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그리운 기분 - 나의 도쿄와 너의 서울을 말할 때면
갈매기 자매 지음 / 카멜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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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고 있는 하나와 도쿄에 살고 있는 마키가 나누는 편지글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며, 제목처럼 어쩐지 이상하게 그리운 기분이 들었는데, 어쩌면 나의 10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던 일 중의 하나가 바로 편지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친구들과 수도 없이 주고받았던 편지 속에는 사소한 일상과 서로의 관심사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새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는데, 그래서인지 '편지'하면 그때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나곤 한다.

 

이 책에 담긴 편지글은 나의 학창 시절 나눈 그때 그것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는데, 그럼에도 하나와 마키 같은 인연을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어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여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선을 지키며 서로 관심사를 나눈다는 부분이 컸는데, 어른이 된 이후 사귀는 친구들 사이에 오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어쩌면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무례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로지 좋은 감정으로 서로를 솔직하게 대할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한국과 도쿄에 각각 머물며 서로의 나라에서 영감을 받고 서로의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시국에 주고받은 이 편지글은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 오고 간 내용들을 묶은 책으로, 이들이 처음 인연을 맺은 사연과 더불어 '갈매기 자매'라는 이름으로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서로 서간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 내용들을 담고 있다.
(※서간: 안부, 소식, 용무 따위를 적어 보내는 글)

 

서울에 사는 하나는 도쿄에서 머물렀던 기억과 매력들을 이야기하고, 도쿄에 사는 마키는 케이팝을 좋아하며 한국의 문화를 이야기한다. 서로의 스펙을 보면 공통의 관심사가 없을 듯해 보이나, 이들이 나눈 글을 읽다 보면 서로의 나라에서 느끼고 좋아하는 관심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충분해 보인다.

 

하나는 미혼이며 한국에서 일본어 번역가 및 출판 편집자로 활동 중이고, 마키는 기혼으로 남편과 여덟 살 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일본에서 영상 디렉터로 일하고 있으며, 이들의 첫 만남은 십여 년 전 도쿄에서 한국어 선생님과 일본인 제자로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사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알게 된 시절보다 '갈매기 자매'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더 가까워졌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절로 이해가 된다.

 

이들의 편지글에는 서로를 향한 존중과 예의, 그리고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전하는 매력을 엿볼 수 있는데, 이들이 가진 차이점에서 느끼는 취향, 공통점에서 느끼는 감성들을 통해 타인을 알아가는 과정들을 목도할 수 있다.

 

그 과정들을 살펴보면, 자신의 일상에서 겪은 일들을 일기 쓰듯 전하며 인상적인 장소는 사진으로 남기고 때론 상대방에게 자신이 직접 할 수 없는 일들을 요구하기도 한다.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는 인생을 사는 이야기를 비롯해, 현재의 고민거리, 일상의 에피소드 등 다양한 내용들이 담긴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전하고 서서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이들의 대화가 지속될수록 잠시 멈춰 생각하게 하는 구간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의 일상은 어떤지, 불안감이 드는 날은 어떻게 해소를 하는지, 나이가 들수록 변화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스며들듯 다가오는 문장들을 만나보며 서울과 도쿄의 생활은 물론 양국의 문화도 함께 엿볼 수 있다.

 

갑작스레 다가와 전 세계가 멈춤으로 당황하던 시기, 나라와 문화를 넘어선 우정을 통해 느리지만 따뜻한 소통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이들의 편지글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알아보고 미래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요즘은 아침의 루틴을 바꾸면서 불안한 마음을 덜어 내고 있습니다.
몇 달 전부터 책 읽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
아침 책 시간을 가지게 된 뒤로 크고 작은 불안들이 조금씩 누그러졌어요. 소소한 일이지만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수행한다는 것만으로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 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작은 일들이 결국 불안 속에서도 나에게 집중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더군요.

58페이지 中
=====

 

불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 하나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루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나에게 집중하는 단 몇 분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
무슨 일을 하든 불안이 뒤따르는 것이라면 밀어내려고 애쓰기보다 차라리 팔짱을 끼고 사이좋게 걸어가는 방법을 찾는 게 나은 듯합니다. 물론 어떤 방법을 써도 마음이 어두운 곳으로 파고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 말을 반복해서 들려줍니다. "괜찮아. 흘러가는 대로 되게 되어 있어." 마치 주문처럼 말이지요.

59페이지 中
=====

 

마키처럼 스스로에게 주문 같은 말을 외면서 안정감을 주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듯하다. 불안을 무조건 밀어내기보다 사이좋은 친구처럼 함께 걸어가 보면 어떨까?

 

 


=====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건 어떤 상황이든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내 몫을 찾는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은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거예요. 받아들여야 비로소 눈앞의 상황이 보이고, 머리도 몸도 톱니바퀴처럼 천천히 맞물려 움직이게 됩니다. 삶의 주도권만 내가 잘 잡고 있으면 되겠죠.

121페이지 中
=====

 

인생을 살다 보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해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일단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의 주도하에 선택과 집중을 하자. 그러면 결국 길은 열릴 것이다.

 

 


=====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 갈수록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변화들이 있습니다. 옷도 생활도 인간관계도, 살아가는 방식과 사는 장소도 모두 그런 연장선에 놓여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나에게 잘 맞는 것들을 통해 계속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가는 과정 같습니다. 겨울에 비친 모습을 자꾸만 확인하듯이 말이에요.

152~153페이지 中
=====

 

인생 1회차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을 산다는 것은 나에게 잘 맞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어쩌면 이 과정은 꼭 필요한 게 아닐까?

 

 


=====
어릴 땐 꿈이 무엇인지 주변에서 자주 물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어느새 아무도 꿈에 관해 묻지 않잖아요. 그래서 어른이 되었는데도 터무니없이 꿈을 이야기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른에게야 말로 꿈이 필요합니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꿈 말이죠. 희망, 동경, 야심, 마음가짐 같은 것이 막연한 매일에 단단한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197~198페이지 中
=====

 

오늘을 버티는 힘, 내일을 살아가는 원동력은 어쩌면 우리가 꾸는 꿈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왜 아이들만 꿈을 꾸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꿈이 가장 필요한 이들은 정작 '어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지금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권리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고 각자의 인생이 있는 것이죠. 그 꿈이 크건 작건 존중하고 응원하는 일, 끝내 이루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는 일이야말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209페이지 中
=====

 

타인의 삶에 감놔라 배놔라 하기 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과 '존중'이 아닐까? 각자의 인생에 있어 주인공은 타인이 아니므로, 그저 응원하고 다독여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언니와 시간을 보내면서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의 특별함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
어른의 우정은 다양성과 변화의 수용을 전제한 관계 일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상황과 여러 사정을 일일이 털어놓지 않아도 좋은 관계, 몇 년에 한 번 만나더라도 괜찮은 관계, 무엇보다 함께 일 때 즐거운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216~217페이지 中
=====

 

이 글을 읽으며 어쩌면 우리는 아이의 우정과 어른의 우정을 혼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 없이 마음을 나누는 게 아이의 우정이라면, 어른의 우정은 절제와 타인의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코로나로 인해 물리적으로 닿을 수 없었던 거리. 그리고 쉽게 누리던 일상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을 우리는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덕분에 편안하게 누리던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미처 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나 대신~ 해줄래요?'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는데, 갈 수 없기에 더 생각나는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하나와 마키는 서로에게 대신해서 가달라며 부탁한다.

 

"나 대신 함박스테이크집에 가주지 않을래요?"
"언니도 나 대신 들깨칼국수를 먹으러 가주지 않을래요?"

 

또 이 책의 서간과 맥락을 같이 하는 갈매기 자매의 '도쿄아트북페어'에 대한 내용을 읽다 보면 어쩐지 서로의 취향과 삶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북 페어 참가를 위해 만든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나에게는 블로그가 그런 창구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그냥 지나쳐 갔을 수도 있을 인연이 코로나를 만나고, 교환 편지를 나누면서 갈매기 자매의 활동을 한지도 벌써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는 이들의 우정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가길 응원한다. 더불어 소소한 이들의 일상과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여정도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나의 삶도 이들처럼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찾아나가고, 꿈을 꾸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차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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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나트랑 & 무이네, 달랏, 호치민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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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과 청록색 해변, 좁은 골목길, 오래된 집들을 보며 휴양과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베트남 남부로의 여행은 어쩐지 또다른 베트남을 만나는 기분이다. 여유있게 즐기는 이색적인 식사와 액티비티로 날리는 스트레스를 통해 휴가다운 휴가를 즐기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계획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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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더 반짝일 거야 - 작은 행복을 찾아나서는 당신을 위한 짧은 메시지
남궁원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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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번씩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순간, 달아나고 싶은 순간, 펑펑 울고 싶은 순간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혼자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앞으로 나아가지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순간 만나면 좋을 글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반짝이는 내일을 기대하며 살지만, 막상 사는 것은 생각처럼 술술 풀리지 않아 자꾸만 좌절을 맛보게 되는 인생이란 글자 앞에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전하는 짧은 메시지는 그래서 더 위로가 된다.

 

삶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한 글자씩 읽어내려가며 내 안의 평안과 고요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꽃은 핀다. 어떻게 관계를 이어나갈지, 어떤 생각을 가질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만의 행복 찾기를 이어 나가보자. 그러다 보면 나를 위한 꽃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대상을 달리한 행복해지는 메시지들을 가득 담아 두었다. 1장에서는 연인 사이, 2장에서는 내 사람과 그 밖에 사람들, 3장에서는 나와 내 인생에 관한 내용으로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또 확고하게 가져야 할 마음가짐 등을 짤막한 메시지로 만나볼 수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편안한 마음으로 글귀들을 읽으며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잡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마음의 안식이 필요한 날,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은 날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2장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구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인 삶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어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마음에 훅~ 들어왔던 문장들 위주로 몇 가지 소개해 보려 한다.

 

 

=====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하지 말고
미안한 일을 계속해서 만드는 건 더더욱 하지 말자.
들으면 들을수록 지쳐가는 말이고
하면 할수록 작아지는 말이다.

 

(...)

 

그 대신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자.
나를 위한 생각과 행동들
그 무엇 하나 당연한 건 없다.

 

"고마워"라는 말에는 마법의 힘이 있다.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자주 표현하다 보면
고마운 일들이 내게 자주 생긴다.

18페이지 中
=====

 

개인적으로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도 말버릇처럼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당연한 배려를 바라지 말고, 그보다 '고마워'라는 말을 더 자주 나눌 수 있는 사이로 신뢰관계를 형성했으면 좋겠다.

 

 

=====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아쉬움 없이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33페이지 中
=====

 

어디에 꿀리지도 않고,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 할 것도 없이 혼자서도 잘 살아가 보자. 그 행동만으로도 당당하게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인간관계는 무조건 양보다 질이다.
(...)
좁고 깊은 관계가
진정한 나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비올 때 우산을 씌워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흙탕물에 함께 뒹굴어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 사람 곁에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104~105페이지 中
=====

 

나의 가치관과 생각들을 그대로 존중해 주고 곁에서 어려움을 나눠줄 사람을 만나기란 참 쉽지 않음을 안다.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절대 놓치지 마라. 평생 함께 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길 진심으로 빈다.

 

 


=====
살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애쓰는 일보다
아닌 것은 미련 없이 손절을 하는 게 정답이라는 것.

 

(...)

 

무언가를 얻었으면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에게 해가 되는 것을
정확한 타이밍에 잘라내는 결단력이다.

 

(...)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할
슈퍼맨 같은 영웅이 아니다.

110페이지 中
=====

 

오랜 시간을 알아왔다는 이유로, 미련을 두고 질질 끌려가다 보면, 결국 해를 입는 것은 자신이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나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이라면 정확한 타이밍에 잘라내 보자. 편안한 일상을 되찾는 것은 물론 생각보다 개운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
친할수록 소중한 관계일수록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한다.
(...)
봄가을이 가장 쾌적하고
여행 가기도 좋은 날이듯,

 

서로의 건강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거리가 꼭 필요하다.

115페이지 中
=====

 

친할수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문자로만 인식할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인생 경험으로 배워보니 이만큼 절절히 와닿는 말도 없는듯하다. 오래 함께 하고 싶다면 적절한 온도를 유지할 거리는 필수적이다.

 

 


=====
나와 계속 문제가 생기는 관계가 있다면
애써 괜찮은 척
잘 풀어보려 노력할 필요 없다.

 

그럴수록 당신의 마음에는 상처만 깊어진다.


(...)
당장은 관계가 끊어지는 게 두렵고
아픔을 동반하더라도
그런 의미 없는 사람을 당신 곁에 둬야 할 이유는 없다.

 

그전에 당신의 다친 마음을 먼저 보살피기를.

122~123페이지 中
=====

 

계속 문제가 생기는 사람과도 잘 지내보려 노력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절절히 공감할 문장으로, 계속 노력했음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그만 애써도 좋다.

 

굳이 해결되지 않는 과제로 의미 없는 관계를 이어나가며 스스로를 상처 입히고 괴롭히기보다, 당신을 위한 시간에 더 많은 투자를 해보자. 그게 정답이다!

 

 


=====
달콤한 말들로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사람보다

 

사소한 행동 하나라도
나를 생각해 주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고맙다.

 

말은 내뱉고 흩어
뿌려지면 그만이지만

 

행동은 문득
잠들기 전에도 떠올라
가슴을 뛰게 하기에.

149페이지 中
=====

 

사소한 행동 하나로 감명을 주는 사람한테는 꽃향기가 난다. 그래서인지 문득문득 일상을 살면서도 자꾸만 그에 대한 생각에 웃음 짓게 만든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데에는 큰 액션이나 입버릇처럼 내뱉는 달콤한 말보다 작은 것에 상대방을 위하는 행동 하나면 충분하다.

 

오늘 당신 곁에 있는 이를 위한 사소한 행동 하나를 실천해 보면 어떨까?

 

 


사람과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가치와 깨달음에 관련된 내용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내 맘 같지 않아서 속 끊이고 상처받던 나날들에게 벗어나 나를 위한 하루하루를 살아보면 어떨까?

 

내가 행복해야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 무조건 꾹꾹 참는 것으로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두자. 당신은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도, 모두를 감싸 안아야 할 이유도 없다.

 

혹여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 '나' 자신을 등한시하고 있다면 이제부터는 '나'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아껴주고 사랑해 주자. 내일 더 반짝일 내 인생을 원한다면 지금 바로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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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그리스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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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살아 숨쉬고, 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진 고대도시의 면면을 볼 수 있는 그리스로의 여행에서는 인류의 역사와 신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지, 그 외 올림픽, 그리스 문자등 수많은 유산을 만나볼 수 있어 떠나고 싶어지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어떻게 플랜을 짤지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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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삶이 된다 - 지치지 않고 꿈을 실현한 청년의사 폴 파머 이야기
트레이시 키더 지음, 서유라 옮김 / 디케이제이에스(DKJS)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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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 관련 여러 뉴스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 반, 화가 나는 마음 반으로 아슬아슬 한 경계선을 넘나드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마음들이 싹 해소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소소하게 이야기하자면, 드라마 '낭만 닥터 김사부'를 보면서 느꼈던 든든함에 더해 세상에 아직 이런 의사도 있구나라는 안심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소위 '21세기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이 사람을 여태 왜 몰랐었나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그나마 이제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중보건을 위해 온몸을 내던진 폴 파머의 삶을 되짚어보며 '참 한결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여기에는 보통의 위인전이나 전기문에서 보이는 과장이나 거품, 영웅시하는 내용들을 빼고 그저 있는 그대로 서술한 저자의 역할이 한몫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오히려 이 책이 나온 후에 그의 업적과 삶을 통해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느낀 이들이 도덕적 질투심을 느껴 오히려 "폴 파머처럼 치열하게 살았어야 해."라던가 "이 재수 없는 인간과 비교하니 내가 패배자처럼 보이잖아."와 같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 너무 거대한 산 같아서 감히 엄두가 안 나는 한편 어떤 면에서는 이러한 반응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이러한 그의 행보에 호감과 동시에 일종의 불편함을 느껴 한동안 연락을 일부러 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고 하니, 실제 곁에서 지켜본 그의 삶은 얼마나 가슴 뛰는 모습이었을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후 폴 파머를 따라다니며 지낸 3년 동안 그를 향한 부러움에 면역이 생겼다는 것을 보면, 이후에는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내심 그의 삶을 존중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약 5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 곳곳에는 아주 세밀하고 세세한 그에 관한 일화가 빽빽이 들어차 있는데 폴 파머의 젊은 날을 밀착해서 서술함으로써 눈에 그리듯 동행하는 느낌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저자가 폴 파머와 오랫동안 동행하며 함께 생활하는 것은 물론 그와 가까웠던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세하고 사실적인 내용의 팩트를 최대한 살려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와 우연히 만난 첫 만남, 그의 어린 시절, 처음 아이티에 정착하게 된 계기, 좋은 인연들과의 만남 등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살아있는 디테일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폴 파머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단순히 아이티에서 의학을 펼친 한 의사에 대한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그의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가치관과 끊임없이 성취를 이뤄내기 위해 한 다양한 노력들, 꿈을 좇으면서도 놓치지 않았던 자기관리,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 등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 질문들을 먼저 살펴보고 이 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을 취하면 더 좋을 것 같아 함께 남겨본다.

 

 


<이 책을 읽기 전 미리 살펴보면 좋을 질문들!>

 

1. 특수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폴 파머, 성인이 된 그는 남들이 감히 할 수 없는 업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질투심을 유발했는데 그가 자라난 환경과 그가 선택한 삶 사이에 관계가 있을까?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자라난 환경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만약 영향을 미쳤다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2. 폴 파머의 뛰어난 업적 뒤에는 그의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능수능란하게 잘 이어간다는 점이다. 그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3. 폴 파머에게 '어른'이란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갖추고 이러한 신념을 실천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을 의미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어른'이란 어떤 모습인가?

 

4. 자신이 한 선의의 행동을 '희생'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자의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5. 남들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해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6. 폴 파머는 인류애와 신앙, 의학 등을 아우르는 의학을 현지에서 펼쳤는데, 가난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화적 신념(신앙 등)이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7. 폴 파머가 이룬 대단한 업적을 이루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의 업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8. 당신이 생각하는 공중보건이란 무엇이며, 공중보건이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공중보건이 꼭 필요한 순간은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폴 파머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살펴보면, 그는 '21세기 슈바이처', '세상을 고치는 의사', '국제 보건의 아버지'라고 불릴 만큼 생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인물로, 아이티와 인연을 맺으면서 그곳을 오고 가며 가난한 빈민층을 대상으로 연구와 의학을 이어온 인물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대단한 모험가로 통하는 아버지를 따라 삶의 터전 없이 여기저기를 떠도는 삶을 살았는데, 덕분에 가난하지만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며 자라게 된다.

 

특히 집도 없이 캠핑촌에서 살며 생활하는 것은 어쩌면 비참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들 형제들은 삶을 불우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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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파머는 어린 시절에 자신이 가난하다거나 불우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확실히 말했다. "조금 이상한 가족이긴 했지요."라고 인정은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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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상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긴 해도,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이 어쩌면 이때부터 서서히 쌓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가난했지만 그는 친구들과 사이가 좋았고 또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다. 성적은 늘 상위였으며 선생님(혹은 교수님)들 또한 그를 좋아했다.

 

그의 남다른 행보는 학업과 그 외 생활에서도 도드라졌는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물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부지런히 보스턴과 아이티를 오고 가며 이중생활을 즐긴다.

 

추후 그는 명망 있는 의사이자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의학과 인류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며, 브리검 병원의 전문의이자 선임 의료진으로 인정받는 생활을 하게 된다.

 

'빈민을 위한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의 행보가 아이티 중에서도 최고로 열악하다고 말하는 캉주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며 의료 행위를 펼쳤다는 점 또한 특이하다면 특이점으로 꼽히는데, 그 내막을 살펴보면 그가 왜 캉주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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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보다 더 가난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 전체가 이토록 가난하고 병들 수 있다는 사실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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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터전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해서인지 특별히 한곳에 머무르거나 어느 한곳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없는 그가 처음으로 캉주에서 '여기가 내 고향이다'라는 확신이 얻게 되면서 마침내 빈민들을 위한 '장미 라장테'로의 설립까지 이어진다.

 

그의 남다름은 단순한 업적을 넘어 가치관이나 관념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가 전한 말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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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제게 성인이라고 불러줄 때마다, 저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짜 성인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할 테니까요."
(...)
그의 내면에는 내가 감히 헤아리지 못한 대단한 포부가 꿈틀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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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4개월은 보스턴에서 보내고 나머지 8개월은 캉주에서 보내는 것만으로도 지극정성이라 말할 수 있지만, 여기에 더해 그의 꿈을 향한 성취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캉주에서의 생활은 열악했지만 그는 그냥 그 삶 자체를 즐기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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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이런 일에 다섯 시간이나 쏟아부을 가치가 없다고 말하죠." 그가 어깨너머로 말했다. "하지만 저는 의료 시스템 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데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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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빼먹은 환자를 만나기 위해 무려 다섯 시간을 쏟아부으며 방문 진료를 하면서도 그는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러한 폴 파머를 보며 고난을 대가로 어떤 보상을 받는지 묻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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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겠다고 결심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걸 희생으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제 내면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자의적인 선택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내 의술을 팔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든 이러한 현실에 모순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느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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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는 돈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이러한 이유로 그가 운영하는 '장미 라장테'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거의 공짜로 치료를 받는다.

 

폴 파머의 생활은 보스턴과 아이티를 오고 가는 것만큼 빈민 생활과 풍족한 생활 전반을 오고 가며 이중적인 삶을 이어나가는데, 이 모든 것들은 독특한 유년기 덕에 생긴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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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의 어린 시절이 장거리를 여행하며 사는 지금의 삶을 가능케 한 좋은 준비운동이 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
독특한 유년기를 보낸 덕에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해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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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좋은 와인과 음식을 즐기는 것은 어린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고, 장거리를 여행하며 이중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은 한곳에서 정착해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되면서 생긴 심리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독특한 이력 중 타인을 위하는 이타심 또한 어쩌면 어린 시절에 경험한 독특한 이력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볼 수 있는데, 아버지와 비록 사이가 매끄럽진 않았지만 살면서 보여준 아버지의 모습에서 가치관이 형성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일화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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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만한 인간을 경멸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포용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존경하게 됐다. 아버지는 지체장애인들을 돌봤고 재활용품으로 저금통을 만들어 자기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캠프촌의 이웃들을 사랑했으며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기꺼이 돈을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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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는 아버지를 닮아 한번 목표를 세우면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이 신념이 그의 평생 업적을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것으로 볼 때 단순히 열악하고 가난한 환경을 넘어, 경험한 모든 것들이 성인이 된 후에 가치관과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폴 파머의 이러한 행적은 아이티에서 만난 사람과 환경 등에서도 여러모로 영향을 받는데, 그의 마음속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킨 한 사건을 통해 그는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 사건은 폴 파머가 레오가네에 위치한 생루치아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젊은 미국인 의사를 알게 되고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루어지는데 그 의사가 한 말이 기폭제가 된다.

 

며칠 후에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던 그가 "나는 미국인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갈 거야."라는 말을 남기게 되는데, 그가 말한 '나는 미국인'이라는 말에 대한 뜻과 사람들은 어떤 것을 근거로 자신을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 분류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하던 중 한 환자의 보호자가 울분을 터뜨리며 내지르던 말과 합쳐지며 그가 스스로에게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환자의 보호자는 크리올어 문장으로  "뚜 문 세 문(우리도 똑같은 사람이잖아요.)"라는 말로 억울한 상황을 대변했는데, 이 말 덕에 미국인이라는 것만으로 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을까라는 말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가 캉주의 고지대에 위치한 먼지투성이 빈민촌을 둘러보며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그가 한 말은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그의 긍정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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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캉주의 상황은 미레발레에 비하면 정말로 열악했어요. 그런데도 그곳 사정을 보니 묘하게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일단 진료소가 한곳도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홀가분하게 생각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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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캉주에 머무르며 행한 의료 행위는 여타 의료봉사를 나온 의사들과는 사뭇 달랐는데, 현지인들의 모습과 행동을 관찰하고, 그들이 처한 환경과 의식 등을 고려해 맞춤형 의학을 실천하기에 이른다.

 

또 빈민가에 사는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토착신앙을 공부함으로써 현지인들의 신앙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감으로써 의사 대 환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그들의 말 못 할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접근하게 된다. 이로써 의사 겸 인류학자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폴 파머의 출중한 능력 외에도 후방에서 물품과 경제력을 뒷받침해주고 지원해 준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톰 화이트, 오필리아, 김용, 라퐁탕 신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자주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소통하며 1987년 보스턴에 '파트너스 인 헬스(PIH)'라는 이름의 비영리 기관 설립하고 동시에 아이티에 자매 법인인 '장미 라장테'를 설립함으로써 캉주에 본격적인 공중보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마침내 캉주에서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한 사람의 선한 영향력에서 시작된 꿈이 삶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흉흉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만나보자. 어쩌면 하나도 이루기 힘든 수많은 업적들을 보며 기가 꺾이거나 질투심에 휩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머가 펼친 의료활동을 통해 그가 꿈을 향해 나아간 여정을 쫓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과 에너지를 받게 될 것이다.



폴 파머는 여러 관심 분야를 탐색하며 인류학자이자 의료인이라는 꿈을 키웠고 더 나아가 개인의 꿈을 함께 하는 모두의 꿈으로 확장시켰다. 현지인에게 맞는 방식의 의술과 인술을 펼치며 에이즈, 결핵 등 세계를 휩쓴 질병 퇴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인다.

 

권위나 성별, 인종에 굴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은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스스로 찾아서 행했다. 업적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도 여러 국가를 넘나들고, 수십 통의 메일에 답장을 하며 매일을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살았다.

 

최근 세계가 경험한 팬데믹, 코로나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을 경험해 봤다. 그리고 응급실이 없어 이동하던 중 사망하는 사건들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공중 보건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파머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바로 그 공중 보건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그저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올곧게 걸어가는 폴 파머의 모습은 그래서 더 존경스럽고 큰 울림을 준다. 아마 이 책에 모두 담지는 못했어도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그 길을 걸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자인 트레이시 키더는 한동안 그의 곁에서 그와 함께 생활하며 파머의 그런 면면을 지켜보았을 것이고 그래서 어쩌면 더 응원하는 마음이 간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보게 된다.

 

선한 영향력을 함께 나누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료애와 그들의 여정 또한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는데, 〈벤딩 디 아크: 세상을 바꾸는 힘〉을 통해 후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다.

 

 

무시하고 홀대받던 나라, 그 속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을 갖춘 이들에게 몸을 낮추고 한 명 한 명을 대해줬던 파머의 태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변화와 감동을 전했는데, 현실에서도 쉽게 만나보기 어려운 의사의 모습이라 더 간절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기본적인 의료 행위가 중단되고, 의사가 부족한 우리네 삶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가장 바래 마지않는 의사의 표본이 바로 파머의 삶에 녹아있지 않나 싶다.

 

환자를 그저 증상 혹은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고, 친절한 설명은커녕 제대로 된 병명조차 듣기 어려운 우리네 의료 시스템을 고려해 보면, 친근하게 다가와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는 파머의 모습에서 참고해 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도 환자를 위해 살았던 폴 파머, 그의 삶에서 깊은 영감과 깨달음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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