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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3년 7월
평점 :
꼬맹이였던 시절의 동화책을 빼면 내가 동물에 관한 책은 아마 거의 읽은 적이 없을것이다.
오래전부터 동물을 무척 좋아했었지만
(특히 애들취향처럼 큰 동물을 좋아한다. - 말 코끼리 고래 독수리... )
걔중에 작년 가을부터 갑자기 유독 늑대가 좋아졌다.
그리고 그 몇 개월전부터 녹색평론의 광고가 자꾸 나를 유혹하는 바람에
(이러다가 녹색평론에 광고되는 책을 다 읽게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결국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책을 잡자 거기에 푹 빠져서 다 읽게 되어 그날 밤 잠을 제대로 못자고 말았다.
표지의 늑대 사진 이쁘지, 본 내용 들어가기 전인 <작가의 말>부터 유머 때문에 웃기지, 늑대 얘기가 온통이지, 에스키모까지... 아 정말 감격이다. ㅠ.ㅜ
이야기는
늑대 프로젝트의 수행원이 된 주인공이 처음에는 적으로 규정되었던 늑대에 대해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스파이 신세가 되는 이야기이다.
늑대의 습성과 생활에 관한 백과사전적 지식이 이야기로 엮인것을 보면서(작가의 경험이 그 바탕이 되긴 했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늑대에 대한 애정이 무척 풍부하다는 것에 부러움을 느낀다.
늑대가 가족을 이루고 사냥을 하고 이웃늑대와 어울리고 새끼들을 키우고 놀고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절대 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이 책에는 있다.
“인생의 어떤 것도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다. 이해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프랑스 물리학자 마리 퀴리의 이 말을 무척 좋아한다.
두려움-공포는 인간을 원초적 본능-생존의 의지-로 몰아간다. 이때 인간은 방어를 위한 공격을 한다.
인간은 그 두려움을 낯선 것에서 주로 느낀다. 아마 동물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좀 더 진화한 생명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낯선 것을 두려워만 해서는 안된다.
이해하려고 해야한다. 그러므로 해서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외계인도 아니고 새로운 생명체도 아닌 지구상의 생물들과 마주치는 처음부터 적이 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처음-오래전엔 우호적인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인간들의 두려움-공포라는 정서가 이 세상에 많은 차별과 장벽등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인종에 대한 낯설음, 다른 지역에 대한 낯설음, 다른 언어에 대한 낯설음, 다른 제도에 대한 낯설음, 다른 정체성에 대한 낯설음, 다른 이념에 대한 낯설음,....
다른 문화에 대한 이러한 낯설음들이 익숙하지 않다면 이해하려고 시도해봐야 한다.
우리가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큰 사람이라면 두려운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나는 늑대를 사랑한다.
- 뱀발 -
메신저에서 누군가 물었다.
“한밤중에 숲속에서 그런 인상을 한 늑대를 마주친다고 생각해봐라 무섭지?“
“네. 무섭겠지요. 하지만 늑대도 내가 무서울거에요. 그리고 배가 고프다면 날 먹으려고 하겠지요. 그래서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팔자라면 어쩔수 없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나는 지리산 꼭대기에서 깜깜한 저녁에 허기진채로 깊은 눈속에 갇혔을때도 어, 죽는구나 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실감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나한테 절대 일어 날것 같지 않은 운 덕분에 지금 나는 살아있다.
미리부터 죽음이란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역시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