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진보다 - 지금의 어른들, 무엇이 다른가
김경집 지음 / 레드우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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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보수만큼 억울한 단어가 또 있을까? 국가와 국민보다는 당익이 더 중요한 정당이, 엄마와 애국을 대변한다는 구실로 길거리에서 추태라고 볼 수 밖에 없는 혐오적인 시위를 일삼는 무리가 보수를 자칭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경집 선생의 <어른은 진보다>는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잘 설명한다. 보수란 집에서 배운 가치와 학교에서 배운 가치를 실천하는 태도를 말한다. 아버지에게 어른들을 공경하라는 예의를 배웠으니 밖에 나가서도 어른에게 예의바른 태도를 취하는게 보수이고, 학교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배웠으니 부정하고 독재를 일삼는 권력에 맞서 싸우는 것이 보수다. 

반면 진보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낡은 교과서대로 살라는 거야? 교과서를 바꿔야해. 라고 주장을 한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태도를 지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우리 사회의 상당수의 보수는 가짜 보수이며, 상당수의 진보는 사실 보수에 가깝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보수의 품격은 촛불혁명이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부정한 권력에 대해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항거를 하고 그 뜻을 이루어냈으니 말이다. 진짜 어른이라면 혹시 자신이 가짜 보수는 아니었는지 살펴 볼 일이다.

국민 모두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통령을 만들어준 일이 있었다. 유권자가 그에게 표를 준 것은 청렴해서가 아니고 최소한 경제만큼은 잘 하겠지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경제와 안보는 그래도 보수가 잘 한다는 미신을 버려야 한다. 정신 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 연구한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의 통계에 따르면 보수 정당이 집권할 때 자살자와 타살자가 11만 4,600명이 더 많았다고 한다.

보수 정당이 집권했으니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고 살인을 할까? 보수 정당은 친기업 정책을 많이 펴고 ‘규제 철폐’라는 선물을 재벌에게 안겨준다. ‘규제 철폐’라는 마법의 지팡이로 기업들은 직원들을 더 쉽고 빨리 해고한다. 더 쉽고 빨리 해고를 당하면 더 쉽고 빨리 새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위 통계는 미국의 것이고 다소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는 있겠으나 보수라고 경제를 잘한다는 명제도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 미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를 지독한 고통과 함께 경험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다. 심지어 꼰대 정치인의 표상이라고 여겨지는 한 보수 정치인은 누가 봐도 진보의 소굴(?)인 방송 프로그램에 기꺼이 출연해서 토론에 참가했다. 보수(물론 정상적인 보수)와 진보는 절대악이나 절대선이 아니다 나름의 명분과 장단점이 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성향과 반대되는 채널도 둘러 봐야 한다. 요즘 젊은 것들은 안된다며 혀만 차지 말고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보고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난관에 부딛쳐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성향의 기호에 맞는 책이나 영상 그리고 기사에만 탐닉한다면 눈앞에 있어서 3살 짜리도 분간할 수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세력의 노예이자 앵벌이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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