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권력자의 알몸 추적! 겁도 났지만 스릴과 재미도 컸다. (중략) 나는 박정희의 알몸을 보았다. 문화의 씨줄도 윤리의 날줄도 걸치지 않은 천연의 알몸. 거기에 박정희의 인생과 권력의 비밀이 고스란히 숨어 있었다. 일본제국도 이루지 못한 진짜 천황주의까지 빛나고 있었다.`
- `책을 내는 마음`에서
한때 역사교육과 교수였던 최상천의 『알몸 박정희』(사람나라 펴냄)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전 처음에 볼 마음이 없었습니다.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이나 비판 등 다양한 의견과 추측이 담긴 책이 수두룩했지요. 그러다 그 사람에 대한 저희 아버지의 신앙심 담긴 말씀을 자주 들었고, 특히 아주 오래 전에 나온 걸로 보이는 박정희 관련 위인전을 보여주시니 평소 박정희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지요. 이걸 꼭 읽어보라 하실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때마침 제가 아는 곳에서 이 책을 같이 산다는 얘기를 듣고 얼른 신청했지요. 덕분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읽고 싶을 때 순서대로 읽었습니다. 다 기억할 수 없었지만 최상천이 찾아낸 박정희의 태생적 배경과 본심을 접했답니다.
어머니 백남의는 집안의 가난과 정신지체로 태어난 넷째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막내 박정희를 낳지 않고 죽이려 헀답니다. 다양한 민간요법으로 낙태하려 애썼지요. 그는 죽지 않고 태어났지만 동시에 시련을 일찍 배운 셈입니다. 최상천은 여기서 박정희가 느꼈던 세계가 폭력 그 자체일거라 추측했지요. 박정희가 자라면서 되도록 가족, 고향과 멀리 떨어져 살길 원하고, `다카키 마사오`라는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만주군관학교에 다니려 했다는 사실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쉽게 설명하였답니다. `조선인은 때려야 말을 잘 듣는다`도 어쩌면 자신이 나고 자란 환경, 즉 고향과 민족에 대한 컴플렉스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네요.
이 책은 박정희가 만주군에서 벌인 `조센징 토벌`, 가짜 광복군으로 귀환, 남조선노동당에 가입했다 배신하기, 5.16 군사쿠데타 전까지 여러번 시도했던 군사반란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보다 왜 이렇게 하려 했을까를 중점적으로 서술했습니다. 그가 읽었던 나폴레옹 위인전, 사무라이 이야기, 이광수의 「이순신」 등을 살펴보고, 그의 정신이 왜 일본인들이 지향했던 `사무라이 정신`(일제가 추려내고 만들어 낸 충성주의)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 흥미롭게 설명하지요.
물론 일부 면에서 오류나 너무 나간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오카모토 미노루`로 다시 개명했다는 이야기(현재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드러남)라던지 `대한민국 전체가 「박정희 마술」에 놀아나고 있다는 느낌`(291쪽) 등이 해당되죠. 물론 우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 중에 폭력과 비리로 얼룩진 권위주의와 약자나 약한 민족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한국식 제국주의 등은 고쳐야 할 점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다양한 서적을 참고했다지만, 일부 독자에게 저자가 지향하는 이념에 대한 거부감을 들게 만들 것같아 아쉬웠지요,
또, 당파성을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 다원화 사회와 동일시하며 긍정하는 부분은 놀라웠습니다. 여지껏 박정희는 일제처럼 우리나라를 틈만 나면 편을 갈라 싸우는 나라로 생각하고 미개하다 말했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이기적인 생각도 했었고요. 최상천은 이를 통해 칼이나 주먹으로 싸우면 몇 년을 못 가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면 오래가는 나라라 여겼지요.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알몸 박정희』에서 박정희가 바라보고 쓴 내용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왜 독재의 길을 택한건지, 무엇을 원했는지 등이 설명과 함께 들어가니 쉽고 간단해보였지요.
부디 이 책에서 많은 사람이 배워가고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