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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창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너무 유명하고 잘된 영화나 책은 보지 않고도, 읽지 않고도 이미 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양들의 침묵>이 그랬다. 인육을 먹는 미치광이 천재, 그와 고도의 심리게임을 벌이는 젊은 FBI 여자. 뒤늦게 출간된 <레드 드래건>과 <한니발> 그리고 하드고어물이 되어버린 <한니발 라이징>까지, 멀찍이서 보며 그렇구나 그렇구나만 했지 읽어볼 생각은 못했다. 이윤기 선생의 번역이라는 것도 책을 사야지, 생각하고야 알았으니...
결론을 말하자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밀도와 긴장을 끌고 나가는 토머스 해리스라는 작가가 놀라울 따름이다. 이것 뭐, 작가의 머릿속에 어떻게 이 스토리가 자리잡게 되었나가 너무 궁금하다. 이런 겹겹의 이야기를 창조한다는 건 정말... 이런 소설이야말로 '장르'라는 말에 가둬서는 안 된다! 그냥 이건 잘 쓴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완벽하기 그지 없는 소설 말이다.
스탈링도 스탈링이지만, 크로포드가 매력적이었다. 그의 담대함과 배려, 그리고 인간적인 고뇌 등등이 중년남의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달까; 어쨌든 이 둘은 멋진 콤비임에 틀림없다 ^^
더불어 멋진 번역이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크로포드의 쓸쓸한 마음, 스탈링의 눈물, 렉터 박사의 무시무시한 대사들... 이윤기 선생의 문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것들을 가슴 사무치게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