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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 - 상 ㅣ 범우 사르비아 총서 306
현진건 지음 / 범우사 / 2001년 3월
평점 :
중학교를 다닐 때, 우리 학교에는 '필독 도서'라는 게 있었다. 한 학기에 대여섯 권쯤 정해놓고 그 책을 읽고, 그 책을 읽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가 국어 시험에 나오는 거였다. 이 필독 도서라는 것들은 대부분 소위 명작이라는 것들이었다. 지금 꼽아보면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수필집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헤세의 <지와 사랑>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하딩의 <테스> 등이 그것들이다. 정말 감수성이 초절정으로 예민한 시기에 좋은 책들을 읽었던 것 같다. 물론 좀 다른 방식으로 소화했지만 말이다. <지와 사랑>을 읽으면서는 나르치스가 멋있냐 골드문트가 멋있냐, <제인 에어>를 읽으면서는 로체스터 백작이 멋있네 안 멋있네, <테스>는 거의 에로 소설로 치부해버리고는 '야한 부분'만 골라 읽었더랬다.
현진건의 <무영탑>은 내게 연애소설이었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이 소설을 무심코 읽었다가 너무 심하게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매일 밤 이 소설을 읽으며 울 정도였으니까... 석가탑을 조각한 신라의 석공 아사달과 그의 부인 아사녀의 이야기를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쓴 이야기는 어린 소녀의 감수성을 완전히 흔들어놓았더랬다. 지금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알 길 없는 그 책들... 서른이 넘은 지금 생각해도 참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소설을 읽고 가슴앓이를 해볼 기회가 또 있겠는냐는 것이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