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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멍 또돗한 품, 서귀포 바다
강영삼 지음 / 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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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제주도와 깊은 인연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없는 것도 아닌 관계이다.
제주도에 가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한 번 가본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 수학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왔기에 내 가슴 속에는 제주도가 은근히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제주도를 좋아하는 다른 까닭은, 내가 좋아하는 축구선수때문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관람을 굉장히 좋아해서 친구들이 모르는 축구선수들의 이름을 줄줄 외고 다니고 좋아했었다. 어쨌든.. 관심을 갖게 된 축구선수의 고향이 제주도였다. 팬들도 제주도 팬이 많았고, 선수도 제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주도라는 곳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계기도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어떻게 하다 책이 내 손안에 들어왔는데, 내가 원하던 책이 아니었다 ㅜㅜ 나는 제주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제주도의 지명이나 유래 전설, 사투리 등을 알기 쉽게 설명 해 준 책을 기대했었고, 또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제주도의 바다에 대해 서술된 책이다. 바닷속이나 바다들의 지명, 물고기, 해녀이야기 등 안그래도 모르는 제주도의 현 지명인데, 현 지명의 옛지명까지 나와 나에게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실망감과 허탈감에 이래저래 슬펐다.

 그러나, 책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나의 기대와 맞지 않았을 뿐. 책은 정말 좋았다. 서귀포 항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수십년간을 살아온 제주도 토박이 저자가 세월과 함께 변화한 제주도의 모습을 그리며 감회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읽어보라고 추천 하고 싶기도 하다. 제주도의 세월의 흔적을 고이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책의 구성도 정말 예쁘다. 사진도 많고 편집도 예쁘고 읽고 싶게 생긴 책이다. 더욱이 뒤에 수기로 작성 된 로그북(항해일지)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사투리를 직접 알려주진 않지만, 책을 읽으며 아주 맘에 드는 사투리도 하나 간직했다. '맨도롱'이라는 말이다. '맨도롱하다'라는 말은 돌로 된 제주도식 온돌이 뜨뜻하다는 감촉을 표현하는 말로, 미지근한 것보다 약간 뜨거운, 그러면서도 안락한 상태를 말하는 형용사이다. 곧 알맞은 느낌에 여유가 더해진 온도이다. '맨도롱 또돗(따뜻)하다'란 표현처럼 맨도롱은 '따뜻하다'와 다르게 쓰였던 말이다. 제주도의 바다는 모두 맨도롱하다고 한다. 

 이 책과 함께 맨도롱한 마음을 누리고 싶은 분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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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09-13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도롱하다! 글자와 발음에서 무언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한데요...ㅎㅎ 갑자기 저도 '맨도롱한' 느낌이 궁금해집니다....^^

SsuN 2007-09-13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 마음속에 간직했답니다 ^^ Jade님도 얼른 맨도롱한 책을 만나보세요 ^-^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랜스 암스트롱, 삶으로의 귀환
랜스 암스트롱.샐리 젠킨스 지음, 김지양 옮김 / 체온365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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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다보니 이번에도 에세이다. 책편식이 조금 있긴 하지만, 내가 에세이류를 즐기는 줄은 몰랐다. 옛날부터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카페에 가입 후 내가 읽었던 책들을 돌아보고 인상 깊었던 책을 생각해보니 주로 에세이였다. 그만큼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걸까? 생각해 보면 나는 자극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의 스물세번째 페이지를 장식해 오는 동안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걸어왔다. 그 길 위에는 '노력부족', '성취', '게으름', '부지런' 등의 여러 요소들이 있어서 항상 완벽하게 걷진 못했다. 특히 대학입학 후 그동안의 학창시절과는 다른 약간의 자유가 주어지면서, 나의 인생과 목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찾게 된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얻기 위해서 ! 정말 이런 이유에서였다면 이 책은 나에게 확실한 자극제가 되었다.  

 랜스 암스트롱.
스포츠 뉴스에서 암을 극복하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후 '무슨 암스트롱 있잖아~ 암 극복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 그냥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어느날,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라며 나에게 다가온 이 책. 책의 제목은 나를 매료시켰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라니.. 그럼 무슨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으로 살펴보니 내가 알고 있던 '무슨 암스트롱'의 이야기, 즉 '랜스 암스트롱'이 지옥에서 싸우다가 삶으로 귀환한 이야기였다. 그 순간 책의 제목에서 그가 열심히 싸운 모습이 보였다.

 책의 첫 장의 제목은 '불청객'이고 첫 줄 또한 '나는 백살까지 살고 싶었다.'이다. 이 것을 보고 역시 '암'이라는 녀석은 어느 누구도 반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생존 가능성 3% 밖에 되지 않는 죽음의 '암덩이'가 찾아왔으니, 어느 누가 기분 좋게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약해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은 오히려 나의 나약함을 더 들춰내서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나약함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암덩이를 물리치고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자전거와 함께 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장애를 기회로 만들어라." 그의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랜스에게 하던 말이다. 그가 겪은 시련과 고통들은 말도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제대로 인연을 만든 적이 없는, 알고 보면 불쌍한 아이였고 말썽을 많이 부리는 사고뭉치이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자기관리를 못했던 적도 많고, 모든 일이 잘 풀린 것도 아니다. 그러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뜻밖의 불청객이 찾아와 아직 다 펼쳐보지도 못한 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뻔도 했다. 그러나 랜스는 이 모든 장애들에 굴복하지 않고 모두 기회로 살려 '어제의 랜스'가 아닌 '오늘의 랜스'로 다시 태어났다.

 생각해 보면 그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죽음의 문 앞에서 싸워 이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다른사람보다는 기초체력이 좋았을 것이다. 또한 그의 몸이 항암치료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행운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자신에게 따른 '운'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굴러 들어온 운을 발로 차버리고 왜 나를 버리냐고 울부 짖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엔 '그가 살아날 수 있었던 기적'보다도 더 큰 행운은 '그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같다. 나는 정말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 같은데 내 주위에 나를 돌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면 더욱 힘들 것이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고 힘이 되기 때문이다. 

  랜스 암스트롱은 이러한 기회를 살렸고, 행운 마저도 잡았다. 그러나 그가 가장 열심히 했고, 그에게서 가장 빛나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도, 암과 투병할 때도 그는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만 했고, 이겨냈다. 그가 이길 때 마다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나름대로 내 자신에게 아주 부끄러운 모습은 보인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아주 큰 노력을 들여야 했던 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에 몇번의 고비와 기회등의 전환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들 중에는 현재가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말해왔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내 앞에 떠억 하니 다가오고 있다. 나는 요즈음 하루하루를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체념으로 보낸다. 슬럼프도 겪었다. 하지만 그 1차 고비를 넘기고 나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 자리잡고 남들도 다 똑같이 겪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다 힘들어할 때 나는 쉬지 않고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의지가 불타오른다.  

 "난 내가 프랑스의 언덕과 산을 '날아' 올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언덕을 날아서 오른단 말인가? 언덕은 힘겹게 애를 쓰며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한다면 남들보다 먼저 정상에 도착하게 되는 것뿐이다."

 그동안 나도 꿈을 이룬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날아오른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러나 그의 말을 보니 '날아 오르는 것'은 순수한 나의 힘이 아닌 타인의 힘을 빌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즉시 생각을 바꿨다.  
 "나는 요즘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고 ....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내가 '암' 같이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몸의 이곳 저곳이 좋지 않고 잔병치레도 굉장히 많이 해서 병원과 약을 달고 다닌다. 그럴 때마다 '왜 하필 나야.. 이제 제발 그만...'이라는 생각을 적잖게 했었는데, 남을 탓할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큰 병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아프다고 게을러지기 보다는 아프지 않았을 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가장 어렵다던 자신과의 길고 고독한 레이스에서 승리한 자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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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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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에세이가 참 좋다. 어렸을 땐 (누군가 지금도 어리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가장 싫어하던 책이 에세이류였다.  다른 사람에겐 관심이 없었다는 걸까?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에세이에 흥미를 느낀 것 같다. 아마도 나에 대해 생각해 보고 더 발전하고자 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에세이가 출간된다는 소식이 들리면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김주하 앵커의 책 역시 기대하며 기다리던 책이다.

 
 내가 이 책에 가장 기대했던 것은 '여성' 김주하였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김주하 앵커를 좋아하고 모델링으로 삼을만한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은 만인이 높이 사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은 증명되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김주하 앵커도 단지 수 많은 기자들, 앵커들 중의 한 명이다. 그녀의 노력이 대단하기에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겠지만, 분명 다른 남자 앵커들중에도 이정도의 노력을 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여에 대한 우리나라의 문화 때문에 '여성 앵커' 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면서 더 돋보이게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이 자리까지 오는 과정 속에서의 김주하'의 모습을 알고 싶었고,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핀트를 잘못 맞췄는지, 책에서는 이런 점보다는 김주하 기자의 취재 에피소드가 더 많이 차지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점이다. 김주하는 기자이므로 기자에게는 취재가 일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주하 앵커는 자신의 삶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낸 것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책을 열심히 읽었다. 정말 술술 읽혔다. 내용이 쉬워서도 아니고, 감동이 없어서도 아니다. 저자가 진솔하게 쓴 이야기였기에 술술 읽힌 듯하다. 
 

 무엇보다 나는 '기자'라는 직업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관심이 없었기에 잘못 알고 있던 점도 많았다. 이 세상 모든 직업이 다 소중하고 힘든 직업이겠지만, 기자라는 직업도 무지 힘들어보였다. 시민과 방송국 사이의 이중고를 겪으며 말이다. 마음도 누구 못지않게 독하게 먹어야 한다. 언제나 좋은 환경만 제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언제라도 약해질 수 있다. 마음 따뜻한 기사도 뉴스에서 볼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안 좋은 기사가 더 많은 것 같기 때문에 특종을 취재하더라도 마음 놓고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앵커가 되기 위해 대학 2년 재학중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재수를 허락받고 독하게 공부해서 원하던 학교에 입학한 점, 앵커가 되기 위해 열심히 정보를 모으고 앵커 하나만을 바라보며 원한 점, 다른 사람에게 주눅들지 않고 남들과 달라보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 점, 면접날까지도 긴장을 풀지 않고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고자 여기저기 뛰어다닌 점.. 결국 그녀는 현재 주말 뉴스데스크를 단독 진행하고 있다.
 

 항상 에세이를 읽으면 그 사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더 잘 알게 된다. 그녀의 열정, 여린 마음 등 이 책에서도 숨어있던 '김주하'의 모습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그녀의 '노력'이 가장 돋보였다. 어떻게든 끊임없이 노력해서 자신의 꿈을 이룬 그녀가 정말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난 말로는 노력했다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노력' 근처에도 못 간 것 같다. 내가 처음에 기대하던 내용의 책은 아니었지만, 정말 배울 것이 많았던 책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40대에 썼으면 더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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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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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기대 후에 얻은 실망감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를 한달전 쯤 공중그네를 통해 알게되었다. 기존에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많이 읽어 우울함이 싫어서 일본소설을 한동안 멀리하다가,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계속 오르길래 궁금해서 보게되었다.

공중그네를 읽기 전엔 '그게 그거겠지.. 다 똑같겠지.. 얼마나 잘썼길래 청소년 권장도서까지..?' 이런 마음으로 정면도전하며 읽었다. 다 읽은 후 '상받을만 하군- 독특한걸~ 재밌네' 라고 바로 꼬리를 내렸지만 말이다.. 인 더 풀까지 섭렵하고...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이 작가의 다른 책도 궁금했고, 때마침 오!수다를 접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오쿠다 히데오가 항구도시를 여행하며 연재 형식으로 기획한 기행 에세이를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넘쳐 나는 책이었다. 그의 화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기행에세이임에도 불구 하고 내가 여행을 가는 것 같이 확 와닿지는 않았다. 뭔가... 2% 부족한 것 같은 느낌. 여행지에 대한 정보나, 한 이야기가 계속 진행 될만하면 다른 주제로 넘어가 자주 끊겼다. 이점이 큰 불만이었는데, 마지막에 작가의 생각을 알게 되니 조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최근의 여행은 모두 편집자에게 연행된 듯한 여행이었다. 원고를 마치고 완전히 맥이 풀린 상태에서 지정된 시간에 역이나 공항으로 향한다. 표를 건네받고 이동한다. 데려가는 식당으로 들어가 밥을 먹는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해결된다. 팔자가 좋은 것일까. 자유가 없는 것일까… 

 오쿠다 히데오의 진솔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내면의 모습을 보이게 된 후 깜짝 놀라는 모습, 자기를 평가하며 솔직히 속마음을 보이는 등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그도 사람이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면서도 의외의 모습에 살짝 놀라기도 했다.

 유난히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기행 내용중 80%는 그 지역의 음식 이야기와 스낵바 이야기다. 솔직히 계속 먹는 이야기만 나와서 뭐이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편집자에게 연행된 것 같은 여행이라는 그의 말을 보며 공감해주었다.

 여행하는 곳마다 그 지역주민의 이야기가 꼭 등장한다. 인상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는데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아무래도 잘 알다보니 부산편을 가장 쉽고 빠르게 읽은 것 같다. 부산편은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는 당연히 받아들이는 한증막과 때밀이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그는 정말 엽기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그의 생각을 보며 빈정 상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일본의 게다를 신고도 높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한국의 정신일 것이다.
  김 선생은 한국인이 한국 차를 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오, 여기에도 한국 정신이, 그래. 애국심 때문이겠지.

  비꼬며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너무 예민할 수도 있지만, 난 영락없는 한국인이기에 기분이 나빴다.
 

 적지 않은 실망감과 함께 책을 덮었다. 전체적으로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밀려온다.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다시 실망감을 덮을 만한 그의 작품을 읽으러 가봐야 겠다. 내가 너무 이라부에게 매혹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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