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랜스 암스트롱, 삶으로의 귀환
랜스 암스트롱.샐리 젠킨스 지음, 김지양 옮김 / 체온365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어떻게 하다보니 이번에도 에세이다. 책편식이 조금 있긴 하지만, 내가 에세이류를 즐기는 줄은 몰랐다. 옛날부터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고 굳게 믿고,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카페에 가입 후 내가 읽었던 책들을 돌아보고 인상 깊었던 책을 생각해보니 주로 에세이였다. 그만큼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아진걸까? 생각해 보면 나는 자극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인생의 스물세번째 페이지를 장식해 오는 동안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걸어왔다. 그 길 위에는 '노력부족', '성취', '게으름', '부지런' 등의 여러 요소들이 있어서 항상 완벽하게 걷진 못했다. 특히 대학입학 후 그동안의 학창시절과는 다른 약간의 자유가 주어지면서, 나의 인생과 목표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찾게 된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얻기 위해서 ! 정말 이런 이유에서였다면 이 책은 나에게 확실한 자극제가 되었다.  

 랜스 암스트롱.
스포츠 뉴스에서 암을 극복하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후 '무슨 암스트롱 있잖아~ 암 극복하고 자전거 타는 사람' 그냥 그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어느날,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라며 나에게 다가온 이 책. 책의 제목은 나를 매료시켰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라니.. 그럼 무슨 이야기인데?'라는 생각으로 살펴보니 내가 알고 있던 '무슨 암스트롱'의 이야기, 즉 '랜스 암스트롱'이 지옥에서 싸우다가 삶으로 귀환한 이야기였다. 그 순간 책의 제목에서 그가 열심히 싸운 모습이 보였다.

 책의 첫 장의 제목은 '불청객'이고 첫 줄 또한 '나는 백살까지 살고 싶었다.'이다. 이 것을 보고 역시 '암'이라는 녀석은 어느 누구도 반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생존 가능성 3% 밖에 되지 않는 죽음의 '암덩이'가 찾아왔으니, 어느 누가 기분 좋게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약해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은 오히려 나의 나약함을 더 들춰내서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그는 나약함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암덩이를 물리치고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자전거와 함께 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장애를 기회로 만들어라." 그의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랜스에게 하던 말이다. 그가 겪은 시련과 고통들은 말도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제대로 인연을 만든 적이 없는, 알고 보면 불쌍한 아이였고 말썽을 많이 부리는 사고뭉치이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도 자기관리를 못했던 적도 많고, 모든 일이 잘 풀린 것도 아니다. 그러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뜻밖의 불청객이 찾아와 아직 다 펼쳐보지도 못한 인생에 종지부를 찍을 뻔도 했다. 그러나 랜스는 이 모든 장애들에 굴복하지 않고 모두 기회로 살려 '어제의 랜스'가 아닌 '오늘의 랜스'로 다시 태어났다.

 생각해 보면 그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죽음의 문 앞에서 싸워 이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다른사람보다는 기초체력이 좋았을 것이다. 또한 그의 몸이 항암치료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행운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자신에게 따른 '운'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굴러 들어온 운을 발로 차버리고 왜 나를 버리냐고 울부 짖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엔 '그가 살아날 수 있었던 기적'보다도 더 큰 행운은 '그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같다. 나는 정말 낭떠러지에 서 있는 것 같은데 내 주위에 나를 돌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면 더욱 힘들 것이다. 나를 아껴주는 사람이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고 힘이 되기 때문이다. 

  랜스 암스트롱은 이러한 기회를 살렸고, 행운 마저도 잡았다. 그러나 그가 가장 열심히 했고, 그에게서 가장 빛나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일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도, 암과 투병할 때도 그는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만 했고, 이겨냈다. 그가 이길 때 마다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나름대로 내 자신에게 아주 부끄러운 모습은 보인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아주 큰 노력을 들여야 했던 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에 몇번의 고비와 기회등의 전환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시간들 중에는 현재가 가장 큰 고비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말해왔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내 앞에 떠억 하니 다가오고 있다. 나는 요즈음 하루하루를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체념으로 보낸다. 슬럼프도 겪었다. 하지만 그 1차 고비를 넘기고 나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이 자리잡고 남들도 다 똑같이 겪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다 힘들어할 때 나는 쉬지 않고 따라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의지가 불타오른다.  

 "난 내가 프랑스의 언덕과 산을 '날아' 올랐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언덕을 날아서 오른단 말인가? 언덕은 힘겹게 애를 쓰며 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한다면 남들보다 먼저 정상에 도착하게 되는 것뿐이다."

 그동안 나도 꿈을 이룬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날아오른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러나 그의 말을 보니 '날아 오르는 것'은 순수한 나의 힘이 아닌 타인의 힘을 빌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즉시 생각을 바꿨다.  
 "나는 요즘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고 ....

 내가 가장 부러운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내가 '암' 같이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몸의 이곳 저곳이 좋지 않고 잔병치레도 굉장히 많이 해서 병원과 약을 달고 다닌다. 그럴 때마다 '왜 하필 나야.. 이제 제발 그만...'이라는 생각을 적잖게 했었는데, 남을 탓할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큰 병이 아닌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아프다고 게을러지기 보다는 아프지 않았을 때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가장 어렵다던 자신과의 길고 고독한 레이스에서 승리한 자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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