버릴 때 죽는다.

우리 삶에도 삼한사온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한파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다.
한파 뒤에 따뜻한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나면
비로소 기나긴 봄날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71페이지 中
=====

고통이 싫다지만, 고통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다. 매일이 봄날이거나 매일이 한파면 무엇이 고통이고 행복인지 과연 구분할 수 있을까?

계절의 변화처럼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긴 겨울을 보내고 나면, 싹을 틔우는 봄날도 이내 찾아올 것이다. 또 그렇게 한 뼘 성장하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가 봐도 불행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불행한 사람은 행운을 찾아도 불행하고
행복한 사람은 지척에 널린 것이 행복이다.
100페이지 中
=====

행복과 불행을 판가름하는 것은 어쩌면 외부적 상황이나 객관적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관점이 어쩌면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으로 나누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일신우일신'이란
날마다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루를 맞이하는 마음과 각오가 새롭다는 뜻이다.
하루 끝에 성찰하고 반성하는 사람은
매일이 인생의 첫날이다.
(...)
매일이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매일이 인생의 첫날인 것처럼 살아라.
115~116페이지 中
=====

'새해'나 '매월 1일'과 같이 우리는 특별한 날을 기준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실천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날을 '매일'로 설정해 보면 어떨까?

그럼 우리는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


=====
변화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내가 찾는 것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계기로 삼으면
풀 한 포기로도 인생은 바뀔 수 있다.
119페이지 中
=====

변화를 맞이하고 싶다면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스스로 계기를 만들어보자. 변화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거나 같은 시간이 잠드는 등의 일상의 작은 습관을 통해서도 충분히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조심하라.
토마스 아퀴나스의 말이다.

경험은 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짧은 경험에 사로잡혀 모든 현상과 사물을
쉽게 단정 지어 판단하는 것이 경험의 독이다.

(...)
모든 일에는 반드시 양면이 있다.
144페이지 中
=====

나이 듦에 따라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경험을 바탕에 둔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싶다.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함부로 남을 판단하거나 쉽게 단정 지어 결론 내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다.


=====
행운이란 살아가는 동안 찾아오는 기회다.
하지만 기회가 왔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기회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
만약 기회가 찾아왔음을 알아채더라도
눈뜨고 기회를 날리는 사람도 많다.
양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치기 싫어
꽉 움켜쥐고 눈을 멀뚱히 뜨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넋 놓고 바라본다.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올 때
양손에 든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것을 잡으려는 도전정신이 있었다.
도전을 위해서는 가진 것을 놓을 수 있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150~151페이지 中
=====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낚아채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알아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두 번째, 기회를 잡기 위해 손에 쥔 것을 포기할 줄 아는 체념과 도전정신을 꼽을 수 있다.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도 않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당신을 기회를 알아보는 눈과, 기회와 찾아왔을 때 도전할 결단과 용기를 가지고 있는가?


=====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나간 과거를 가끔 돌아봐야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시선을 과거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과거는 가끔 돌아보면 충분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는
가끔 살펴보면 충분하다.

가장 집중해야 할 것은
지금 당장 차가 지나가는 바로 이 길이다.

어차피 지나간 상황은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오직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와 미래뿐이다.
지금 핸들을 어디로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
목적지가 바뀔 수 있다.
156~157페이지 中
=====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전방 주시가 필수다. 가끔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통해 뒤를 확인하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현재에 집중해야 원하는 과거를 남길 수 있다. 또 바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삶을 원하든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은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다.


=====
익숙하고 당연하다 느끼는 것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더 가지지 못해 불행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불행한 것이다.

이 진리를 삶을 마무리할 무렵에 느낀다면
후회의 한숨을 쉬며 떠날 것이다.
209페이지 中
=====

자신이 왜 불행한지 원인을 제대로 모르고 그저 불행하다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 '죽음'을 앞에 두고 무엇을 가장 후회할 것 같은지 떠올려보자.

그러면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하고 당연하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서 죽음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뀐다. 단순히 나이 오십에 접어 들어서 저자가 이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나이만 '찬' 어른이 아닌, 삶을 제대로 마주하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명화와 삶의 깊은 깨달음을 주는 철학자들의 한 줄 명언들을 입안에 굴려보며 머리와 가슴에 새겨본다. 덕분에 오늘 나는 어떤 새로운 날을 맞이할까 설레하며 행복한 인생, 꽃 같은 인생을 그려본다. 내디뎌본다.

후회가 밀려올 때, 인생의 중턱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할 때, 삶에 회의가 느껴질 때, 삶의 반전을 꾀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를 때, 불안하고 공허함이 들 때 이 책을 꺼내들고 천천히 책 속의 문장들을 음미해 보자.

가족들을 위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세상의 기준에 맞춰사느라 미뤄뒀던 진짜 내 인생을 되찾는 방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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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날에, 흔들리는 나를 - 고단한 삶의 현장에서
서영식 지음 / 진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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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날을 견딘 기록들이 주는 담담한 위로"



이 책에 실린 글은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을 때 쓴 글로, 일종에 쓸쓸한 날을 견딘 기록들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글 곳곳에는 짙은 삶의 무게감이 묻어난다.


일상 속에 찾아온 고됨을 저자는 그저 나직한 목소리로 덤덤히 풀어내는데, 그래서인지 더 울컥하는 순간들이 종종 발견된다. 억지로 위로하지 않아서, 강요하지 않아서 더 오래 곁에 두고 읽고 싶은 기분이다.



일상 속에 들이친 아픔과 괴로움, 얼룩진 생채기를 조용한 언어로 남기며 약하고 흔들렸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의 모습은 어쩐지 모든 것을 이미 득도한 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홀로 눈물짓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꽤나 힘들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요란하지 않아서 덩달아 읽고 있는 나조차도 차분해지는 저자의 시와 산문은 혹독한 겨울날의 벽난로를 연상케 한다.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 소리에 절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것처럼.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절망 앞에 타인이 건네는 위로의 말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그저 말없이 건네는 따스한 손 하나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음도 깨닫게 해준다.


저자가 풀어내는 나직한 속삭임에서 흔들리는 삶의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흔들리고 있는 채로 더 흔들리고 있는 이를 향해 가만히 손을 뻗어 주는 일이 곧 사랑이 아닐까요.

25페이지 中

=====


흔들리는 손잡이를 잡으면 더 흔들릴 것 같지만, 실상은 흔들리는 나와 손잡이 모두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켜 준다. 넘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어쩌면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세상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보다 더 흔들리는 이를 잡아주면 그나마 버티고 있던 나마저도 넘어질까 싶어 모른척했다면, 앞으로는 기꺼이 손을 잡아주자.


덕분에 나와 너 우리 모두 넘어지지 않고 버티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고장 난 시계처럼 멈추어 설 때가 있다.

몸부림치는 일마저도 여의찮을 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고장 난 삶을 껴안고 옴짝달싹 못 할 때가 있다.

그런 날 내가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이런 것.


"고장이 아닌 거 같아.

그냥 잠시 휴식하고 있는 걸 거야."


그리고 내가 시계에서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그럴 땐 그들도 가만히 나를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

고장이 아니라 단지 충전이 필요했던 것처럼

그런 날, 내가 나에게도 그런 휴식의 시간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59~60페이지 中

=====


'빨리빨리'를 일삼는 대한민국에서 멈춰 선 시계는 그저 고장 난 것으로 치부된다. 왜 멈췄는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버려진다.


그럴 때 만약 누군가 '잠시 휴식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해준다면, '배터리를 교체하면 된다'라고 말해주면 어떨까?


번아웃이 왔을 때, 지쳐 나동그라졌을 때 잠시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면, 그렇게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쩌면 조금은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

우리에게 진짜 얼굴이란 게 있기나 할까.

내가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심지어 사물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달라 보이는데

하물며 사람을, 하물며 사람의 이름을

우리는 왜 그토록 하나의 틀 안에 가둬두고 있을까.

143페이지 中

=====


가까운 사이에서 트러블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쩌면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인정하려 하지 않아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수천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을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틀에 가둬두려 했기에,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에 어쩌면 멀어지는지도 모르겠다.



=====

"사람을 다른 각도에서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사물을 틀 안에 가두고 있는 것처럼

사람 또한 자기만의 틀 안에 가두고 산다.

맥주병에도 꽃을 꽂으면 꽃병이 되는데

하나의 이름이 그 이름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한다면

사람의 입장에서 이보다 서운한 일이 또 있을까.


뒤집어 보고, 바꾸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이해하는

가장 바람직한 시선은 아닐까.

170페이지 中

=====


어디에서 읽었는데, 한국 사람만큼 본래의 용도를 넘어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사람을 대할 때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 보면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물은 그토록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왜 정작 사람을 대할 때는 요모조모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할까?


사람도 뒤집어 보고, 바꿔보고, 다르게 바라보자. 관점에 따라 상대방은 물병이 되기도 하고, 꽃병이 되기도 하며, 재활용품이 되기도 할 것이다.



=====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그렇다.

아무리 예쁘게 포장하고 매력 있게 다듬어도

그의 마음을 내가 먼저 알지 못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어려워진다.


어떤 상황인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관심이라 부른다.

관심이 있어야 마음이 보이고

관심이 사람을, 관심이 사랑을 부른다.

181페이지 中

=====


무작정 내 마음을 들이대는 것은 범죄이며 악취미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먼저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상대방을 소중히 하는 마음, 즉 관심에서부터 서서히 시작해 보자.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저자가 덤덤히 풀어낸 글을 읽으며, 삶에서 진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사물과 행동들이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살면서 흔들리는 날, 고되고 힘이 드는 날 외로운 마음을 묵묵히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조용히 어깨를 내어주는 이가 있다면 조금 더 버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대의 힘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꼭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작고 소소한 것을 함께 나누고 손잡아 주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짜 연대의 힘이라 생각한다.


나를 온전히 나로 바라봐 주는 것,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는 것. 진정한 위로는 거기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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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면 그만이다
정영욱 지음 / 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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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로만 하는 위로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마음이 아니라 입으로 의미 없이 내뱉는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진심을 담지 않을 거라면, 그냥 가만히 입다물고 옆에 있어주는 게 때론 더 나을 때가 있다.

이 책은 읽는 내내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사연 있는 편지를 읽는 느낌이다. 힘들고 고단한 시간을 보낼 때 들었던 의미 없는 이야기들은 걸러내고, 나를 버티게 해 준, 버팀목이 되어 준 이야기들만 모으고 모아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여기에 더해 시간이 약이라며 모든 공을 시간에 돌리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본인이 잘 버텨냈기 때문이라 말하며, 때문에 당신은 앞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며, 지금도 해내고 있는 사람이라며 격한 응원과 격려의 말을 전한다.

이런 응원 덕분인지 어느새 축 처진 어깨가 올라가고, 자존감도 팍팍 높아지는 기분이 든다. 만약 살면서 한 번씩 삶이 버겁다 느껴지거나, 방향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 이 책을 꺼내들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져보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메마른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각 장 별로 살펴보면, 1장에서는 '태도', 2장에서는 '관계', 3장에서는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시간', 4장에서는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 5장에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한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무슨 일을 겪던,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결국 우리는 해낼 수 있다.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 중에 겪는 좌절이나 패배가 아무리 뼈아파도 해낸 후에 남는 것은 결국 성취와 충만함일 것이다.

그러니 부디, 미리 겁먹거나 패배주의에 빠져 중도에 포기하지 말자. 당신은 이미 지난 시간 속에서 수없이 해냈고, 지금도 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낼 것이기에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자!


=====
기필코 자신답게 살라고 귀 따갑게 들어왔기에 그 중요성은 알지만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는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당신의 시선에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며 행하는 것이 나다움에 제일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것을.
15페이지 中
=====

나답게 살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봤어도, 막상 나답게 사는 것을 실천하려고 하면 막막함과 막연함을 느끼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나와 잘 어우러지는지 주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그저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내 시선에서 아름다운 것'을 추구해 보라고 말한다. 각자의 시선과 기호, 취향이 다르기에 아마 저마다 아름다운 것의 기준과 대상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다움에는 어떤 기준도 없다. 그저 내 시선에서 아름다운 것을 행하면 그것으로 나다움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점차 나다움을 일깨워가면 된다.


=====
동전에는 분명 앞면과 뒷면 그리고 옆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옆면이 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에, 앞면과 뒷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극심한 걱정에 사로잡힐 때는 동전의 옆면을 생각하자. 그리고 동전의 앞면과 뒷면만 기억되고 옆면은 깔끔히 잊어 버리듯 그 걱정의 존재를 잊어버리자. 억지로 가능성을 만들 순 있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이라고. 우연히 일어나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일들이라고. 과한 걱정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고.
30~31페이지 中
=====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과 뒷면과는 다르게 옆면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분명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가 늘 걱정하고 고민하는 일들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우리는 크고 작은 걱정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고 더 큰 가능성의 기회를 놓치며 산다.

부디, 과한 걱정은 이제 그만 내려놓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 혹은 일어날 가능성이 큰일에 더 집중하며 살자.


=====
엄마의 말

영욱아, 꼭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이 있다. 네 인생에 도움을 주는 사람은 있더라도 대신 살아주는 사람은 절대 없다. 그러니 자신이 스스로를 잘 챙겨야 한다. 알아서 건강도 잘 챙기고, 필히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하물며 남을 위해 살진 말거라. 결코 그러진 말거라. 오직 너를 위해 살며 이용하되, 마땅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
(...)
나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기에, 삶이 값진 것이란다.
81페이지 中
=====

엄마가 저자에게 전한 메시지를 읽으며, 짠하면서도 현실적인 조언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가 사람과 관계에서 크게 상처받는 이유는 저자의 엄마가 전한 말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가까운 사람이 마치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처럼 마음을 퍼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쓴맛을 보는지도 모르겠다.

바라건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 글만큼은 꼭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자신을 챙기고, 건강도 챙기며, 보살피는 것에 게으르지 말 것! 더불에 타인에게 도움은 주되 내 모든 것을 내어주지는 말 것!

내 인생이기에, 마땅히 내 행복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
"지금 갈까?"라고 해주는 사람

"무슨 일 있어?"라는 말도 다정하지만, "지금 갈까?"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간다. 비록 말뿐일지라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시간과 여유를 내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람에게는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낀다. 당장 힘든 이에게는 자초지종을 묻는 사람보다, 언제든 포옹해 줄 수 있는 포용적인 사람이 필요한 것이니까.
101페이지 中
=====

내 인생에 "지금 갈까?"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문장이다.

누군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지금 갈까?"라고 묻는 말은 왈칵 눈물이 쏟아질 만큼 짙은 위로의 말이자,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마음의 상처가 스르르 사라지게 만드는 강력한 항생제같이 느껴지는 말이다.


=====
충고는 하면서 내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뱉지도 말아야 한다. 자랑은 그 값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면 꺼내지 말아야 한다.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주고받아야 한다. 용서는 감히 허락되지 못할 각오로 구해야 하고, 화는 그로 인해 사이가 끊어질 확률을 가늠하며 표출해야 한다. 부탁은 거절당할 용기를 지닌 채로 해야 하고, 거절은 상대방의 서운함을 감내할 수 있는 사이일 때나 하는 것이다.
123페이지 中
=====

꼭꼭 씹어 삼키면 좋은 말이라 남겨본다. 충고, 자랑, 사랑, 용서, 화, 부탁, 거절을 할 때는 반드시 이 내용을 참고해서 괜찮다 느껴지면 실행하자.



삶에는 기본적으로 고통이 수반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실패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성공적인 삶을 살 것인가?

이것은 아주 미세한 한 끗 차이로 결정 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지 말아야 할 선택들 사이에서 부디 옳은 선택과 판단을 통해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우리 모두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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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PATA
문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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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이면서 그녀가 아닌, 깊숙이 숨겨진 '그녀'에 대한 이야기"


붉은 마젠타 컬러를 입은 표지는 어딘가 미스터리함을 가득 뽐내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간간이 방송을 통해 만나온 문가영이라는 사람의 이미지 때문인지, 새삼 그녀의 숨겨진 내면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이 반갑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처음에 그녀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책 제목을 보고 에세이가 아닌 소설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녀의 내밀한 언어들로 채워진 산문집이었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오픈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듯 당당하고 솔직하게 풀어낸 것은 보면 스스로 꽤 오랜 시간 자신을 찾기 위해 얼마나 깊이 고심하고 되뇌며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있을듯하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을 살펴보면, 1부 '존재의 기록'에서는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들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진실한 자신을 마주하기 위한 치열한 자기 탐구의 과정을 엿볼 수 있다. 2부 '생각의 기록'은 질주하는 단상들 사이에서 자신과 바깥을 향한 예리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각이 돋보인다.

특히 의도적으로 1부와 2부의 페이지를 흑백으로 나눔으로써 시각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느낌을 선사하는데, 이를 통해 다가오는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 더해 부록에서 만날 수 있는 실제 파타의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는 또 다른 관점에서 파타를 바라보게 하는 한편, 그녀가 쓴 기록들이 실로 진짜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나'이지만 내 안에 자리한 또 다른 '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있다. 실제의 나와 성격이 다를 수도 있고, 의견이 다를 수도 있으며, 무언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상념의 형태로서 자리하면서 스스로를 혼란스럽게 만들 때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내밀하고 은밀한 구석에 꾹꾹 눌러 숨겨두는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홀로 있는 시간에 둘만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깊이 더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제각각의 모양새라 누군가에게 언어로 꺼내기엔 복잡 미묘한 내면의 목소리를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과 언어로 풀어내며, 예측할 수없이 튕겨대는 상념과 생각의 고리를 기록으로 남겼다.


배역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익숙한 저자는 글을 쓸 때조차 배역이 필요해, 자신 안의 또 다른 자신을 '파타'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내면에 존재하는 상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진실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진실이 아니기도 하며 어떤 것은 왜곡되거나 거짓인 내용이 존재할 수도 있다. 머릿속에 자리한 수많은 저자의 상념들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나고 자라는 상념들 속에서 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나의 삶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이제 사사로운 감정들 속에서 진짜 내 모습을 찾아가는 파타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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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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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사소하고 소소한 부분에 대해 저자의 내면에 자리한 '파타'는 끊임없이 속삭인다. 이에 대해 저자는 질문하고 떠올리고 쫓아가며 그 과정들을 글로 남겼다.

이 기록들은 때로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반대로 이해되지 않거나 복잡하게 다가오는 것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저자 자신의 상념에 대한 기록이기에 '그럴 수도 있지'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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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거짓말 잘할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하지도 마."
(...)
의미 없는 거짓말과 의미 없는 경고.
반복.
1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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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기처럼 나 홀로 다짐하고, 경고하며, 되뇌던 반복의 말이 떠오르는 문장이다. 같은 상황이 이르면 또다시 반복할 걸 알면서도 스스로 의미 없는 거짓말을 반복하던 나의 모습,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경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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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손으로, 품에서 품으로.
세상에서 세상으로. 옮겨지던 그녀.
어릴 적부터 어디를 가든 파타는 두 발로 땅을 디뎌본 적이 별로 없다.
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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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자리한 다양한 상념들이 정작 현실 속에서 경험치로 자리한 적은 별로 없다. 모든 생각과 의문들을 현실 속에서 실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모든 물음과 생각들은 허공에 뜬 상태로 옮겨지고 또 옮겨지는 게 익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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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카리는 파타의 마음속에서 한 번도 영웅이 아닌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1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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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자매가 있는 집의 동생들이 흔히 갖는 동경 혹은 영웅심리가 엿보이는 문장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첫째들이 갖는 어떤 책임감이 이와 닮아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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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은 엄마는 파타에게
"눈앞의 사람에게는 늘 진실하게 대해야 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며 파타는 엄마에게 "엄마 정말 잔인하다. 내가 받은 상처들을 알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걸?"

파타의 시선을 따라가 함게 같은 곳을 보던 엄마는 파타에게

"그래? 그래도 누구를 만나든 진심을 다해 대하면 모든 사람들이 네 편이 되어줄 거야."

빨간 불이 초록 불로 바뀌는 그 순간 파타는 엄마에게
".... 엄마 나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며 엄마는 파타에게
"내 딸은 모든 걸 품을 수 있으니까... 내 딸은 그랬으면 좋겠네."

여전히 아이 같은 서운함에 파타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버렸고 빠르게 지나가는 나무들만큼이나 엄마의 마지막 말은 그녀의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올랐다.
18~1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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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말이 객관적으로는 옳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내심 내가 상처받은 것에 대해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고 서러운 기분.

토라져 고개를 휙 돌리거나, 방문을 쾅 하고 닫고 들어가 모습을 감춰보지만, 이내 마음 한편에는 부모님의 말이 맴돌아 자꾸 마음이 시끄러워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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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내가 써준 편지 내놔."

이 대화에서 알 수 있듯 파타에겐 마무리보다 자신의 편지가 중요했다. 하얀 종이에 얹어지는 활자들은 그녀의 감정들을 대신하고, 그녀의 넘치는 사랑은 모음 끝에서 뚝뚝 흘러내린다. 그래서 파타는 자신이 쓴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는 걸 좋아한다.
(...)
한 아름 편지들을 안고 집에 도착했다. 안심했다.

'내 맘을 돌려받았어. 난 잃은 게 하나도 없네.'
2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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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치사한 것 같으면서도 순수한 모습이 엿보이는 에피소드로, 당시 파타는 어쩌면 진짜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감정이 흠뻑 스며든 편지를 되돌려 받고 집에 도착한 뒤에 안심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나다가도, 새삼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을 편지로 에둘러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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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체성을 찾고 있어요."
(...)
"매년 올라가야 하는 계단은 높이도 다르고 깊이도 달라요. 작년보다 이번 계단이 유독 높았나 보네요. 그래서 적응하는 중인가 보다. 그건 혼돈의 시기가 아니라 빨리 온 축복이라고 하는 거예요. 정체성을 찾아야 해. 그게 앞으로의 몇 년을 책임질 거야.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비빔밥을 만들어 버려요. 아주 좋은 축복이니 자꾸 연구하지 말고, 그냥 관찰해."
3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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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찾고 있는 내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문장으로, 계단에 비유함으로써 심정적으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더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이를 해석하는 부분이었는데, 혼돈이 아닌 축복, 정리하려 하지 말고 그냥 비빔밥을 만들어 버리라는 말에서 꽉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왜 하나하나 꼭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골라내고 연구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한데 섞어 비벼 버려도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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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 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 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 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 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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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하게 공감이 갔던 문장 중 하나로, 문장이나 단어를 떼어놓고 보면 분명 나를 위하는 말과 행동처럼 보이지만, 상황과 겹쳐놓고 보면 일방통행의 이기적인 행태로, 실은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정작 당사자는 모른다.

그래서 대놓고 그만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내가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그저 갑갑할 따름이다. 의미 없이 빌어주는 행복이나 질문들,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뱉은 말들이 타인을 불행 속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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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어갈 즈음 그녀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단어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연말 약속
연말 계획
신년
새해
다짐

그녀는 이에 대한 두 가지의 이유를 설명해 주었는데 첫 번째는 그저 하면 되는 일에 대단한 사족을 붙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두 번째로 파타의 시간은 시계방향으로 도는 원이 아닌 직선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흘러가는 하나의 선에는 기준점이 될 만한 홈이 없다.

'그냥 하면 되잖아. 그냥, 12시. 내일. 다음 주 월요일.
1월 1일, 이게 다 무슨 기준이고 무슨 소용이야.
다짐을 할 시간에 이미 뭐라도 했겠다.'

뱉지 못한 말이다.
55~5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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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의 말에서 어쩐지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특정 시기를 찾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의미 없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

어쩌면 의지박약이라, 그런 핑계를 대서라도 미루거나 혹은 시작할 용기를 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떨 때는 '제발! 그냥 지금 해!'라고 외치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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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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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상념들의 특정 부분들이 조각처럼 자리한다. 메모지에 남긴 조각의 파편들이 흐트러졌다 만나는 텍스트 이미지를 통해 단상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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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어차피 좋아질 기분 조금 빨리 좋아지면 안 될까?
15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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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되뇌지만, 쉽게 되지 않은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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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손이 한참 앞서 있는 내 생각을 쫓아가지 못할 때.
결국 오늘도 난 아무것도 적지 못했네.
17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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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이 함께 하지 못할 때 우리는 때로 오류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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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통하지 않는다.
1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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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통하지 않는 진심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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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쥔 손가락

오래된 관계가 가장 끈끈하다고 하지만 이보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게 바로 이런 관계들이다. 그래서 난 오래된 관계를 부수는 걸 좋아한다. 이는 느슨한 탄력감과 편안한 긴장감을 주고 무엇보다 견고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잔인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
23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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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될수록 견고하다는 말은 관계에 맞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오래된 관계는 낡고 느슨해져 언제든 끊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때론 교체하거나 폐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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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아빠가 쓴 파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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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에피소드들에 등장했던 파타의 유년 시절을 아빠의 육아일기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만나볼 수 있다. 파타는 알지 못했던 순간의 기록들에서는 사랑과 든든함이 묻어난다.

묵묵히 뒤에서 지켜봐 주는 시선에서, 잠들기 전 들려주는 아빠의 이야기에서 큰 사랑을 느낀다.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더불어 치열하게 고민하고 질문하며 자신을 찾아나가는 그 모든 순간이 사실은 소중한 일상의 순간이었음도 알게 된다.

그저 사랑스럽고 기꺼운 순간으로 기억되는 아빠의 육아일기는 허물없이 아끼는 마음으로만 가득 차서 그래서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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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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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인 <샤이닝>을 보고 이 책을 선택했다면,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샤이닝이라는 의미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샤이닝이라는 제목이 납득이 되는 건 그 속에서 만난 미지의 존재들 때문이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은 문장이나 단어들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내용은 무게감을 지닌다. 기묘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또 익숙하기도 한 분위기는 어쩐지 삶과 죽음의 중간 그 어딘가를 나타내는 듯도 하다.

침착한 고요함 속에서 한 번씩 들리는 목소리와 이곳에서 만날 수 없는 이들과의 조우, 그리고 어긋난 듯 보이지만 미묘하게 들어맞는 답변들이 자꾸만 책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게 만든다.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여행에서 바퀴가 빠져 숲에 갇히게 된 '나'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크게 바뀌지 않은 공간과 배경 속에서 침묵과 내면의 소리, 생각, 고민, 그리고 미지의 무엇들과 만나는 것으로 오로지 이야기는 전개된다.

언뜻 단조롭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단조로움 속에 자리한 복잡함 때문에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는 이 소설은 내면의 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릿속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이야기하는 듯도 하다.

자꾸만 무언의 질문을 던지는데, 어느 곳에서도 물음표는 발견할 수 없으며, 쉼표와 마침표를 통해 어떤 의미를 짐작하거나 단정하거나, 의심하거나 결단하거나 고민한다.

'내'가 바라보는 저것은 무엇이고, 저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해 보지만, 실상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혼란스러우면서도 그냥 그렇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있다.

어둠에 갇힌 것 같은 폐쇄성이 느껴지다가도 끝없이 펼쳐진 숲이 주는 개방감이 느껴지고, 물속에 나 홀로 잠긴 것 같은 고요함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다가오는 목소리나 빛으로 인해 혼자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 이상야릇한 이 소설을 통해 내면의 소리 혹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나 만나봄직한 상황을 대면하는 특이한 독서를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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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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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큰 소리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의 고독한 삶 속으로 발을 들였고 이후로 계속 그곳에 머물게 된다.

이처럼 그는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글을 썼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쓰고 싶었다.

자크 데리다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로 할 수 없으며, 오직 글로 쓸 수 있다고 표현했는데, 저자 역시 침묵의 발화에 말글을 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실제로 욘 포세는 희곡을 쓸 때 '사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침묵을 표현했는데, 말로 할 수 없는 것, 말하고 싶지 않은 것 또는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더 좋은 것들이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글 쓰는 행위에 대해 듣는 행위여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를 통해 그의 글쓰기는 음악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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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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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저녁, '나'는 갑자기 엄습한 삶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차에 올라 운전을 시작한다. 이내 곧 숲길 한가운데에서 바퀴가 빠지게 되면서 꼼짝도 못하게 된다.

방향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고 후진도 할 수 없다. 게다가 해는 저물고 갑자기 눈까지 내리기 시작하면서, 차를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이내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러고는 어머니와 아버지, 검은 양복을 입은 신사, 순백색의 존재 등 현실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이들과 수수께끼 같은 조우를 하게 되는데, 스스로 이 상황이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음을 인지하면서도 어쩐지 그곳을 빠져나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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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존재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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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한가운데서 차가 빠진 후 한참이 지난 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떠난 그 앞에 나타난 신비한 존재들의 정체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첫 번째, 순백색의 흰빛을 내뿜는 존재
그것은 희망이었을까 아니면 천사의 존재일까? 명확한 형체도 없는 그 빛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두 번째, 어머니와 아버지로 보이는 노부부
처음에는 희미하게 보이는 형상으로만 인식되던 그것이 어느 순간 부모님처럼 보이기 시작하고, 부모님이 되었다가, 부모님이 맞았던 걸까가 되는 알쏭달쏭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원래 그 자리에는 있을 수 없는 부모님의 형상은 스스로 가장 믿고 의지하는 이들이기에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지치고 피곤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이들이기에 나타난 것일까? 그들이 하는 말 또한 힌트가 되지는 못한다.

●세 번째,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
컬러로 봐서는 흰빛을 내뿜는 존재와 대조되지만, 단순히 컬러로만 이 존재들을 구분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떤 상황, 어떤 모습에 이것들을 대입하느냐에 따라 존재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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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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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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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다 보면 반복되는 단어나 문장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마음만 다잡고 실제 행동으로는 옮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다 못내 겨우 한발 떼고 나서도, 또 반복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번복하면서 무한의 굴레에 빠져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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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누구 없나요-
(...)
누군가의 말 소리가 들린다: 나는 여기 있습니다. 나는 항상 여기 있고, 여기에는 항상 내가 있습니다-
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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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컴한 숲을 헤매며 외친다. 누구 없냐고.
그러다 문득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답을 준 누군가는 누구였을까? 어쩌면 그는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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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을 돌려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크고 둥그런 노란 달빛과 셀 수 없이 반짝이는 별빛 아래, 가지에 눈을 이고 서 있는 나무와 나무뿐이다.
4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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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한가운데 덩그러니 나만 남아있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고요한 풍경 속에 까만 밤하늘, 그리고 숲을 빽빽이 채우고 있는 나무와 나무뿐.

어찌 보면 조금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요함 속에 자리 잡은 숲 그 자체가 연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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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57~5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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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무한 루프를 잘 그리고 있는 문장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머릿속에 무언가를 고민하고 생각하고 결정하다가 이내 되돌리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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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처음부터 여기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여기 있다고 믿었던 것은 나만의 상상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게 말을 걸어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어머니가 내게 무슨 말인가를 했다고 상상한 것이다. 아니,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들은 분명 여기 있었다. 나의 어머니는 여기 있었다. 나의 아버지도 여기 있었다. 나는 그들이 바로 저 앞에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6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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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도 믿기 어려운 상황들이 빈번히 펼쳐지면서 주인공 역시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이다. 현실이 아님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지만, 어쩐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대해 거짓이라는 확신을 가지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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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을 하는 구나.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에 있지. 다른 곳일 리 없잖아. 왜 그런 걸 묻니.
6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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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에 나타난 존재들은 묻는 것에 대답은 하지만, 원하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질문에 대해 어긋나는 답은 아니어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부분도 꽤 많다.

오묘하고 미묘한 답 때문에 이 소설의 분위기가 한층 더 미스터리하고 신비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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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나는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아무도 나를 저지할 수 없다. 아무도. 그런데 나는 왜 여기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가.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6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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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누군가 나를 꽁꽁 묶어둔 것도 아니고 나를 억압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서서 머릿속만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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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신발을 벗은 기억은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분명히 맨발이다.
(...)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나는 왜 이 숲속에 있는지. 왜 차를 버려두고 이 숲속으로 들어왔는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일들뿐이다.
7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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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는 지루함 때문에 차를 타고 숲으로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차바퀴가 빠지고 숲에 갇히게 되면서 오랜 시간을 이 숲에서 보내게 된다.

그러다 알 수 없는 존재들을 만나고,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상념과 질문들을 하게 되면서 어느새 자신이 왜 여기에 왔고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이 공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현실 속에서 어떤 상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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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단지 거기 있을 뿐이고, 그것들은 모두 의미 그 자체다.
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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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함축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은 거기 있을 뿐이고, 그것들은 모두 의미 그 자체였다!"

그것들은 존재하는 듯하지만 존재하지 않았고, 빛 속에 들어와 있지만 빛이 아닌 것이었다.

단지, 그 의미들에 어떤 것을 투영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들리고,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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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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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삶의 끝자락에 선 한 남자의 삶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마주하는 소중한 이의 흔적(부모님의 살아생전 모습) 그리고 스치듯 지나가는 삶(하얀 빛)의 형태와 다가오고 있는 죽음(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은 그의 인생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사는 것이 지루하다 느끼는 남자가 당도한 숲의 모습은 무의 세계, 아무것도 없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가득하다. 그저 어둠 속 반짝이는 별과 달, 그리고 묵직한 분위기만 가득할 뿐이다.

죽음을 앞둔 그는 스스로 계속해서 되뇐다. 자신에게 묻고, 답하고, 질문하고, 확신하다, 의문을 제기하며 계속해서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은 그렇게 물음표가 되지 못하고 쉼표와 마침표가 되어 삶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과정을 겪는다.

살아생전 그가 어떻게 살았고, 어떤 배경을 지녔는지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깊은 상념과 복잡한 속내만 엿보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몸은 그저 늘어지고 피곤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내 어쩔 수 없는 상태에 다다르자 차 밖으로 나와 도와줄 이를 찾아 나서지만, 이내 곧 멈춰서 또다시 상념에 빠져든다.

아무것도 없는 깊은 숲속에 자리한 것은 오로지 자신뿐인데, 어쩐지 어둠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그는 그래서 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서있기만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차를 타고 숲까지 온 그의 모습은 마치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을 떠올리게 하는데, 그래서 그는 그토록 되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가 보다.

그렇게 인생에 대입해 보고 나니, 마지막으로 만난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어쩐지 인생의 끝을 알리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죽음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 저자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죽음을 이렇듯 어둠 혹은 깊은 심연에 비유해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순간을 밀도 있게 그려냄으로써 오로지 홀로 견뎌내야 하는 시간을 더 감각적이고 돋보이게 그려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등장하는 '무엇'들은 특정 어떤 것을 명확히 단정 짓기 어렵다. 그저 이 소설을 읽는 독자에 따라, 해석 방식에 따라 의미가 되고, 또 해석이 달라질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저자가 이 소설에 담고 있는 것처럼 고요함 속에서 묵상하고 명상하며 하나씩 삶에 쉼표와 마침표를 찍어나가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는 그토록 홀로 그 어둠 속에서 그토록 많은 질문을 쏟아내며 마침표를 찍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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