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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웨이 - 시장점유율 98%, 경쟁자들을 지워버리는 대체 불가 기업의 비밀
이덕주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7월
평점 :
"'지적인 정직성'을 바탕으로 실패를 딛고 일어선 젠슨 황과 엔비디아를 파헤치다!"
인터넷 기사나 뉴스를 볼 때면 종종 등장해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기업과 한 인물이 있다. 바로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늘 등장했던 젠슨 황, 그리고 그가 CEO로 있는 엔비디아다.
이 사람과 기업이 언급될 때면 어김없이 우리나라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와 함께 연이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언급되고는 했는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솔직히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반도체와 연관된 어떤 산업에 엔비디아가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그래서 자주 언급된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또 주식 관련 내용으로 많이 언급되었기에 주식과 관련된 어떤 것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크게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물음표를 가지고 있는 상태로 지내고 있던 차에, 이번에 엔비디아에 대한 책을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물음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또 젠슨 황과 엔비디아 외에도 함께 언급되었던 TSMC와 HBM와 같은 용어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한때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난리가 났던 이유도 마침내 알 수 있었다.
뭔가 하나씩 열쇠를 찾아나가는 기분이 들어 신나게 읽을 수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이런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풀어쓴 저자의 배려가 녹아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젠슨 황과 엔비디아에 대해 쉽게 풀어쓴 책으로, 기본적으로 이들이 다루는 산업이 무엇이고, 또 지금의 엔비디아가 있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중심 역할을 제대로 해주었던 젠슨 황의 성장담이 담겨있다.
▶파트 1에서는 엔비디아가 현재 AI 반도체 산업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어떻게 반세기 가까이 왕좌를 지켜왔던 경쟁사들을 끌어내리며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해자를 만들어낸 이들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탐색한다.
▶파트 2에서는 엔비디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그래픽 카드 회사에서 어떻게 '인공지능 회사'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그 전략적 방향 전환의 과정을 설명한다.
▶파트 3에서는 엔비디아의 급성장을 견인한 데이터센터 산업을 비롯해 이들이 현재 어떤 시장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고 있는지 논의한다. 또한 '서비스 기업'으로의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는 이들의 새로운 비전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파트 4에서는 회사 창립 이후 30년 넘게 CEO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젠슨 황의 독특한 리더십과 엔비디아의 특별한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혁신의 최전선을 이끄는 이 기업에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파트 5에서는 엔비디아가 지금과 같은 시장 지배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엔비디아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며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빅 4' 테크 기업들을 비롯해 스타트업까지 현재 주목해야 할 기업들로는 누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산업과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분야, 그리고 이들이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끼치고 있는 영향력과 더불어 주총 1위까지 찍은 비결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들 속에서 우리 기업이 배워야 할 점과 참고하면 좋을 기업문화도 엿볼 수 있었는데, 동서양의 장점만을 쏙쏙 골라 차용한 것을 보고 '이래서 다들 엔비디아를 선호하는구나'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엔비디아라는 기업과 젠슨 황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잘 읽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덕분에 앞으로는 해당 기업과 인물에 대한 내용을 또 보거나 듣게 된다면 흘려듣지 않고 반갑게 귀를 쫑긋하며 집중하게 될 것 같다. 더불어 앞으로의 발전 모습도 조금 더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반도체 분야에 대한 지식은 물론, 컴퓨팅에 대한 지식, 상식, 국제 정세, 올바른 기업문화, 미래 먹거리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배움에 대한 신선한 자극을 받는 것은 물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점도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아래는 뉴스를 보며 머릿속에 물음표로 남았던 부분에 대한 해답, 명확하게 알지 못했던 개념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만약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한다면 직접 책을 통해 확인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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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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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엔비디아라는 한 회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두 가지 시선을 제공하고자 했다.
하나는 컴퓨팅(계산)의 발전이라는 큰 그림이다. 인류가 지금처럼 눈부신 기술적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컴퓨팅의 발전이 있었다. 어느새 맞이하게 된 4차 산업혁명을 엔비디아가 더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시선은 젠슨 황이라는 한 인물의 '아메리칸 드림 스토리'를 보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엔비디아가 지금과 같이 반도체 업계의 중심에 선 것은 5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고난과 역경을 거치고 엔비디아는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고, 젠슨 황은 전 세계 부자 20위 내에 이름을 울렸다. 이는 그 자체로 인간 승리이자 오직 미국에서만 가능한 '아메리칸 드림'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가 팬만큼이나 많은 안티를 몰고 다니는 것과 달리 젠슨 황은 적이 많지 않다. 실력과 겸손, 유머를 두루 갖춘 데다가 자신을 찾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그의 소탈한 성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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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라는 기업에게서 한국 기업이 배울 수 있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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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과도 유사한 엔비디아가 결정적으로 한국 기업과 다른 점을 살펴보면, 젠슨 황이 자주 언급하는 '지적인 정직성'이 아닐까 한다. 그가 말하는 지적인 정직성이란 진실을 추구하고, 실수에서 배우고, 배운 것을 공유하는 것이다.
많은 고위 경영진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진실'을 알리려는 참모를 내치는 경우도 많다. 젠슨 황은 이런 문화를 크게 경계하며 모든 정보를 평등하게 공유하고 사실을 바탕으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정직성은 경영자뿐 아니라 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엔비디아에는 리더부터 실무자까지 자연스럽게 이 문화가 녹아 들어가 있다.
주식투자가 아니라 엔비디아라는 기업과 젠슨 황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된 독자가 있다면 '지적인 정직성'이라는 단어를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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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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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등장과 지금에 이르게 된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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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인공지능 덕분이다. 엔비디아가 AI를 학습 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부품인 GPU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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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술과 딥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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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가 AI라고 부르는 기술은 AI의 하위 분야인 '딥러닝'에 가깝다. 딥러닝은 사람의 뇌 신경망과 유사한 '인공 신경망'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들고 이것을 학습시키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딥러닝은 대량의 데이터를 가지고 AI가 스스로 학습한다. 사람이 하는 일은 대량의 데이터를 준비하고, AI 학습에 필요한 컴퓨터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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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 진행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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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설명하면 더하기와 곱하기를 몇백 조 번씩 반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계산을 해야 하는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AI 학습에는 엄청나게 좋은 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성능 좋은 컴퓨터 안에 우리가 GPU라 부르는 엔비디아의 반도체가 사용된다. GPU라는 명칭은 컴퓨터에서 연산을 처리하는 반도체인 CPU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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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와 GPU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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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와 GPU의 가장 큰 차이는 데이터 처리 방식에 있다. CPU는 순차처리 라고 해서 일이 들어오는 순서대로 하나씩 처리하고, GPU는 병렬처리라고 해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
현재 엔비디아의 GPU가 딥러닝 기반 AI의 핵심적인 인프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AI의 사용이 늘어날수록 엔비디아의 반도체 역시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질 수 밖에 없다.
엔비디아가 인터넷 세상을 열어준 마이크로소프트의 뒤를 이어 오늘날 새롭게 왕좌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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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대한 기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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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용도에 따라 크게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DAO 반도체 이 세 가지로 나뉜다.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D램, S램 그리고 플래시 메모리 등이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에 속한다. D램은 전원이 공급되어도 주기적으로 충전을 해줘야 기억이 유지되는 반도체이고, S램은 전원이 공급되는 한 기억이 유지되는 반도체이며,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기억이 유지되는 반도체다.
그리고 이런 메모리를 조종하고 명령을 내리는 반도체가 바로 로직 반도체다. 이름 그대로 기억이 아니라 논리를 처리(계산) 하는 것이 로직 반도체의 역할이다. 우리가 앞서 얘기한 CPU와 GPU가 대표적인 로직 반도체로, 엔비디아, 인텔, 퀼컴, 미디어텍 등이 대표 기업이며 삼성전자, 애플, 아마존, 구글도 자체적으로 로직 반도체를 생산한다.
DAO 반도체는 하나의 반도체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개별소자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그리고 '기타'를 합친 말이다. 개별소자 반도체는 트랜지스터나 다이오드같이 단일 기능을 수행하는 저렴한 반도체를 뜻한다.
아날로그 반도체를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로, 자동차에 많이 사용되는 MCU가 대표적이다. 미국 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아날로그 디바이스, NXP 반도체 등이 대표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이다.
기타는 기별소자 반도체나 아날로그 반도체를 제외한 반도체를 의미한다. 주로 광전자 소자와 센서 등인데, 소니가 전 세계 1위를 하고 있는 이미지 센서가 대표적인 기타 반도체에 속한다.
크게 보면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 미국은 로직 반도체 시장, 일본과 유럽은 DAO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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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분리
#팹, #TSMC, #팹리스, #파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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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부분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분리다. 과거에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회사가 직접 반도체를 제조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도를 입력하는 작업을 'fabrication'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서 '팹'이라고 부른다.
1980년대 말 반도체 위탁제조 전문 회사인 TSMC가 등장하면서 설계와 제조가 분리되었다. TSMC는 타이완 반도체 제조 회사의 약자로, 세계 최대의 독립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제조업체)이다.
TSMC는 고객이 설계한 대로 반도체를 제조해 주는데, 오늘날 삼성전자와 인텔을 제치고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설계 회사들의 가장 큰 신뢰를 받고 있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인텔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제조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처럼 팹 없이 설계만 하는 반도체 회사를 '팹리스', 위탁제조만 해주는 회사를 '파운드리'라고 부른다.
이처럼 반도체 설계와 제조가 분리된 이유는 반도체 제조 시설을 만드는 데 긴 시간과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가 등장하면서 팹리스 기업들은 좀 더 생산성이 높은 설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제조와 설계의 분리는 기존에 반도체를 만들지 않던 빅 테크 기업이 자신들만의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것을 파운드리에 맡겨 생산하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런 '반도체 독립'을 시작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TSMC에 생산을 맡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는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분리가 이뤄져 있지 않은데, 메모리 반도체를 로직 반도체처럼 높은 집적도가 필요하지 않고 복잡도가 높은 기술을 요하기보다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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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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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왜 엔비디아가 만드는 AI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삼성전가가 가장 잘 만드는 반도체와 엔비디아가 가장 잘 만드는 반도체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를 가장 잘 만들고 엔비디아는 로직 반도체인 GPU를 가장 잘 만든다. 두 반도체의 성격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그 경쟁력을 쉽게 따라갈 수가 없다.
삼성전자는 매우 특이한 회사라 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도 잘 만들지만 로직 반도체(스마트폰 AP인 엑시노스)도 만들고, 이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데다가 또 다른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파운드리에서 위탁 생산도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일을 다 하는 삼성전자도 사업이 메모리 반도체 쪽에 크게 치중된 탓에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GPU 시장의 90% 이상을 잠식한 엔비디아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이 물량은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인 대만의 TSMC가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 말고도 또 하나의 막강한 반도체 기업이 있다. 바로 엔비디아의 부상과 함께 날아오른 SK하이닉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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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분야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을 앞지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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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가장 잘나가는 한국 반도체 회사는 어디일까? 바로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메모리 반도체인 HBM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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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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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규모가 점점 커짐에 따라 발생하는 병목현상을 해결한 것이 D램을 층으로 쌓은 HB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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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의 인기로 인해 발생한 GPU 부족 현상과 엔비디아의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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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엄청난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자 이들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앞다퉈 엔비디아에 GPU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요는 너무 많았고 엔비디아가 만들 수 있는 GPU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자 빅 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GPU를 어마어마한 규모로 사들였다.
특히 이러한 GPU 부족 상황은 2023년 8월에 제일 심했는데 '엔비디아의 H100을 누가, 얼마나 언제 구했는지가 실리콘 밸리의 가장 큰 가십거리'라는 말이 나도 나돌 정도였다.
한참 뉴스에서 그래픽카드 대란으로 난리가 났던 적이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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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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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어떻게 지금과 같은 시장점유율 90%가 넘는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토록 빅 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GPU 반도체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엔비디아가 다른 기업들은 절대 넘볼 수 없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해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GPU 품귀 현상은 독점의 폐해가 아닌 이들이 가진 '경제적 해자'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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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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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자'라는 단어는 경영학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현대 경영학에서는 어떤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갖는 절재적인 우위 요소(저비용 생산, 높은 전환 비용, 무형자산,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등)를 '경제적 해자'라는 표현을 사용해 설명하곤 한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다른 기업이 절대 진입할 수 있는 강력한 해자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엔비디아는 GPU를 비롯해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사실 이들이 가진 경제적 해자의 원천은 소프트웨어와 이를 지탱하는 생태계에 있다.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이해하려면 바로 그들이 개발한 프로그래밍 도구인 CUDA에 대해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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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CUDA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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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DA는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의 약자로 2006년에 엔비디아가 발표한 기술이다. CUDA는 CPU가 아닌 GPU에게 명령을 내리기 위한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를 모아놓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AI 학습의 경우, 초기 연구자들이 GPU를 사용해왔고 엔비디아가 이를 훌륭하게 지원해 줬기 때문에 계속 엔비디아의 GPU를 사용해왔다.
현존하는 AI 코드의 대부분이 CUDA를 기반으로 짜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엔비디아의 GPU가 AI 개발의 '업계 표준'으로 정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우수한 성능의 GPU 반도체가 나온들 이를 사용하려면 기존에 해왔던 모든 것들을 갈아엎어야 하는데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려는 기업이 어디에 있겠는가.
무엇보다 경쟁 제품의 성능이 좋아진다고 해도 엔비디아도 이전 세대보다 더 좋은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엔비디아 GPU의 성능이 더 좋아질 테니 더더욱 바꿀 이유가 없다.
이렇듯 '비싸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압도적 성능과 생태계 지배력을 가진 덕분에 엔비디아가 GPU가 가진 경제적 해자를 깨기란 정말 어렵다.
엔비디아 GPU의 대체제를 찾기 어려워질수록 엔비디아는 자신들의 해자를 더욱 강력하게 구축할 것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가 엔비디아를 계속해서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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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현재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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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모델의 등장과 챗 GPT의 부상은 생성형 AI 시장이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혹자는 챗 GPT를 2008년 스마트폰 혁명을 가져온 아이폰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발전의 기저에 바로 엔비디아의 GPU가 쓰이고 있다.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AI를 학습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하려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GPU다.
사람 같은 혹은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진 AI를 개발하기 위해 빅 테크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수많은 기업들이 뛰어든 가운데, 이 전쟁에서 가장 큰돈을 벌고 있는 기업이 바로 GPU라는 무기를 파는 엔비디아 인 것이다.
생성형 AI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우리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물결을 일으키는 동력인 엔비디아의 GPU를 대신할 제품이 없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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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를 대체불가 기업으로 만든 네 개의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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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오직 네 종류의 고객만을 가지고 있다. 바로 데이터센터, 게임, 자율주행, 그래픽 전문가다. 그래서 이들은 실적을 발표할 때도 이 네 부문으로 나누어 발표하곤 한다.
가장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사업 군은 지금의 급격한 성장을 이끈 AI 반도체 즉, GPU를 판매하는 데이터센터 사업 부문이다. 2017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현재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가 되었다.
두 번째는 1993년 엔비디아 설립 때부터 2020년까지 약 27년간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이끌어온 게임 사업 군이다.
세 번째 사업은 전문가 비주얼 사업 부문으로, 엔비디아의 반도체와 서비스가 영화나 드라마 산업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 분야도 이 사업 부문에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사업은 오토모티브 사업 부문으로, 자동차 회사들에게 반도체와 솔루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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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사업군 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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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로운 산업 혁명의 핵심 엔진, 데이터센터
지금과 같은 엔비디아의 급성장을 견인한 사업은 뭐니 뭐니 해도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엔비디아는 자신들이 개발한 GPU, DPU, NV링크 등을 가지고 반세기 넘게 테크 업계의 공식으로 자리 잡은 무어의 법칙을 변화시키며 1000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AI 산업혁명을 이끌고자 하고 있다.
2. '제 2의 먹거리'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와 디지털 트윈은 AI와 데이터센터 다음을 바라보는 엔비디아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AI가 모든 산업에 보편화되고 이동통신처럼 인프라 투자가 완료되면 그다음엔 무엇을 가지고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많다. 엔비디아는 그다음 먹거리 중 하나로 '메타버스'를 보고 있다.
지금 확실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산업용 메타버스 정도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시장이 흘러간들 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엔비디아는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다.
3.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는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솔루션
■로보틱스
오늘날 생성형 AI 만큼 그 발전 속도가 빠른 분야가 바로 로보틱스다. 문자 그대로 '자고 일어나 보니 달라졌다'라고 할 만큼 불과 1~2년 사이에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째서 최근 들어 로보틱스가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걸까?
첫째, 전동모터와 배터리 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덕분에 훨씬 정밀한 움직임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둘째, AI 때문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처럼 머신러닝을 통해 로봇이 인간처럼 걷고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는 이미지 인식과 대화 등의 영역에도 확장되고 있다.
■자율주행 솔루션
자율주행차 붐이 막 일어날 무렵, 자율주행차의 핵심이 컴퓨팅이 될 것임을 간파한 엔비디아는 재빨리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물론 그들이 만든 것은 자동차 외장이 아니라 '자율주행 플랫폼'이었다.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전용 반도체와 OS, 그리고 이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센터 인프라도 함께 판매함으로써 엔비디아는 다른 많은 기업들이 전기차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엔비디아는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산업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 물론 아직까지 엄청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 이 분야에 진입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어떤 플랫폼을 쓰는지 물어보면 대다수가 엔비디아의 추론칩과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AI와 마찬가지로 엔비디아는 지금 미래 기술을 선점한 채,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 AI 산업의 최강자, 바이오 산업의 핵심 기업이 되다
젠슨 황에 따르면 헬스케어 업계는 이미 15년 전부터 엔비디아 GPU를 사용해서 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점점 컴퓨팅 파워가 발달하면서 GPU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가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젠슨 황은 생성형 AI가 생물학 연구에도 적용될 거라 이야기 한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가 신약 개발을 비롯해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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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않는 엔비디아의 기업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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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진 조직으로 손꼽힌다. 보통의 기업에서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고급 정보를 가지게 되고, 이 정보가 곧 권력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엔비디아에서는 매니저든 팀원이든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면 모든 정보를 동등하게 알 수 있다. 그래서 1:1 회의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팀에 속한 모든 사람이 모이는 회의를 선호한다.
팀은 철저하게 프로젝트 중심으로 구성되며,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참여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므로 당연히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조직이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면 팀장이 팀원을 영입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다 보니 일을 떠맡기거나 상대를 공격하기 보다는 도와주는 매니저가 인기가 많고, 그런 팀장이 자연스레 팀원을 영입하기가 쉽다. 모든 팀이 이런 식으로 구성된 까닭에 조직 전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혹자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동아시아 기업의 문화를 가장 잘 결합한 곳이 엔비디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수평적인 기업문화와 수평적인 정보, 교류, 솔직함과 자율성은 대표적인 실리콘 밸리 스타일의 기업문화다. 반면 사람을 쉽게 해고하지 않고, 장기근속 하는 것은 동아시아 기업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이직과 정리해고가 잦은 실리콘밸리에서 엔비디아는 고용 안정성이 가장 튼튼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심지어 직원들도 이직하기보다는 엔비디아에 남는 것을 선호한다.
이 같은 조직문화를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1위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의 비전과 능력도 중요했지만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한 부분도 상당했던 것이다.
그의 말처럼 직원이 회사에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열정을 가지고 거기에 몰두하게 만드는 것이 엔비디아가 지닌 특별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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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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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 뒤엉켜서 잘 이해되지 않던 개념들을 차근차근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엔비디아라는 기업과 창업자이자 CEO인 젠슨 황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습득할 수 있었다.
더불어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는 여러 개념들과 국제 정세, 그리고 미래 먹거리까지 확인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 전문적인 용어들이 혼재되면서, 실상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는 개념들이 많은데, 이 책을 계기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 같아 은근히 성취감도 느낀다.
사실 처음에는 경제, 경영에 관련된 책이라 좀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또 의문으로만 남아있던 단어와 개념들을 하나씩 채워나가며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또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 꽤 유익한 시간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정보가 곧 돈이 되고, 또 도움이 되는 시대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없더라도, 적어도 뉴스에서 자주 언급하는 용어나 기업, 특정 키워드들은 미리 공부해 두면 도움 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러 여기저기서 찾아서 습득하는 것이 어렵다면 누군가 잘 정리해둔 개념들을 통해 지식을 쌓아보면 어떨까? 이 책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