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동유럽 4개국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 2025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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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여행으로도 많이 갈 만큼 인기있는 동유럽 여행지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특히 음악, 미술, 건축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이 나라들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다. 책을 통해 미리 곳곳을 둘러보고 나만의 여행루트를 짜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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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원이면 좋겠습니다 - 릴케 수채화 시집 수채화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한스-위르겐 가우데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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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수채화 시집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되었다. '시+수채화'의 조합만으로 이미 너무 낭만적인 느낌이 들어 더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다 읽고 난 소감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릴케의 시에 대한 그림 감상평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통상의 사람들은 감상평을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면, 이 책의 화가는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그림으로 감상평을 표현함으로써 자신 안의 느낌의 소감을 담아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인지 릴케의 시를 읽고 느낀 개인적인 감상평과 화가가 그린 이미지는 비슷한 부분도 있었고, 또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나의 감상평은 이러했고, 화가의 감상평은 이러했다는 또 다른 독자의 주관적 견해라고 생각하며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겼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는데, 릴케에 대한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맙소사) 이것저것 지금껏 꽤 많은 권수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작가가 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수많은 작가가 현존했고, 또 현존하고 있다는 말 같아서 한편으로는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읽을거리가 많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릴케의 시는 이 책에 그림을 담은 한스-위르겐 가우데크의 말처럼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번 쓱 읽고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시가 결코 아니다.


자꾸 읽고 상상하고 곱씹어야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어떤 색으로 피어날지, 어떤 모양으로 펼쳐질지 계속 입안에서 굴리고 또 확장적 생각을 거쳐야 제대로 아름답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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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작가. 한스-위르겐 가우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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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11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일을 하면서 그림에도 열정을 보여 화가 그룹 "메디테라네움"에서 활동하였고, 그 기간 "자유 베를린 미술 전시회"에 참여하여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이어 수많은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미국 등지를 두루 여행하며 넓은 세상을 만나고 있다. 자신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에 고운 문학작품을 담아낸 책을 계속해서 펴내고 있다.


그림을 그린 한스-위르겐 가우데크는 청소년 시절부터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많이 읽었다고 전한다. 언어와 운율을 가지고 노는 릴케의 유희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말한다.


특히 이 책에 실린 시들은 릴케의 풍성한 작품 중 자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시들을 고른 것으로, 한스-위르겐 가우테크는 그런 릴케 시의 느낌을 살려 그림을 그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택한 기법이 수채화였고, 수채화를 이용해서 가까이에서 멀리 뻗어 나가는 그 황홀한 변화를 잘 담아낼 수 있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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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시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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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이 책에 실린 릴케의 시 중 나에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시 몇 편을 소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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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장미 덤불



비 내리는 저녁, 날은 어둑어둑해도

그대는 싱싱하고 순수합니다.

제 덩굴에서 선물하듯 손을 내뻗지만

장미라는 자기 존재에 푹 빠져있지요.


바라지도 가꾸지도 않았건만

납작한 꽃잎은 벌써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그렇게 끝없이 자신을 뛰어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스스로 흥분하여


장미는 나그네를 외쳐 부릅니다.

저녁의 상념에 잠겨 길가는 나그네를,

오, 걸음 멈추고 나를 봐요. 여기를 보아요.

보살펴주지 않아도 나는 걱정 없어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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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장미의 화려한 자태와 덩굴손이 여기저기 뻗쳐있는 모양새가 절로 그려져 읽는 순간 이미지가 쉽게 그려졌던 시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입안에 퍼지는 느낌이 들어 더 푹 빠지게 되었달까? 들장미는 누군가 도움을 주지 않아도, 보살펴 주지 않아도 혼자서 알아서 피고 지며 살아간다.


그런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어쩌면 더 시선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길 가던 나그네가 잠시 멈춰 돌아볼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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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푸르네스



과거가 제멋대로 넓혀놓았습니다.

분노와 항거, 사형수를

형장까지 동행하는 난장판,

상점과 시장통에서 고함을 지르는 입,

말을 타고 지나가는 공작,

부르군트 왕국의 용맹이 넓혀놓았습니다.


(사방을 배경으로 삼아서)


광장은 넓은 제 공간으로 들어오라며

먼 곳의 창문들을 쉬지 않고 불러들입니다.

그사이 빈 땅의 신하와 수행원들은

다툼의 차례에 맞추어 천천히


나뉘어 정렬합니다. 합각머리로 올라가며

작은 집들은 모든 것을 보고 싶어 하고

탑들은 서로가 겁나서 입을 꾹 다문 채로

늘 지나치게 집들 뒤로 물러섭니다.

3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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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광장의 모양새를 굉장히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있는 시가 아닐까 싶다. 면밀한 관찰력을 가지고 광장을 에워싼 풍경과 그리고 중심부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디테일하게 그리고 있는 시처럼 보인다.


탑들은 서로가 겁나서 입을 꾹 다문채로 집들 뒤로 물러서있다는 표현에 순간 쿡하고 웃음이 나다가도, 한복판에서 이런저런 일로 난장판이 된 시장통을 보면 절로 고개가 내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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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무희



불꽃이 되어 사방으로

날름대는 혓바닥을 뻗기 전,

손에 들린 하얀 성냥개비처럼, 빙 둘러

가까이 다가온 구경꾼들 한가운데에서 그녀의 동그란 춤이 허겁지겁, 환하게, 뜨겁게 요동치며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홀연히 춤은 불꽃이 됩니다. 온전히.


그녀가 한 번의 눈길로 제 머리카락에 불을 붙이고

대담한 춤 솜씨로 단숨에 옷을 통째로

이 뜨거운 불길 속으로 던지니

그 불길에서 맨팔이 깜짝 놀란 뱀처럼

깨어나 덜컥대며 기지개를 켭니다.


그러다 불길이 사그라든 듯

그녀는 불길을 모아 아주 당당하고

거만한 몸짓으로 집어던지고는

지켜봅니다. 불꽃은 땅바닥에 누워 몸을 뒤채고

여전히 타오르며 굴복하지 않습니다.

허나 그녀는 승리에 취하고 확신에 차서

달콤하고 다정한 웃음을 띠며 얼굴을 치켜들고

작은 두 발로 불꽃을 짓밟아 꺼버립니다.

5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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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무희의 열정적인 춤사위를 생각나게 하는 시다. 뜨거운 불꽃처럼 붉은색 옷을 펄럭이며 때론 화려하고 큰 동작으로, 또 어떨 때는 불길이 사그라들듯 고요하고 느리게 강약을 조절하며 한껏 신명 나게 춤을 추는 무용수가 떠올라 시를 읽는 내내 집중과 몰입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에는 달콤하고 다정한 웃음으로 한껏 당당한 자세를 잡고 있을 무희에게 나도 모르게 절로 박수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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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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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그린 감상평을 눈으로 보니, 내 머릿속의 그림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어 타인의 느낌을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이를 통해 처음 읽어보는 릴케의 시뿐 아니라, 오랫동안 릴케의 시를 애정하며 읽어왔던 또 다른 독자의 마음까지 한 번에 알 수 있어 유용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에는 릴케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보면서 색다른 재미와 유희를 느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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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책세상 세계문학 12
샬럿 브론테 지음, 신해경 옮김 / 책세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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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여성의 삶을 잘 보여준 흥미로운 소설!"



최근 벽간 소음과 층간 소음으로 심한 피로감을 가지고 있던 터에 만난 제인 에어! 분명 어릴 때 얇은 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상하게 스토리는 크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참에 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꽤 흥미로웠다. 무려 787페이지나 되는 벽돌 책을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을 한껏 가지고도 완독할 만큼 말이다.


특히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티키타카 부분은 잠깐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만큼 매우 흥미로웠는데 읽으면서 혼자 큭큭 거렸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제인 에어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장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섬세한 문체와 표현들로 그리고 있다. 상황마다 그녀가 가졌던 감정, 생각, 상황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을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때로 시대적 배경이 달라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들도 각주나 쉽게 풀어쓴 이야기를 통해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넘길 수 있으며, 이로써도 부족하다 느낀다면 후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 해설과 독후감을 통해 보충할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여성 성차별을 고려해 봤을 때, 작가인 샬럿 브론테가 살았던 19세기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로 아마 출간 당시 이 이야기는 쇼킹 그 자체였지 않았을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또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여성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누군가에게는 혁명처럼 다가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현재 삶이 다소 불행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인 에어가 스스로의 삶을 개척한 모습을 지켜보며 힘과 용기를 얻어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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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샬럿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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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년 영국 요크셔주 손턴에서 1남 5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8세 때 영국 국교회 신부의 딸들을 위한 학교인 랭커셔주 코언 브리지 학교에 입학하는데, 이 학교는 나중에 <제인 에어>에 등장하는 로우드 학교의 모델이 된다.


16세 때부터 시와 단편소설을 습작했고, 16세에 찰스 앨버트 플로리언 웨즐리 경이라는 가명으로 중편소설 <녹색 난쟁이>를 썼다. 여러 차례 학교 교사와 가정 교사로 일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그녀의 작품 속에 많이 녹아 있다.


1847년 31세의 나이에 커러벨이라는 남자 가명으로 <제인 에어>를 출간했는데, 예쁜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 대세였던 시대 상황 속에서 평범한 외모에 독립심이 강한 여주인공을 내세워 큰 반향을 일으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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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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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아버지는 가난한 성직자, 어머니는 신분이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 후 가족에게 절연당함

-결혼 한지 일 년쯤 뒤 아버지는 티푸스에 걸려 사망, 한 달 뒤 어머니도 전염되어 사망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열 살까지 외삼촌댁인 게이츠헤드 저택에서 살게 됨

-리드 외삼촌이 돌아가신 후 홀로 남은 외숙모는 제인을 학대하고 무시함

-사촌인 존, 일라이자, 조지아나를 포함한 하인들도 마찬가지였음

-열 살 때 로우드 학교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6년은 학생으로, 2년은 교사로 총 8년을 보냄

-이후 열여덟 살에 손필드 저택의 가정교사로 일하게 됨

-아주 예쁜 외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으나 똑 부러지고 똑똑한 아이였음

-소신 있게 자신의 말을 할 줄 알았고, 매사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함

-변화와 성장에 두려움이 없으며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요인에 더 집중하는 인물

-충동과 욕구를 잘 다스림



■리드 외삼촌

-제인 어머니의 오빠

-고아가 된 제인을 거둬준 사람



■리드 부인

-남편의 사망 이후 게이츠헤드 저택의 실질적 주인

-제인의 외숙모로 제인을 미워하고 싫어함



■존 리드(男)

-제인보다 네 살이 많은 이종사촌

-나이에 비해 몸집이 크고 뚱뚱한 데다 피부색이 거무스레해서 건강이 나빠 보임

-넙데데한 얼굴은 이목구비가 두루뭉술하며 팔다리는 두툼하고 손발이 크다.

-폭식이 습관

-제인을 직접적으로 가장 많이 괴롭히고 폭력을 가했던 인물



■일라이자 리드(女)

-제인의 이종사촌

-리드 부인 사망 후 수녀 수련을 받고 후에 수녀원의 원장이 됨



■조지아나 리드(女)

-제인의 이종사촌

-리드 부인 사망 후 부유한 사교계 남성과 조건이 좋은 결혼을 함



■베시

-게이츠헤드 저택의 하녀로 제인 에어를 돌보는 역할

-후에 게이츠헤드 저택의 마부 로버트 리븐과 결혼



■브로클허스트

-로우드 학교의 재무 담당자이자 관리자

-자신을 위해서는 풍족하게 경비를 지출하나 로우드 학생들에게는 매우 짜고 엄격하게 대함.

-그래서 로우드 학생들 모두 그를 싫어했음



■템플 선생

-로우드 학교의 교장 선생

-똑똑하고,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스미스 선생

-로우드 학교에서 수예를 가르침



■스캐처드 선생

-로우드 학교에서 역사와 문법을 가르침

-성미가 급함



■마담 이페르

-로우드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침



■헬렌 번스

-로우드 학교에서 제인과 처음 대화를 나눈 친구

-후에 폐결핵으로 사망



■로체스터

-손필드 저택의 주인

-후에 제인과 사랑에 빠지는 대상



■페어팩스 부인

-로체스터의 먼 외가 친척으로 손필드 저택의 가정부이자 가사 관리인



■바랑스(아델)

-대륙(프랑스)에서 태어남

-로체스터의 후견인



■본느(소피)

-아델의 유모

-프랑스어만 가능



■존 에어

-제인 에어의 삼촌(아빠 쪽 형제)

-향사이자 상인

-마데이라 푼샬에 기거

-폐결핵으로 사망 후 제인에게 전 재산을 상속



■브릭스

-런던에서 일하고 있는 존 에어의 변호사



■그레이스 풀

-감금한 로체스터의 부인을 감시하는 역할

-前 그림즈비 정신병원의 간호사로 현재는 손필드 저택에서 근무

-대외적으로는 하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버사 앙투아네트 메이슨

-로체스터의 아내이자 정신병자로 손필드 저택에 감금되어 있음



■메이슨

-로체스터의 처남이자 버사의 오빠



■신존 리버스

-제인보다 10~11살 연상

-제인 에어의 고종사촌

-마쉬엔드(습지 끝집) 혹은 무어하우스(황무지 집)이라고 불리는 집 주인

-외삼촌인 존 에어와는 사이가 좋지 않음

-직업은 신부님



■다이애나 리버스&메리 리버스

-제인 에어의 고종사촌이며 신존과는 가족

-후에 제인 에어와는 가치관이나 사상이 잘 맞아 친하게 지냄



■해나

-메리, 다이애나, 신존의 유모이자 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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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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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성직자였던 아버지와 신분이 높은 어머니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면서 어머니는 가족에게 절연당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 한지 일 년쯤 뒤 아버지는 티푸스에 걸려 사망, 뒤이어 한 달 뒤 어머니도 전염되어 사망하게 되면서 제인은 고아가 된다.


이에 리드 외삼촌(어머니의 오빠)이 제인을 거둬들이게 되고 자신의 자식들과 동등하게 키울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허약했던 그가 사망한 후 외숙모는 평소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던 제인을 학대하고 하인보다 못한 취급을 하면서 제인은 누구보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여기에 더해 사촌인 존 리드가 매일 제인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하게 되는데, 그것을 항상 묵묵히 참던 제인이 어느 날 존과 크게 몸싸움을 벌이게 되고, 이를 계기로 외숙모는 그녀를 로우드 학교로 보내버리게 된다. 그때 제인 나이 열 살이었다.


초반에는 소유주인 브로클허스트의 운영 방침으로 어려운 날들을 보냈으나, 이후 학생들이 집단 티푸스에 걸려 사망한 것을 계기로 대중에게 이 일이 알려지게 되면서 학교생활 전반이 많이 개선되게 된다.


그렇게 6년은 학생으로, 또 2년은 교사로 지내던 중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던 템플 선생이 결혼 후 로우드를 떠나게 되면서 제인도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을 다지게 된다. 그렇게 제인은 로우드 학교를 떠나 손필드 저택의 가정 교사로 일하게 된다.


제인이 가르치는 아델이라는 여자아이는 프랑스에서 얼마 전에 건너온 아이로 손필드 저택의 주인이 후견인으로 지명한 아이였다.


한편 손필드 저택의 주인은 로체스터로 제인과는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 미혼 남자였는데, 학식과 견문은 넓을지언정 매우 호감형이거나 잘생긴 외형을 가지고 있지는 못했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말이 넘어지며 다친 자신을 도와준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제인 또한 그와 대화를 이어갈수록 점차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둘은 감정이 깊어졌고 마침내는 결혼을 결심하게 되지만, 결혼식 당일, 로체스터에게 정신병이 있는 숨겨진 아내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파혼하게 된다.


그 길로 제인은 모든 것을 버리고 간단한 옷과 약간의 돈만 챙겨 손필드 저택을 떠나 몇 날 며칠을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하염없이 굶주림과 추위에 고통받던 그녀는 어느 날 모르는 이의 집에서 구걸을 하게 되는데, 다행히 그 집에서 그녀를 거두어주며 그곳에서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그 집은 신존, 다이애나, 메리 삼 남매가 사는 집으로, 초반에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제인이 가명을 쓰며 신분을 숨겼으나, 우연한 계기로 신분이 들통나게 되면서 연이어 그들 삼 남매가 제인의 고종사촌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진다.


그리고 자신을 찾던 삼촌 존 에어가 사망하며 전 재산을 제인에게 상속하면서 제인은 2만 달러를 받게 된다. 즉시 제인은 유산을 세 명의 사촌들과 나누어 각 5천 달러씩 나누었고, 이로써 혈연관계의 새 가족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때쯤 인도로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던 신존에게 청혼을 받게 되는데 사랑이 바탕이 되지 않은 강압적이고 무례한 요청에 제인은 이를 거절한다.


그리고 항상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로체스터를 찾아 손필드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발견한 것은 모두 불타버린 저택뿐이었다. 수소문 끝에 로체스터가 머무르고 있는 저택으로 향한 제인은 그곳에서 한쪽 팔을 잃고 두 눈을 잃은 그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되고, 제인은 마침내 억누르고 있던 마음을 전하며 그의 두 번째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로체스터와 평생 함께 하기로 한 그들은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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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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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야 한다. 나는 가혹하게 짓밟혔다. 돌려줘야 한다.

(...)

"전 사람을 속이지 않아요. 만약 사람을 속인다면,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겠죠. 하지만 전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해요. 전 이 세상에서 존 리드를 빼면 당신을 제일 싫어해요."

(...)

"당신이 저와 피를 나눈 사이가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전 살아있는 한 다시는 당신을 외숙모라고 부르지 않을 거예요. 어른이 돼도 절대로 당신을 보러 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누가 저에게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저를 어떻게 대해줬는지 묻는다면, 당신 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힌다고, 당신이 저를 비참하고 잔인하게 대했다고 말할 거예요."

58~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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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난 그렇게 생각해. 아무리 마음에 들려고 애를 써도 끝내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도 싫어해야 하고, 부당하게 벌을 주는 사람에겐 나도 저항해야 한다고 말이야. 그건 말이지. 애정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사랑하거나 정당하게 느껴지는 벌을 달게 받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워."

94~9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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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똑 부러지는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첫 번째는 외숙모를 향해 그동안 묵혀둔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놓는 장면으로, 당시 열 살의 나이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여느 아이보다 더 똑똑하고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아이였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로우드 학교에서 첫 번째로 사귄 친구 헬렌에게 하는 말로, 어린 나이지만 분명한 자기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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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견디는 것이 의무겠지."

(...)

헬렌이 자신을 심하게 벌하는 이에게 보여주는 관용이 나로서는 아무래도 이해하거나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헬렌 번스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빛으로 세상을 본다는 느낌은 있었다. 그 애가 옳고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9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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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자기주장이 강하거나 분명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거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제인은 그런 부분에 있어 더 포용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아이였던 것 같다.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디는 헬렌이 제인으로서는 이해되지 않았으나, 어딘가 성녀 같은 헬렌의 언행을 보고는 자신의 생각은 접어두고 그 애가 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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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의 가혹한 처사와 그 때문에 느낀 부글대는 감정들을 다 잊어버리려고만 하면, 너도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원한을 품고 살거나 나쁜 일을 일일이 새기기에 인생은 너무 짧은 것 같아. 우리는 이 세상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악행의 부담을 지고 있고, 또 져야만 해. 하지만 나는 믿어, 우리가 이 타락하기 쉬운 육신을 벗음으로써 그 악행 또한 벗을 때가 곧 올 거야.

(...)

내겐 다른 신념이 있어.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누구한테도 말한 적은 없지만, 내가 그 안에서 기뻐하고, 내가 의지하는 신념이.

(...)

나는 죄는 증오해도 죄인은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어. 그 신념만 있으면 나는 원한으로 마음을 끓일 일도 없고, 어떤 불명예에도 깊이 상처 입지 않고, 어떤 부당함에도 납작하게 짓이겨지지 않아. 나는 마지막을 기다리며 고요히 살고 있어."

96~9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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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으로, 솔직히 쉽지 않은 대목이다. 이 대화를 통해 헬렌이야말로 진정한 성직자의 마음을 타고난 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더불어 나라면 죄는 증오해도 죄인은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됐는데, 나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결국 죄를 저지른 것도 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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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들이 한 사람 손으로 그려졌다는 건 인정하지. 그게 당신 손이오?"

"예."

"언제 이런 걸 그렸소? 이렇게 그리려면 시간이 꽤 많이 들었을 텐데. 구상도 그렇고."

"로우드에서 보낸 최근의 두 방학 동안 그렸어요. 그때는 달리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무얼 보고 베꼈소?"

"제 머릿속요."

"당신 어깨 위에 있는 그 머리 말이오?"

"네."

"거기에 이런 것들이 더 있소?"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것이 있으면 좋겠지만요."

207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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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과 로체스터의 대화 내용 중 일부다. 이 둘의 티키타카를 보고 있으면 어쩐지 웃음이 난다.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고 있는 듯한 긴장감 속에서 오고 가는 대화 속 내용은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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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해서, 너무 만족해서, 내 삶에 더해진 이 새로운 흥미의 대상으로 인해, 나는 피붙이를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 야윈 초승달 같던 내 운명이 차오르는 듯했다. 존재의 빈자리들이 채워졌다. 신체적 건강도 나아졌다. 나는 체중이 늘고 힘도 세졌다.

244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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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 살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행복을 느낀 때가 바로 이때가 아니었을까? 늘 창백한 안색과 작고 마른 몸을 가지고 있던 제인은 항상 피붙이에 대한 그리움에 목말라하며 외롭게 살았다.


하지만 그(로체스터)로 인해 제인은 마침내 신체적으로 건강해졌고 또 힘도 세졌다. 아내가 있다는 말에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던 제인이지만, 끝끝내 그 감정을 잊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 경위에는 바로 이러한 마음속 깊은 충족과 만족, 애정을 잊지 못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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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살살 자극했다가 이어서 누그러뜨리는 즐거움을 알았다. 그건 내가 제일 즐기는 일이었고, 나는 늘 본능적으로 넘지 말아야 할 선에서 멈출 줄을 알았다. 나는 도발의 한계 너머로는 절대 발을 딛지 않았다.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내 기술을 시험해 보는 것을 즐긴 것이었다. 내 위치에 합당한 모든 사소한 존중의 형식과 모든 예의를 지키면서도 두려움이나 불편한 속박 없이 그와 논쟁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것이 그와 나, 둘 다에게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261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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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자기 검열과 자제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닐까 한다. 특히나 주인님이라고 말하던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귀족, 로체스터를 대상으로 이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보통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다.


또 그런 것이 서로 잘 맞았기에 어쩌면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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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형제자매의 사랑에 얼마나 굶주렸는지 상상조차 못 하시고요. 전 돌아갈 집도 형제자매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가져야 하고, 가질 거예요. 저를 누이동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싫으신 건 아니죠, 그런가요?"

6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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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존은 이렇게 말하는 제인에게 사소한 것에 더 신경 쓴다고 이야기하는데, 제인에게 있어서만큼은 돈보다 더 귀하고 값진 것이 바로 형제자매의 사랑이었다.


그래서 거액의 유산상속을 받았지만 기꺼이 사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신존은 돈을 주지 않아도 형제가 되어 주겠다 말하지만, 제인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들의 속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서슴없이 유산을 1/4로 나누어 준다.


아무리 애정을 갈구한다지만 한편으로는 제인의 배포가 크기에 가능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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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내가 필요하오. 내가 일평생 능률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절대적으로 곁에 둘 수 있는 유일한 조력자로서 말이오."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몸서리를 쳤다. 그의 영향력이 골수까지 미치고, 그의 지배력이 수족을 구속하는 듯했다.


"신존, 제가 아니라 다른 데서 찾으세요."

68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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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애정으로 청하는 청혼이 아닌, 필요와 강요에 의해 하는 청혼만큼 최악이 또 있을까? 이에 제인은 시원하게 사이다 같은 거절의 말로 청혼을 거절한다.


이에 신존은 몇 번이나 거머리같이 들러붙어 제안하지만, 제인은 끝끝내 이를 거부하며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아 떠난다.


시대적 상황으로 봤을 때, 여성이 이토록 매몰차게 '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제인은 두 번 돌아보지 않고 확실하게 말한다.


이를 통해 제인이 얼마나 당찬 사람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잘 이끌며 사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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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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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조차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주체의식에 따라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성차별은 존재하고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장애물처럼, 유혹처럼 다가오기에 중도에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인 에어는 달랐다. 고아가 된 후 유일한 피붙이라고 생각했던 외숙모와 사촌들에게 모진 학대와 폭력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텼고, 또 로우드 학교로의 이동을 변화의 기회로 삼으면서 계속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를 위해 스스로를 어필하기 위한 광고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서 가정교사로서 일하며 성실히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았다.


이처럼 그녀는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 분수를 알고 선을 지키는 모습, 필요에 따라서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배우는 학습력까지 무엇 하나 나무랄 곳 없는 여성이었다.


심지어 그녀 나이 10대, 채 성인이 되기 전에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나는데 외삼촌의 집에서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되던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환경이 어떻든, 내가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발걸음으로 나아가는지에 따라 우리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삶이 고통일지라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나의 능력을 키워 나가다 보면 언젠가 해피엔딩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게 된다.


돌고 돌아 결국 제인은 로체스터와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다. 로체스터는 비록 한 팔과 두 눈을 잃었지만 그렇기에 어쩌면 제인의 진심을 더 깊이 느끼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하늘도 감명했는지, 결국 한쪽 눈은 다시 시력을 찾게 되면서 두 사람의 아이를 직접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리게 된다.


이 이야기처럼, 나는 이와 같은 해피엔딩이 현실에서도 분명히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오늘'을 더 열심히 분발하며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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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
이수연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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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기적의 목소리!"



아날로그 감성과 판타지의 이색조합으로 만들어진 이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수록 어딘가 현실에도 꼭 하나쯤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만든다.


특히 현실에서 사건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이 늘어갈수록 이런 공중전화박스가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남겨진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사망자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큰 위로와 위안을 얻을 수 있고, 또 피해자나 가해자의 목소리를 통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도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에 그저 바람으로만 남겨본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여섯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자살자의 사연과 남겨진 가족들이 다시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까지 담고 있는데, 비현실적인 마지막 목소리를 제외하면 현실 어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더 주의 깊게 읽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심리부검센터에서 유가족과 대면하며 언급되는 부분의 디테일이었는데, 이들을 맞이하는 목소리, 표정, 말투 그리고 불투명한 유리와 별도 공간을 통해 구분한 공간, 편안한 좌석, 대접하는 차 등 소소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배려들이 굉장히 사려 깊게 느껴졌다.


유가족을 마치 가해자처럼 함부로 대하고, 또 제대로 된 전말을 알 수 없어 동동거리는 현실과는 너무 대조되는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라 어쩌면 더 기억에 남았던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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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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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을 우울증, 공황장애, 식이장애와 함게 살아왔다. 자살시도 생존자로서, 살기 위해 상담을 받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간의 경험과 다양한 상담 사례를 소설로 풀어내 <마지막 마음이 들리는 공중전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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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및 배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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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려주는 공중전화박스

-삼거리 매점 뒤편에 위치



□심리부검센터

-심리부검센터를 개업할 때 지안은 어릴 적 살았던 동네에 심리부검센터를 개업함

-삼거리 매점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 곳에 있는 회색빛 건물 4층에 위치

-심리부검센터는 자살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애도하며, 자살 예방을 목적으로 유가족의 심리 상담과 심리부검을 진행하는 곳



■강기우

-아내와 이혼 후 홀로 아이 둘을 키우며 살았음

-열일곱 살 큰아들 지훈, 열네 살 딸 지안을 두고 있음



■강지안(34살)

-지안은 어릴 적 항상 삼거리 매점 뒤편 공중전화박스에서 아빠를 기다렸음

-열네 살에 이사 온 후 스무 살 대학에 가기 전까지 6년간 이 동네에서 살았음

-그리고 다시 10년 만에 돌아옴



■강지훈(37살)

-지안의 오빠

-스무 살 이후 지안과 함께 지낸 적이 없음

-상우가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지훈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됨



■임상우(34살)

-심리부검센터 초기 설립 멤버

-어릴 적 자살시도를 한 경험이 있음

-아버지가 어렸을 적 돌아가시고 현재 엄마는 시한부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

-인상 좋고 꼼꼼한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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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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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낙인 금지


●의뢰인: 아내 송연아(33세/주부)

●자살자: 남편 강주열(36세)

●가족관계: 아들(2세)

-자살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하여 자살

-자살 완료 전 직장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극심한 불면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음

-아내는 남편의 자살 이후 직장에 산재처리 요청을 했으나 회사는 이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중

-아내는 아들을 위해 불명예스러운 아버지의 자살 사유를 바로잡아 주기 위해 애쓰는 중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

남은 가족들을 버린 것이 아닌,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떠난다는 말을 들은 아내 연아는 자신이 버림받은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더 굳건히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2장. 공소권 없음


●의뢰인: 당사자 유나은(22살)

●자살자: 남자친구 이기범(24살)

-사망 사인은 투신에 의한 익사

-남자친구와는 1년 반 정도 동거

-만나는 동안 남자친구가 데이트 폭력과 협박, 자해 등을 하며 헤어짐을 거부

-그것을 못 견딘 여자친구는 결국 집을 구해 독립했고 남자친구는 자해 사진과 자살한 사진을 보낸 후 사망

-이후 남자친구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죽고 싶은 마음으로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

-남자친구 엄마가 찾아와 협박을 하는 통에 사회적인 생활은 아예 하지 못하고 있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

남자친구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의뢰인을 사랑한 것이 아닌 가스라이팅을 통해 이용할 생각으로 계속 보여주기식 자해를 했음.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한 여자친구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더 강한 액션을 취하다 사고로 추락사함.


심리부검센터에서는 의뢰자가 이 일로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지 않도록 도움을 줌.



3장. 두 개의 얼굴


●의뢰인: 정유화(45세)

●자살자: 큰딸 양아영(17살)

의뢰인은 이혼 후 딸 둘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첫째 딸 아영이 어느 날 자살로 사망하게 되면서 일상은 무너지게 된다. 이후 남은 둘째 딸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모르는 상황이다.


자살자는 14세 때부터 자해를 해왔으며 SNS를 통해 자해와 관련한 친구들을 사귀고 소통했음. 결국 관계가 틀어지며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자살까지 이어짐.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

딸아이의 사망원인을 몰랐던 엄마는 자신 때문에 아이가 자살을 했다고 생각해 자책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를 통해 아이의 진심을 알게 되고 이로써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조금씩 둘째 딸과의 관계도 서서히 좋아지기 시작한다.



4장. 어쩌면 진실보다 중요한


●의뢰인: 아들 김남진(35살)

●자살자: 이화연(65세)

남편 김한무(70세)가 목을 매고 죽은 아내를 발견. 아들인 남진은 어머니의 자살 사유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홀로 그 집을 지키고 있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의뢰를 하게 됨


조사를 통해 자살 완료 6개월 전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완치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됨. 더불어 처방받지 않은 약물인 수면제가 발견되었는데 이에 대한 진실도 알게 됨.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은 가족들이기에 지안은 진짜 진실을 묻어두고 어머니가 암에 걸렸었다는 사실만 공개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 모두 마음의 짐을 벗고 서로 다독이며 살수 있도록 도와줌.



5장. 완전히 무너졌을 때


●상우 이야기

아버지의 사망, 그리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상우의 어린 날부터 지안을 만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의 이야기까지 모두 담겨있다.


상우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시도를 하다 누군가의 신고로 정신병원의 폐쇄병동에서 두 해를 보내게 된다. 퇴원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보내지만, 여전히 매일 죽음은 자신 곁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술자리에서 지안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통해 심리 상담 센터까지 소개받게 된다. 그리고 이후 계속 위태로운 순간 지안을 통해 삶을 이어나갈 기회를 얻게 되면서 그들의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이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또다시 죽음 앞에 흔들리던 상우를 지안이 붙잡아주면서 상우는 새롭게 시작할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된다.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

엄마의 마지막 목소리를 통해 사실 엄마는 자신을 끝까지 믿고 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런 엄마의 지극한 사랑과 믿음을 알게 된 이후 상우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6장. 마지막 마음이 말하고 있는 것


●지안 이야기

지안의 속 사정에 대해 담고 있는 페이지로 엄마와 헤어지던 순간,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순간, 그리고 홀로되어 외롭게 보내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여기에 더해 한참 세월이 흘러 다시 자신에게 연락을 취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며 지안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까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늘 혼자였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외로웠던 지안에게 이제는 늘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는 오빠 지훈과 용서를 빌며 찾아온 엄마가 함께 한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싶어 공중전화에서 수십 년을 들어오며 버텼던 지안의 안쓰러운 사정과 그녀가 과거를 딛고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이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상우가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멀리 여행을 다니면서도 종종 지안에게 연락해 챙겨주는 다정함을 보인다. 지안이 상우에게 그러했듯, 상우도 지안이 위태로운 순간 챙겨줌으로써 지안이 더 이상 멈춰서 있지 않도록,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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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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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간절한 사람. 그런 단 한 사람만이 고인의 마지막 마음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공중전화예요. 고인이 세상을 떠난 시간에만 들을 수 있어서 강주열 씨가 사망한 시간까지 와달라고 한 거고요.

6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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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사람! 간절한 마음을 가진 단 한 사람만이 고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중전화박스. 지안 역시 이 공중전화박스를 통해 이미 고인이 된, 간절히 기다리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매번 찾아와 듣곤 한다.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각인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살아가기 위해.


어쩌면 이 공중전화박스는 처음부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지안의 간절함이 녹아들어 그런 신비한 능력을 가지게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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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받고 싶어요.


그 말에서부터 내 삶이 시작되었다.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말로. 그건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자 홀로 걷기 위한 첫발이었다.

12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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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에게는 도움을 요청하는 그 말조차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이것은 2장 공소권 없음의 이야기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겠으나 이미 많은 상처를 입은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의로 첫발을 떼어야만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렇게 스스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어려워도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더 나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까지는 스스로 나아가야 내 삶이 다시 피어날 수 있음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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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소중한 자식을 잃은 유가족이지 죄인이 아니에요."

15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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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나 미디어를 살펴보다 보면, 종종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죄인 취급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그들은 왜 죄인이 되었을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지고 가슴이 미어지는 상황인데, 일부 사람들은 그것을 왜곡해 별별 이유를 들어 죄인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번 제주항공 사고 때도 유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상스러운 이야기와 악성 댓글을 지켜보며 이렇게 한순간에 유가족이 죄인이 될 수도 있구나 느꼈다.


아픔을 겪었던, 또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들은 죄인이 아니라 유가족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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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렇게 생각해. 완전히 무너져 봤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라고. 새롭게 살아볼 수 있다고.

30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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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상우는 건강하고 꼼꼼한 이미지로 서술된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겉모습이 다가 아님을,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심리적으로 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러다 마침내 최악의 상황(어머니의 죽음)을 겪은 후에는 완전히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상황까지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그때 지안이 손을 잡아줌으로써 상우는 자신이 돌아갈 자리, 살아갈 이유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여태껏 자신을 묶고 있던 사슬을 끊고 더 많은 경험과 세상을 만날 용기를 가지게 된다.


완전히 무너져 본 경험을 했기에 상우는 이제 더 이상 바닥이 무섭지 않다. 오히려 그 바닥을 찍고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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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에서도 사람들이 다 묻더라. 왜 자살했느냐고. 그런데 엄마가 자살이든 아니든 죽었다는 건 나도 알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그리고 나는 엄마가 자살한 게 슬픈 게 아니라 죽었다는 게 슬픈 거야. 너도.... 그냥 슬픈 거잖아."

350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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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 가보면 간혹 무례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왜 죽었냐, 어떻게 죽었느냐와 같은.


유가족의 입장에서는 왜 죽었고, 어떻게 죽었냐는 이유보다 그냥 그 사람이 지금 여기 없다는 것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한없이 슬픈데 그들은 그 애도 시간마저 빼앗아 가버린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상실감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니 부디 장례식장에서는 조용한 묵념과 애도만 남기고 조용히 자리를 떠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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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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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같은 갑작스러운 일들을 겪게 되면 남는 가족 입장에서는 큰 상실감과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서나 평소 힘들어했던 상황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대략적인 상황 파악이라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홀로 추측하다 결국엔 죄책감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이런 소망의 말들을 자주 내뱉고는 한다. '단 한 번 목소리만이라도 들어봤으면', '왜 죽었는지 이유라도 알았으면' 하고 말이다.


이 책에 언급되는 여러 자살 사망자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이들 역시 처음에는 원인불명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남은 가족이나 연인의 입장들은 자책하거나 슬퍼하며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심리부검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또 공중전화박스를 통해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게 됨으로써 이들은 마침내 다시 무너진 삶을 새롭게 쌓아 올릴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가지게 된다.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은 이야기를 적절한 방식으로 풀어냄으로써 남은 자들은 적절한 애도 기간을 거쳐 다시금 새로운 삶을 향해 나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만큼 살아보니,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겪는 상실감은 상상이상으로 크며 사람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애도 기간이 반드시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책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너무 커지면 이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데 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또한 알게 되면서 건강한 애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었다.


만약 어떤 상실감에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묵혀둔 상처를 치유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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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비건 - 7가지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기후 식사 알고십대 8
정민지 지음, 민디 그림 / 풀빛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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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책!"



비건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실상 우리가 먹는 음식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한 책으로, 이모 입장에서 사랑하는 조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라 더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지도 모르겠다.


채식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 채식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알려주고, 일상에서 우리가 먹고 구매하는 음식에 대해 실제 도움 되는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읽으면서 나는 채식의 단계 중 어디에 속하는지도 살펴보고, 기후 시민이 되기 위해 어떤 기후 식사법을 적용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비건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음식에 관련된 7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읽다 보면 나 자신과 지구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 식품을 구매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정보도 함께 얻을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다만, 1인 가구의 경우 현실적으로 채식 위주로 식품을 소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에 선택적, 계획적 소비 방법을 강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괜히 처음부터 채식이나 비건식으로 바꾸려고 했다가는 돈은 돈대로 쓰고, 애꿎은 재료만 모두 버릴 수 있으니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뒤 신중하게 접근하길 바란다.



저자는 7가지 주제를 가지고 비건, 기후 식사, 빈곤, 불평등, 기후 위기, 식문화, 동물권, 대체육 등 다방면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 낸다. 키워드만 보면 머리 아픈 소재들 같지만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비건에 대한 단계를 보다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또 의외로 온실가스 배출 1위 음식이 설렁탕이라는 점에 놀랐다.


대체육이나 인공고기 등에 대해서는 아직 큰 신뢰감이 없어 그다지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달걀에 찍힌 번호의 의미만큼은 매우 유용했다.


만약 채소를 오래 두고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과 다양한 조리방법을 통해 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페스코 베지테리언까지는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며 의미 있게 다가왔던 내용과 도움이 되었던 내용들을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함께 보면서 나의 식습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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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식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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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인구는 증가 추세가 좀 느려졌을 뿐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21세기 안에 100억 명에 다다를 거라고 해.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온실가스가 지구를 뜨겁게 할 테고, 자원은 지금보다 더 부족해질 거야.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즉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서 지구를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의 하나로 '식단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어. 최근엔 이러한 식단을 '기후 식사'라고 부르기도 해. 기후 식사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최대한 줄인 식단이어야 하고, 물론 사람에게도 건강한 것이어야 하겠지.


기후 식사를 하려면 고기 섭취는 지금보다 절반으로 줄일 필요가 있어. 그렇다고 과일과 채소가 무조건 지구를 위한 식단으로 좋다는 건 또 아니야.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배나 비행기로 실어 와 우리의 식탁까지 오르는 수입 과일이나 채소는 탄소 배출량이 매우 높아. 그래서 유기농 작물 재배, 소비되는 곳과 가까운 거리의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소비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후 식사법이라고 할 수 있어.


반경 50킬러미터 이내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소비하자는 게 '로컬 푸드 운동'인데,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식재료들로 식사를 하면 유통 거리가 짧아지니까 탄소 배출을 효과 있게 줄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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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식사'라는 말은 낯설어도 '로컬 푸드 운동'이나 유통거리가 짧은 식재료를 구입해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며, 유통 거리가 짧아지면 방부제나 농약 등을 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소비자는 물론, 지구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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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유로 고기를 멀리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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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들

인도하면 생각나는 종교인 힌두교는 소를 신성시해서 소고기를 입에 대지 않아. 소고기만 안 먹는 게 아니라 살생을 금지하는 교리를 지켜서 힌두교 신자의 3분의 1 정도는 채식을 하고 있어. 그 영향으로 인도는 채식 인구 비율이 30~40퍼센트나 되지.



2. 건강이나 체질적인 이유로 채식하는 사람들

그들은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고기를 끊은 사람들이지. 체질적으로 육식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



3. 기후 변화 세상 속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속에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지.



4. 동물권을 고민하게 되면서부터 육식을 끊은 사람들

동물도 인간과 동등한 생명을 가진 존재란 생각에 이르면서 결국엔 육식을 끊는 거지.



이처럼 문화, 종교, 체질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식탁에서 고기를 배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건 세계적인 추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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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3번과 4번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변화에 민감하고 또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젊은 층의 문화와 딱 맞아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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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비거니즘 그리고 비건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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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베지테리언이라는 말이 채식을 대표하는 말로 주로 쓰였어. 그런데 요즘은 채식주의자라는 말 대신에 '비건'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쓰고 있어.



■비건

1944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비건 협회의 공동 설립자인 도널드 왓슨이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사람들을 일컬으며 처음 사용한 단어야.


베지테리언의 첫 세 글자 'veg'와 마지막 두 글자 'an'을 조합해서 만들었지. 우리가 비건이라고 하면 채식주의를 뜻하는 베지테리언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완전 채식주의자로서 육류, 생선, 달걀, 유제품은 물론 꿀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사람을 말해.



■비거니즘

비건이란 단어에다가 사상, 신념을 뜻하는 접미사 '-ism'을 붙인 비거니즘은 비건의 철학과 삶의 방식을 의미해.


먹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동물을 해치는 일체의 것을 반대하고 거부하는 삶의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옷, 화장품, 의약품 중에 동물성 제품을 모두 거부하지.


비건 말고도 채식은 여러 단계로 나뉘어. 베지테리언 앞에 붙은 단어를 보면 동물성 식품을 어느 정도까지 제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지.



■락토 베지테리언

락토(lacto)는 우유를 뜻하는 단어로, 락토 베지테리언은 우유와 우유를 원료로 만든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를 뜻해.



■오보 베지테리언

알을 뜻하는 오보(ovo)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오보 베지테리언은 달걀을 먹지.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 유제품과 계란까지 섭취하는 사람들을 말해.



■페스코 베지테리언

생선을 뜻하는 '페스코(pesco)'가 붙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우유와 달걀에다가 생선까지 먹는다는 거지.



■폴로 베지테리언

스페인어로 조류를 뜻하는 '폴로(pollo)'가 붙은 폴로 베지테리언은 우유, 달걀, 생선에다 닭고기까지 먹어.



■플렉시테리언

유연하다는 뜻의 '플렉시블'과 '베지테리언'의 합성어로 육식을 되도록 피하고 점점 식물성 식품을 먹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 이를 우리말로 하면 '비건 지향'이라고 해. 비건 지향인과 플렉시테리언은 '불확실한 채식'이란 뜻으로, 둘 다 같은 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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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테리언 앞에 붙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보니 제한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또 나는 어느 단계까지 해볼법한 지가 한눈에 보인다. 특정 요일이나 월 등을 기준으로 하나씩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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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좀 더 가볍게 시작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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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채식을 시도하라!

1월 한 달간 채식에 도전하는 것을 '비거뉴어리'라고 해. 비건과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의 합성어야. 1월이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첫 달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한 달 동안 채식을 해 보자는 취지야.



■일주일 중 하루 채식하자!

200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는 일주일에 하루만 채식으로 바꿔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어.


한 사람이 완전히 채식하는 것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하루라도 채식에 동참하는 게 훨씬 효과가 크다는 거야.



■아침과 점심을 채식하자!

세끼 중 한 끼만 고기를 먹는 거니까 약 66.7퍼센트 비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 상황에 따라 아침저녁식사를 채식으로 먹는 방법도 있어.



■월요일에 채식하자!

2009년에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가 영국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동참했어. 월요일을 택한 이유는, 한 주를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라서 주말의 느슨함을 떨쳐내기에 좋고, 월요일에 실행한 습관은 주말까지 유지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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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채식을 시도해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막막하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데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살펴보니 충분히 해볼법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은 샐러드로 먹는다거나, 매월 1일은 채소 식단으로 가볍게 시작하기, 일주일 중 하루는 내 건강을 위해 비건으로 먹기를 시도해 보면 어느새 이 습관도 자연스럽게 자리 잡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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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구입 시 난각 번호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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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껍질에 적힌 이력 번호 중에서 소비자가 체크해야 하는 건 마지막에 적힌 사육 번호 환경 번호야.


■1번: 자연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흙 목욕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닭이 낳은 알

■2번: 축사 안에서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닭장에서 사는 닭이 낳은 알

■3번: 기존의 케이지보다 조금 더 넓지만 여전히 좁고 답답한 닭장에 사는 닭이 낳은 알

■4번: 좁고 답답한 닭장에 사는 닭이 낳은 알


마지막 숫자가 낮을수록 더 괜찮은 환경에서 산 닭이 낳은 달걀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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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인데,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 집 달걀 껍질에는 어떤 번호가 적혀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맙소사! 4번이네.


다음에 달걀을 구매할 때는 마지막 번호가 뭔지 꼭 확인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런데 실제로 맛은 어떨까? 차이가 있을까? 어쩐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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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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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도 정말 중요하고, 플라스틱을 덜 써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 역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의미 있는 '기후 행동'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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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덜먹고 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덜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 산을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끔찍했다.


그것이 결국 물과 물고기, 바다 생물을 통해 인간에게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무자비하게 쓰레기를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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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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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인간으로 인해 지구가 너무 급격히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은 아마 나뿐 아니라 모두가 하고 있을 것이다. 자연에 속해 있는 모든 것, 기후, 바다, 토양, 대기 등은 몇 년 전과 비교해 수치가 확 나빠졌고 그것은 여러 형태로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평균 수명이 길어졌다 말하지만 정작 각종 성인병과 비만,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


우리 몸도, 지구도 모두 아프다고 이렇듯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대부분은 사람들은 방치하고 방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얼마나 더 망가지고 생명체들이 죽어나가야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까? 또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한들 과연 과거 어느 때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비건은 단순히 건강한 식습관을 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여럿이 모이면 지구를 살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매일, 매 순간 비건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한 번쯤 '이 날 만큼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도전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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