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는 중국 전국시대 이후 초한쟁패기와 한나라의 천하통일을 다룬 소설입니다. 많은 작가가 평역하거나 자기 스타일로 집필하지요.

평소에 글을 쓰는데 흐름과 논리있게 쓰는 게 힘들었습니다. 장편 소설을 읽으며 흐름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러, 읽을 만한 작품을 찾다 이번에 소개할 김홍신의 대하소설 『초한지』(아리샘 펴냄)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역사 지식이 있었지만 자세히 들어가보니 만만치 않았습니다. 내용이 길고 방대하다 보니 읽을 때 괜찮았지만 정리할 때 어디가 중요한 지 몰라 힘들어했거든요. `어떻게든 해보자`는 근성 덕에 겨우 해냈습니다.

1권 서문에 나온 김홍신 작가의 말이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내가 『초한지』를 쓰기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할 수 있다. 수년 전 출판했던 『초한지』가 미흡한 점이 있어 늘 마음에 걸리던 차에 여러 중국 고전 문헌과 특히 사마천의 「사기 史記」를 면밀히 고찰하며 새로운 『초한지』를 쓰게 되었다.

읽고 정리하는 건 덜 어려웠는데, 생각을 풀어내는 소감을 쓰기 어려웠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나마 잘 섰다고 생각하는 소감만 추려 올려봅니다.

진시황이 이 정도로 패악했던가? 이 이야기의 시작임을 알리는 부분답게 자세하게 적혔다. 또, 시간순이 아닌 사람순으로 정리된 내용은 독자가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 것같다. 번오기와 형가의 용기와 희생은 진시황을 위협할 정도로 커보였다.
- 1. `진시황의 악몽`

여불위가 전재산과 애첩을 투자해 자초를 만나고 진나라의 왕위를 약속 받게 하는 모습들을 보며 집요함을 느꼈다. 많은 단계를 거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데 이만한 끈기 덕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건 하늘이 준 운과 진나라 왕실을 철저히 파악한 여불위의 능력이 아닐까?
- 3. `여불위의 도박`
유방이 장량과 항백을 만나 위기를 모면할 기회를 얻었고, 항우와 범증은 뒤로 물러 났지만 유방을 없앨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천명이라면 운은 어느 쪽으로 향할까? 뒷부분이 궁금해 다음 권을 읽고 픈 마음이 생기는 이야기였다.
- 59. `항우의 진영으로`

이좌차와 한신이 초패왕 항우의 무모함을 이용해 다시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다. 예전과 달리 초군이 많은 피해를 입고, 초패왕이 두 번이나 빠져 나왔으니 승패는 뻔해 보였다. 주위에 모사들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겪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위기에 처했음에도 빠져 나오는 데 도움이 된 초패왕의 용맹함과 창술은 왜 뛰어난 인물인지 느끼게 해주었다.
- 94. `한신의 십면매복`

한제 유방이 한신을 또 의심하고, 북쪽 오랑캐 묵돌의 전략을 우습게 여기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좋은 상황이 오래가면 다시 느슨해지다 뜻밖의 일로 위기를 겪는데 이 이야기도 그 주 하나였다. 느슨함을 경계하라는 하나의 교훈을 상기시키는 것같다.
- 98. `토사구팽`

한제 유방은 죽기 전까지 조정 일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특히 아내 여황후에 관한 문제 해결에 고심했다. 소인배의 말에 휘둘려 많은 공신을 더 잃을 뻔한 실수도 했다. 하지만 다른 영웅과 달리 모든 걸 제대로 누리고 간 주인공이란 생각도 들었다.
- 104. `천명의 생과 사`

대하소설 『초한지』를 읽고 쓰는 건 저에게 도전이고 모험이었습니다. 주어진 한계와 가능성을 조금씩 느꼈고, 여전히 배워야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줬습니다. 그 덕에 조금이나마 재미를 느꼈지요.

읽어보라 권해야할 지 모르지만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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