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인문학 - 한국대중음악, 철학으로 듣는다
박성건.이호건 지음 / 미디어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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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biography는 자서전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13개의 철자로 구성된다. 영어 초심자에게는 외우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auto가 ‘스스로’, bio가 ‘생명, 생애’ , graphy가 ‘기록하다’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암기하기가 쉽다. 저 세 어근을 합치면 ‘스스로 생애를 기록하는’ 즉 ‘자서전’이라는 의미가 되니까. 단어는 암기하는 것이 아니고 이해하는 것이다.


박성진과 이호건 선생이 쓴 <케이팝 인문학>은 노래를 단순히 노래로만 즐기지 말고 그 내면과 배경을 파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인문학 공부가 된다는 취지로 쓴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것만큼 노래가 보이고, 노래를 통해서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적인 지식과 성찰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 책이다. 노래를 단순히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보지 말고 그 밑바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취지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김연자가 부르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라틴어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라는 뜻이다. 그냥 흥겹게 춤을 추는 party로만 아는 사람과 저 ‘아모르 파티’가 사실은 철학자 니체가 주장한 운명관의 요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는 의미심장한 차이가 있다. 이 노래의 작곡가 윤일상이 실은 학창 시절 독서광이었으며 니체에 심취했기 때문에 나온 노래다. 결국 아모르 파티라는 저 명곡은 음악과 인문학 즉 철학이 융합된 결과의 부산물이다. 


그러니까 <케이팝 인문학>은 음악과 철학은 별개가 아니며 이 둘이 합쳐지고 공유될 때 우리의 사고가 유연해지고 더 위대한 창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증명한다. 트롯 가수 정동원이 세상을 다 산 것처럼 오래된 트롯을 부를 때 ‘어린 아이가 저게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성건과 이호건 선생은 정동원이 트롯을 부를 때 우리에게 선사하는 ‘동심’의 중요성과 그 영향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러니까 어린 아이가 부르는 트롯이 어떻게, 왜 의미가 있으며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말한다. 이 얼마나 놀랍고 창의적인 발상이며 깨달음이란 말인가.


연예인에 대한 안티 팬을 말하고 실태를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셀 푸코의 비정상. 정상이론을 동원해 분석하고 마침내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를 통해서 안티 팬의 심리 분석을 하는 확장성은 놀라울 따름이다. <케이팝 인문학>는 가요에 대한 미시역사로 읽힐 수도 있고 인문. 철학, 심리에 대한 입문서로 읽힐 수도 있다. 케이팝과 인문학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고 긴밀한 인과관계에 바탕으로 ‘음악 철학’이라는 인문학 장르를 선사한다.


가장 가까운 주제로 가장 멀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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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7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7 0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1-02-08 22:58   좋아요 1 | URL
오늘 책을 받았습니다. 표지가 예뻐요. ㅎㅎ 감사히 잘 일겠습니다

2021-02-09 0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