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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빨간책 - 디지털 시대, 가축이 된 사람들을 위한 지적 반동
백욱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1월
평점 :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다 우연히 발견한 백욱인 교수의 『인터넷 빨간책』(humanist 펴냄) 표지에 이런 말이 적혔습니다. 꽤 재미난 표현이었습니다.
‘디지털시대, 가축이 된 사람들을 위한 지적 반동’
우리는 24시간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들락날락하며 삽니다. 글, 사진, 영상을 만들고, 올리고, 나누면서 나의 생각을 주장하고, 다른 이의 생각을 수용하지요. 마음에 들면 공유하고, 아니라면 무시하거나 반박하는 행동 말입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한번 해보셨나요?
‘내가 인터넷을 이용하는가? 인터넷이 나를 이용하는가?’
디지털 사회연구가 백욱인 교수는 십계명이나 아Q정전 등 들어봤는데 다 접하지 못한 유명 저자의 작품이나 이론에 인터넷이라는 주제를 넘어 패러디라는 형식으로 이 책을 풀어나갔습니다. 인터넷과 인문학의 결합에 도발적인 컨셉을 썼다고 할까요? 제목에 ‘빨간책’이라는 단어를 쓰고 표지도 빨간 걸보면 알 수 있지요.
“살인하지 말라, 너희는 사람을 죽이지 말라. 죽은 자가 산 자보다 복되더라도 산 자를 죽이지 말라. 이웃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는 차라리 물건을 사라. 거침없이 온라인으로 신상을 지르라. 급할 때는 학교과제도 구매하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돈으로 능력 있는 생각을 사라. 그러면 생각하는 고통도 덜고 흘러넘치는 시간도 때울 수 있으리라. 너희는 빨리빨리의 즉각성에 익숙한 배달의 족속 아니더냐? 무지하게 빠른 택배가 너희의 육체와 욕망을 이어 주지 않더냐? 온라인 콘텐츠는 내 피와 살이니 너희가 선 자리에서 내려받아 바로 마시고 즐겨라.”
- p20~21, 1부 ‘인터넷 사람들’ 중 ‘인터넷 십계명’에서
물론 만만한 책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어려워 보이는 내용도 간혹 있었으니까요.
“‘나’는 고정된 내가 아니다. 나는 항상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다. (중략) 당신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당신이 당신을 드러내고 구성한다. 당신은 그것을 구별하고 분리하며 관리하고 유지하고 재배치해야만 한다. 이것이 프라이버시다.”
- p146~147, 2부 ‘인터넷 왕국들’ 중 ‘보르헤스, 천상의 분류법과 인간의 종말’에서
“모든 사물은 그 자체가 정보다. 정보는 사물의 발현순서와 구조에 관한 명령체계다. 모든 물질과 운동은 처음부터 인간과 무관하게 스스로 정보를 지니고 있다. (중략) 인간의 인지와 연결되지 못하는 사물은 인간의 정보로 전화되지 못한 채 인간 바깥에 머무른다.”
- p213, 3부 ‘인터넷 지배장치’ 중 ‘섀넌, 정보와 물질에 대하여’에서
하지만 가뿐하면서 더 읽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로 얽힌 우리 삶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인터넷에 대한 풍자를 지적으로 접하고 싶은 분께 『인터넷 빨간책』을 권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