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산책 - 바람과 얼음의 대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고경남 지음 / 북센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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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서점에 들렀다가 냉큼 지른 책. 알라딘 메인 어느 한구석에 떠 있는 걸 보며, 제목 참 귀엽다 생각한 게 떠오른 것이다.

이 책에서 좋은 건, 지은이의 글보다는 사진이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풍광들이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면, 정말이지 '올여름 가장 시원한 책'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남극의 노을, 갖가지 펭귄들, 유빙들, 바다, 블리자드... 내게 삶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자연을 접할 때다. 자연 앞에 서면,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지며 나 역시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게 감사해진다.

뒤에 남극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팁도 있다. 세종기지의 연구원 자격으로 가든지 아니면 개인 투어를 해야 하는데, 개인 투어에 드는 돈이 수천만 원이라 그림의 떡이긴 하지만... 나름 정보가 되어준다. 후후.

블루데이북+여행서+블로그 글 모음의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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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cker : Cartoon Soundtrack
Various Artists 노래 / 파스텔뮤직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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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버전은 만화책 <크래커>와 함께 있는 것.

이 음반으로 '파스텔 뮤직'이라는 레이블을 알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샤방한' 음악들이 들어 있다. 파스텔 뮤직이라는 레이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크래커>랑 읽고 있으면, 뭐랄까... 지나간 추억을 상기시켜준달까.

인상 깊었던 구절은 만화책 제일 끝에 있었다. 어렸을 적에 자신이 이 나이 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했다는. 그런데 그런 상상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보며 허허 웃는 만화가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다. 그런 아련함이 있다, 이 음악들에는. 벌써 청춘을 지나버린 내게는 그렇다. 듣고 있으면 눈물이 찔끔, 난다. 밝고 명랑한 음악을 들어도 눈물이 나는구나, 신기했었다.

잘 보니 요즘 잘나가는 '티어라이너'도 참여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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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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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소설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소설의 범주에 넣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른바 아이디어를 가지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만큼 기발하다. (그의 첫 소설 <개미>를 처음 읽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 신기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고 정말로 즐거운 한바탕 여행을 했을 때를... 하지만 그후론 지루한(!) 동아반복이다. 그리고 <파피용>에 이르러 그 한계의 바닥을 보였다. 정치인들 혹은 기자들에 대한 신랄한 비꼼이 <타나토노트>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럴듯한 상황을 상상을 통해' 그려내는 픽션이라는 장르에 그의 소설에 충실한지는 모르겠다. 픽션에는 상상의 세계뿐 아니라 개연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과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세계관이 들어 있다. 그러나 <피피용>은 '상상'만이 존재하는 소설이다. 그럴 듯한 상황에 개연성을 부여하지 못했으며, 인간존재에 관한 성찰은 부재하며(혹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으며), 작가의 세계관은 빈약하다. 단편으로 끝냈어도 될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 길게, 장황하게 끌어간 이유를 모르겠다.

잘 쓴 소설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깊이 공감하고 빠져나왔을 때의 아쉬움과 어떤 여운을 느낄 수 없는 소설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걸 보면 이름값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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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 - 상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6
현진건 지음 / 범우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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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다닐 때, 우리 학교에는 '필독 도서'라는 게 있었다. 한 학기에 대여섯 권쯤 정해놓고 그 책을 읽고, 그 책을 읽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국어 시험에 나오는 거였다. 이 필독 도서라는 것들은 대부분 소위 명작이라는 것들이었다. 지금 꼽아보면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수필집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헤세의 <지와 사랑>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하딩의 <테스> 등이 그것들이다. 정말 감수성이 초절정으로 예민한 시기에 좋은 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물론 좀 다른 방식으로 소화했지만 말이다. <지와 사랑>을 읽으면서는 나르치스가 멋있냐 골드문트가 멋있냐,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는 로체스터 백작이 멋있네 안 멋있네, <테스>는 거의 에로 소설로 치부해버리고는 '야한 부분'만 골라 읽었더랬다.

현진건의 <무영탑>은 내게 연애소설이었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이 소설을 무심코 읽었다가 너무 심하게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매일 밤 이 소설을 읽으며 울 정도였으니까... 석가탑을 조각한 신라의 석공 아사달과 그의 부인 아사녀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쓴 이야기는 어린 소녀의 감수성을 완전히 흔들어놓았더랬다.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길 없는 그 책들... 서른이 넘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소설을 읽고 가슴앓이를 해볼 기회가 또 있겠는냐는 것이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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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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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내가 읽은 은희경은 <타인에게 말걸기>가 유일하다. 그런데도 희한하게시리 나는 그녀의 작품을 거의 다 읽은 느낌이다. 지금으로서는 <새의 선물> 정도를 더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근사한 제목 때문에 안 살 수 없었던 책이다. 그러고 보니 은희경만큼 제목을 근사하게 짓는 작가도 없는 것 같다. '타인에게 말걸기' '새의 선물'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타인에게 말걸기>에서 보았던, 시니컬하면서도 시원한 시선이 담긴 세련됨이 제목에도 뚝뚝 묻어 있었더랬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매우 실망스럽다. <타인에게 말걸기> 이후에 읽은 적이 없어서 그랬을까. 내 머릿속에서 마냥 세련되고 시원시원한 이야기를 쓰던 그녀는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 보인다. 어떤 지점들에선 작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으나, 어설프게 터져버린 불꽃 화약 같은 느낌이랄까. 개연성은 어설프고, 결론은 뜬금없었다.

기대를 하고 산 책이었기에 실망이 커 별 두 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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