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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소설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소설의 범주에 넣어도 될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른바 아이디어를 가지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만큼 기발하다. (그의 첫 소설 <개미>를 처음 읽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그 신기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고 정말로 즐거운 한바탕 여행을 했을 때를... 하지만 그후론 지루한(!) 동아반복이다. 그리고 <파피용>에 이르러 그 한계의 바닥을 보였다. 정치인들 혹은 기자들에 대한 신랄한 비꼼이 <타나토노트>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럴듯한 상황을 상상을 통해' 그려내는 픽션이라는 장르에 그의 소설에 충실한지는 모르겠다. 픽션에는 상상의 세계뿐 아니라 개연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인간존재에 대한 성찰과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세계관이 들어 있다. 그러나 <피피용>은 '상상'만이 존재하는 소설이다. 그럴 듯한 상황에 개연성을 부여하지 못했으며, 인간존재에 관한 성찰은 부재하며(혹은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으며), 작가의 세계관은 빈약하다. 단편으로 끝냈어도 될 이야기를 굳이 이렇게 길게, 장황하게 끌어간 이유를 모르겠다.
잘 쓴 소설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깊이 공감하고 빠져나왔을 때의 아쉬움과 어떤 여운을 느낄 수 없는 소설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걸 보면 이름값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