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 마음을 읽는 괴물, 헤라클레스 바르푸스의 복수극
카를 요한 발그렌 지음, 강주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향수>를 언급했길래 낼름 샀고

맛있는 과자를 조금씩 조금씩 떼어먹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었는데.

휴-

대체 어디가 <향수>와 비교될만한 부분인 거야.

<향수>에서는 '사랑'도 없고 '복수'도 없다. 주인공 그루누이가 지녔던, '향'에 대한 뛰어난 능력은 적당히 사실적이고 적당히 매니악적이며 살인에 대해 이해할만한 동기를 부여해주었다. 그리고 그 집념, 실행, 전개, 결실, 결말도 모두 만족스럽다.

<가면>에서는 헤라클레스와 헨리에테가 함께 사랑한 기간도 길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나는 그 둘이 정말 사랑한 것인지조차도 모르겠다. 사실상 책의 대부분을 헤라클레스가 죽도록 고생한 것만 줄줄이 나열하는 데 할애했다. 그 고생 끝의 재회와 행복은 짧고, 헨리에테의 죽음은 두루뭉술하고 너무 순간이어서 하마터면 헤라클레스의 꿈인 줄 알고 넘어갈 뻔했다. 복수의 진행도 실로 사랑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만약 사랑 때문이라면 정신병원의 간수 형제는 죽을 이유가 없고 정작 헨리에테를 살해한 범인은 제일 먼저 죽었어야 했다. 복수는 잔인하나 너무 간단히 설명되고 그 과정 또한 간접적으로 전달되며, 그 복수가 끝나는 이유는 허탈하고 어이없고, 끝은 밋밋하다. 특히 살인을 위한 계획도 집착도 노력도 아예 전무하다. 있다고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이 헤라클레스의 능력은 '있을법한' 능력이 아니라 초능력이다. 이 능력으로는 못 할 것이 없다. 마음만 먹으면 동물을 조종하고 사람을 조종하고 손 하나 까딱 않고 사람을 죽인다. (아, <데스노트>가 생각난다.) 게다가, 그런 능력이 있는데 '살인'을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던 헨리에테를 죽일 수 있게 했다는 것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난 홍보문구에 낚였다.

<향수>를 들먹이지만 않았어도 별 네 개를 줬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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