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어를 잘 하면 ‘밥은 먹고 살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입학한 영문과는 기대와는 딴 판이었다. 영어를 배우기보다는 문학을 배우는 곳이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학문으로서 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내 적성이 아니었다. 도무지 왜 명작인지 공감을 할 수 없는 영시, 영미소설, 셰익스피어는 왜 그렇게 지루한지. 


설마 작가가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글을 썼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별 시시콜콜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분석을 하고 나름의 의견을 제시한 논문을 접하다보면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땐 몰랐었다. 반세기 후에 내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고전을 이야기 하는 책을 쓸 것이라는 것을.


2017년 여름쯤 서울 서교동에서 김성신 선생의 소개로 만난 출판사 대표님이 ‘쓸 사람이 없어서’ 3년을 묵혀두었다는 기획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부주의함을 자책하게 되었다. 길게는 수 백 년이 된 고전을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았던 시각으로 고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를 쓰면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매사에 모범적이지 않은 나의 성품과 엉뚱한 곳에 탐닉하는 나의 취향이었다. 


고전에 관한 엉뚱한 생각을 말 한 이 책이 4쇄를 발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엉뚱한 소식이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625732&memberNo=7258696&fbclid=IwAR1a-j_pR4_g0xZr-fha00OS_Fs5vhuCG-VclwYAyjVbZGUMUwi8hjaCc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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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8-07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릴 일이 자꾸만 있네요^^ 4쇄라니 훌륭하십니다. 축하합니다!

박균호 2020-08-12 21:36   좋아요 0 | URL
에공 감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