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2
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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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전혀 없다. 그분들이 하는 말이나 운동 따위에도 관심이 없고 동조도 하지 않는다. 여성혐오도 남성혐오도 다 혐오한다. 솔직히 토로하자면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는 분들을 볼 때마다 군인들의 백일휴가를 ‘백일 동안의 휴가’로 생각하고, 군대를 ‘가고 싶고,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학점을 딸 수 있는’ 캠핑쯤으로 여기는 여자들을 연상하게 된다.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담보하지 않듯이,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그의 실생활이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부합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친구의 강간을 돕기 위해 돼지 발정제를 구해준 모 정치인처럼 ‘스트롱맨’은 아니다. 그 양반처럼 스트롱맨 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도 이유도 없다. 

여성의 지위나 남성의 지위를 따로 생각할 것이 아니고 ‘인권’이라고 통틀어서 다룰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린 모두 여자를 엄마로 두고 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한 가족이고 같은 인간일 뿐인데 여성의 지위가 높네! 남성의 지위가 높네며 싸우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가족일 뿐이다. 사회가 발달할 수록 어차피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별은 완화되기 마련이 아닌가? 현재만 해도 여자가 모든 면에서 남자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나에게 눈에 띄는 페미니스트가 있으니 그가 바로 ‘조지 엘리엇’이다. 문학동네에서 나온 <작가의 책>을 읽는데 지금까지 읽은 독서에세이 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지 < 뉴욕 타임스 북 리뷰>의 편집장이 영미의 작가를 찾아 그 양반들의 독서와 책에 관한 문답을 실은 책이다. 다양한 작가들이 등장하는데 질문은 비슷하다. 

내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그 질문들이 오롯이 ‘독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 면면은 대충 이렇다. 

“지금 무슨 책을 읽고 계십니까? 책을 한 번에 한 권씩 읽으시는 편인가요” 
“어떤 종류의 이야기에 끌리시나요? 피하는 이야기 종류는요?” 
“당신의 책장에 잇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자기계발서도 읽으시나요?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면요?” 
“가장 최근에 당신을 소리 내어 웃게 만든 책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눈물을 자아낸 책은요? 가장 최근에 당신을 화나게 만든 책은 무엇이었나요?” 
“대통령께 단 한 권의 책을 권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권하시겠습니까?” 
“아이들과 함께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무엇입니까?” 
“좋아해야 마땅하지만, 당신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책이 있습니까?

                                                              


고인이 되었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가운데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이런 종류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또 다른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는 것인데 <작가의 책>은 훌륭히 그 기능을 다 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인터넷 서점에 검색하게 된다. 언급된 책이 국내에서 번역되었고, 살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수십 권의 책이 장바구니에 담기는 수확을 일궈냈다. 

그중의 한 권이
 <미들마치>라는 책인데 다른 작가에 의해서 두 번 정도 언급될 때까지는 지나쳤다. 제목이 내 취향이 아니었다. 세 번째로 이 책이 언급되었을 때 참지 못하고 이 책의 서지사항을 검색했다. 놀랍게도 러시아 문학의 <전쟁과 평화> ,프랑스 문학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가장 유명하면서도 가장 읽히지 않는 고전의 하나였다. 출판사의 소개는 이렇다.‘지방생활의 연구’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작품은 영국의 작은 도시 미들마치를 배경으로, 지주, 목사, 제조업자, 전문인, 상점주인, 선술집주인, 그리고 농부와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19세기 풍속화라고 할 수 있다. 그 분량이 놀랍다. 국내에는 완역본이 아닌 169페이지짜리 축약본만 나와 있는데 원작은 이 책의 15배 분량이라니 거저 놀라울 따름이다. 

<작가의 책>을 읽다 보니 <미들마치>의 저자 ‘조지 엘리엇’을 흠모하는 작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페미니즘에 뜨악한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페미니스트가 바로 ‘조지 엘리엇’이다. 1819년에 태어난 ‘조지 엘리엇’은 이름이 주는 뉘앙스와는 달리 남자가 아닌 ‘메리 앤 에번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다. 당시 여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려고 일부러 남자 이름을 사용했고 당시 독자들은 물론 ‘조지 엘리엇’을 남자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유부남인 ‘조지 헨리 루이스’와 동거를 해서 영국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고, 루이스의 격려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루이스가 사망하면서 그녀는 더는 소설을 쓰지 않았다. 루이스가 사망한 2년 뒤 20살 연하의 ‘존 월터 크로스’와 결혼하지만, 그해 세상을 떠났다. 

어쨌든 아래의 소개를 읽고 있노라니 <미들마치>의 완역본이 국내 독자를 위해서 꼭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또 다른 소설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은 완역되어 국내 독자가 읽을 수 있는데 이 소설 또한 ‘조지 엘리엇’의 자전적 소설이고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이라니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장바구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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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5-07 2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만담>을 읽으며 저도 수없이 검색을 했지요^^ 저도 갖고 있고 읽은 책을 발견하면 반가웠구요. 그 중 한 권이 허구연의 <여성을 위한 친절한 야구교과서> 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호호^^
작가의 책도,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도 사놓고 못 읽은 (수많은-_-) 책들 중 하나네요.ㅠㅠ;

박균호 2017-05-08 08:52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ㅎㅎㅎ 근데 작가의 책은 외국책이라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이 드문게 아숴웠어요 ㅠㅠ 그나저나 달밤님 댓글 참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