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는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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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견딜 수 없는 사랑>에는 유독 독특하게 다가오는 사랑의 형태 하나가 눈에 띈다. 평화로웠던 어느 날, 동일한 시간, 동일한 장소에서 벌어진 어떤 사건 하나로 모이게 된 이들에게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중에서 특히 더 특이한 일을 경험하게 된 한 남자를 따라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등장하는 이들을 먼저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위태로워 보이는 열기구를 보고 모이게 된 이들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생기게 될지 기대감을 가지고 주목해 보기 바란다.

 

■조 로즈: 유명 과학저술가이며, 주요 등장인물
■클래리사: 조의 7년 된 연인
■존 로건: 42세, 옥스퍼드에 살고 있으며 일반 개업의로 두 아이가 있으며, 열기구 사고 시 모였던 이들 중에 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했던 사람이다.
■진 로건: 존 로건의 아내, 역사학자
■조지프 레이시: 63세, 농장 잡역부로 동네 볼링팀의 주장이기도 했으며, 언덕 아래쪽에 있는 와틀링턴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토비 그린: 58세, 레이시의 동료로 직업은 레이시와 마찬가지로 농장 잡역부로 미혼이다. 어머니와 함께 러셀스 워터에 살고 있으며, 레이시와 그린은 스토너 농장에서 일했다.
■제임스 개드: 55세, 열기구 조종사, 작은 광고 회사 대표이며 아내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성인 자녀 한 명과 함께 레딩에서 살고 있다.
■해리 개드: 10살, 열기구 바구니에 있던 소년으로 조종사의 손자다. 런던 캠버웰에 살고 있다.
■제드 패리: 28세, 무직자이며 유산으로 받은 햄프스테드의 주택에서 살고 있다.

 

스물네 개의 단락과 뒤이어 담긴 부록 1, 2에서는 충격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특히 이 책의 소개 글에서 언급하는 '소설 말미의 부록은 반드시 봐야 한다'라는 글로 인해 한동안 현실과 소설을 더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책의 키워드라고도 할 수 있는 <드클레랑보 증후군>의 사실 여부를 비롯해 한동안 이 소설에 담긴 내용이 진실인지 픽션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참을 고민하며, 픽션이 아닌 논픽션에 대한 글인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검색을 통해 <드클레랑보 증후군>에 대한 사실 여부를 검색해 보았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드클레랑보 증후군>은 실제 있는 병명으로, 부록마저도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 구성이었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쫄깃한 긴장감으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작가의 트릭이었던 셈이다. 어떤 식으로 작가가 재치를 발휘했는지는 책을 통해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책을 읽을 때 참고하면 좋을 내용들을 우선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등장인물, 그리고 참고하면 좋을 작가의 의도까지.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온갖 사랑의 형태가 뒤범벅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던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날은 유명 과학 저술가인 조 로즈가 오랜만에 연인인, 클래리사를 다시 만나 매우 기쁜 날이었다. 6주 만에 만나는 것으로 7년을 사귀는 동안 가장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가 재회하는 거라 기쁨은 더 컸다. 그래서 그들은 소풍을 즐기기 위해 들판으로 나가 이제 막 데이트를 즐기려던 참이었다. 날은 화창했고, 평화로웠으며,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그때 난데없이 어디선가 고함 소리가 들렸고,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열기구를 발견하게 된다. 순간 조를 비롯한 주변에 있던 남자 4명이 나타나 열기구의 줄을 붙잡게 된다. 열기구의 바구니 안에는 어린 소년이 혼자 타고 있었으며, 조종사는 열기구를 땅에 붙들기 위해 막 바구니를 벗어나던 참이었다.

 

처음에는 조를 비롯한 남자 4명이 줄을 붙잡고 소년을 바구니에서 내리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이미 두려움에 잠식된 소년은 벗어나기를 거부했고, 이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갑작스레 불어든 두 번의 돌풍으로 그들의 몸은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고, 위험을 감지한 그들은 하나둘 잡고 있던 줄을 놓게 된다.

 

이후 마지막까지 혼자 줄을 잡고 있던 존 로건은 가벼워진 열기구를 따라 하늘로 높이 치솟았고, 몇 초 사이 땅으로 추락하게 된다. 이 일로 몇몇은 가벼운 부상을 당했고 또 누군가는 멀쩡한 모습으로 존 로건의 사망을 목격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한순간에 이후 모든 것이 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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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연달아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제드 패리는 아무 데도 다치지 않았다. 토비 그린은 발목이 부러졌다. 최고 연장자에 낙하산 부대에서 복무했다는 조지프 레이시는 일시적인 호흡곤란을 겪었을 뿐 다른 이상이 없었다.
(...)
아직도 한 명이 밧줄에 매달려 있었다.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의사이며 산악구조대였던 존 로건의 마음속에서 이타심의 불길이 조금 더 강하게 타올랐던 것이 틀림없었다.

30페이지 中
=====

 

와인병의 차가운 감촉과 제임스 개드의 고함,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발생한 이 순간들이 상황의 전환점이었고, 예상에서 벗어나게 된 출발점이었다.



이후 경찰과 구급대가 도착한 것을 것을 마지막으로 뿔뿔이 흩어진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갔고, 조와 클래리사 역시 그들의 보금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이때 한밤중 난데없이 전화 한 통이 걸려오게 되는데, 그 사고 현장에 있던 4명의 남자 중 한 명인 제드 패리로, 난데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조는 무시하고 이내 잠자리에 들게 되는데, 이는 그가 첫 번째로 저지른 중대한 실수의 시작이었다.

 

무심코 넘겼던 그의 작은 실수는 점차 집착과 집요함, 스토커의 형태로 크기를 부풀려 그의 앞에 나타나게 된다. 종교적 신념과 사랑 구애, 용서를 바라는 그의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밀어붙임은 조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어이없게 느껴진다. 사고가 일어난 그날 단 한 번의 눈 맞춤이 그에게 보낸 사랑 신호이며, 남다른 애정을 전한 표시였다며, 제드 패리는 쉼 없이 그의 주변을 맴돌며 스토커 행위를 이어 나간다.

 

=====
사랑을 통해 당신을 하느님 앞으로 이끄는 것이 내 목적임을 아는 것처럼. 아니면 이렇게 표현해 볼까요? 나는 사랑의 치유력을 통해 당신과 하느님 사이의 벌어진 틈을 메울 거예요.

149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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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점차 이 행위들이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하고 연인인 클래리사에게도 이 사실을 숨김없이 이야기하지만, 클래리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오히려 만나서 차분히 이야기해보라는 충고를 전한다. 조는 자신의 집주변을 맴도는 것은 물론, 자동응답 전화기를 통해 수십 통의 부재중 음성을 남기는 그를 보고 경찰서까지 방문하여 신고하지만 경찰 역시 이를 가벼이 넘기게 된다.

 

더 이상 주변에서 도움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한 조는 직접 그를 떼어낼 방법들을 강구하게 되면서 집착적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끌어모으고 그를 구속할 방법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클래리사는 조와 점차 마찰을 빚게 되고 심지어 깊은 오해와 갈등이 쌓이게 된다. 

 

제드는 이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그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가 외출하는 이동 동선에 나타나거나, 집 근처에서 기다리거나 혹은 전화나 편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에게 만남과 연락을 취한다. 이 과정들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과 서술들이 담겨 있는데, 어느 순간 조가 망상장애이거나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차 의심이 들기 시작하게 한다.

 

직접적인 증거나 협박은 피하고, 클래리사 앞에는 나타나지 않으며 오직 조에게만 나타나 집착하는 형태는 연인인 클래리사 마저도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어느새 제드 패리가 실존하는 인물인지 긴가민가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더불어 여기에 열기구 사고 당시 사망한 존 로건의 일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면서 사랑에 대한 복합적이고 새로운 여러 이야기가 담기게 되는데, 이들 각자에게 견딜 수 없는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
존에게 다른 면에 있었어요. 존은 항상 최고가 되고 싶어 했지만, 이젠 옛날처럼 다방면에서 최고가 아니었죠. 나이가 마흔두 살인 걸요. 존은 상처받았어요. 받아들이지 못했죠.

185페이지 中 (남편인 존을 의심하기 시작한 아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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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마침내 조는 미치광이 같은 집착을 보이는 제드 패리에 대한 증상을 정의할 수 있는 병명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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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클레랑보 증후군. 그 이름이 마치 팡파르 같았고, 나 자신의 집착을 떠올리게 하는 분명한 트럼펫 소리 같았다.

18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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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클레랑보 증후군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는데, 그 증상과 행태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드클레랑보 증후군이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는 망상의 한 종류로, 색정광, 색정증, 에로토마니아(Erotomania) 으로도 불린다. 속된 말로 도끼병이라고도 한다. 조현병, 망상장애, 조증 환자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드클레랑보 증후군은 더 밝은 세상을, 사랑이라는 명분을 향해 무모하게 달려드는 정상적인 연인들의 세상을 반영하고, 패러디하는 어둡고 비뚤어진 거울이었다.
▶드클레랑보 증후군은 병인학적으로 다차원적인 질병이라고 결론지었다.
▶민감하거나 의심이 많고, 우월성을 강하게 느끼고, 타인으로부터 고립된 사회적 무기력한 개인에게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공허한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관계에 대한 욕구가 크지만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성적이든 감정적이든 친밀성에 관한 두려움도 이에 못지 않게 크다.
▶사랑이 병적인 측면과 종교인이 다니는 교회의 신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사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후의 연구 문헌들을 살펴보면 이것이 가장 지속적인 형태의 사랑이고 환자의 죽음으로만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클레랑보 증후군 환자의 피해자들은 괴롭힘과 스트레스, 폭력과 성폭행, 심지어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여성들만 이 증후군을 앓는 것이 아니며 이성애적 끌림만 관련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침입성과 위험성의 정도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결론짓는다.
▶애정의 소통을 한다는 망상적 확신을 가진 환자는 그 다른 사람이, 즉 증후군의 대상이 먼저 사랑에 빠졌고 먼저 접근했다고 믿는다. 증후군은 갑작스럽게 발현하고, 대상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경우는 별로 없다. 환자는 대상의 역설적인 행동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병명의 여러 증상들을 찾아보면서 자신의 안위를 염려하기에 이른다. 또다시 방문한 경찰서에는 여전히 그를 이상한 취급하기에 여념이 없고, 벌어질 대로 벌어진 클래리사와의 사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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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드클레랑보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요, 망상장애죠. 내가 먼저 자길 유혹했다고 생각하고, 비밀 신호를 보내 자기를 자극한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조는 또다시 경찰을 찾아가 설명하지만 여전히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233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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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거듭될수록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누가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 것인지, '조'인지, '제드'인지 어떤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분간하기 힘들어지게 되면서 혼란이 거듭된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나가다 보면 마침내 진짜 진실에 닿게 되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본문이 끝났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부록의 끝까지 읽어야 진정한 이야기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랑의 형태를 담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로 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정'이라는 것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예측불가 현상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것은 각오해야 할 부분이다.

 

부부, 연인, 부모와 자녀, 이웃 간에 벌어지는 애정과 사랑 사이에는 수많은 감정이 오가며 관계를 이어나가게 되고, 거기에는 수많은 욕망과 믿음이 왜곡되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게 된다. 더불어 이것은 우리의 기억도 왜곡시켜 '나'의 시선에서 이로운 것들만을 기억으로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내가 기억하고 보고 들은 것이 진짜라고. (과연 이것이 진실일까?)

 

중심인물인 조 로즈는 어떻게 보면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 중 하나다. 읽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어떤 것이 진실인지 헷갈리는 구간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온갖 지식을 섭렵해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이 상황을 혼자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다.

 

반면, 그와 대조적으로 감정적이고 집착적으로 모든 것을 사랑과 종교에 기대어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는 제드 패리와 같은 인물도 있다. 그 외에도 이 사건에 개입된 수많은 이들의 상태를 점검해 보면 이성과 감정, 사랑과 집착, 과학과 종교, 직관과 논리의 이항대립 속에 인물들이 날것 그대로 부딪히고 대항하며 사건이 전개된다.

 

그래서 여기에 담긴 사랑은 복잡 미묘하고, 기이하게 다가온다. 광신도 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맹목성은 물론, 믿음을 저버린 왜곡된 시선 속에 누군가는 파렴치한이 되었다가 한순간 영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인물 한 명 한 명이 강렬하게 다가오는데,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통해 진짜 진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사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살짝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입 꾹 닫고 참아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신은 누구를 믿을 것인지, 그리고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더불어 믿음이 결여된 사랑 앞에서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현실 또한 마주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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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기
최형준 지음 / 부크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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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제로 한 이전 책 이후로 두 번째로 만나는 이 작가의 이번 주제는 '방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딘가 자유로움도 느껴지고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어깨에 힘을 최대한 빼고 생활적인 글쓰기 방식을 취했다고 적혀있는데,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로는 훨씬 편안하게 다가온다.

 

이전 '사랑'을 주제로 한 책은 저자의 사상이나 생각들이 담겨있어 미묘한 분위기와 남다른 작가 세계관이 느껴졌다면 이번 '방랑'을 담은 책에서는 편안함과 일상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어 작가와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서평을 쓰기에 앞서 책을 읽고 정리하고 보니, 그의 방랑기 속에 담긴 '저자의 취향'으로 귀결되었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은 껍질 속 진짜 저자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터벅터벅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작업실과 생활공간이 펼쳐졌고, 평소 생활습관과 외적인 모습이 상상 속에서 하나 둘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저자의 취향과 생각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들이 종종 드러났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유머러스함과 자유로움, 엉뚱함이 느껴져 이따금씩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기도 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편안히 즐기는 모습, 그저 멍 때리며 앉아 시간을 보내는 하루, 이곳저곳 취재라는 명목으로 표류하듯 카페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찰하고 남기는 취재일지도, 스스로에 대한 자기 해석도 모두 익숙함 속에 자리한 그 자체를 담고 있어 어딘가 친근함마저 느껴졌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 무기력한 날도 조금 쳐지거나 우울한 날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내일은 다시 해보자. 내일은 괜찮을 거야 하며 다시금 스스로 힘을 북돋는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을까? 조금 다운되는 날도, 또 업되는 날도, 때론 남들이 볼 때 엉뚱한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나만의 취향, 나만의 행동 패턴, 나만의 일상을 즐기며 우리는 그렇게 또 오늘을 살아간다.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희망을 안고. 그래서 나의 일상이 더없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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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배후에는 용기가 있고, 용기의 배후에는 가능성이 있다. 비록 불투명한 가능성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을 소중히 여길 때, 우리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215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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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에서 좋아하는 범주에 들어가는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이러한 그의 마인드가 드러나는데, 흑백필름을 의인화하여 '켄트미어 군'으로 유머러스하게 지칭하며 그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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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비싸서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러니 켄트미어로 찍어야만 한다.'라는 얘기가 되고 나면 어쩐지 멜랑콜리한 기분이 들고 만다. 뭐랄까, 이렇게만 얘기하면 단순한 얘기 같을지 모르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꽤 고달픈 얘기가 되고 만다.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탓에 '컬러'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달리 말해 나는 이 세계로부터 다양성을 박탈당했다는 얘기가 된다.

16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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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박탈당한 상태로 막상 찍은 사진을 인화해 보고는 한동안 넋을 놓고 감격한다. 흑백사진만이 주는 흡인력과 카리스마, 입체감과 선명한 세계의 재현에 만족한다. 그리고 이내 켄트미어 군 정도로도 충분하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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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정말이지 불평할 것 하나 없이 켄트미어 군에게 고마워하며 신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
훗날에는 그것이 나의 클래식으로 남게 되는 게 아닐까. 고유의 스타일로서 말이다. 물론 그동안에는 사진을 찍는 감각도 향상될 테고, 사진을 대하는 마음가짐에도 유의미한 성장이 일어날 테다. 어떤 한 가지 일을 잘하게 되는 데에 필요한 요소인 솜씨와 태도, 그 두 가지를 착실히 쌓아 나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와 같은 태도가 나의 삶의 태도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세상이 내게서 컬러를 앗아가려 할 때, 일시적인 제한에 항복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묵묵히 해내는 것이다.
(...)
그런 식의 성장을 거듭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이토록 불완전한 세계를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8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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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함을 담고 있는 부분은 특히 공감이 많이 가서 더 큭큭 거리며 웃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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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머리는 예쁘게 잘랐느냐고? 당분간 그 누구도 내 머리카락에 관해 궁금해하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하면 어떨까 싶다.
(...)
모쪼록, 긴 머리를 감당해 내는 데 사용해 오던 에너지를 보다 중요한 일에 할애하기로 다짐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분간은 거울 앞을 지날 때마다 울적 해질 것만 같다.

82~83페이지 中
=====

 

예쁘게 머리하려고 미용실을 갔다가 나오는 길이 울적할 때면 누구나 이런 생각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앞머리에 이런 추억이 많을듯하다. 동질감 100% 드는 현웃터진 울적함. 공감력 200%

 

=====
내가 점잖은 화자이기 이전에 칭찬에 목마른 한 명의 인간이라는 점을 두 번이나 강조하지는 않겠습니다.

112페이지 中
=====

 

강조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말! 우리는 모두 칭찬에 목마르다. 나도 칭찬이 고프다.

 


마지막 '귀소' 챕터에서는 저자 자신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미약하게나마 저자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나에 대한 수식을 나열하자면, 시종일관 슬퍼하는 사람.
(...)
줄곤 무엇인가를 견뎌 낸다는 실감을 몸에 두르고 살아왔다.
(....)
내가 도착하는 곳에는 언제나 전에 없던 견뎌야 할 무엇이 기다리는 거였다.

185페이지 中
=====

 

=====
기억 속의 모든 견딤이 '슬픔'안에 포함된다. 견뎠다는 건, 슬펐다는 것이다. 견디고 있다는 건, 슬퍼하고 있다는 것이다. 견디게 될 거라는 건, 슬퍼지고 말거라는 뜻이다. 고로 나는 끊임없이 견딤으로써 계속해서 슬퍼할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게 아닌가.
(...)
나는 기어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슬픔을 그냥 묻어 넘기지 않으려는 사람, 허튼 수로 슬픔을 감추고, 속이고, 묵살하는 대신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끌어안음으로써 정면으로 승부를 펼치려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186~187페이지 中
=====

 

=====
나날을 선망하는 인간이다. 다만, 그토록 선망하는 바가 천성에 딱 들어맞지 않는 형편이라서 불규칙한 주기를 두고 조용한 나날이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는 것이 나를 둘러싼 형세이다.

198페이지 中
=====

 

=====
나는 여전히 몸을 사용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도 몸에 힘이 남아 있으면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 들고, 그것을 어떻게든 소진하고 싶어 진다.
(...)
글쓰기와 사진 또한 체력을 대단히 요구하는 일이지만 앞서 얘기한 욕구가 먼저 해소되지 않으면 차분히 앉아서 글을 쓰거나 사진을 찍을 마음이 전혀 들지 않으니 낭패이다.

210페이지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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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운동이야 여럿 있음에도 사람들과 뒤엉키는 일만큼은 선호하지 않는 탓이다.

211페이지 中
=====

 

위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종일관 슬퍼하는 사람
◆글을 쓰면서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끌어안음으로써 정면으로 승부를 펼치려는 사람
◆나날을 선망하는 인간이지만, 불규칙한 주기를 두고 좋았다 싫었다 반복하는 주기를 가진 사람
◆몸을 사용하는 일을 좋아해서 어떻게든 소진하고 싶어 하는 사람
◆글을 쓰거나 사진 찍기 전에도 무조건 체력을 먼저 소진해야 하는 사람
◆운동은 좋아하고 배우고 싶지만 사람들과 뒤엉키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 사람

 


저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관찰과 자아성찰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내가 무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자기 파악을 제대로 하고 그것을 긍정으로 이끌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그것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글로써 풀어내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공감대와 유머로 한층 더 편안하게 다가왔던 방랑기. 나의 일상은 어떤지, 나의 성향은 어떤지를 생각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망친 오늘 하루는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희망찬 마인드로 조금은 우울한 오늘을 달래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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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 20세기를 뒤흔든 사회심리학의 대가
필립 짐바르도 지음, 정지현 옮김 / 앤페이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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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표지를 뚫고 나올 것만 같은 얼굴의 주인공은 바로 '필립 짐바르도' 저자 본인이다. 최근 들어 관심분야가 확장되어 유튜브와 책,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곳에서 이것저것 주워듣다 보니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 대해서는 몇 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그 주인공을 이번에 자서전을 통해 만나보게 되었다.

 

덕분에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던 실험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과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필립 짐바르도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학자 혹은 연구원들의 삶과 심리학에 대한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 생각보다 흥미롭고 알찬 내용들이 가득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필립 짐바르도의 탄생 과정에서부터 성장기, 대학생, 대학원생, 교수가 된 이후의 전반적인 실험과 연구과정에 대한 그의 생각과 연구과정 등이 상세히 담겨 있었는데, 인터뷰 형식을 빌려 내용을 전달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고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마치 필립 짐바르도와 마주 앉아 인터뷰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가 관심 있어 했던 심리학 분야는 무엇이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강의에 참여했는지, 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연구에 임했는지를 알 수 있어 한층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다.

 

더불어 편견의 힘 (혹은 무서움)과, 개인의 성격보다 '상황의 힘'이 가져오는 변화의 위력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는 필립 짐바르도 하면 떠오르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에 대한 실험 내용을 통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이것을 다루기에 앞서 먼저 그의 약력부터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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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짐바르도의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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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지중해의 시칠리아 섬 북쪽 팔레르모 근처 캄마라타와 카타니아 근처 아기라에서부터 그의 탄생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기라: 외가 쪽 / 캄마라타: 친가 쪽)
■이름은 친할아버지의 성인 필리포 짐바르도를 따른 것이다.
■외할아버지는 구두장, 친할아버지는 이발사였다.
■20세기 초 시칠리아에 이민 붐이 일면서 양가 모두 미국으로 건너오게 되면서, 부모님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게 되었다. 덕분에 저자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2세가 되었다.
■아버지는 일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는데 누나만 일곱 명인 집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버지는 일하는 것보다 대우받는 것을 더 좋아했고,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라났다. 여기에 더해 부모님이 너무 일찍 결혼한 것도 문제였는데, 결혼과 동시에 아이 넷을 연달아 낳게 되면서 집안 살림이 더 어려워졌다.
■1933년 3월 23일 태어나 사우스 브롱크스에서 자람(대표적인 뉴욕의 빈민가)→캘리포니아주 노스 할리우드로 이사를 감→캘리포니아를 떠나 필라델피아로 이주(16살)→1948년 다시 브롱크스로 이주(이때는 학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학생으로 뽑히는 것도 모자라 학년 부회장이 됨)→브루클린 대학 졸업→6년간 예일대 대학원 과정-브롱크스에 있는 뉴욕대학교에 임용되어 6년간 지냄-1963년 스탠퍼드대학교 여름 학기 강사로 초빙-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교수로 활동-1968년부터 여름 스탠퍼드에서 종신교수로 활동

 

이처럼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힘든 상황 속에서 자라난다. 하지만, 학구열이 높았던 그는 방법을 찾아 대학교, 대학원까지 무사히 졸업한다. 작고 왜소했던 그가 이처럼 자립적이고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다섯 살 무렵 폐렴과 백일해로 입원한 시기 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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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편견으로 인해 괴롭힘 혹은 왕따를 당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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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모가 유대인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폭력과 괴롭힘을 당한다. 어린 시절 마른 몸에 파란 눈, 커다란 코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대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되었고, 이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다. 실제로는 가톨릭 신자였는데 말이다.
2. 고등학생 때 출신과 외모 때문에 마피아 집안 출신일 거라는 오해를 받아 따돌림을 당했다. 깡마른 체격에 큰 키, 근육질 몸을 가진 외모에 뉴욕에서 온 시칠리아인이라는 출신이 더해지며 편견이 생긴 것이다. 
3. 예일대 대학원 입학 전 흑인일지도 모른다는 오해로 인해 합격이 미뤄지고 방치되는 차별을 겪었다. 명문 대학 학부 과정을 최우등생으로 졸업하고 학부생 때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도 모자라 대통령 상까지 받은 학생을 단지 흑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말이다.
4. 반다나를 두른 외적인 모습으로 인해 형제가 푸에르토리코인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그 역시도 성장과정 중 다양한 편견을 마주했는데, 실제로 우리는 때때로 생각지 못한 편견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기도 한다. 그의 자서전에서는 이러한 편견에 대한 실험과 내용도 담고 있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임의적 신체적 특징을 토대로 차별이 상식을 얼마나 쉽고 빠르게 지배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누구든 언제든 고정관념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성별, 나이, 피부색은 물론이고 직업, 출신 지역, 성 지향성 등과 관련해서도)

 

더불어 이러한 위협에 대처할 효과적인 전략에 대해서도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전하고 있다.

 

첫 번째. 집단 간의 차이보다 공통점에 집중한다.
두 번째. 집단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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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부터 남달랐던 관찰력과 심리분석 덕분에 사회 심리학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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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종자로 살고 싶지 않아! 리더가 될 거야!!
어느 순간 추종자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는 여덟 살 무렵부터 리더로 선택되거나 리더가 되는 아이들의 특징이 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리더들의 특징>
▷늘 먼저 나서서 말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
▷옆에는 늘 덩치 크고 힘센 조력자가 있음
▷정말 좋은 리더는 농담도 할 줄 알았음
▷키가 커야 한다.(남자아이들의 또래 문화에서 중요한 것)

 

이런 특징을 알아챈 뒤로 제 것이 될 때까지 흉내 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리더의 행동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학교에서 리더가 되었고, 주말마다 친구들과 시골로 하이킹을 하면서 힘이 세졌는데, 짐을 많이 들고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그렇게 되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다!
그는 예쁘고 부드럽고 상냥하고 배려심도 많은 여자아이들을 더 좋아했는데, 덕분에 여자아이들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어떻게 유대관계를 맺는지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관찰 결과, 여자아이들의 대립은 물리적인 게 아니라 주로 언어적으로 이루어짐을 깨닫고 그것 또한 레퍼토리에 추가했다고 한다.

 

 

그의 성장과정을 통해 떡잎부터 남다른 심리학자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관심 있는 분야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이를 직접 행동으로 실천해 봄으로써 자기 것으로 흡수하고 마침내 목표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들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실천력까지 겸비한 사람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더불어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세세히 살펴보고 이를 자신의 학문적인 경험으로 승화시킨 부분은 통해 그의 학문적 노력과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과 레퍼토리들이 하나씩 쌓이면서 아마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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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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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역할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잘 드러낸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실제 행동'이 무작위로 '주어진 역할'을 따라가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이 실험은 모든 면에서 '상황의 힘'이 극적으로 드러난 실험으로, 상황의 힘이 어떻게 개인의 성격과 사회적 행동을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실증 사례로, 이는 곧 우리가 상황의 힘에 취약하다는 걸 의식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특한 것은 실험 중에는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도, 실험이 끝난 2주 뒤에 무얼 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없었는데,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현재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재 시간대에 집중해 살아가는 현상'이 수감자들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부정적인 현재 상황에 집중함으로써 절대 좋은 결과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개인의 어떠한 성격이나 취향도 상황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은 여러 가지 이슈를 낳았는데, 주요 쟁점은 '상황 조건'만 형성되면 어렵지 않게 악이 창조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이런 현실을 과소평가하는 것에서 문제는 불거지는데, '사고'하거나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이 상황에 닥치게 되면 어느 누구라도 '상황'의 노예가 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실험은 사회적 역할과 외적 압력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설득하고 있으며, 누구든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개인적·사회적·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이 실험을 악용한 사례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 과거 나치 전범자들을 처단하는 뉘른 베르크 재판에서 그들은 '단지 맡은 일을 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무죄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나도 괴물이 될 수 있고 또 이런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기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지지했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해다. 아무리 '맡은 일을 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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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짐바르도의 독특하고 다양한 방식의 수업과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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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학생 수는 그가 얼마나 심리학 수업에 공을 들이고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말해준다. 점차 강의실을 넓혀가야 했을 만큼 인기 강의로 자리 잡은 그만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는 일단 심리학 강의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점심시간 이후 한참 졸음과 싸워야 하는 시간대의 강의는 집중력이 분산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그는 강의 시작을 음악과 함께 했다. 관심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집중력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효율을 높였다.

 

두 번째는 독특한 수업방식과 실험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교수가 아닌 학생이 주도하는 실험과 수업방식이라던가, 최면술, 파트너와 함께 시험 치르기, 집단 순응(하루 동안 일탈하기를 통해 기존에 가진 이미지 깨뜨리기), 하루 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살아보기 등과 같은 다양한 참여 방식의 아이디어를 발휘해 직접 학생들이 참여하고 이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는 틀에 박힌 심리학에 머무르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며, TV 시리즈 제작 참여, 책 집필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구축해나갔다. 더불어 성별, 인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스탠퍼드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많은 지지와 응원을 보낸 사람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은 그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가 걸어온 길을 자서전을 통해 쭉 살펴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는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즐겁게 한 학자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 적 아버지의 반대가 있었지만, 진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무사히 졸업했고, 여기에 더해 전공도 심리학-사회학-심리학으로 변경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에 다가가고자 최선을 다했다.

 

자라면서 4번의 편견과 맞닥뜨리면서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관찰하는 심리학자로서는 새로운 경험을 하나 더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관찰력과 분석력을 통해 일찍이 심리학자로서의 보인 면모는 단순히 꿈으로만 남기지 않고 목표를 향해 실천하고 행동함으로써 차근차근 성장해 나간 점도 인상적이다.

 

더불어 그가 몸소 실험과 경험으로 보여준 외향을 통해 갖는 '편견의 무서움'과 '상황의 힘'이 가져오는 변화의 위력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인지하게 되었다. 부정적인 시선과 '악'으로 변질될 수 있는 상황의 힘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도 가슴에 새겨본다.

 

단순히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으로만 알기에는 너무 아까운 필립 짐바르도. 그 역시도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만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달갑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그의 남다른 통찰력과 색다른 수업방식, 무게감 있는 사회심리학자로서의 고견을 들을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혹여 그의 강의를 듣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TED에서 몇 차례 강의를 진행했다고 하니 그것을 이용해 봐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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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소상공인 창업 마케팅 생존전략
최창문 지음 / 좋은땅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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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IMF 때가 최악이라고 믿었던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점점 더 최악을 향해 치달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이제 '적자생존의 시대'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하나의 직업에 만족할 수 없고, 투잡 쓰리잡은 물론, 과거 당연하다 생각했던 대부분의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며 사는 시대가 되었다.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 등 N 포 세대라는 말을 어느새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되었다.

 

그래서 직장을 다니고 있음에도 안정감 없이 무언가를 계속 알아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을 은연중에 모두 마음속에 품고 살면서, 퇴직할 나이가 되거나 일반적인 회사 생활이 도저히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쯤엔 살아남기 위한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에 뛰어들게 된다. 살기 위해 인생을 걸고 뛰어드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생존을 위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11가지 주제에 모두 담아냈는데,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련 도서들과는 다르게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소규모의 비즈니스 형태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자기 자신을 비롯해 누구나 창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도움과 필요한 사항들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를 세세히 담고 있다.

 

대기업에서 다루는 어렵고 기업 인수나 합병 등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은 제외하고,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알짜배기 정보들을 쉽게 파악하고 이해시킴으로써 막막한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준비하면 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다. 만약 소기업, 1인 기업, 소상공인, 프리랜서, 중소기업 등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틈틈이 준비해 보길 추천한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내용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데, 꼭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부터 차근히 살펴보고 그 부분을 보다 중점적으로 학습하고 준비해나가면 된다.

 

 


<책 내용 간단 요약!>

 

이 책은 창업 환경분석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인구변화에 따른 미래예측과 시장 소비자의 변화를 파악한 후, 어떤 아이템으로 어떻게 창업할 것인지에 대한 소개와 방법론을 제시한 후 기업가 정신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창업 시 필수적으로 체크해야 할 상권분석과 참고하면 좋을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 그것들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접근하면 되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창업 후 마케팅 전략 방법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크해야 할 사항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었는데, 온/오프라인 별로 방법에 차이가 있고 방법도 다양하니 살펴보면 좋겠다. 더불어 브랜딩, 디자인, VMD, 언론홍보 전략을 통한 자기만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책들도 담겨 있었는데,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 나만의 전략을 짜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 다양한 사업가 유형과 사람들이 많이 겪는 시행착오들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 특히 숫자적인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형태든 자기 사업을 하는데 한 단계 생존능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주고,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나만의 버프 활용법도 적절히 활용해 보자. 마지막으로, 미처 알지 못해서 지원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여러 지원 기관과 교육정보도 함께 담겨 있으니 참고해서 활용해 보자.

 

 

개인적으로도 1인 창업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이 책을 유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여러모로 도움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한 번도 진행해 보지 않은 사업, 그것을 생존과 대입해서 생각해 봤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은 일단 '막막함'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찾은듯하다.

 

더불어 막연히 그때그때 생각해뒀던 아이디어들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었고, 또한 시대를 읽는 법, 어떤 비즈니스가 미래에 보다 가치있게 발현될 수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조건 급하게 가지 않고 어느 정도의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현시대에서는 너무 완벽한 준비만을 하다가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기보다 진행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인구변화와 외부환경 변화로 향후 10년간 전국적인 소비자의 변화, 시장 상권의 변화, 업종변화, 트렌드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 코로나처럼 예상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고, 이것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다.



정글 같은 비즈니스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등을 사전해 파악해 조금은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나만의 비즈니스를 창출해 보자.

 


아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도움이 되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다. 사람마다 준비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고, 처해있는 환경과 나이, 성향 등 조건이 제각각이라 도움이 되는 부분은 상이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많이 아는 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또 다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전해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팁!>

 

■저자가 1년을 기다리면서 보는 책이 한 권 있는데, 바로 <트렌드 코리아>로, 이 책을 통해 소비자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은 두껍고 내용도 많아 사전에 유튜브를 통해서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하며, 유튜브에서 <공백의 책 단장>이라는 채널이 가장 책 소개를 잘 하는 것 같다는 추천사도 곁들여 있었다.
■책을 효율적으로 읽는 요령에 대해서도 서술되어 있었는데, 특히 자기 계발 서적은 목표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며, 자기 계발서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과는 다르게 원하는 정보를 찾는데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서 키워드를 뽑아낸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더 요점 파악이 잘 된다고 한다.

 

 


<비즈니스 전략 및 참고사항>

 

■대충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수정 보완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최대한 빠른 반응과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프라이머리 비즈니스(최전방에서 이루어지는 비즈니스)보다 후방에서 지원해 주는 후방 비즈니스인 세컨더리 비즈니스에 집중해 보자.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프라이머리 비즈니스: 커피숍
▷세컨더리 비즈니스: 커피교육, 커피샵 인테리어, 에스프레소 머신 판매사업

 

그렇다면 '세컨더리 비즈니스'의 기회는 어떻게 잡아야 할까?

 

첫 번째. 대중에 휩쓸리지 말자.
두 번째. 휩쓸려 움직이는 대중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찾아보자.
세 번째. 전문성과 사업기반 등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생겨날 다양한 이슈와 프라이머리 비즈니스 그리고 세컨비즈니스를 찾아보면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보자. 고민하는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를 접할 수 있을 기회는 많아질 것이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물고기(시장)를 따라가기보다는 물고기(시장)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물고기≒시장≒마켓≒사람≒소비자

 

고민해 보자! 지금 돈, 소비자,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메리트 있게 다가왔던 비즈니스>

 

1. 82년생들을 중심으로 개편되는 문화콘텐츠 사업!
기존 세대들의 올드한 감성과는 달리 10대부터 인터넷을 접한 오픈 마인드의 시작점이 되는 세대들로 이들이 이제 40대가 되었다. 새로운 신중년이 탄생하는 시점인 것이다.

 

앞으로 1982년 전후 세대들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들의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1982년생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비즈니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실버케어 비즈니스
95세 정도를 기대수명이라고 생각해 보면 앞으로 40년간 사망자 수는 현재보다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비즈니스는 '죽음' 비즈니스다.

 

남들이 꺼리는 비즈니스가 가장 블루오션인 경우가 많은데, 이를테면 요양병원, 장례식장, 납골당, 상조서비스, 장례용품 제작 및 판매 유통, 호스피스, 화장터, 관련 운송업, 영정사진 등 관련 서비스와 '장례지도사'등의 자격증도 수요가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보다 10년 이상 고령화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수 있다.

 

3. 노인재가서비스
독거노인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예정으로,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고려해 봐도 좋을듯 하다. 이미 현재 확인되는 데이터만 확인해 봐도 독거노인의 비율이 2000년 3.8%에서 2020년 7.9%로 2배가 되었다.

 

4. 간호사
병원의 의료전문 인력이 부족하여 지속적으로 전문간호사가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속적인 고령화로 의료 인력은 앞으로 더욱더 부족해질 전망이다.

 

5. 할머니를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인구가 고령화가 되면서 상대적으로 평균수명이 긴 여성들이 남아있게 된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의 인구가 많아지게 되는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들을 위한 소비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템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6. 에브리밀 비즈니스
매일 쉽게 식사할 수 있는 외식업을 말하는 것으로, 인건비 증가, 1인 가족 증가, 인구 고령화 등으로 매 끼니를 외식으로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7. 베지테리언들을 위한 비즈니스
최근 베지테리언들이 많아지면서 채식 유형에 대한 이해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기본적인 용어 파악은 물론 사전에 이들을 위한 비즈니스를 준비해두면 추후 비즈니스를 하는데 보다 용이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을듯하다.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운영 시 참고사항>

 

■오프라인 매장 운영 시 참고사항
모든 시작을 '임대료'부터 계산해 보면 조금 쉬워진다.

 

■온라인 비즈니스 진행시 참고사항
초반에 경험을 쌓기 위해 몇몇 도매사이트나 배송대행 사이트를 통해서 판매를 진행해 보는 것은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수익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진행시 공통적인 참고사항
▷경험하고 관심을 가지는 만큼 딱 그만큼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당신의 성공을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사람 첫 번째는 '아는 사람'이다. 지인이 더 무서운 경우들이 많으니 유의하자.
▷사장은 만능이다. 아니 만능이어야 한다. 사장이 알아야 직원에게 일을 시킬 수 있다. 내가 모르면 일을 시킬 수 없다. 깊이 알지 못하더라도 대충은 알아야 한다.
▷최악의 리더 유형은 '멍청한데 부지런한 사장'이다.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니며 직원들과 가족들을 최악의 상황으로 만드는 사람이므로 적어도 직원들까지 고생시키는 최악의 사장은 되지 말도록 하자.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일단 사장 마인드다. 직원과 사장은 엄연히 다르다. 멀티플레이어로써 모든 것을 진두지휘 할 수 있는 능력을 필두로 시장 흐름을 읽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여 따라갈 수 있는 적응력은 아마 앞으로의 10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 배우고, 어떤 정보든 끌어모아보자. 앞선 여러 책 서평에서도 언급했지만 독서의 중요성은 백번 말해도 부족하다. 직접 경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조건 읽자. 장르 불문 책을 통해서 얻는 간접 경험은 당신이 무엇을 하든 도움을 줄 것이다.

 

더불어 따라가는 후발주자가 아닌, 선도하고 이끌어나가는 사람이 되자. 흐름을 읽고 관찰력을 곤두세우면 누구나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본으로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 있어 하는 부분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길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어렵다고 미뤄두지만 말고, 숫자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자. 직접 처리하지 않아도 기본적인 흐름이나 확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적어도 제대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개인마다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를 바라며, 모두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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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버즈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9
전춘화 지음 / 호밀밭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니 소설이 그리워지던 찰나 만나게 된 <야버즈>.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이름도 뜻도 몰라, 더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 소설집은 흔히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중국 동포가 쓴 소설책으로 단편소설 5개를 엮어 만든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유명세나 작가의 이력 등을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스토리나 책의 내용으로만 만나보기 때문에 어떤 작가인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작가의 독특한 이력과 스토리를 통해 조선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사실 '조선족'이라고 하면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강한 편인데, 사건사고들을 매체를 통해서 많이 접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모여사는 지역이나 골목의 위험성과 폭력성 등이 부각되면서 으레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편견 어린 시선과 생각들이 조금 거리감을 두게 만들면서,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읽어보며 단순히 매체를 통한 편견 어린 시선 너머, 어쩌면 살아온 환경과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의 다름, 다른 역사적 관점이 그러한 격차를 더 불러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소설 뒷부분에 부록처럼 담겨있는 작가와 편집자가 나눈 <뒷이야기>를 통해서도 자세히 만나볼 수 있는데, 각자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과 비주류 문화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현실감 있게 살펴볼 수 있으니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다섯 가지의 단편들이 묶여있는 소설집은 앞서 읽었던 여타 소설들에 비해 굉장히 독특하고 이색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었는데, 일단 배경이 조선족들의 삶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으며, 중국과 한국의 양쪽 배경을 두루 포함하고 있어 익숙한 듯 낯선 느낌이 들었다.

 

일단 제목부터가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는데, 제목이자 첫 번째 단편소설의 제목인 <야버즈>는 '오리 목 고기'를 뜻하는 것으로, 상상이 갈듯 가지 않는 <야버즈>의 뜻처럼, 이 책에 실린 다섯 가지의 단편들도 그러한 묘한 내용들을 품고 있었다.

 

특히 톡톡 튀는 독특한 정서와 배경들, 유머러스함이 적절히 어우러진 스토리는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더불어 독특한 만큼 공감 가는 내용들도 많아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픽션과 논픽션의 어디쯤에 자리하고 있었던 다섯 편의 소설들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3편과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2편, 그리고 각 소설은 각기 다른 연령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다 다양한 정서와 풍부한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었다. 대략 30대, 20대, 50~60대, 그리고 10대의 이야기의 순으로 짐작되는데 그 나이대에 겪는 우리네 일상의 고민과 경험들과 비교해 봐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듯하다.

 

 

궁금해할 이들을 위해 간단하게 스토리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야버즈
우리가 모르는 조선족 사회의 일상을 담고 있는 이야기로, 생각치 못했던 임신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 불안과 그들이 즐겨먹는 음식인 야버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낮과 밤
평범한 낮과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밤의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어느 날 갑작스레 걸려온 옛 친구의 전화는 또 다른 낮과 밤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죽기 싫어 도움을 요청하고자 무작정 전화한 이와 갑작스레 그런 전화를 받게 된 이의 첫 통화연결은 어색함과 귀찮음이 공존한다. 그러다 점차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상상이상의 우정을 길고 깊게 나누게 된다. 이로써 그들의 낮과 밤은 점차 좋아하는 것을 나누고, 의지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블링블링 오 여사
남들보다 늦게 한국행을 택한 조선족 여인의 한국살이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마음을 주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딸아이를 생각해 지속적으로 도전하며 서서히 현실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상처도 받지만, 자신만의 정서대로 성장해 나가며 생각보다 꽤 괜찮은 만남도 가지게 된다.

 

◆잠자리 잡이
동네에서 가장 부유하고 미스터리한 집에서 살고 있는 아이는 거미줄을 엮어 잠자리를 잡는 것에 능숙하다. 그는 이것을 잡아 닭에게 모이로 주기도 하고, 해부를 하며 놀기도 하는데 이것이 어쩐지 잔인하게 느껴져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나는 잠자리 잡기는 그만두고 오히려 우리 집에 머무는 잠자리를 지켜주기에 이른다. 그때 그 시절, 잠자리 잡이 놀이는 그 이상의 무엇이자 어린 시절의 추억이 베여있는 놀이였는데, 이것을 회상하며 쓰인 이야기다.

 

◆우물가의 아이들
오랜 시간 마을을 지키고 있던 용두레 우물은 긴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물이 더 이상 기능을 하지 못함에도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자주 우물가에 모여 뛰어놀거나 담소를 나누는 일이 잦다. 그래서 어린 시절의 만남과 이별, 소소한 일상이 모두 이 우물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점차 성장하면서 서서히 그 우물과는 멀어져 가지만, 다시금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우물과 얽힌 추억을 담고 있는 스토리다.

 

 


다섯 편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많이 와닿았던 소설은 <낮과 밤>이었는데, 스토리 상에 언급되는 문장들에서 공감 가거나 가슴 깊이 와닿았던 문장들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야버즈>는 굉장히 독특하고 이색적으로 다가왔는데, 미처 들어보지 못했던 독특한 조선족만의 다양한 음식들과 문화를 접해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한국살이의 고단함과 적응해가는 모습이 어쩐지 남 이야기 같지 않았던 <블링블링 오 여사>는 오 여사의 정감 어린 마음과 따뜻함이 느껴져 더없이 응원하고픈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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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살던 시골의 사람들은 배고픈 날, 서러운 날, 절망 가득한 날도 겪었지만 아무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
(...)
사계절의 성실함과 낮과 밤의 우직하고 단단한 기운을 가진 누군가가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며 아기 대하듯 아픈 상처에 입바람을 호호 불어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면 자꾸 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살아가야 하는 철학적인 이유는 딱히 모르지만 스스로 죽을 생각을 못 해 본 나 같은 사람은 두 할머니의 비좁은 허벅지 사이에서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 분명했다.

낮과 밤 中 (5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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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잃어버린 정서가 아닌가 싶다.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한국! 어쩌면 지금 우리는 할머니의 비좁은 허벅지가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다.

 

 

=====
긴장되고 경직된 채 보내게 되는 낮 동안 나도 모르게 용기를 내거나 엉뚱함에 소소한 일을 벌여 놓고 나면 늦은 밤 자리에 누워서 하루를 떠올릴 때쯤 괜히 뿌듯해지더라. 백지 같은 하루에 가급적 알록달록 크레파스의 색깔들을 최대치로 동원해 밋밋하게 않게 그림을 그려 낸 것 같이 느껴져. 넌 오늘 뭐하고 보냈어?

낮과 밤 中 (6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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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새삼 아쉬움이 드는 날이다. 무채색의 일상에 소소하고 엉뚱한 생각 하나만 넣으면 이토록 즐거움과 행복감이 가득 느껴질 텐데. 당장 내일부터라도 용기를 내어 엉뚱하지만 소소한 일을 벌여보려 한다. 나의 일상을 알록달록 색칠해 보자. 하루하루 생기를 불어넣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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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는 돈이 아니다."는 그녀의 명언을 잊을 수가 없다. 돈이라 생각하면 더 갈구하게 되는데 지폐라 생각하니 그날 노동의 결과물에 "참 잘했어요."라고 찍어 준 도장같이 느껴져서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나도 매달 통장에 찍히는 돈을 감정 없이 쳐다봤는데 이제 보니 내가 수고한 결과물이고 그걸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 내 일상에 응원봉 같은 거였다.

낮과 밤 中 (6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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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한 끗 차이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말해주는 문장이다. '돈'과 '지폐'. 같지만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갈구하기보다 오늘 나의 노동에 잘했다는 도장을 꽝 찍어주자! 어린 시절 더 잘하기 위해 열심히 도장 받기에 앞장섰던 그때의 내가 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삶은 이런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져야 진짜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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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야, 죽기로 결심했을 때 살아 있는 사람들은 뭐 다들 삶의 이유나 의미를 깊이 터득해서 살아 있는 줄 알았어. 헌데 정작 살기로 결심해 보니 그냥 이유 없이도 살 수가 있더라. 오히려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어떻게 살지더라. 너도 작가가 되는 일에 굳이 무슨 큰 이유나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그냥 쓰는 거지.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쓰면서 어떤 작가가 될지를 천천히 생각해 보면 좋겠어."

낮과 밤 中 (6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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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 그냥 하는 것, 하고 싶으면 하는 것! 이 세 개의 문장만으로도 그냥 정리가 된다. 어쩌면 우리는 이것을 제일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해보자. 하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말고 해보자! 인생 별거 없다. 어떻게 살 거냐는 물음에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그렇게 살 거라고 당당히 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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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 씨가 그러더라. 가난이 오래가면 생각이 가난해지고, 생각이 가난해지면 다양한 경험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되고, 경험마저 가난해지면 그 사람의 세계는 점점 협소해진다고. 그게 진짜 가난의 무서운 점이래. 그러니까 딸. 나는 한국에서 간병인이 돼서 우리 둘 다 김동리 씨처럼 블링블링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김동리 씨가 나 일 마무리하고 병원에서 나올 때 따님이랑 행복하게, 블링블링하게 잘 살라고 따뜻하게 인사하는데 코끝이 찡하더라."

블링블링 오 여사 中 (103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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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는 어쩌면 가난으로 인해 점점 협소해지는 생각과 사고방식을 갖게 되어서가 아닐까 싶다. 우리 모두 블링블링하게 살자! 가난한 생각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폭넓은 세상을 만나보자. 나도, 당신도 응원한다.

 

 


개인적으로 와닿았던 문장들을 담아서 정리해 보았다. 어쩌면 이 중에 당신의 마음속에도 깊이 와닿는 문장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이색적인 스토리를 통해 당신의 삶에 작은 즐거움과 행복을 담아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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