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읽은 작가의 책은 『캐비닛』이었다.
솔직히 그 책은 온갖 재미와 호기심을 한껏 불어놓고 흐물흐물해져 끝나버려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해 이 책은, 휴우, 읽으면서 작가가 그 때보다 더 강력해졌다고 여러 번 생각했다.
이 책은 거의 몇 달에 걸쳐 읽었는데,
그 이유는 자취하는 지역과 집을 오가는 버스 안에서만 읽었고,
그나마도 책을 가지고만 다녔지 읽지 않은 적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읽던 중간에 멈추지 않기 위해 한 장(章)을 읽고 덮으면
한동안 래생과 책의 분위기에 젖어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창밖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맥주를 마시는 래생의 옆에 앉아 같이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는 래생의 옆에서 또 같이 책을 읽고  
가끔은 그냥 왠지 다독여주기도 하고 한 번 끌어안아주고 싶고,
래생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책이 자꾸만 줄어갔다. 그래서 가지고'만' 다녔다.
그래도 결국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래생이 죽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읽다 말 걸.
웃는 게 예쁜 미사라면 큰맘먹고 봐줬을텐데, 결국 죽었다.
잔인한 작가..
다음엔 더 커져서 오셨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다시 4년 쯤은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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