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한 제국 당대총서 14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 당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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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 어떤 의견이 우리 시대의 사회적인 투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든가, 투쟁의 어느편에도 가담해 있지 않은 듯 행세하는 것이 객관이라면, 우리는 전혀 객관적이고 싶지 않다. 실제로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남을 돕고자 하는, 아픈이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삶을 헌신하고자 하는, 시나 음악.연극 등에 몸바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열망은 얼마나 자주 어리석은 낭만주으로 폄하되어 왔는가.”


“현대의 기술사회는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들을 알고 있는 새로운 종류의 전문가들을 탄생시켰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도덕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회적 갈등사항에 대해서까지도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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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진은 이 책에서 미국에서 선하다고 믿어지는 많은 정책과 규칙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를 비난하는 사람들중에는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은 괜찮은것 혹은 별것도 아닌 것을 파헤치려는 학자근성으로 글을 쓰고 있지는 않다.

품위있는 분노로 그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든든한 버팀목인 법과 언론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밝히려고 하는 것이다.

하워드 진은 그의 글이 그런 사회에 대한 미움과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사람의 마음속에 나쁜 것이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있으며 우리는 그런 좋은 것을 개발해야하고 자신과 더불어 주위도 돌아보며 그 나쁜 것들을 몰아내는데에도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흔히 하는 말중에 이런게 있다.

“그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지.”

여기에서 숨은 뜻 하나를 밝혀낼 수 있다. 선한 사람은 법같은것은 필요없다는 진실을 말이다.


그는 작은 농사일을 해서 혹은 고기를 잡아서 먹고 산다. 자연재해가 닥쳐서 그동안 모아놓은 여분의 식량도 없다.

이웃에 도움을 청하려 했으나 모두 비슷한 처지이다.

저쪽 먼 곳 피해가 미치지 않은 우리 쪽에서는 그들의 도움을 거부하거나 관심이 없다.

그는 갈수록 배가 고파진다. 한 조각의 빵과 한 모금의 물이라도 있으면 연명을 할 수 있으련만.

그가 몰래 훔쳐가는 이 한조각이 저 사람들한테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테니 하느님 저를 용서하소서.

철두철미하게 정확한 회계장부를 들춰보고 빵 한조각이 없어진 것을 알아챈 우리는,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가는 무질서가 생기지 않게 규칙을 만듭시다. 끝.

태초에 시작은 이것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 생각에 정말 그럴거 같다.

태초에 하느님이 계시고 어쩌고 저쩌고의 성경엔 뭔가 의심스러운게 있지만 저건 믿음이 가는데 왜일까.

젠장 그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들끼리만 알고 창고에 쑤셔박아 아무도 모르게 보관하던 진실과 정보는 너무 많아서 창고가 터질 지경으로 비밀에 부칠 수 있는 시대가 지나가고 우리들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창고를 사수하던 우리는 이런 논의를 한다.

“조금씩 이것들을 나눠줘서 복지적인척 자유사회인듯한 분위기라고 선전하면 눈가리고 아웅할 수 있지. 이건 투자야. 우린 안전해질 수 있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모습이 걔중에 가장 효율적이고 그나마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서 이 모습이 최선인가 라는 질문에 0.1초내에 “네”라고 대답하게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조물주는 인류가 망할때까지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를 계속 내줄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폭력적이지 않고 사랑이 깃든 방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면서의 내 태도 역시 중립적이고 싶지 않다.


뱀발 : 녹평 게시판에서 김규항씨의 [이상주의를 혐오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라는 칼럼을 읽었는데, 아무래도 저 위에 인용한 하워드 진의 주장을 차용한 듯한 냄새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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