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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ㅣ 보름달문고 23
김려령 지음, 노석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사실 동화는 잘 안 읽는다. 어른이 되고부터, 사실 언제부터 어른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동화를 읽지 않는다. 빤한 소리를 할 것 같아서, 이제 동화 속 세상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만 같아서 읽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동화가 마냥 그랬던 것도 아니다. 어렸을 적 좋아라 했던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나 <고향을 지키는 아이들>이나 <꼬마 옥이> 같은 동화들을 돌이켜보건대 얼마나 아프고 각박한 세상을 다뤘던가. 그것을 보고 나는 세상이라는 것이 녹록지 않은 곳이구나, 책을 덮고는 홀로 우울해했던 것 같다.
각설하고,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는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정말 좋은 동화다. 일단 이 동화에는 가식이 없다. 작가가 끌고 가고 싶어하는 억지가 없다. 이야기를 다 읽은 후 김진경 선생의 심사평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가 이 이야기를 읽으며 느꼈던 감동의 어렴풋한 실체를 선생이 선명하게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는 그러니까 문학을 공부한 이다. 설정을 가지고 어설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자가 아닌, 가슴으로 글을 쓸 줄 아는 작가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책을 읽다 눈물을 참은 구절이 있었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입양이라는, 우리 시대의 첨예한 문제만을 다뤄서가 아니라, 이 이야기가 정말 좋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소재에, 훌륭한 필력이 뒷받침된 동화이다. 외국 청소년 작가들의 소설들을 보며 부러워했는데, 이 정도면 내러티브 면에서 뒤쳐지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작가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