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세계사 - 음식, 인류 역사 1만 년을 가득 채운 그 달콤 쌉싸래한 이야기
주영하 지음 / 소와당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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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치즈,국수,소시지,사탕,피자,케밥,초콜릿,커리,햄버거, 총 10가지 음식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위의 음식들의 순서가 등장한 시간 순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함께 탄생한 빵으로 시작해서 20세기 미국이라는 패권국가가 세계에 퍼뜨린 햄버거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단순히 음식에 관한 내용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음식이 탄생하게 되는 배경을 탐색하기 때문에 음식을 역사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는 눈을 길러준다 하겠다. 

 

이 서평의 제목을 '다양한 맛의....'라고 한 이유는 이 책에서 다루는 음식의 '맛이 다양하다'는 뜻도 되지만 음식과 관련된 '세계사의 맛'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예컨데 치즈는 그것을 퍼뜨린 로마제국의 영광이 담김 음식이고, 십자군 전쟁으로 사탕이 유럽으로 전해지는 과정은 성전이냐 학살이냐는 논란을 일으키는 오묘한 맛일 것이다. 한편 초콜릿은 아직도 아동노동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사례가 잦으므로 씁쓸한 맛이고 영국이나 미국의 패권이 만들어 낸 커리나 햄버거 또한 달콤하지만은 않은 맛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식의 맛은 다양한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다. 책 표지에 '아침독서 추천도서'와 '좋은 어린이 책'에 선정되었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필자의 생각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과 중학생에게 걸맞는 내용과 수준인 것같다. 저자는 그간 음식에 관한 주목할 만한 저서를 여러 권 써낸 학자이다. 이 책이 비록 새로운 연구 성과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어린 학생들의 눈 높이에 맞추려는 노력과 음식에 담긴 다양한 역사 혹은 '맛'을 소개했다는 성과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유목민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가축을 도살하지 않습니다. 가축 자체는 끊임없이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는 슈퍼마켓이기 때문입니다." - 57쪽

 

"독일의 극우주의자들은 손님노동자들을 테러의 대상으로 여기고 케밥을 불량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독일인 중에서도 케밥을 즐겨 먹는 사람이 늘어나게 됩니다." - 114쪽

 

"(피자, 초콜릿의 재료인 토마토와 카카오에 대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았던 원주민들이 제공해 준 고마운 먹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고마움을 모릅니다.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고마움을 알아도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들을 사람들이 없습니다." - 160쪽

 

 

출처 : BookC의 冊戀愛談 (http://blog.naver.com/gru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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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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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는 슬프다 아아 나는 만권의 책을 읽지 못한다."  - 말라르메

 

위의 글에 공감한다면 당신도 책중독자의 소질이 다분하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에는 여러 책중독자들이 나온다.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집을 일곱채나 샀던 사람 이야기부터 자신의 피부로 제본한 책을 어떤 부인에게 선물한 사람 얘기까지. 보르헤스는 장님이 될 때까지 책을 읽었다고 한다. 이들의 기행은 나에게는 구원의 메시지였다.  이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나도 약간의 책중독증에 대해 어느정도 죄책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책중독 현상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책중독자인지 아닌지 검사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있으니 본인의 상태를 점검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뭐 이런 이상한 사람들이 다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아직 책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아니군. 재미있는 내용이야"라고 생각한다면 책 중독 경증. "감동적이야. 이런 위대한 분들의 발끝이라도 따라가야겠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중증이다. 

 

"훌륭한 책을 펼칠 때 나는 중얼거린다. '이제 내가 부러워하는 유일한 부자는 이보다 더 좋은 책을 읽는 사람이다" - 필립 헤머튼 (영국의 작가)

 

"편안한 의자에서 하루 열여섯 시간을 보내며 살 수 있다면 찬송의 합창이 하늘에 울려 퍼지게 하리라"

 

"책을 읽는 이유는 '일상의 광기로부터 와락 잡아채져서 지성과 숭고한 이상이 자유로이 허용되는 좀 더 평온하고 제정신인 세계에 맡겨지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출처 : BookC의 冊戀愛談 (http://blog.naver.com/gru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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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이름, 묘호 - 하늘의 이름으로 역사를 심판하다 키워드 한국문화 7
임민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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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이름이 많다. 영유아기에 부르는 아명이 있고(예를 들어 세종대왕의 아명은 개똥이였다.), 원래 이름인 원명(原名, 세종대왕의 원명은 도(), 성인식인 관례 때 지어주는 자(, 세종대왕의 경우 원정(元正)), 스스로 짓는 이름인 호(), 존경을 담아 바치는 이름인 존호(尊號). 여기까지가 살아있을 때 받는 이름이다. 존호의 경우 사후에 붙이는 경우도 있다. 죽은 뒤에 받는 이름은 시호(諡號)인데, 시호는 전호(殿號 : 왕이 죽은 후 국장 기간인 3년 동안 머무는 빈전 과 혼전 등의 사당 이름), 능호(陵號 : 왕의 무덤 이름 세종은 영릉(英陵)), 그리고 묘호(廟號)가 있다. 묘호는 왕의 사후 종묘에 신위를 모실 때 붙이는 이름으로 우리가 대개 알고 있는 이름은 바로 이 묘호로서 가장 널리 불리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의 풀 네임은 세종장헌영문예무인성명효대왕(世宗莊憲英文睿武仁聖明孝大王)인데 여기서 세종은 묘호, ‘장헌은 명나라에서 받은 시호, ‘영문예무인성명효는 존호다. 한편 세종은 왕자 때 충령군이었다가 정비와 후궁 소생을 구별하면서 충령대군이 되었다.

 

이처럼 왕의 이름은 다양하지만 가장 널리 불리는 이름은 묘호이며 이 묘호가 국왕 생전의 역사적 평가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왕들의 역사를 조망하는 작업은 그 재미와 의미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묘호가 중요한 이유로 국왕의 평가에 엄정했던 조상들의 역사의식, 왕권의 정통성 확립에 명운을 건 후대 왕들과 수많은 대신들의 고심과 갈등, 국가와 사회의 존망 위기에서 치욕을 함께한 흔적들이 묘호에 새겨져 있,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당당하게 조종(祖宗)을 칭한 옛사람들의 자존심 또한 그 안에 스며 있음을 들었다. 조종(祖宗)을 칭하는 문제란, 원래 묘호로 을 쓰는 것은 황제에게만 쓰는 것인데 조선은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조종(祖宗)을 칭하는 자존심을 보여주었다는 뜻이다.

 

한편 묘호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된 적이 많았는데, 조선 2대왕인 정종처럼 300년간 묘호를 받지 못하고 공정왕으로 있었던 사례나 나중에 에서 조로 바뀐 선조, 영조, 순조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사실 선대 왕에 대한 평가 자체가 현실의 권력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예종, 명종, 영조처럼 자신의 묘호를 미리 정해 놓는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이 책을 통해 왕의 이름에 대해 확실하게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묘호를 정하는 문제를 둘러 싼 논쟁에 관한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는데, ‘공정왕 300년 후인 숙종대에 이르러서야 정종으로 추존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한 단원을 할애하면서, 나중에 에서 조로 바뀐 선조, 영조, 순조 등의 사례에 대해서는 6쪽 밖에 배정하지 않은 점이 궁금했다. 저자에 의하면 정종이 애초에 묘호를 받지 못한 것은 태종의 눈치를 본 후대 왕들 때문인데, 이는 태종이 자신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서이고 그의 후손들도 당연히 이를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된 것은 안동김씨 등 외척세력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된 것으로 보다 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저자는 왕권을 중심으로 하는 정통성 세우기의 문제를 중시하며 그 부분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세도 정치의 이해관계 때문에 '조와 종'이 바뀌는 문제는 역사적 '잡음' 정도로 보기 때문에 적은 분량으로 서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저자는 말미에 오늘날의 정부(혹은 정권)들도 과거의 왕들처럼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김대중 정부는 자신의 정통성이 상해임시정부에 있다 하였고, 이명박 정부는 잃어버린 10을 외치며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 추앙하며 정통성 세우기에 나선 사례를 든다), 묘호는 없지만 묘호가 선대왕을 평가하는 수단이었던 것처럼 오늘날엔 국민투표에 의해 이전 정권을 평가하므로 자유, 민주주의, 경제라는 원칙에 비추어 묘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의 정권은 스스로 묘호를 정한 영조와 같은 행보를 보인다. ‘참여 정부 국민의 정부니 하며 정권 스스로가 자신이 평가받고 싶은 이름을 만들어 선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독자에게 평가를 유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묘호의 의미를 되새겨 현실 정치에 적용시켜 보자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이 책은 문학동네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중 7권이다. 손바닥만한 크기에 200쪽이 채 되지 않는 분량으로 한 가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이런 책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살림 지식총서보다는 좀 더 자세하고 일반적인 단행본 보다는 부담이 적다 할 수 있어, 부담 없는 분량과 깊이 있는 지식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데 일단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5 <조선인의 유토피아> 6 <처녀귀신>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문학 서적으로 유명한 문학동네에서 이런 쓸만한 역사 책 시리즈를 만들어 낯설기도 하지만 기대 또한 배가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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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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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파우스트를 읽고, 괴테가 가장 격찬했던 작가가 셰익스피어라기에 그의 작품들 중 그나마 '만만해' 보이는 <베니스의 상인>을 집어 들었다. 통상 <베니스의 상인> 인정머리 없는 수전노 유대인 샤일록이 망하는 얘기로 알려져 있다. 적어도 필자가 아는 <베니스의 상인>은 그랬다. 하지만 읽다보니 오히려 기독교도들의 유대인들에 대한 멸시와 탄압이 샤일록이라는 냉혈한을 만들어 냈으며 오히려 기독교인들의 잔인함과 부도덕함을 꼬집는 내용이 자주 나오는 것이었다. ‘! 역시 이래서 고전은 원본(혹은 완역판)을 읽어야 해!’라고 속으로 외치며 재미있게, 그리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완독하고 나니 그런 부분은 양념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결국 샤일록이 재판에서 패배하고 몰락하는데 그 과정이 비극적으로 묘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극적 몰락은 연민을 불러일으키겠으나 희극적 결말을 통해 우스꽝스럽과 속시원하다는 느낌으로만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편협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풍자는 앞부분에 그치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유대인은 야비하고 괴팍해서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셰익스피어는 반유대주의자에 가깝다고 본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셰익스피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희곡이 잘 팔리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시에 만연되어 있던 반유대주의를 살짝 건드려 불편하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반유대주의에 편승해서 독자나 청중을 안심시키는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남녀 문제도 마찬가지다. 포오샤가 당차게도 남편을 자신의 의도대로 선택하거나, 지혜롭게 재판에서 승리하지만 그래봤자 주인은 바싸니오다. 결혼과 함께 몸도 마음도 재산도 모두 바싸니오에게 바쳐진다. 소극적인 섹스 스트라이크(sex strike)’를 볼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랑싸움에 불과하다. 극중에서 여성의 역할을 극대화해서 남성중심사회라는 관습을 살짝 비틀지만 결국은 그 질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중들을 안심시키는 장치가 여기에도 사용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셰익스피어를 가장 충실하게 계승한 작가로 김수현을 꼽고 싶다. 드라마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워낙 유명한 게 많아서 몇 편 본 기억이 난다. <사랑과 야망>(1987)이나<사랑이 뭐길래>(1991)는 보기는 했는데 너무 오래 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부모님전상서>(2004), <엄마가 뿔났다>(2008), <인생은 아름다원>(2010)를 재미있게 봤다. 이들 중 가장 최근작인 <인생은 아름다원>의 경우 셰익스피어 식의 흥행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이 커플이 등장하지를 않나 일본에서 온 여사장이 까탈을 부리며 불편하게 한다. 여기까지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기독교도 비판’, ‘여성 주인공이 주도하는 극 전개에 해당하는 불편한 부분이다. 하지만 결국은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갈등이 봉합된다. ‘가족이니까 게이 커플도 용납이 되는 것이고,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이며, 아무리 까다로운 여자도 남자의 품속에서는 귀엽고 순해지는 만고의 진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은 결국 제 잘못 때문에 나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셰익스피어 식의 흥행공식은 이런 거다. 튀는 이야기로 독자나 시청자를 적당히 불편하게 만든 다음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가치관으로 봉합하여 그들을 안심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드는 방식을 말한다. 결국 보수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끊임없이 재생산 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재생산한 것은 반유대주의 남성중심주의라면 김수현은 가족주의 남성중심주의’, 합쳐서 가부장적 가족 질서인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부모님 전상서> <엄마가 뿔났다>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물론 셰익스피어든 김수현이든 그들의 흥행공식이 통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수려한 문체나 소위 뛰어난 대사빨에다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설정 혹은 개연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셰익스피어는 위대하다. 그의 주옥같은 명문장들은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인용되고 있으니까. 어쨌든 흥행공식만 극대화시켜 자극적이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드라마를 우리는 막장 드라마라고 한다. 어제 종영한 앞둔 왕가네 식구들이 대표적인 막장일 게다. 그래도 또 볼 수밖에 없다.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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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0
볼테르 지음, 이병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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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 시대 18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계몽주의자 볼테르의 작품이다. 계몽주의자의 작품답게 이야기는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다. 책은 두 가지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먼저 <미크로메가스>는 시리우스 별에서 온 외계인의 입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모순적인 존재인지를 이야기한다. 18세기에 공상과학소설을 쓴 점이 독특히다. 한편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사회 모순, 특히 정치와 종교 문제를 주로 비판하는데, 스승에게 배운 낙관주의를 철석같이 믿던 캉디드가 세계 여행을 하며 인간의 본성이나 사회의 모순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이다.  

 

볼테르는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라는 프랑스식 관용(똘레랑스)의 원조격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 말을 볼테르가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의 똘레랑스 정신이 잘 드러난 문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그당시 유럽인으로서는 용납하기 쉽지 않은 획기적인 장면이 소설에 등장하는데 <캉디드>에서 캉디드 일행이 삶의 진리를 깨닫고 행복을 찾게 된 계기가 바로 이슬람 성직자의 조언을 실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18세기적 한계인 유대인이나 흑인에 대한 편견이 종종 나타나기는 한다. 하지만 대개는 그들에 대한 차별을 풍자하는 의미로 쓰여진다. 그리고 이야기의 전개가 개연성이 떨어지고 작위적인 경우가 자주 발견되서 소설 자체로의 재미가 반감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지배계급인 귀족과 성직자들의 추한 면과 허위의식에 대한 풍자 및 반전의식, 종교적 광신주의에 대한 비판, 라이프니치 식의 낙관주의에 대한 비판, 인간의 노력과 노동에 대한 강조 등 당시로서는 급진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왜 볼테르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계몽주의자인지를 깨달을 수 있는, 그가 왜 똘레랑스(특히 종교적 관용)의 원조격인 인물인지를, 명불허전임을 알려주는 소설이라 하겠다. 여기에 '철학꽁트'라는 장르적 재미도 추가해야 할 것같다. 그런데 그 재미란 것이 문학적인 재미보다는 철학적, 역사적 재미에 가까운 듯하다. 

 

"따라서 두 여행자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는 정신도 없으리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었다." - 25쪽

 

"더군다나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그들이 아닙니다. 집무실 안에서 먹은 것을 소화시키는 동안 백만 명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그런 다음 장엄하게 그 학살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라고 하는 것은 그 안에 처박혀 있는 야만인들입니다." - 37쪽

 

"나를 위해서 모든 것을 행하신 분은 바로 신입니다. 나는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을 보고 그분 안에서 모든 것을 행합니다. 나는 전혀 개입하지 않으며 그분이 모든 것을 행합니다."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편이 낫겠군요." - 40쪽

 

"어쨋거나 순수한 본성이란 선한 것이로군. 내가 예수회 신부가 아니라는 걸 알자마자 나를 잡아먹지 않고 온갖 예의를 다 갖추었으니 말이야." - 118쪽 

 

"과학원은 양의 털이 붉은 이유를 올해의 현상 주제로 내걸었다. 그 상은 A+B-C를 Z로 나누어서 양털은 붉을 수밖에 없다는 것과 결국에는 양이 천연두로 죽게 되리라는 것을 논증한 북부 지방의 어느 학자에게로 돌아갔다." - 147쪽

 

"(밀턴에 대해) 창세기 1장에다 딱딱한 시구로 열 권 분량의 긴 주석을 단 그 야만인 말입니까? 그리스 시인을 서투르게 모방하고 천지창조를 왜곡한 사람 말입니까?" -178쪽

 

 출처 : BookC 冊戀愛談 (http://blog.naver.com/gru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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